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저승 세계 명랑국의 정원사로 일하는 홍길동은 잠도 못 자고 괴로움에 시달린다. 이승 세계의 모든 것을 잊고 살고 싶은데, 오백 년 묵은 나무뿌리를 통해 날마다 이승 세계에서 자신의 이름을 불러대기 때문이다. 명랑국을 떠나 이승 세계로 왔다가 자칫 이레를 넘기면 다시는 명랑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형벌을 받고 요괴가 되고 만다. 그래서 홍길동도 이승 세계를 다녀올 엄두를 쉽게 내지 못한다.
그런데 ‘구름이’라는 길고양이를 돌보는 아이 ‘홍기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승 세계로 건너오고 만다. 홍길동은 기운이와 친구인 동우와 준서, 그 아이들의 부모님이 살아가는 모습에서 명랑국을 탈출한 ‘요괴’들을 발견하고, ‘요괴 추적자’가 되기로 결심한다.
홍길동은 몰래 장난질하는 요괴들을 추적하여 혼내려고 오백 년 전 『홍길동전』에서 익힌 신기한 재주를 모처럼 만에 발휘한다. 홍길동을 만나게 된 기운이는 마음과 얼굴이 점점 밝아지지만 홍길동은 어느새 명랑국의 율법인 ‘이레’가 코앞에 닥쳤기 때문에 일분 일초가 조마조마하다. 그런데 아뿔싸! 그때 홍길동의 돌아갈 길을 콱 막아서는 무언가가 나타나고 홍길동이 “니야옹!” 하고 비명을 지르는데……. 요괴 추적자 홍길동이 어떤 활약을 펼쳤는지, 마지막에 홍길동이 과연 어떤 운명을 맞이하게 됐는지 궁금한 친구들은 얼른 『홍길동이 나타났다』를 휘리릭 넘겨보면 좋겠다!
목차
1)작가의 말
2)누구세요?
3)길동이를 몰라?
4)학교에 간 길동이
5)요괴 추적자
6)호구 생활
7)이것이 조선식 호구다
8)아들을 아들이라 부르지 못하는
9)칼보다 날카로운 말
10)부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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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박혜선
1969년 경북 상주에서 태어났다. 1992년 새벗문학상에 동시 「감자꽃」, 2003년엔 푸른문학상에 단편동화 「그림자가 사는 집」이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2003년 제2회 푸른문학상에 단편동화 「그림자가 사는 집」이 당선되었다.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했으며, 지은 책으로는 동시집 『개구리 동네 게시판』, 『텔레비전은 무죄』, 『위풍당당 박한별』, 『백수 삼촌을 부탁해요』, 『쓰레기통 잠들다』, 『전봇대는 혼자다』(공저), 동화로는 『저를 찾지 마세요』, 『그렇게 안 하고 싶습니다』, 『옛날 옛날 우리 엄마가 살았습니다』, 『잠자는 숲속의 아이』, 그림책으로는『신발이 열리는 나무』, 『할머니의 사랑 약방』, 『우리 할아버지는 열다섯 살 소년병입니다』, 『소원』, 『낙타 소년』 등과 어린이 인문학 여행서 『떠나자! 그리스 원정대』(공저)가 있다. 제1회 연필시문학상과 제15회 한국아동문학상을 받았으며, 소천아동문학상, 열린아동문학상을 받았다. 동시 「아버지의 가방」, 「깨진 거울」이 초등, 중등 교과서에 실렸다.
