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가교 架橋의 박종상 예술감독 오채민 작 변영후 연출의 그녀의 그네
공연명 그녀의 그네
공연단체 극단 가교(架橋)
예술감독 박종상
작가 오채민
연출 변영후
공연기간 2018년 4월 11일~15일
공연장소 소극장 혜화당
관람일시 4월 15일 오후 3시
소극장 혜화당에서 극단 가교(架橋)의 박종상 예술감독, 오채민 작, 변영후 연출의 <그녀의 그네>를 관극했다.
극단 대표이자 예술감독인 박종상은 서일대학교 연극반 출신이다. 박종상은 영화와 연극에 40년 가까이 출연했다. 그가 속해 있는 극단 가교는 예부터 최주봉, 윤문식 박인환 등 걸출한 배우가 몸담고 있던 60여 년 전통의 극단이다. 워낙 대단한 배우들 틈에 끼어 있었기에 박종상은 자신에게 맞는 역 한 번 맡아보지 못했다. 그래도 톱 배우들과 함께 무대에 오르는 것만으로도 의미와 의의가 있었다. 어느 날 박종상과 띠동갑 정도 차이 나는 선배들이 극단을 더 이상 이끌어갈 수 없다고 해체 통보를 해왔다. 극단 가교가 아닌 곳에서 연극을 해본 적이 없던 박종상은 당황했다.
“제가 연극을 시작한 곳이 가교고 단 한 번도 바깥으로 나간 적이 없어요. 1979년 말에 들어왔으니까 40년 가까이 가교에 있었죠. 해체 얘기가 나왔을 때가 2011년이었는데 제 나이에 어딜 가요.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지금까지 해보고 싶었던 작업을 해보겠다는 생각에 극단을 지키기로 했습니다. 해체 수순을 밟기를 원했던 선배들의 원성이 있었지만 마음만은 좋았습니다. 대신 극단을 완전히 쇄신하자며 나만의 극단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남아 있던 후배들에게는 있을 거면 오디션을 보고 아니면 마음대로 하라고 했더니 뿔뿔이 흩어져서 나갔습니다.”
박종상 대표의 실험이 시작됐다. 극단에 새로운 기운을 만들기 위해 소극장으로 찾아들었다. 젊은 작가와 연출가들을 만나 함께 창작 작업을 이어나갔다. 그렇게 만난 젊은 연극인이 변영후 연출가였다. 각각 다른 극단의 대표이지만 같이 편하게 어울리고 함께 연극 작업에 힘을 모은다.
“단순하게 극단 가교와 작업을 하자는 개념을 넘어서 환경이 여의치 않은 젊은 연극인들한테 연습실을 거의 무상으로 빌려주셨어요. 제작자로서 투자할 힘은 없으니 공간을 내주신 거죠. 그런데 그것만으로도 굉장한 도움이 됩니다. 본인도 어려우실 텐데 밥도 사주시고. 그래서 그런지 유독 젊은 친구들이 많이 따르는 분입니다. 연극 혹은 연기를 향한 성취나 유명세보다는 그냥 어두운 곳에서 가장 필요한 부분을 긁어주는 분이십니다.”
박종상은 연극반 후배들을 위해 연출을 해주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연극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덕에 주위에 젊은 연극인들이 모여들고 꼰대(?)와는 먼 멋진 선배로 지금까지 함께 작업해오다가 2017년에는 환갑 헌정 기념공연을 하기도 했다.
오채민의 본명은 오승수다. 오승수는 프로젝트 옆집누나의 작가 겸 연출가다. <옆집누나> <비타민> <죽었다, 그녀가> <오래된 아이> <혼자가 아니다> <버려진 인형> <영화처럼> <오셀로·붉은 피… 튀다> <두데기 시인의 봄이 오면> <원더풀 데이> <투인 맥베스> <사무라이 혹은 감각의 드라마> <10분> <붉은 달> 뮤지컬 <블랙아웃> <좋은 친구> <화금석> <우상> <혼자 하는 합주> 등을 쓰고 연출했다. 거창연극제 희곡상 수상, 밀양연극제 수상, 2인극 페스티발 수상, 올해의 여성문화인상 신진여성문화인상 수상, 2인극 페스티발 희곡상 수상 작가이고 차세대 예술인력 1기로 발전적인 앞날이 예측되는 미모의 여성 작가 겸 연출가다.
