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드레 모로와 가 쓴 평전 <<빅토르 위고>>를 읽는 중. 삶을 들여다 보니,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저절로 탄식이 인다.
워싱턴 도서관의 희귀본을 긴급 입수해 번역 출판했다는 광고가 애교스럽다. 1981년. 삽화와 나무향기 풀풀나는 종이와 활판 인쇄 활자가 참 좋다.
* 사진: 세계문학 초기 번역본들. 계용묵이 번역한 <<말테의 수기>>, 독일문학자이기도 했던 국회의장 이효상, 유영 영문학자 등이 번역한 시집들. 1960년대. ---------------------------------
# 인간희극 번외판: 발자크와 위고
18년에 걸친 구애와 교제로, 세기의 연인으로 불렸던 발자크와 한스카 백작부인의 에피소드는 가히 발자크 자신의 소설 '인간희극'의 번외판이라 할 만하다.
발자크는 파산 위기의 경제적 문제와 신분콤플렉스를 해결해 줄 부유한 귀족여인들을 찾는 중에 멀리서 펜레터를 보내온 폴란드의 한스카 백작부인을 먹잇감으로 점찍는다. 온갖 수사를 동원해 구애를 바쳤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늙은 한스카 백작이 생각보다 오래 살았고 심지어는 미망인이 된 에블린 한스카 조차도 요리조리 피했기 때문에 그들의 만남에서 결혼까진 18년이 걸렸다. 영리한 그녀는 발자크가 병이 든 이후에야 청혼을 받아들이고, 25만불의 빚을 갚아주는 대신에 사후 저작권을 획득했다. 결혼 후에도 발자크는 병마에 시달렸고 에블린은 곧 정부를 둔다.
심지어 발자크가 죽어가던 최후의 7일 동안에도 정부를 집에 들이고 함께 지낸다. 결혼한 지 5개월 만에 발자크는 결국 숨을 거둔다. 일설에 의하면, 그들의 행위에 화가 났지만 몸이 무력해진 발자크는 임종시에 50만불의 빚을 유산으로 남긴 것에 회심의 미소를 짓는 것 외엔 다른 반격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사랑을 빙자한 계산에서 승리자는 부인이었다. 부인의 저작권 수입은 그 빚을 몇 배나 상회했다. 대단한 배팅.
임종 무렵 발자크를 방문했던 빅토르 위고의 삶 또한 구슬픈 희극이다. 친구로 위고의 집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던 문예비평가 샤를 생트 뵈브는 위고의 부인 아델과 몰래- 그러나 완전히 몰래는 아니게 사귀었다. 식탁에서 위고는 그들의 은밀히 오가는 눈길을 7년간이나 지켜보아야 했다. 아내와의 파탄이 두려워 알고 싶지 않은 위고와 들키기를 원하는 대담한 연인 사이에서 긴장은 흐르고 더이상 외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아이러니하게도 생트 뵈브의 비평은 다른 사람의 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간통 비평'이라고 프루스트에게서 비난받았는데, 그의 삶 또한 그러했다. 위고는 충격에 1년을 방황하다 새로운 여인 쥘리에트를 만난다. 그래도 아이 다섯을 둔 아내 아델과는 헤어지지도 못하고, 아델 또한 사정상 남편의 불륜엔 관대할 수 밖에 없어 이상한 삶이 시작된다. 법적 아내와 사실상의 아내의 이상한 암묵적 합의. 이후 쥘리에트는 아내같은 정부로 위고와 평생 동반한다. 1833년에 만나 1883년 79살의 나이로 죽을 때까지 50년간 위고 곁에 있었다. 아델은 1867년, 죽기 한 해 전에야 쥘리에트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그사이 위고는 이 두 여인을 두고도 수많은 새로운 간통 염문을 뿌려 구속 직전까지 갔다. 왜 그러했을까. 아내와 친구의 배신을 겪고 인간에 대한 신뢰성의 상실한 것이 무의식적으로 작용한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