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아 타르노보 여행의 정점인 차레베츠 성. 5~8세기 건립된 이 성은 협곡 위의 요새로, 불가리아 제국의왕궁과 동방정교의 중심지였다. 1396년 오스만 제국의 지배를 받기 전까지 불가리아와 비잔틴 제국 사이의 전쟁으로 성이 파괴되기도 복원되기도 했다.
- 바르나와 소피아 사이 산간지역 - 가장 큰 볼거리는 차레베츠 성 - 5~8세기 건립된 협곡 위 요새 - 비잔틴·오스만 제국 침략서 - 불가리아·동방정교 지켜내
- 카바마·타르토르 등 전통음식 - 맥주 한 잔 곁들이면 '소울푸드'
벨리코 타르노보는 바르나와 불가리아 수도 소피아 사이 중간쯤에 있는 산간 구릉지역이다.
바르나에서든 소피아에서든 타르노보까지 버스를 타고 가면 서넛 시간 걸린다.
소피아에서보다 바르나에서 타르노보로 가는 거리 풍경이 훨씬 정겹다.
도시를 벗어나 시골로 접어들면 해바라기들이 더없이 펼쳐진다.
그 풍경은 영화 '해바라기'에서 사랑하는 남편을 찾아 끝없이 펼쳐진 해바라기 숲 속을 걸어가는 여인을 떠올린다. 여행자들은 때로는 여행의 로맨스를 덧붙이는 즐거운 상상 속으로, 때로는 젊은 날의 로맨스를 더듬이면서
아름다운 과거 속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과거는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나와 함께 있고 미래로 가는 디딤돌이기에 아름답게 채색되어 간다. 그 채색의 과정을 타르노보에서 찾을 수 있을까?
타르노보의 과거를 어디서 찾을까?
타르노보 여행의 정점인 차레베츠 성(요새)에 과거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그 흔적을 찾아 버스터미널에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지역인 사모보드스카 차르시아(수공예 거리)를 지난다.
거리를 지나가면서 여행자의 눈길을 멈추게 하는 것들은 불가리아 유명 인물들의 동상과 흉상, 이콘(성화와 성상)을 파는 가게들, 건물 벽면 가득이 그려져 있는 그래피티들, 그리고 수공예 가게들이다.
좁은 골목길에 이어서 만나는 곳이 차레베츠 성으로 들어가는 입구 앞 광장이다.
비잔틴 시대 5세기에서 8세기에 걸쳐 건립된 성은 864년 동방정교를 국교로 택한 이후
1396년 오스만 제국의 지배를 받기 전까지 협곡 위의 요새로, 불가리아 제국과 비잔틴 제국 사이에 일어난
전쟁으로 파괴되기도 복원되기도 했다.
부침을 거듭했지만 성은 불가리아 제국의 왕궁과 동방정교의 중심지였다.
가장 높은 언덕에 있는 성모 승천교회를 중심으로 불가리아 정교의 유적들이 성의 안과 밖에 자리잡고 있다.
성모 승천교회에서 입구를 내려오면 도개교에 이른다.
도개교에서 수공예 거리를 바라보면 오른쪽으로는 불가리아 제국의 종교 유적들, 왼쪽으로는
오스만 터키의 전통 주택들이 있다.
종교 유적에는 40명의 순교자 교회(1230년), 성베드로 교회와 성바오로 교회(14C), 수도원들, 불가리아
마지막 주교였던 에프티미가 지냈던 성삼위일체 수도원(스베타트로이차) 등이 있다.
터키 전통 주택은 오스만 제국이 불가리아를 지배했던 시기 동안 건립된 것으로
아직도 터키인들이 생활하고 있는 곳이다.
그 지역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지역인 터키 샤프란볼루에 있는 전통 주택과 이를 둘러싼
자연환경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다.
에타르 민속사 박물관 안에 있는 장신구 제작소. 옛날 마을에서 장신구를 만들던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다.
성에서 다시 수공예 거리로 되돌아가는 좁은 골목길에서 만나는 것은
박물관들, 건축박물관, 현대사 박물관, 죄수 박물관, 집 박물관 등이 있다. 그 박물관들은 타르노보의 과거를 뽐내는 것 같다.
과거의 화려함은 프리워킹 투어에서 타르노보의 지역적 우월감, 자존심
으로 설명된다.
낮과 밤에 진행되는 투어 과정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투어는 낮에는 '역사 둘러보기를 통한 영광의 발견'인 올드 타운 여행,
밤에는 '거리예술과 도시문화의 이해'를 위한 대체 여행으로 이루어진다.
낮시간 올드 타운 투어의 역사 둘러보기에서는 불가리아가 언제나 외세의 침략에 저항하여 독립국가를 건설하고 불가리아 정교를 재건했다는 것이며, 그 발상지가 타르노보라는 것이다. 아센왕의 기념탑에서는 비잔틴의 지배(1018~1185)에 반란을 일으켜 '불가리아의 아테네'라고 불릴 정도로
제국을 번창시켰다는 것이다.
계속하여 투어의 진행자는 오스만 제국의 지배(1396~1878)에 저항하여 무장봉기를 성공시키고
최초의 불가리아 의회(1879. 4. 17)를 소집해 최초의 헌법을 제정한 곳도 타르노보라고 하면서
역사 둘러보기를 이어간다.
밤시간 대체 투어에서 '거리예술과 도시문화의 이해'는 수공예 거리(사모보드스카 차르시아)에 집중하여
타르노보가 불가리아에서 가장 오래된 거주지역으로 기원전 3000년부터 사람이 살았고 현재까지도
공예품 생산의 중심지라는 얘기다.
