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리포트]
 
이젠, 카톡으로… 편의점서…
 
- 카카오뱅크·K뱅크, 인터넷은행 인가, 내년 상반기부터 영업 시작해
- 오프라인 지점 없이 온라인 금융거래, 365일 24시간 은행 업무 가능 ‘새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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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은행 점포를 방문하는 것만큼 스트레스가 큰 일도 없다. 상사 눈치를 보면서 점심때나 업무시간 중에 몰래, 그것도 은행 영업시간이 끝나기 전에 들러야 한다. 특히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에 잘못 걸리면 한 시간을 넘기는 것은 기본이다. 대출신청이라도 하는 날이면 옷차림까지 살피는 수고까지 겪어야 한다.
신규계좌 개설도 스마트폰으로 OK
앞으로는 이 같은 불편이 많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와 K뱅크가 지난달 29일 금융위원회로부터 인터넷 전문은행 예비인가를 받고 내년 상반기 영업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전문은행은 오프라인 지점 없이 온라인으로 금융거래를 하는 은행을 말한다. 지점 유지비용이 줄어든 만큼 대출금리는 낮아지고 예금금리는 높아지는 것이 장점이다. 게다가 핀테크(금융+IT)를 활용해 특화된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반드시 은행지점을 방문해야 가능했던 신규계좌 개설도 PC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할 수 있다. 신분증 사진을 찍어 스마트폰으로 보낸 뒤 은행직원과 영상통화로 본인 확인만 하면 끝이다.
오후 4시면 문을 닫는 기존의 은행지점과 달리 365일 24시간 은행업무를 볼 수 있다는 장점도 빼놓을 수 없다. 창구 직원 대신 인공지능시스템인 ‘금융봇’을 활용해 고객이 원하는 시간이면 언제든 상담을 하는 것이 가능하다. 자산 상태를 분석하고 경제 상황에 맞춰 자동으로 포트폴리오를 짜주는 ‘로봇 어드바이저’를 통해 일반 고객들도 고급 금융서비스인 개인자산관리(PB)를 제공받을 수 있다.
카톡으로 은행 업무···공중전화 부스를 ATM으로
자신들만의 장기를 충분히 발휘하는 서비스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카카오·국민은행 등이 참여한 카카오뱅크는 ‘국민메신저’인 카카오톡 안에서 모든 금융서비스를 끝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친구와 카카오톡으로 대화하는 중 결혼식 축의금을 대신 내달라고 부탁할 때 카카오뱅크 이용자끼리는 계좌번호 없이 간단하게 송금하는 것이 가능하다.
대출 상담이나 심사에도 카카오톡을 활용한다. 신용정보는 물론 카카오톡과 카카오스토리에 올라온 정보 등을 활용해 기존 은행에서는 대출받기 어려운 저신용자들에게도 10%대 중금리로 대출해 주겠다는 계획이다. 예금이자도 일반 은행과 달리 현금은 물론 카카오택시 포인트, 예스24 상품권, 넷마블 이용권 등으로 제공할 방침이다.
KT·우리은행·GS리테일·한화생명 등이 주주인 K뱅크는 스마트 무인점포에 승부수를 던졌다. GS리테일의 편의점, 우리은행의 ATM은 물론 KT의 공중전화 부스 등에 스마트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설치해 본인인증과 계좌개설, 대출, 자산관리 등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스마트폰이나 인근 은행지점이 없는 산간 오지 부대에서도 공중전화 부스 등에 설치된 ATM으로 은행업무를 보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이야기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대출심사도 기대를 모을 전망이다. 금융이력만이 아니라 통신요금, 온라인 쇼핑몰, 카드 사용내역 등을 활용한 평가모형을 구축해 은행 신용평가가 이뤄지지 않는 대학생, 주부, 소상공인 등에게도 10%대 중금리 대출을 제공할 계획이다.
일본 인터넷은행 연 32% 성장
인터넷은행이 우리나라에서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일본은 지난 2000년 인터넷은행이 처음 생겨난 이후 연평균 32%의 고속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일반 은행보다 8배나 높은 예금금리를 제공하는 덕분에 지난해 예금잔액이 10조 엔(약 94조 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독일의 피도르 은행도 ‘1분 안에 대출해준다’는 슬로건을 내걸어 출범 7년 만에 30만 명의 고객을 모았다. 미국 최대 인터넷은행으로 성장한 찰스 슈워브 역시 모기업 증권사를 기반으로 고객자산을 직접 운용해 수익률을 높이는 방식으로 신규 고객을 늘려나가고 있다.
국내 인터넷은행들도 이 같은 성공을 거둘 것이라 장담하기는 아직 이르다. 하지만 아프리카 국가보다도 경쟁력이 떨어진 국내 금융산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메기 효과’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수족관에 메기 한 마리를 넣어두면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도망 다니느라 미꾸라지들의 생존력이 더욱 강해지는 것처럼, 기존 은행들도 제 살길을 찾기 위해 치열하게 서비스 경쟁에 나설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은 인터넷은행에 맞서기 위해 스마트폰 뱅킹을 통한 중금리 대출상품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서민들의 ‘은행 스트레스’가 줄어드는 것만으로도 카카오뱅크와 K뱅크란 ‘메기’의 등장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국명 IT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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