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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규의 발걸음은 붙잡았지만 그는 한다를 향해 돌아서진 않았다. 태규의 뒷모습이 이렇게 크고 길게 보인적은 없었던 것 같았다.
자신에게 싸늘해진 그의 행동이 그를 다시 만났다는 잠깐의 기쁨을 채 실감하기도 전에 냉혹하게 한다에게 다가왔다. 하지만 더
이상 주저하거나 망설일 수는 없었다. 그녀는 그에게 꼭 해야 할 말이 있었다.
입술을 떼기도 전에 그에 대한 미안함이 지난 시간들과 함께 밀려와 눈에 물기가 채워져 왔다. 태규의 뒷모습이 물기에 젖어 뿌
옇게 흐려지고 있었다. 한다의 목소리도 가늘게 떨려왔다.
“미안해...... .”
자신에게 돌아서지 않는 태규를 향해 울지 않으려고 애쓰며 다시 입을 열었다. 울어선 안돼었다. 그에게 했던 자신의 잘못을 꼭 사
죄하고 싶었다. 울음에 묻혀 아무 말도 못하고 그를 보낼 수는 없었다.
그도 자신을 그리워했다고 했다. 그가 자신 때문에 많은 시간을 힘들어 했다고 했다. 또다시 오해를 만들어 후회스런 시간들을 만
들 수는 없었다. 이번이 마지막이다.
“그때...... . 난 아마 겁이 났었나봐. 너가 너무 어려서 나한테 자신이 없었어. 난 계속 늙어 갈거고 너 주변엔 그 나이에 어울리는
어린 여자들이 생길지도 모르는데...... . 시간이 지날수록 난 그 여자들과 비교되어 갈 테고 그러다 보면 너가 다른 곳으로 눈을 돌
릴 것 같아 두려웠어. 조바심 태우며 널 내안에 두려고 치졸하게 굴 내 모습이 보였어. 결국 너가 나에게 질려 다른 여자를 보게
된다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래서 내가 널 먼저 버린 거야. 너무 화가 나서...... . 날 속인 널 믿을 수가 없어서....... . 그래서
나에 대한 너의 사랑도 의심했었어. “
너무 늦었지만 너무 늦어버렸지만 한다는 그에게 말하고 있었다. 자존심 때문에 아무에게도 드러내지 못했던 그녀의 진실을 이
제야 태규 앞에 모든 걸 버리고 털어놓고 있었다.
한다는 멈추지 않고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
“몰랐어. 그렇게 내가 널 버리면 내가 입을 상처가 없을 줄 알았어. 내가 너에게 상처를 주면 난 너로 인해 상처를 입지 않을 거라
여겼어. 그런데 그게 아니었어.
너만 생각하면 죽을 듯이 아파. 어리석었던 내 모습이 미치도록 후회돼. 너에게 버림받는 게 겁이 나서 널 버릴 만큼 난 너가 너무
좋았나봐. 미안해. 널 믿지 못했던 날 ...... . 용서해줘. 너한테 심했던 나를 ...... . “
태규는 그녀의 고백을 한마디도 놓치지 않은 채 듣고 있었다. 그녀의 것이었던 크리스탈 메달이 자신의 것과 매듭지어있는 것을
봤을 때 태규는 다른 건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한다를 만나야겠다는 생각만으로 코트만을 걸친 채 집에서 뛰쳐나온 태규는
무작장 수원에서 택시를 타고 강남에 있는 그녀의 집으로 왔다. 그녀가 집에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자신이 집에서 휴대폰
조차 갖고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를 보지 않고는 도저히 갈 수 없었다. 그렇게 태규는 어둠이 밀려올 때까지 한다 집 앞에서 하염없이 그녀를 기다렸다. 그러
나 그녀의 대답은 그를 또다시 무너지게 만들었다. 자신의 것이 아니기에 돌려줬다는 한다의 대답은 그의 기대를 무참히 짓밟아
버린 것이다.
희망이라는 작은 불씨를 끝까지 놓지 않으려 했던 자신이 너무 바보스러워 태규는 자신에게 화가 났다. 그런 그였기에 지금 들려
오는 한다의 고백은 너무나도 뜻밖이어서 그의 몸을 굳어지게 만들었다.