출판사 리뷰
주요 독자 대상: 초등학교 중학년(3-4학년)
- 자신감을 잃어 버려 기죽은 어린이
- 장난이라는 핑계를 대며 자꾸 친구를 괴롭히는 어린이
- 요괴 추적자가 되고픈 어린이
- 자녀와 소통이 어려운 불만인 아빠
창작 취지
『홍길동이 나타났다』는 동화, 동시, 그림책 장르를 넘나들며 맹활약 중인 박혜선 작가의 판타지 동화이다. 최근 인공지능을 활용한 새로운 ‘인간형’이 등장하고 있는데, 아바타, 홀로그램, 가상인간 들이다. 엄밀히 따져보면『홍길동이 나타났다』에 등장하는 ‘홍길동’은 홀로그램이다.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을 되살리는 방법이 홀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조선 시대 허균이 쓴 고전 소설『홍길동전』의 주인공 ‘홍길동’은 스스로 개국한 ‘율도국’을 다스리다가 두 왕후와 함께 신선이 되어 홀연히 하늘나라로 갔다. 홍길동이 간 곳이 어디인지 아무도 몰랐는데, 동화 작가 박혜선이 추적하여 찾아냈고 그를 다시『홍길동이 나타났다』에 생생하게 되살려냈다. 박혜선 작가의 ‘상상의 지도’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① 홍길동은 어디에 있는가?: 저승 세계 명랑국의 정원사가 되었다. 칼의 기운을 지우고 흙의 부드러움을 마음에 익히고 있다.
② 명랑국은 어떤 곳인가?: 우리가 사는 이승과 오백 년 된 나무뿌리로 교신하고 있다. 나무뿌리는 위성 전화이며, 차원을 넘나드는 비밀 통로이다.
③ 홍길동이 왜 필요한가?: 홍길동이 세상을 떠난 지 오백 년이 지났고, 그가 살던 조선 시대와 사는 모습은 많이 달라졌지만, 그가 다시 와서 꼭 해야 할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④ 홍길동을 어떻게 부르나?: 고전 시가 〈구지가〉에 방법이 있다. 필요한 사람이 애타게 부르면 된다. 제사장이나 무당이 혼을 부르면 영혼이 나타나듯 무조건 간절히 부르면 오게 되어 있다. 어떻게 장담하는가? 명랑국 정원사 홍길동의 재주와 정의심(의협심)이 생생하게 살아있기 때문에 불쌍한 사람의 간절한 목소리를 외면하지 못하고 반드시 응답하게 되어 있다.
『홍길동이 나타났다』의 의의
① 홍길동의 재탄생: 『홍길동전』은 몰라도 ‘홍길동’은 안다는 말이 있다. 조선 시대 유학자인 허균이 쓴 최초의 한글소설 『홍길동전』은 조선 후기 최고의 인기 소설이었다. 도처에서 방각본(판매를 위한 출판물)이 유행했다. ‘홍길동’은 그야말로 최고의 아이콘이 되었다. 그러나 그런 홍길동도 그냥 그대로 놔두면 전형화 되고, 생명력 없는 화석으로 굳어진다. 그러기 전에 ‘홍길동’을 다시금 생생하게 구현한 점은 의미가 클 수밖에 없다.
② 요괴의 재해석: 요괴는 그야말로 요상스런 괴물이다. 동서양의 고금을 통해서도 다양한 요괴가 상상되고 창조되었다. 요즘엔 우주 괴물까지 형상화 되고 있다. 그러나 『홍길동이 나타났다』에 등장하는 요괴는 어떤 면에서 불교적, 도교적 성향을 띤다. 불도를 구하러 떠난 현장 법사 일행이 맞딱드리는 수많은 요괴가 인간의 마음에 내재하는 탐욕을 상징하듯이, 마음 씀씀이에 따라 순식간에 천사가 되고 요괴도 되는 것이 우리 인간이다. 그래서 『홍길동이 나타났다』에서는 요괴를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그려내어 홍길동이 요괴 추적자가 되었듯이, 우리도 『홍길동이 나타났다』를 읽으면서 각자의 심중에 숨어 살고 있는 요괴를 잡아내야만 한다.
③ 현실을 응시하고 치유하는 판타지: 어린이 독자를 ‘친절하게 대해야만’ 한다는 생각에서 귀여운 상상력만 펼치다 마는 허무맹랑한 동화도 가끔 눈에 띈다. 그러나 『홍길동이 나타났다』는 그 반대다. ‘판타지’의 형태를 빌려 무심결에 지나치는 아이들의 ‘불합리’한 세계를 정밀히 진찰하고 치유를 해준다.
