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자경, 집안일(요리) 24-3, 무말랭이 만드는 대신
강자경 아주머니가 미역국을 끓여 드신다고 해서 국거리를 사서 아주머니 댁으로 간다.
아주머니 댁에 들어서는데, 이분순 권사님이 텃밭을 정리하고 계신다.
“권사님, 안녕하세요? 좀 도와드릴까요?”
“아이고, 아니야, 아니야. 내가 하는 게 편해. 자경 씨 집에 뭐 사 가는 거예요?”
“아, 아주머니가 미역국 드신다고 하셔서 소고기 좀 샀어요.”
“그래, 국 끓여서 먹으면 되지. 저번에 보니까 잘하더만.”
이분순 권사님 만나 반찬 만드는 이야기가 나온 김에 지난번 이야기했던 무말랭이 함께 만들자고 부탁드린다.
“아, 권사님. 지난번에 시간 괜찮으실 때 무말랭이 만드는 거 알려주신다고 하셨죠?
혹시 언제쯤 괜찮으신지 말씀해 주시면 제가 아주머니랑 장 봐 놓을까 해요.”
“무말랭이? 만들면 만들 수는 있는데, 그건 손이 많이 가서….”
이분순 권사님이 잠시 생각하시더니 말씀하신다. 무말랭이는 사서 먹는 게 낫겠다고.
만들려면 번거롭고 재료도 많이 든다고 하신다.
또 강자경 아주머니도 나이가 있으니 이가 그렇게 좋지는 않을 텐데,
갓 담근 무말랭이는 딱딱하고 질겨서 씹기가 힘들다고, 좀 오래 삭힌 무말랭이를 먹는 게 좋다고 하셨다.
그러면서 이분순 권사님 댁에 작년에 담근 무말랭이가 있는데, 나중에 갖다주겠다고 하신다.
“내가 나중에 들를게. 얼른 자경 씨한테 가 봐요. 나도 하던 거 마저 하려고.”
이분순 권사님은 다시 밭일하러 가시고, 직원은 강자경 아주머니가 미역국 끓이는 걸 돕는다.
국이 끓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이분순 권사님이 아주머니 댁에 오셨다.
“자, 자경 씨. 무말랭이하고 도라지무침. 냉장고에 넣어 두고 먹을 만큼만 덜어서 먹어요.”
반찬통 두 개를 주시고는 미역국 끓이는 것도 함께 살펴 주신다.
“미역국 끓이고 있네, 잘하네. 그런데 불이 너무 세다.
이런 고깃국은 중약불에서 은근하게 끓여야 고깃국물이 우러나서 맛있어요. 불 조금만 낮춰서 천천히 끓여봐.”
강자경 아주머니가 평소에 반찬은 잘 챙겨 먹는지 걱정하며 아침에 먹다 남은 닭갈비가 든 냄비도 살펴보신다.
“이건 뭐야? 닭고기네. 밥은 잘 챙겨 먹나 했는데, 나보다 더 잘해 먹네. 다행이다.”
오늘 이분순 권사님 말씀을 들으며 여러 생각이 든다.
먼저, 때로는 만드는 것보다 사 먹는 게 나은 반찬이 있다는 걸 배웠다.
가끔 집에서 부모님께, 또는 주변에 알고 있는 주부들에게 종종 들었던 이야기였다.
‘그건 사 먹는 게 나아.’라는 말.
오늘 이분순 권사님을 통해 그 말이 떠올랐다.
어쩌면 반찬을 만들기 전에, 그걸 만들어 먹는 게 나을지 사 먹는 게 나을지를 묻는 게 우선이겠다.
강자경 아주머니와 미역국을 끓이면 처음에는 늘 가벼운 맛이 났다.
어떻게 하면 깊은 맛이 나는 미역국을 끓일 수 있을까 했는데, 불 세기를 조절하는 데 답이 있었다.
강자경 아주머니가 만들 수 있는 반찬이어도, 더 맛있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이웃에게 물어볼 수도 있겠다.
강자경 아주머니는 주로 국을 끓여 드시고 밑반찬은 반찬가게에서 사 드신다.
덕분에 다양한 반찬을 끼니마다 챙겨 드실 수 있다.
“나보다 더 잘해 먹네.”라던 이분순 권사님 말씀에서,
일전에 권사님이 혼자 살다 보니 찌개만 끓여서 간단히 식사를 챙겨 드신다고 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혼자 지내면서는 밑반찬은 잘 만들지 않게 되었다고.
가끔 강자경 아주머니가 반찬 살 때, 이분순 권사님께도 나눠 드리면 어떨까.
때로는 이분순 권사님과 강자경 아주머니가 함께 반찬 사러 가도 좋겠다 싶다.
오늘 무말랭이는 만들지 못했지만, 이웃들과 함께할 수 있는 일은 더 풍성해졌다.
2024년 2월 27일 화요일, 신은혜
불 조절에 따라 음식 맛이 달라지는 것도 배웠고 만들어 먹을지 사 먹을지 음식에 따라 선택하는 것도 배웠어요.
주인 집 할머니가 계셔서 강자경 아주머니 댁의 냉장고는 걱정이 없네요. 신아름
‘요리사회사업’ 책을 내셔야 할 듯요! 아름답고 뭉클합니다. 월평
첫댓글 권사님의 잔소리와 참견이 고맙고 반갑습니다.
"저번에 보니까 잘하더만", "내가 나중에 들를게", "미역국 끓이고 있네, 잘하네.", "나보다 더 잘해 먹네. 다행이다." ... 일지 곳곳에서 신은혜 선생님께서 평소에 어떻게 두 분 사이를 주선하셨는지, 또 강자경 아주머니를 어떻게 대하셨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