복도는 겁이 날 만큼 조용했다. 자신에게 등을 보인 채 그대로 멈춰선 태규가 한다는 두려웠다.
“가지마. 이대로 날 두고 가지마.”
그녀의 목소리가 태규의 온 몸을 적셨다. 그리고 그가 천천히 한다를 향해 몸을 돌렸다. 태규의 눈에 한다를 담는다.
“다시 만나게 된 이후로 널 왜 그렇게 부르냐고 물었었지? 누나라고 부르라고 했어.”
그와 헤어질 때 화가 나서 뱉었던 말을 한다는 잊고 있었다. 지금 태규가 말을 꺼내기 전까진.
“난 널 누나라고 부를 수가 없었어. 나한테 넌...... . 예전에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그냥 한다야. 나에게 넌 누나가 될 수 없어.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넌 최 한다라는 내게 단 하나의 여자야.”
“흑...... .”
태규의 말이 뭘 의미하는지 알기에 한다는 참았던 눈물을 토해냈다. 너무나도 뜨거운 눈물이었다. 태규가 천천히 걸음을 옮겨 그
녀에게로 다가와 망설임 없이 한다를 끌어안았다.
간절했던 그의 품에 안긴 한다는 태규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흐느꼈다. 그녀의 떨림에 더욱 세게 한다의 허리를 감싸 안던 태규가
살며시 몸을 띄었다.
젖어버린 한다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쓸어 목 뒤로 가지런히 잡으며 다른 한손으로 뺨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한다의 눈을 바라
보는 태규의 눈도 촉촉하게 빛났다.
“최 한다. 너무 부르고 싶은 이름이었어.”
태규의 입술이 부드럽게 한다의 입술에 닿았다. 차갑고 메마른 그녀의 입술을 감미롭게 적시던 태규의 입술이 잠시 떨어졌다 또
다시 감싸왔다. 두 눈을 감은 한다의 뺨 위로 흐르던 눈물이 조용히 멈췄다. 그의 키스는 그 언제 나와 다름없이 너무나도 부드러
웠다.
* * *
오후 3시 35분
혜수는 시계를 쳐다보는 걸 멈췄다. 조 태규 그는 결국 나타나지 않았다. 영국으로 두 장의 티켓을 끊어 한 장을 그의 손에 전해주
면서도 혜수는 한편으로 불안했었다. 그리고 공항에서 태규를 기다리면서 혜수는 자신이 느꼈던 불안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게
되었다.
계속 해서 받지 않는 태규의 휴대폰 번호로 다시 한번 전화를 건다. 역시나 신호음만 계속해서 울릴 뿐 기다리는 그의 목소리는 들
리지 않았다. 혜수는 포기 하지 않은 채 계속 되는 신호음을 듣고 있었고 드디어 딸깍. 그렇게 기다리던 기계음이 들렸다.
“여보세요? 태규씨? 태규씨 어디에요?”
그가 영국으로 가지 않을 거라는 결심을 했다는 걸 예감으로 알면서도 혜수는 티끌만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다급하게 물었다.
- 민 혜수 씨죠?
천천히 들려오는 음성은 그가 아닌 그의 어머니였다.
- 태규가 전화기를 놓고 나갔네요. 공항이신가요?
“네.”
- 태규는 그 곳에 가지 않을 것 같네요. 어쩌죠...... . 죄송합니다.
그가 아닌 그의 어머니의 음성이 들려왔을 때 이미 혜수는 마지막 가늘게 가졌던 미련마저도 놓아야 한다는 걸 알았고 조 태규 그
남자를 완전히 놓았다. 씁쓸한 미소가 입가에 퍼졌다. 남자에게 조차 당당했던 민 혜수가 그의 음성조차 듣지 못한 채 보기 좋게
차인 것이다.
“조태규!”
공항을 뒤 흔드는 여자의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터져 나왔다.
“조 태규! 가지마! 너에게 할 말이 있어! 너에게 꼭 해야 할 말이 있어! 제발 가지 말고 내 말을 들어줘! 이렇게 널 보낼 수 없어! 내
말 듣고 있어? 여기 방송실이야. 이곳에서 기다릴게. 제발 내게로 다시 돌아와 줘!”
