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명일동에 있는 아름다운교회가 원로목사와 후임 목사 간 분쟁으로 내홍을 겪고 두 쪽이 났다. 지난 1월 말 담임목사를 안식월에 보내자는 교인 총회 투표가 부결되자, 원로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은 하남시에서 별도로 예배를 열고 있다. 네이버 지도 갈무리
[뉴스앤조이-최승현 기자]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아름다운교회를 개척하고 시무해 온 김종포 원로목사는 2018년 65세에 조기 은퇴를 했다. 김 목사는 명성교회(김하나 목사) 교세가 강력한 명일동 지역에서 제자 훈련과 멘토링을 통해 출석 교인 1000명에 이르는 대형 교회를 일궜다. 뿐만 아니라 '큰 교회가 아닌 많은 교회를 지향한다'는 목회 철학에 따라 그동안 교회 10곳을 개척하기도 했다. 교단 안팎에서 귀감을 받아 온 목사가 조기 은퇴까지 하니 '다르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김종포 목사는 중국에서 선교사로 사역해 온 이영은 목사를 후임으로 세웠다. 김 목사는 일선에서 물러나 세계 순회 선교사로 제2의 사역을 감당하겠다고 밝혔다. 담임목사 이·취임식 당시 김 목사를 위한 선교사 파송식까지 했다. 다만 김 목사는 리더십 이양을 위해 2021년까지 3년간 후임 목사와 동역하겠다고 했다. 아름다운교회 교인들은 조기 은퇴와 퇴임 이후 행보를 밝힌 김 목사를 응원하며 지지의 박수를 보냈다.
세대교체 5년 만에 분쟁 교회로
아름다운교회는 세대교체를 한 지 5년 만에 분쟁 교회가 됐다. 교회는 김종포 원로목사를 지지하는 교인과 이영은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로 나뉘었다. 이 목사를 반대하는 일부 교인은 별도의 예배 처소를 마련해 예배하고 있다. 김 목사는 올해 2월부터 아름다운교회와 함께 이곳에도 출석하고 있다.
원로목사와 후임 목사의 관계가 틀어진 이유는 설교권과 관련 있다. 이영은 목사는 2021년 10월 재신임 투표에서 92% 지지를 받았다. 동역 3년 차를 마무리하는 시점이었다. 리더십이 이양됐고 교회에도 적응했다고 판단한 이 목사는 김 원로목사에게 2022년부터 자신이 매주 주일예배 설교를 할 테니 절기별 설교만 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동안 김 원로목사는 매달 1번씩 주일 설교를 해 왔다. 김 원로목사는 이 제안을 모욕적으로 받아들이고, 교회에 공론화했다.
지난해 8월 15일 김종포 원로목사의 칠순을 기념해 교회 중직자들이 모였다. 이 자리를 마련한 김 원로목사는 "교회 37년 역사 중 가장 크고 가장 결정적인 위기를 만나고 있다. 우리 교회가 위기에 처한 시발점은 뭐냐, 현상은 뭐냐. 간단하게 말하면 원로목사와 담임목사의 갈등이다. 이렇게 가면 반드시 교회는 회복 불능의 상태에 빠지고 간판 내려야 한다. 그런 위기를 느끼고 있는데 그 최고점이 왔다"고 말했다.
이어 설교권을 언급했다. 김 원로목사는 "(이 목사가) 부드럽게 말했고, 그렇게 얘기할 의도는 없었겠지만 세상에서 느낀 모욕 중에 강한 모욕이었다. 세상에 어떤 목사가 70세도 되기 전에, 68세이고 공동 담임목회가 끝나기도 전인데 이런 날벼락 같은 얘기를 들을 수 있을까. 내가 설교를 못 하는 게 아쉬워서가 아니라 (설교를 그만해 달라는 말은) 원로목사에게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말이다. 나는 눈치 빠른 사람이다. '이제 관두라. 너는 은퇴했으니까 우리 눈앞에서 사라져도 좋다' 이런 얘기로 받아들였다. 그때부터 나는 지옥이었다. 어떻게 이런 배신을 할 수 있느냐"고 했다.
그는 후임 목사의 설교 내용에도 상처를 받았다고 했다. "(이 목사가) 젊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데, 계속 들어 보면 나 보고 하는 소리, 나를 찌르는 소리다. 그래서 내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 목사는 (설교를) 알지 않나."