변영후(1978~)는 수원대학교 연극영화과 출신이다. 98년 창단한 이래 ‘햄릿’, ‘두드리 두드리’ 등으로 일본, 독일, 체코, 루마니아, 폴란드, 몰도바 등 세계적인 국제 페스티벌에 초청되었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아 끊임없이 유럽 국가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햄릿머신’, ‘푸른 관 속의 잠긴 붉은 여인숙1,2,3’, ‘햄릿’, ‘두드리 두드리’, ‘래디칼’등 혁신적이고 완성도 높은 실험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 2008년 서울연극제에서 ‘두드리 두드리’로 작품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하여,
2010 <푸른 관 속에 잠긴 붉은 여인숙2>, <엘르> 2011 <나는 아니야> 2011 <아내가 사라졌다> 2013 <그것만이 내세상> 2018 <그녀의 그네> 등을 연출한 장래가 발전적으로 기대되는 연출가다.
국내외 페스티벌에서 작품상과 연기상 등을 수상하였으며, 2012년에는 일본 ‘om-2 극단’ 과의 연출가 교류 프로젝트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배경에는 미켈란젤로Michelangelo,1475-1564)가 조각한 피에타 상을 그림으로 그려 붙여놓았다. 이 작품은 십자가에 매달려 죽은 후에 어머니인 성모 마리아의 무릎에 놓여진 예수 그리스도의 시신을 묘사한 것이다. 그림 아래쪽 한가운데에 입구가 소녀의 옆모습을 닮은 움푹 들어간 굴 같은 공간이 있다. 무대는 벤치가 있는 공원이고, 상수 쪽 객석 가까이에 그네가 철 고리 줄에 매달려 있다.
하수 쪽 벽면에는 백색의 널판이 조형물처럼 부착되어있다. 배경 좌우가 등퇴장 로가 된다.
놀이터에서 핸드폰에 골몰해 있던 엄마는 딸이 사라진 것을 알지 못하고 주변을 둘러보고 딸이 숨바꼭질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혼자 딸 상대로 놀이를 시작하지만 딸의 모습은 나타나지를 않는다. 향후 엄마가 놀이터에서 딸을 계속 찾는 정황이 펼쳐지고, 주변 사람들의 모습과 동태가 하나하나 마치 유영을 하거나 무용을 하듯 검은 의상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연기를 펼친다. 마을 사람들이 벤치에 앉아 화투를 하면서 남의 일이라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이라든가, 방송사나 여론사의 기자가 카메라맨과 등장을 해 아이 실종에 관해 호기심 꺼리로 취재를 하고, 경찰관이 찾아와 실종경위를 무용이나 팬터마임을 하듯 조사하고, 선거철이 도래해 입후보자가 자신을 선전하는데만 골몰하는 광경이 전개되지만, 시간과 세월이 흘러도 실종된 딸의 행방이나 소식은 캄캄한 것으로 설정이 된다. 엄마는 놀이터 주변을 떠나지 않고 굴 같은 장소에 소형 텐트를 치고 숙식을 한다. 마침 이 지역에서 놀이터를 없애고 다른 용도로 사용하려고 공사장 인부들이 등장을 해서 엄마에게 퇴거를 요구하고, 딸의 아빠가 찾아와 엄마에게 딸 기다리기를 그만두라고 권하지만, 엄마의 귀에는 아빠나 다른 사람들의 소리가 마치 당나귀 귀에 찬송가를 부르는 격이나 다름이 없다. 그러나 다섯 살에 행방불명된 딸애는 10여년이 지나가도록 나타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공사장 인부들이 등장해 어린이가 타던 그네의 철 줄을 끊어버리자, 딸이 기억할만한 마지막 놀이터의 물건인 그네가 사라지려 하니 엄마의 유일한 희망마저 무너져버리는 듯싶어 이를 결사적으로 제지를 하고, 이에 맞춰 귀에 익은 음악인 불세출의 극작가 한운사((韓雲史, 1923~2009)의 “남과 북”의 주제가가 남북 이산가족 찾기 시절처럼 흘러나오면서 엄마가 무대 가운데에 주저앉아 딸을 생각하며 통곡을 하는 장면에서 연극을 끝이 난다.
박승희가 엄마, 오형준이 아빠, 박정근이 경찰과 1인 다 역, 김선근이 입후보자, 이 채, 강선애, 이승언 등이 마을 사람 외에 1인 다 역으로 출연해 독특한 연기 설정과 표현으로 시종일관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고 갈채를 이끌어 낸다.
장익렬의 무대, 정주연의 조명, 윤지식의 무대감독, 주재걸의 캘리그라피, Ludi의 일러스트, 김선구 오형준의 소품 등 스텝 모두의 열정과 기량이 하나가 되어, 극단 가교(架橋)의 박종상 예술감독, 오채민 작, 변영후 연출의 <그녀의 그네>를 세계시장에 내어보여도 좋을 독특한 연출력과 연기력이 제대로 감지되는 새로운 표현형식의 연극으로 탄생시켰다.
4월 15일 박정기(朴精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