그 남자가 오로지 바라보던 그 여자가 그를 찾고 있었다. 다른 곳을 보고 있다고 생각했던 그 여자 또한 그 만을 바라보기로 한 것
같다. 결국 저들은 다시 만날 것이다.
스피커로 울려 되는 여자의 음성에 동요하는 사람들을 지나 혜수는 16시 20분 출발하는 영국행 게이트 앞으로 흔들림 없이 걸어
갔다.
혜수 앞에 서있는 신혼부부가 티격태격 거리고 있다. 어깨동무를 하고 나란히 서면 옆구리 쪽으로 하트가 완성되는 커플티를 똑
같이 입은 신혼부부는 티격태격 거리느라 서로에게 반 쪽 식만 그려진 하트 모양이 깨졌다 완성 되었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입술을 삐죽거리며 신부가 겨우 완성된 하트를 깨버리며 신랑을 향해 쏘아 붙였다.
“누구야?”
“정말 모른다니깐...... . 내가 자기 말고 또 여자가 어디 있다구 그래??? 그냥 동명이인이라니깐...... . 진짜 진짜 모르는 여자야!”
“진짜 몰라? 자기 이름 부르면서 가지 말라잖아? 방송실에 가서 직접 확인해 보자니깐!”
“자기 정말 자꾸 왜 이래? 비행기 곧 출발하잖아. 정말 저 여자가 나랑 관련 있는 여자면 내가 조 태규가 아니라 졸 태규다.
됐지!! 자자 가자~”
답답해 미치겠다는 표정의 신랑이 의심의 눈초리로 계속해서 쏘아 보는 신부의 어깨위로 억지로 팔을 두르며 승무원에게 티켓을
급하게 확인시키고 게이트를 통과했다. 다음 차례인 혜수에게 티켓확인을 권하던 남자 승무원이 갑자기 걸려온 호출에 양해를 구
하며 무전기를 입으로 가져갔다.
“방금 여자 승객분과 게이트를 통과하셨습니다.”
짧은 대답을 마친 남자 승무원이 친절한 미소를 머금으며 혜수의 티켓을 확인한다. 혜수는 승무원이 건네주는 티켓을 받아들며
홀로 게이트를 통과했다.
* * *
띠리릭!
한다가 집 현관의 비밀번호를 누르자 태규가 한손으로 손잡이를 돌려 현관문을 열었다. 그의 다른 한손은 한다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다. 다시는 한다를 놓지 않으려는 듯 그의 손은 그녀를 자신에게 밀착시켰고 그의 입술도 그녀의 입술을 놓지 않았다.
찰칵!
등 뒤에서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둘만의 공간으로 들어오자 태규는 그대로 한다를 벽쪽으로 세우며 그녀와의 키스
를 이어갔다. 바닥을 향해 있던 한다의 팔이 그의 목을 감싸 안았다.
오랜 시간 너무 많이 그리워했던 그들은 그 시간만큼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떨어질 줄 몰랐다. 한다 앞에서 머뭇거리던 태규
는 없었다. 태규 앞에서 머뭇되던 한다도 없었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연인들에겐 더 이상 그런 불필요한 감정 따위는 필요 없
었다.
서로의 혀가 애타게 갈망하며 붙었다 떨어졌다 다시 엉키었다를 반복했다. 태규와의 짜릿하고 감미로운 키스에 그의 목을 감싸
안기 위해 바짝 들어 올렸던 발가락에 힘이 풀려간다. 온몸에 힘이 빠져버리는 것 같은 한다의 허리를 태규가 감싸 안고 있지 않
았다면 한다는 그대로 차가운 현관바닥에 주저앉아 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아...... .”
한다의 입에서 짧은 숨소리가 새어 나오는 것과 동시에 센서로 작동되었던 현관 등이 타이머에 도달하여 자연스럽게 꺼졌다. 한
치 앞도 분간 할 수 없는 어둠이 꼭 붙어 안은 그들 앞에 나타났다. 그제서야 그의 입술이 그녀에게서 살며시 떨어졌다. 겨울밤의
어둠은 더욱 짙다. 칠흙 같은 어둠이었지만 마주 선 그들은 서로가 보이는 듯 마주보며 서있었다.