작가 에밀리얀 스타네프 생가에 이르러서 투어의 진행자는 제2차 세계대전 후 최고의 걸작이
그의 '복숭아 도둑'이며, 영화로 만들어졌다고 설명을 덧붙인다.
그 내용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불가리아 군인의 아내와 세르비아 죄수가 복숭아 정원에서
회오리 같은 사랑을 나누다가 결국 발각된다는 것이다.
낮과 밤에 걸쳐서 이뤄지는 타르노보 지역사와 지역문화의 자랑 듣기에 지친 여행자들은
한 잔의 장미 포도주를 곁들인 식사로 쉬어갈 수 있을 것 같다.
불가리아를 장미와 요구르트의 나라로 소개하고 있는 여행안내서에서처럼, 여행자들의 '소울 푸드'는 무엇일까? 지난해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불가리아 영화 '소울 푸드 이야기'에서 찾아볼까?
에타르 박물관 인근 고브로브 마을에 있는 전통가옥.
그 이야기는 불가리아 작은 마을의 저녁식사 테이블에 45년간
매일 밤 만나는 중년 남자 7명의 잡담이다.
그 남자들, 불가리아 전통주의자, 남성우월주의자, 기독교인, 이슬람교인, 공산주의자 등이 매일 밤 모여서 음식을 먹으며 일상적인 잡담을 나누다가 식사를 마치고는 헤어진다.
서로 다른 생각으로 달리 살아 온 중년 남자들을 묶어 주고
소통하게 만드는 자리가 음식 테이블이다.
서로 다른 정치관과 사회관, 남성관과 여성관을 가진 남자들이 유일하게
공유하고 공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현재 살아가는 삶의 공간인 마을이다.
그 계기가 되는 것은 음식이다.
음식 그 자체가 소울 푸드이다.
그 자체가 소울(정신)이기 때문에 음식은 자기 생각을 굳건히 지키게끔 만들고, 한국인 선교사 부부가 등장해
집시 여인을 개종시키는 것과 같이 생각을 바꾸도록 만든다.
'소울 푸드 이야기'는 식사 과정을 인간의 삶에 비유해 어린 시절의 삶을 '에피타이저(전채)'로, 젊은 시절을
'메인 디쉬(주요리)'로, 늙은 시절을 '디저트(후식)'로 다룬 터키 영화 '향신료의 촉감'을 다시 보게 하는 영화이다.
타르노보에서 한국인 여행자들에게 소울 푸드는 무엇일까?
그 여행자가 돼지국밥의 발생지인 경남 사람이라면 돼지갈비찜과 비슷한 카바마, 요구르트에 오이와 견과류를
섞어서 만든 타르토르, 돼지고기나 닭고기와 함께 각종 야채를 철판에 굽는 싸츠, 계란과 당근을 넘어서
만든 돼지고기 수육 같은 롤러 스테파니 등에서 어느 것일까?
아니 어떤 음식이든 맥주 한 잔을 곁들이면 소울 푸드가 될 것 같다.
차레베츠 성과 프리워킹 투어를 마친 여행자는 소울 푸드를 들고서는 다시 어딘가로 길을 떠날 것이다.
# 에타르 민속사 박물관과 아르바나시
- 전통 마을·생활방식 궁금하면 이곳으로
화려했던 영광의 도시 타르노보를 뒤로 두고 여행자는 옛 모습을 찾아서 고브로브 마을로 간다.
시외버스를 타고 1시간쯤 못 가서 마을 근처에 에타르 민속사 박물관이 있다.
이곳은 고브로브 마을 태생인 건축가 라자르 돈코브가 '고향을 떠나지 말고 옛 관습을 낮춰보지 마라'는
격언을 콘셉트로 하여 1964년 9월 7일 설립했다.
물의 낙차를 이용한 수력으로 모든 시설을 운영할 수 있는 야외 생태환경박물관이다.
내부는 민속촌과 전시관으로 되어 있다.
민속촌은 불가리아 전통 마을과 거리 풍물을 재현하고 있으며 전시관은 옛것을 재현한 사진·미술전시관이다.
민속촌에서 만나는 것은 목조 건물들과 그 사이의 좁다란 골목길, 물레방아들, 빨래터, 농기구와 대장간, 부엌,
장신구, 질그릇, 구리 제품 등 수공예 제품을 만드는 장인들의 모습과 작은 일터 등이다.
지붕 위에 십자가를 세워 교회로 사용하는 전통 가옥도 볼 수 있다.
그 만남은 전시관의 사진으로 이어진다.
사진들은 전통의상, 여성의 명절 의복, 고브로브 마을의 생활방식과 환경, 곤궁했던
시기 삶의 모습 등을 보여준다.
미술전시관에서는 마을에서 태어난 현대 화가들(아리 카타체프, 게우게니아 레파초바, 보리스 샤로브, 루시 간체브 등)의 약력과 작품을 사진으로 보여준다.
아르바나시로 가면 민속박물관에서 재현된 불가리아 옛 모습을 다시 찾을 수 있다.
아르바나시는 15세기 알바니아 기독교인들이 이뤘던 마을로 그 자체가 민속촌 같다.
불가리아 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는, 수백 년의 전통 가옥과 돌담들, 그 사이로 이어지는 좁은 돌담길, 기와로 덮인 지붕과 암수 열쇠로 장식한 대문, 그리고 불가리아 정교회와 성모 마리아 승천교회 등 종교 유적들도 산재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