김 원로목사의 말이 끝나자, 자리에 있던 이영은 목사가 마이크를 잡았다. 이 목사는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며 원로목사와 교인들에게 연신 사과했다. 그는 "원로목사님이 말한 게 다 맞다. 목사님께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기도 했다. (선교만 해서) 한국교회를 잘 모르기도 하다. 원로목사님 입장에서 내 설교가 아픔으로 다가갔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 이 모든 일의 책임이 나에게 있다는 걸 인정한다"고 했다.
후임 목사가 고개를 숙이고 납작 엎드렸지만, 시무장로들은 계속 문제를 제기했다. 장로들은 "지구촌교회 이동원 목사도 월 1회 설교하지 않느냐", "인사권과 재정권이 담임목사에게 있지만, 장로들과 합의해서 이뤄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원로목사 편에 섰다.
원로목사는 비대위 예배도 참석
설교권으로 시작한 문제는 결국 교회 분쟁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말 아름다운교회에는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꾸려졌다. 교인 100여 명으로 이뤄진 비대위는 '담임목사가 4개월간 안식월을 갖게 하기 위한 사무처리회를 열어 달라', '지난 4년간 교회 법인카드 집행 내역을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이 목사가 요구한 적도 없는 안식월을 갖게 하자는 제안을 두고, 이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은 담임목사를 내쫓겠다는 선전포고로 받아들였다. 물증은 없지만 비대위 뒤에 김 원로목사가 있다고 의심했다. 논란 끝에 아름다운교회는 올해 1월 29일 사무처리회를 열고, 담임목사의 안식월 여부를 투표했다. 찬성 186표, 반대 218표로 안식월 안건은 부결됐다.
비대위는 원하는 대로 되지 않자 별도 장소를 마련해 따로 예배를 드리고 있다. 이 모임에는 김종포 원로목사도 참석하고 있다. 김 목사는 아름다운교회 1부 예배에 참석하고, 비대위가 모이는 미사신도시 상가 건물로 이동해 예배를 인도한다. 그는 이 모임 역시 아름다운교회의 정식 모임이라고 선언하고 "목자는 양의 상처와 고통을 외면할 수 없다. (나는) 상처 입은 거룩한 공동체를 싸매기 위해 그들과 함께할 계획"이라고 했다. 현재 이 모임에는 80여 명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영은 목사를 지지하는 교인들은 김종포 원로목사가 교회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했다. 2월 초 기자를 만난 한 교인은 "이럴 거면 (원로목사가) 왜 조기 은퇴를 했는지 모르겠다. 은퇴 이후 선교 나간다고 하더니, 후임자를 쫓아내려 한다"고 했다. 또 다른 교인은 "김 목사가 은퇴할 때 해외 선교비도 지원하고, 사례비도 월 600만 원가량씩 드리기로 했다. 그때 폼 나게 은퇴해 놓고 이제 와서 후회되는 건지 아니면 다른 의도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조기 은퇴하고 교회를 떠난 최현범 목사 기사를 공유한 교인에게 김 목사가 보낸 메시지. 그는 <뉴스앤조이>를 비방하며 "파괴적인 행동을 멈추라"고 경고했다. 뉴스앤조이 자료 사진
갈등 과정에서 한 교인은 원로목사 추대를 거절하고 조기 은퇴한 최현범 목사를 다룬 <뉴스앤조이> 기사를 교회 소셜미디어에 올렸다가 김종포 목사에게 항의를 받기도 했다. 김 목사는 이 교인에게 "<뉴스앤조이>는 북한을 찬양하고 차별금지법을 옹호하는 반기독교 매체인데 거기서 글을 가져오느냐. 그 목사가 어떤 분이고 어떤 의도로 그런 말을 하는지 좀 조사하고 올리라. 교회를 그만 아프게 하라. 주의 이름으로 엄히 명한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뉴스앤조이>는 김종포 목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전화를 걸고 만남을 요청했으나, 그는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무리 생각하고 기도해도 인터뷰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기사화되면 동네방네 알게 되니까 걱정이 많다. <뉴스앤조이> 파급력도 잘 알고 있다. 조용히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뉴스앤조이>가 북한을 찬양한다고 말한 근거가 무엇인지 묻자, 김 목사는 "하도 답답해서 빗대어 한 말이다. 처음에는 <뉴스앤조이>를 좋아했는데, 지금은 길을 잃은 것 같다"고 했다.
첫댓글 한국 교회~진짜 부끄럽습니다...
예수님은 얼마나 마음이 아프고 속상하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