한다는 어둠속에서도 그의 뜨거운 눈빛을 느꼈다. 방금까지 키스를 나누었는데도 한다는 태규가 자신 앞에 서있다는 것이 믿을
수 없어 가슴이 설레였다. 그녀 몸의 모든 세포들이 나는 이 사람을 사랑해. 미치도록 사랑해. ’ 라며 속삭이는 것 같아 머릿속이
어질해 질 지경이었다.
자신도 모르게 그에게 뻗은 손은 허공에서 그의 손에 붙잡혔다. 태규도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던 것이다. 그녀의 손을 잡은 태규
의 커다란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의 손은 땀으로 축축히 젖어 있었다. 그리고 불같이 뜨거웠다.
“믿 ........ 쿨럭!”
태규가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에 말을 잇지 못하고 잔 기침을 하자 한다가 짧게 웃었다. 보이진 않지만 아마 태규도 지금 한다가 좋
아하는 그의 매력적인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을 것이다. 목소리를 가다듬은 태규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 믿을 수가 없어. 그동안 날 그리워했다는 말 ...... . 가끔은 아직도 날 잊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긴 했어. 하지만 곧 아닐
거라고 생각하게 되었지. 내가 먼저 너에게 다가갔어야 했는데 넌 나와 다를 거라는 생각에 그러지 못했어.”
“미안해. 내가 심했어.”
“나도 미안해. 널 잊으려고 해서...... . 하지만 잊을 수가 없었어.”
“나도 그랬어. 날 용서해 주는 거야?”
“나는 널 용서할 수 없어. 단 한 번도 널 미워한 적이 없으니깐...... .”
진지한 태규의 말투에 그의 마음이 전해져왔다.
“메리크리스마스”
귓 속을 가지럽히는 듯 한 그의 음성이 귓가를 스치고 그녀의 콧 잔등위에 입맞춤을 해왔다. 그의 입맞춤이 닿은 곳에 전기가 오
듯 찌릿함이 전해졌다. 이어져 그의 입술이 아랫입술을 촉촉이 적셔오자 한다는 온몸에 간질 간질한 소름이 퍼졌다. 살짝 떨어졌
다 느꼈던 태규의 입술은 이번에는 그녀의 윗입술을 적셨다. 온 몸을 타고 흐르는 전율에 그녀도 모르게 살짝 입술이 열렸고 태규
의 혀가 다시 밀려들어왔다. 그의 양손이 그녀의 허리를 힘주어 끌어안았고 그녀도 그의 등에 팔을 감았다.
다시 시작된 키스에 참을 수 없는 뜨거운 그의 숨결이 섞여 있었다. 타는 듯 뱉어내는 그의 숨소리에 한다는 더욱 더 몸이 달아올
랐다.
“안고 싶어.”
입술을 떼지 않은 채 그가 말했고
“나도 그래.”
입술을 떼지 않은 채 그녀도 대답했다.
어느새 어둠에 익숙해진 연인은 손을 맞잡은 채 침실로 들어섰다. 태규는 창문을 모두 가린 커튼을 힘차게 열었다. 도시의 불빛이
깜깜한 침실 안으로 은은하게 퍼져 들어왔다. 태규 옆에서 바라보는 창밖의 풍경은 조금 전 한다가 전혀 느끼지 못했던 아름다운
도시의 화이트 크리스마스 모습 자체였다. 그러나 태규는 그녀에게 화이트 크리스마스 풍경을 만끽할 시간을 더 주지 않았다.
마주잡은 손을 끌어당겨 한다를 자신 앞에 세운 태규는 도시의 불빛에 그녀를 차근차근 눈으로 살펴갔다. 사무치게 그리웠던 여
자다. 이 여자가 그리워 밤을 지새웠던 날들을 헤아릴 수 조차 있을까? 지독했던 그리움을 뭐라 표현 할 수 있을까? 보고 싶었던
그녀가 자신 앞에 있다. 그녀의 눈동자에 자신의 모습만이 가득하다.
태규는 손가락사이로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조심스럽게 그녀의 하얗고 길게 뻗은 목선으로 손길을 쓸어내렸
다. 한다가 간지러운 듯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살며시 돌리자 그녀의 가냘픈 목선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너무나도 아름답다.
