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윤 칼럼(22-02)> 범띠해 트랜드 TIGER OR CAT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장림 깊은 골로 대한 짐승이 내려온다. ...” 위는 코로나로 힘든 작년에 독특한 음색과 춤으로 대한민국을 강타했던 7인조 밴드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의 가사로, 판소리 수궁가의 결정적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 판소리 열두마당 중 전하는 마당(춘향가, 적벽가, 심청가, 흥부가, 수궁가) 중 수궁가(水宮歌)의 한 대목을 소재로 삼았다.
수궁가는 약 100여 종의 판본이 전하며 판본마다 세세한 내용은 조금씩 다르다. 그러나 큰 줄기는 동해 용왕(龍王)이 병이 난 대목, 토끼 간(肝)이 약이라고 듣는 대목, 자라가 세상에 나아가 토끼를 수궁(水宮)으로 데려오는 대목, 토끼가 간을 두고 왔다고 거짓말하여 풀려나는 대목은 공통적이다.
‘토끼타령’ ‘별주부타령’ ‘토별가’ 라고 부르기도 하는 수궁가의 내용은 용왕이 병이 들자 약에 쓸 토끼의 간을 구하기 위하여 자라는 세상에 나와 토끼를 꾀어 용궁으로 데리고 간다. 그러나 토끼는 꾀를 내어 용왕을 속이고 살아 돌아온다는 이야기를 판소리로 짠 것이다.
수궁가에 ‘범’이 나오는 것은 “자라가 토끼를 찾으러 절벽을 오르다가 온 힘을 다 쓰고 마침내 절벽에 올라 저 멀리 토끼를 발견하고는 ‘토(兎)선생!’하고 부른다는 게 그만 힘이 빠져 ‘호(虎)선생!’하고 발음이 새어버렸다. 마침 그때 호랑이(범)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몸에 좋다는 자라로 만든 용봉탕(龍鳳湯)을 먹고 싶은 마음에 신이 나서 산을 내려온다”는 이야기다.
2022년 임인년(壬寅年)은 ‘검은 호랑이’의 해이다. 호랑이는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상징이며, 모든 사악(邪惡)함을 물리치는 용맹과 보은의 표상물이다. 호랑이와 관련된 사자성어 ‘호시우보(虎視牛步)’는 새해 메시지로 언급되고 있다. ‘호랑이와 같은 매서운 시각으로 사물을 직시하고 소와 같은 신중함으로 실행하라’는 이 경구는 위기의 시대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는 데 필요한 철학이다.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대표 김난도 교수)가 제시하는 2022년 한국사회 트렌드 주제어는 ‘TIGER OR CAT’이며, 대표 트랜드 키워드로 나노사회(Nano Society)를 꼽았다. 나노사회는 공동체가 모래알처럼 개인으로 흩어지고, 개인은 더 미세한 단위로 쪼개지는 시대를 의미한다. 나노사회는 트랜드 미세화를 촉발하며, 긱노동(gig work)을 마다하지 않는 노동의 파편화가 강해진다. 더불어 가정이 분해되고 사회 인프라와 유통이 세분화하는 특징이 있다.
나노사회(Transition into a Nano Society)와 더불어 머니러시(Incoming! ‘Money Rush’), 득템력(‘Gotcha Power’), 러스틱 라이프(Escaping the Concrete Jungle ‘Rustic Life’), 헬시플레저(Revelers in Health ‘Health Pleasure’), 엑스틴 이즈 백(Opening the X-Files on the ‘X-teen’ Generation), 바른생활 루틴이(Routinize Yourself), 실재감테크(Connecting Together Through Extended Presence), 라이크 커머스(Actualizing Consumer Power-‘Like Commerce’), 내러티브 자본(Tell Me Your Narrative) 등을 2022년 트랜드 키워드로 선정했다.
<머니러시>는 수입 파이프라인을 다변화, 극대화하고자 하는 노력, 물질주의화 현황으로 볼 수도 있지만 성장과 자기실현 수단으로 수입 창출에 나선다. <득템력>은 경제적 지불 능력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희소한 상품을 얻을 수 있는 소비자의 능력을 지칭한다. 상품 과잉 시대, 돈만으로는 자신을 표현할 수 없는 현대판 구별짓기이다.
<러스틱 라이프>란 자연과 시골 고유의 매력을 즐기면서도 도시생활에 여유와 편안함을 부여하는 라이프 스타일이다. <헬시플레저>는 소비자들이 더 이상 건강과 다이어트를 위해 고통을 감수하려고 하지 않는다. 건강(health) 관리도 즐거워야(pleasure) 한다. <엑스틴 이즈 벡>이란 새로운 40대인 X세대는 기성세대보다 풍요한 10대를 보내며 개인주의적 성향을 가지며, 자신의 10대 자녀와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한다.
<바른생활 루틴이>란 스스로 바른생활을 추구하며 루틴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신인류가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힐링을 도모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미세행복을 추구한다. <실재감테크>란 가상공간을 창조하고, 그 안에서 다양한 감각 자극을 제공하고, 인간의 존재감과 인지 능력을 강화시켜, 생활의 스펙트럼을 확장시키는 기술이며, 가상 원격과 현실의 경계를 매끄럽게 연결하는 새로운 경험이다.
<라이크커머스>란 동료 소비자의 ‘좋아요’에서 출발하는 소비자 주도 유통 과정, 각종 SNS의 발달과 마이크로 인플루언서의 탄생은 이제 ‘상시’ 쇼핑시대를 열었다. <내러티브 자본>이란 강력한 서사(敍事), 즉 내러티브를 갖추는 순간, 당장은 매출이 보잘 것 없는 회사의 주식도 천정부지로 값이 오를 수 있다.
TIGER or CAT? 호랑이냐, 고양이냐? 2022년 새해에 당신은 사회에서 사악함을 물리치는 용맹한 호랑이(tiger)가 될 것인지, 아니면 가정에서 애완동물 역할을 하는 고양이(cat)가 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변화하지 않으면 호랑이가 아니라 고양이가 된다. 검은 호랑이처럼 힘차게 포효(咆哮)하는 2022년이 되기를!
<사진> 트랜드 코리아 2022
글/ 靑松 朴明潤 (서울대 保健學博士會 고문, AsiaN 논설위원), Facebook, 8 January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