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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날 --- 새벽에 일어나 주변을 돌아보니 약한 눈가루가 날리는 듯 마는 듯... 손님 가득해야 할 빈자리들이 늙은 작부의 앞가슴처럼 청승맞아 보이고 설악 중청의 등대인 적색불이 유난히 외로운 듯하며 많은 이에게 전할 따뜻한 소식이 가득해야 할 우체통도 유난히 추워 보인다.. 내가 언제 편지를 써 보았지? 세금이나 벌과금등의 통지서를 대청봉 소인으로 보내면 받는 사람들의 기분이 어쩔가?
구내 방송이 되풀이 된다 "대설 주의보!!!! 산장의 모든 분들은 8시까지 반드시 오색 방향으로만 떠나거라!!" 우린 천불동, 설악동을 거쳐 속초로 나가 중앙시장 지하 횟집을 탐색해서 며느리가 있으면 글로 가고, 없으면 뒷집으로 가자는 작전을 구상해 놨었는데... 설악산 등산로 중에 제일 멋 적은 오색코스라니.... 의기양양한 개선장군 같았던 동료들이 갑자기 의기소침해져 아침 식사로 맛있게 익혀 놓은 부산 오뎅 라면도 거부하더구나..
아쉬워하면 무엇하리.. 돌아 본들 어찌하리... 이미 흥남 부두인걸... 쫓겨나기 전에 떠나 버리자꾸나(8시 10분)
감기가 도져 타이레놀로 아침 식사를 대신한 웅배가 어거지로 썩은 미소를 짓는구나.. 그의 투지를 높이 사 대청봉 대표사진으로 올려 본다.(8시 35분)
이하는 오색으로 내려오며 담은 설악의 설경이다 대청봉의 비석도 쓰다 듬었겠다... 길도 당분간은 완만한 하산길이겠다... 게다가 환상적인 겨울 왕국의 눈꽃길... 사진기가 좋지 못해 멋진 장면을 놓친 것이 분하구나...
누군가 흥얼거리는 노래.. Let it go, let it go
12시 20분 가장 가기 싫었던 오색 식당가... 그렇다고 속초까지 나가기는 너무 번잡스러웠고... 원래 이 곳의 식당들에 전혀 미련이 없었는 데.. 구정 밑이라고 주방장까지 없었으니 더더욱 가관입니다.. 더덕 구이는 두번이나 다시 만들어도 밑 바닥은 내 마음속처럼 까맣게 타 버렸고 산채 정식은 반찬이 반도 안 나오는데... 눈발은 갈수록 엄청나게 굵어지고... 말 다툼 해 보았자 서울행 버스 시간(14시 50분)이 코 앞이니...
애고... 오늘부터 2-3일간 설악산 등산로가 대설주의보로 완전 통제 된데는데... 설악산 구경 잘 한 값으로 치부해야지...
함께 한 산우들... 雪날 잘 보내시고.... 부디 다음에도 불러 주시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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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대청봉!!!, 축하하오, 소인이 고1때 고대 산악반에 뭋여 그 많은 짐을 지고 간 기억이 납니다. 언제 다시 갈수 있을까??? 훌륭하십니다.
수고했오.대설이라 걱정했는데 무사히 귀경했구나.설날 떡국 맛있게들 드시게나
대단한 산꾼이네. 경하드리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