그의 손가락이 부드럽게 목에서 턱으로 올라가 그녀의 입술 선을 따라 그리운 손길을 더듬고는 코끝을 스쳐 오똑한 콧날을 지나
갔다. 감은 두 눈 아래로 파르르 떨리는 그녀의 속눈썹을 스친다. 발그레 홍조를 띄고 있는 그녀의 볼을 타고 내려온 손길을 멈추
고 그의 한손에 그녀의 얼굴을 감쌌다.
태규는 눈으로 한다를 기억했다. 손길로 한다를 기억했다. 단 한 번도 잊을 수 없었던 사랑하는 아름다운 여인을 그의 가슴에 담
았다.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태규의 시선에 한다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부드럽게 이어지는 그의 손길에 심장이 빠르게 뛴다.
태
규의 손이 한다의 코트 끈을 풀어 그녀의 두꺼운 코트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은은한 어둠에 비치는 그녀의 하얀 니트 상의는 더욱
하얗게 빛을 내뿜어 그녀의 얼굴을 더욱 예쁘게 보이게 했다. 눈이 시릴 만큼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에 뜨거운 갈증이 밀려온다.
태규의 얼굴이 서서히 다가오자 한다는 다시 살포시 눈을 감았고 그의 감미로운 키스에 온몸이 달아올랐다. 그의 손이 니트 상의
안으로 들어와 그녀의 등을 감싸 안더니 어느새 브래지어의 후크를 열었다. 답답하게 가슴을 조였던 브레지어가 느슨해지며 그
녀의 가슴이 가벼워졌다. 빠르게 뛰는 심장 때문에 숨쉬기조차 힘들었던 것이 한결 편해지는 것 같았으나 자신의 등에서 느껴지
는 살걀에 닿는 그의 뜨거운 손길이 느껴지자 조금전 보다 더욱 호흡이 가빠졌다.
한다도 태규의 블랙 코트를 벗겨냈다. 그리고는 자신과 똑같이 하얀색 니트 상의를 입고 있는 태규를 발견하고는 당황스럽게 그
를 쳐다봤다. 그제서야 태규도 자신이 한다와 비슷한 하얀색 니트 상의를 입었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묘한 미소를 머금었다.
곁에 있지도 않아도 마음은 늘 일치했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것 같아 그들은 마주보며 미소지었다.
태규가 자신의 니트 상의를 벗어 바닥으로 던지자 탄탄한 상체가 그대로 드러났다. 단단한 가슴이 남성스러웠다. 태규의 양손이
한다의 니트 상의의 끝을 조심히 잡아 위로 올리자 한다가 그를 도와 옷이 더욱 쉽게 벗겨지도록 팔을 들어주었다. 커다란 굴곡을
보이는 그녀의 육감적인 상체가 은은하게 빛났다.
매끈한 배꼽을 타고 올라가던 태규의 손길이 한다의 가슴에서 순간 멈칫했다. 태규의 당황스런 시선이 몰라보게 달라진 한다의
가슴에 고정되었다가 황급히 떨어졌다. 놀란 태규가 한다의 얼굴을 황급히 쳐다보며 물었다.
“무슨 짓을 한 거야?”
한다는 대답 없이 귀엽게 미소만을 지어보이고는 태규의 목에 팔을 감싸며 폴짝 안겨왔다.
“헉!”
피부에 느껴지는 그녀의 풍만함에 태규는 당황함을 감추지 못했다. 한다는 쑥스러움에 그의 입술을 빠르게 덮쳤다. 그의 입속을
향긋하게 만드는 한다의 농염한 키스의 강도가 점점 진해지자 한다의 가슴 크기에 당황해 머뭇거리던 그가 팔에 강하게 힘을 주
며 그녀를 안아 올려 침대위로 눕혔다.
말려 올라간 스커트 안으로 태규의 손이 미끄러지며 들어왔다. 허벅지를 부드럽게 애무하던 그의 손이 빠르게 그녀의 스타킹을
벗겨 내리고 이미 배꼽아래까지 말려 올라간 거추장스런 스커트까지 조심스럽게 벗겼다. 그의 아래에 팬티 한 장만을 걸친 채 누
워있게 된 한다가 수줍어하며 양팔로 가슴을 가리자 태규도 벨트를 푼 후 바지를 벗어 침대 아래로 떨어뜨렸다.태규의 손이 그의
팬티로 향하자 한다는 고개를 살며시 돌렸다. 자신 앞에 수줍어 하는 한다를 배려해 태규는 자신이 먼저 그녀 앞에서 알몸이 되었다.