④ 홍길동의 리더십: ‘꼰대’라는 말이 있다. 별 도움 안 되는 시답잖은 잔소리를 늘어놓거나 시대착오적인 주장을 고집스레 주장하는 사람에게 쓰는 말이다. 비록 ‘서자(서얼)’이기는 하지만, 엄연한 유학 교육(홍길동은 총명하여 사서삼경에 통달하였고, 특히 주역을 깊이 공부했다.)을 받은 홍길동이 요즘 아이들에게 공자 왈 맹자 왈 주절걸리며 다가섰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단박에 ‘꼰대’가 되고 말았을 것이다. 『홍길동전』에서 칼을 쓰던 홍길동이 『홍길동이 나타났다』에서는 정원사가 되어 흙을 다룬다. 고전에서는 홀로 빛나던 ‘리더십’을 자랑하던 홍길동이 『홍길동이 나타났다』에서는 어떤 면에서는 아이들을 잘 몰라서 쩔쩔 매고 겁을 먹는다. 인내심을 가지고 아이들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돕는 보조자 ‘리더십’을 보여준다. 상호 존중하고 배려해야만 하는 오늘날의 가치를 드러내는 것이다.
* 『홍길동이 나타났다』의 주제
① 장난도 폭력이다: 동우와 준서가 기운이에게 하는 장난은 ‘폭력’이다. 장난으로 했는데, 놀다가 그랬는데, 하는 ‘폭력’이 아이들 세계에 안개처럼 퍼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 바로잡아야 한다. ‘쟤는 원래 그래요.’ 하는 준서의 말이 기운이에 대한 편견과 차별로 이어진다면 그것 또한 엄연한 폭력이다.
② 강요하는 출세지향주의: 동우와 준서는 영재 교육원 응시를 앞두고 있다. 그것이 주변 어른들에게도 큰 관심이다. 영재 교육을 받고 좋은 대학교를 나와서 남 보기에 번듯한 사람이 되는 게 삶의 정석이라고 어릴 때부터 억압하는 것이다. 그래서 조용히 있기를 좋아하고 그림을 그리며 자연과 소통하려는 기운이는 ‘별다른’ 품종이 되는 것이 다. 자칫 ‘애당초 싹수가 노란’ 새싹이란 낙인이 찍힐 수 있다.
③ 잘못이 있다면 어른도 아이에게 사과한다:
홍길동은 집안 망칠 ‘역적’이 될까 봐 걱정하는 아버지 때문에 집을 떠났지만, 기운이네 아버지는 ‘자신의 성에 차지 않는 감성적이고 내성적인 기운이’ 때문에 속상해서 ‘아들을 아들이라 부르지 못하는’ 아빠였다. 하지만 끝내 자신의 ‘질투 요괴’ (내 아들이 남의 아들보다 못해서 괴롭다, 자존심 상한다는.)를 극복하고 진심으로 기운이에게 사과하는 장면은 『홍길동이 나타났다』의 백미다. 좋은 어른이 되는 길은 아주 간단하다. 잘못을 깨달았으면 아기에게, 강아지에게, 새에게, 꽃에게, 흙에게, 물에게라도 깨끗이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면 되는 것이다.
④ 홍길동은 무엇인가?: 진짜로 홍길동이 사는 명랑국이 있을까? 동화작가 박혜선이 있다고 했으니 분명히 있을 것이다. (설마 동화작가가 거짓말을 일삼으랴?) 그럼 홍길동은 귀신인가, 사람인가? 그건 아무도 모른다. 가상인간에 게도 ‘인격’을 부여해야 한다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세상이니 홍길동도 곧 그런 대접을 당연히 받을 것이다. 그건 그렇고, 아무튼 홍길동은 무엇일까? 그것은 어린이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한 관심의 눈이며 마음이다. 우리는 우리 사회에 대해서 무심해서는 안 된다. 무심한 것이 ‘쿨’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무관심이며 무책임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더 환해지고, 우리 어린이들이 더 밝은 마음으로 사는 사회가 되려면 홍길동이 여기저기에 많이 나와야 한다. 홍길동이 변신술을 써서 조선 팔도 도처에 동시에 출현했듯이 ‘체념하고 기죽은 기운이’의 편을 들어주고 용기를 북돋아주는 홍길동이 앞으로많이 나와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