태규가 그녀의 몸 위로 가까이오자 그의 남성이 단단하게 피부에 느껴져왔다.
그의 숨결이 귓가에 전해지자 그녀의 온 몸이 긴장감에 빳빳하게 경직되어 진다. 그러나 귓불을 적시는 그의 뜨거운 혀의 촉감에
발끝까지 힘이 풀려버렸다. 목을 타고 흐르는 그의 뜨거운 키스는 가슴 쪽으로 다가올 수 록 한다를 미치게 만들었다.
아주 천천히 조심스럽게 그가 그녀의 가슴에 손을 가져간다. 낯 설은 가슴 크기였지만 부드러운 피부의 감촉은 다르지 않았다. 갓
잡아 올린 생선마냥 파닥거리는 그녀의 심장 박동이 고스란히 그의 손바닥에 전해져왔다. 바짝 올라선 유두를 입안으로 담고 혀
로 쓸어 올리자 한다가 들뜬 신음을 토해냈다.
한다의 상체를 부드럽게 더듬어 내리던 그의 손이 허벅지를 타고 팬티 안으로 들어와 이미 촉촉하게 젖어있는 꽃잎을 조심스럽
게 어루만지자 한다는 야릇한 쾌감에 참지 못하고 몸을 비틀었다. 팬티 위로 키스를 하며 그녀의 마지막 남은 팬티 조차 발끝 사
이로 끌어내렸다.
그의 애무가 발끝에서 부터 천천히 허벅지로 타고 올라와 다시 귀에서 배꼽 쪽으로 전해져 내려왔다. 귓가에 들리는 그녀의 달뜬
숨소리에 태규의 온 몸은 용광로의 열기처럼 달아올랐다. 자신의 애무에 쾌감을 느끼며 허리를 비트는 그녀의 몸짓에 심장이 가
슴뼈를 뚫고 터져 나올 정도로 거칠게 뛰었다. 이마를 살짝 찡그리는 한다의 표정이 미칠 듯이 사랑스럽다. 그리웠던 그녀의 향
긋한 체취가 그의 머릿속을 마비시키는 것만 같이 유혹적이다. 그 어떤 여자도 자신을 이토록 흥분시키진 못한다.
남자는 여자를 조금이라도 더 느끼고 싶어서 쉽게 놔주지 않았다. 태규의 입술이 닿는 곳에서 붉은 꽃이 피어 짜릿하게 터졌다. 온
몸의 신경이 그의 손길과 입술이 닿는 곳에서 살아 움찔거리며 춤을 추었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심장이 빠르게 뛴다. 참을 수
없는 들뜬 신음이 그녀의 입에서 새어 나왔다.
은밀한 그곳에 키스를 시작함과 동시에 한다는 침대시트를 움켜쥐며 타들어가는 숨을 토해냈다. 현기증이 일었다. 눈을 뜨자 자
신을 내려다 보는 그의 눈빛에 또다시 현기증이 났다. 자신을 갈망하는 그의 검고 깊은 눈동자가 미칠 듯이 좋다. 자신과 눈빛이
마주치면 부드럽게 지어주는 그의 미소가 가슴 떨리게 좋다. 너무 좋아 심장이 터져버릴 것만 같다.
한다는 손을 뻗어 그의 넓고 단단한 가슴에 손을 가져갔다. 한다의 손길이 피부에 닿자 태규가 거칠게 숨을 들이킨다. 태규의 흥
분된 숨소리에 한다는 심장이 타들어 가는 것 같은 고통을 느꼈다.
남자의 눈이 달아오른 열기로 흐려진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다. 남자의 얼굴이 다가오자 여자는 갈망하며 입술을 열어 그를 원했
다. 남자는 키스로 뜨거운 갈증을 채워주며 여자에게 자신을 조심스럽게 밀어 넣었다.
“하...... .”
뜨거운 열기로 가득한 그녀의 공간에서 반복적인 떨림이 남성을 자극해 지독한 흥분에 사로잡혔다. 그러나 남자는 자신도 믿기
지 않는 자제력을 발휘하며 여자를 위해 자신의 흥분을 억눌렀다.
서서히 천천히 그리고 조금 더 깊숙이 그는 그렇게 그녀와 하나가 되었다. 둘의 뜨거운 숨결이 겨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방안을 열기로 가득 채웠다. 그들의 열기에 취해 머릿속이 아득해 질 지경이다.
자신 안에 가득 찬 태규의 움직임에 한다는 배꼽아래에서 찌릿한 고통과 함께 뜨거운 무엇인가가 부풀어 오르는 것만 같았다. 머
리끝부터 발끝까지 모든 신경들이 밀려와 점점 더 크게 부풀어 올랐다. 숨을 쉴 수조차 없을 정도로 숨이 가쁘다. 심장을 크게 울
리는 북소리가 머리 안에서도 울려 되고 있었다. 그의 거친 숨소리가 더욱 더 그녀를 자극했다.
태규의 땀방울이 한다의 가슴위로 떨어져 흘러내렸다. 자신의 손으로 붙잡은 그의 젖은 팔뚝에 더욱 힘이 가해지며 사나운 핏줄
들이 손바닥으로 느껴졌다. 이대로 온 몸이 터져버려 산산조각이 날 것만 같다. 숨이 멎어 버릴 것만 같이 눈앞이 하얗게 변했다.
한순간 그녀의 몸이 붕 뜨는 기분에 사로잡혔다. 심하게 달렸던 그녀의 호흡이 크게 터지고 그녀의 몸에 폭풍이 휘몰아쳤다. 활
처럼 휘어졌던 그녀의 상체가 한 순간 모든 기운이 풀린 채 침대로 떨어지고 한다는 바로 정신을 잃었다.
달짝지근한 숨을 토해내며 그녀의 몸 위로 쓰러졌던 태규가 움직임이 없는 한다를 발견하고는 그녀의 어깨를 잡아 흔들었다.
“한다야! 최 한다! 정신 차려봐!”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태규가 황급히 한다의 심장으로 손을 뻗다가 멈칫했다. 당혹스런 한다의 큰 가슴이 터지는 것은 아닐까? 그
러나 지체할 겨를이 없는 태규는 두 손바닥을 모아 그녀의 가슴을 세게 누르며 펌프질을 했다.
“최한다!”
다급한 태규의 목소리가 크게 방안을 울렸다.
구조요청을 하기 위해 그가 허리를 번쩍 세우는 것과 동시에 한다의 양팔이 태규의 목을 힘차게 끌어 안아 당겼다.
"사랑해!“
“괜찮...... . 흡!”
놀라움에 눈이 휘둥그레진 태규에게 한다는 대답 없이 입이 찢어지도록 환한 웃음을 지으며 입술을 부딪쳤다. 자신에 대한 걱정
으로 그녀의 키스를 받아주지 않는 태규의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아!”
태규의 입술이 갑작스런 고통으로 저절로 벌어지자 한다는 깊숙이 혀를 밀어 넣어 휘감았다. 갑자스런 한다의 혼절에 놀라 흔들
리던 태규의 눈이 입안을 감도는 향긋한 아득함에 다시 흐려지기 시작했다.
“사랑해”
“사랑해”
진한 키스 속에 베어 나오는 열정으로 떨리는 그녀의 고백에 그도 속삭였다. 또다시 뜨거워진 다시 시작한 그들의 사랑은 그렇게
계속 이어질 듯 보였다. 하얀 눈이 소복히 쌓이는 겨울밤을 핑크빛으로 물들이며...... .
조태규.
촉망받는 헤어디자이너, 키 크고, 인물 좋고, 성격까지 좋고
그의 미소는 날 설레게 한다.
절대 다른 여자에게 한 눈 팔지 않을 지조 있는 남자, 거기다 20대의 연하남.
그리고 그와의 섹스조차 기절할 만큼 황홀한 최고의 섹시 가이.
7년 전에도 그리고 지금에도 변함없이 그는 내 남자다.
난 이 남자와 다시 사랑을 시작할 것이다.
저 많은 수식어 때문이 아니라 그는 단지 조 태규이기에.
나의 심장이 그를 향해 뛰고 있음으로...... .
나는 다시 사랑을 한다.
- 끝 -
(다음편은 에필로그로 한다와 태규의 이야기를 끝마칠까 합니다.
에필로그로 곧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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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상의 문제로 너무 늦게서야 글을 올리게 되어 죄송합니다.
한다와 태규의 계속 되는 엇갈림으로 애태워셨던 님들께 만족스런
결말이 되셨을지 걱정이 먼저 앞섭니다.
그들의 사랑은 이렇게 다시 시작된 걸로 저의 이야기는 끝을 맺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끝은 아닙니다.
이어지는 에필로그로 한다와 태규의 사랑을 마저 그리도록 하겠습니다.
러브신은 정말 너무 힘드네요 ...... .
면목없는 레드한 휘리릭~ 재빨리 물러갑니다.
첫댓글 어느새 까먹고 있었는데 작가님이 소설 올려주셔서 생각났어요~!ㅋㅋ 둘이 잘되서 좋네요ㅎㅎ 작가님 그럼 다음소설 기대하고 있을께요 ㅎㅎ
넘 늦게 찾아왔죠?? ^^;; 죄송해요! 그래도 다시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최진실씨 사망소식도 있고 뒤숭숭하지만 좋은 하루 보내세요~
저 작가님 정말 원망 많이 했었는데..ㅋㅋㅋ 금방 돌아오신다고 해놓고 너무 늦게 오셔서... 갑자기 완결이라 깜짝 놀랬어요.. 그래도 너무 다행이에요 둘이 잘되서~~ 작가님 너무 글을 잘쓰시는거 같아요... 푹 빠져들어요.. 책내셔도 되실꺼 같아요...ㅋㅋ 에필로그도 목빠져라 기다릴께요~~
극찬이세요!! 그런데 기분은 넘 좋아지네요. ㅎㅎㅎㅎ 목빠지기 전에 돌아올께요. 그리고 다시한번 죄송합니다
맞아요 정말 책 내도 될듯...ㅎㅎㅎㅎ
잘 봤어요.....너무 만족합니다...그리고 정말로 마지막으로 므흣씬 따봉...ㅋㅋㅋ....다음편에 에필이군요...다음편도..몸건강 잘챙기시구요...
역시 건강이 최고에요^^ 이제 딱 한편 남았네요. 그동안 함께 해주셔서 감사해요~!! 어서어서 에필도 올려야할텐데.... ㅋㅋ
잘봤습니다 처음 봤는데 너무 재밌네요
감사드립니다. 첨 인사 드렸는데 ㅎㅎ 이야기가 끝나버렸네요. ^^;;
드뎌 잊어버리고 있던(?) 한다와 태규의 해피한 마지막을 보았어요..잼나게 잘 읽었구요..에필도 물론 잘 읽겠습니다..한걸음 더 나아가 다음 작품도 벌써부터 기다리렵니다..^^*
ㅎㅎ 제가 너무 늦게 찾아왔죠? 죄송해요. 그래도 잊지 않고 마지막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꾸벅!
너무 잘 봤어요.. 인터넷 소설은 처음인에 너무 재미가 있어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 버렸네요.. 다음 소설도 기대 할께요..^^
ㅎㅎ 재미있었다는 말을 들으면 너무 기분이 좋답니다. ㅋㅋㅋ 감사해요. 에필로그 한편 더 남아있어요. 그것도 마저 읽어주세요~
정말 기다렸어욤, 둘다 잘되서 정말 다행이에요 ㅠㅠ 에필로그 기다릴께요~~~ 그리고 완결 축하드려욤~~ 새소설도 기대되욤 헤헷-
너무 늦게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닉넴이 아주 강렬하시네요? ^^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너무 너무 재밌었어요..ㅠㅠ....이제껏 이런 소설을 모르고 있었다니...한다와 태규..강인과 가희..다운이는 어떻게 될까요?ㅠㅠ혜수도 생각해 보니 불쌍하고....ㅠㅠㅠ 소설이 물 흐르듯이 흘러가네요..ㅎㅎ
감사합니다. 오랜시간 동안 쓴 글이었는데 제가 생각해도 제 글은 몰아서 읽어야 제 맛인것 같아요. ㅋㅋㅋ 너무 오해가 안풀려서 한편씩 글 올릴때 원성 많이 들었거든요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