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국 의원 발의 개정안 통과됐지만… 법정 면수 충돌·상위법 정합성·전문위원 보고서 오류 논란까지 ‘일촉즉발’
[배석환 기자]=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내 친환경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를 권장·지원하는 조례안을 둘러싸고 이천시의회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격론이 벌어졌다.
교통약자의 충전 접근성을 보장하려는 ‘권리 확대’라는 명분과, 한정된 법정 장애인 주차면을 잠식해 비전기 장애인 차량과의 법적·현실적 충돌을 부를 수 있다는 ‘권리 침해’ 우려가 팽팽히 맞섰다.
지난 3일 열린 제265회 이천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는 김재국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천시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보급 및 이용 활성화를 위한 지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여야 의원 간 치열한 공방 끝에 정회 사태까지 빚은 후 원안 가결했다.
김재국 의원, “교통약자 충전 사각지대 해소… 권리 침해 아닌 ‘편의 확대’”
이날 상정된 개정안은 공공건물 및 공동주택 등의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 내에 충전시설 설치를 권장하고, 관련 설치 사업에 대한 재정지원 근거(안 제3조 및 제8조 제2항)를 신설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김재국 의원은 제안설명을 통해 “친환경 자동차 보급 확대로 충전시설이 급증하고 있으나 장애인 등 교통약자에 대한 고려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장애인이 타인의 도움 없이도 전기차 충전시설을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는 입법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의 주차 면수를 줄이거나 일반 전기차와 장애인 차량을 무분별하게 혼용하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접근성이 보장된 구역에 충전 인프라를 유도하고 보조금을 지원해 장애인의 실질적 이동권과 충전권을 보장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위원 검토보고 “상위법령 충돌 및 비전기 장애인 과태료 부과 모순 우려”
그러나 전문위원의 사전 검토보고서가 공개되면서 회의장은 급속히 술렁였다. 산업건설전문위원실은 검토보고서를 통해 개정안의 입법 취지는 타당하나 실제 운영 시 발생할 수 있는 복합적인 법적 문제를 지적했다.
전문위원 보고에 따르면 현행 「친환경자동차법」상 충전구역과 「장애인등편의법」상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은 이용 대상과 관리 기준이 완전히 다르다.
전문위원은 “장애인 전용 주차면에 충전기를 설치하고 두 구역을 중복 운영할 경우, 정당한 권리가 있는 비전기 장애인 차량이 주차하더라도 친환경자동차법상 ‘충전 방해’나 ‘주차 위반’으로 단속·과태료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는 법적 모순이 발생한다”고 짚었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의 2025년 7월 질의회신을 인용하며 “현행법상 두 전용 구역을 병용할 명확한 근거가 없고, 각각의 목적에 따라 구획을 분리해 설치·운영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유권해석이 나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상위법령의 명확한 위임 없이 장애인 주차구역의 이용 대상을 ‘전기차 장애인’으로 사실상 한정하는 것은 지방자치법상 법률유보원칙 및 평등·비례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크다는 법률 자문 결과도 덧붙였다.
“보고서에 왜 빠진 문구가”… 발의자 “최초 초안 반영된 치명적 오류” 반발
질의응답이 시작되자마자 검토보고서의 신뢰성을 둘러싼 날 선 공방이 터져 나왔다.
김재국 의원은 전문위원 보고서가 최종 제출된 조례안이 아닌 발의 초기 초안을 토대로 작성됐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김 의원은 “집행부(담당 부서)와의 사전 협의를 거치며 법적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원안에서 ‘장애인 전용 충전시설’이라는 문구 중 ‘전용’을 일괄 삭제하고 단순 ‘충전시설’로 최종 발의했다”며 “전문위원실과 자문 변호사는 이미 삭제된 ‘전용’이라는 단어를 전제로 법적 충돌을 자문받고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지적했다.
‘전용 충전시설’과 누구나 쓸 수 있는 ‘일반 충전시설’은 법적 효력이 천지 차이인데도 구체적인 조례 본문을 확인하지 않은 채 작성된 검토의견이라는 항변이었다.
송옥란 의원, “법정 면수 침해 시 비전기 장애인 역차별… 엄정한 법적 충돌”
이에 대해 송옥란 의원은 ‘전용’이라는 단어의 유무와 무관하게 제도의 본질적인 ‘법정 면수 침해’ 문제를 정면으로 파고들었다.
송 의원은 “주차장법상 장애인 전용 주차면은 2~4% 내외의 법정 최소 면수를 엄격히 보장하도록 규정돼 있고, 친환경 충전구역 역시 5%의 의무 설치 비율을 각각 규정하고 있다”며 “장애인 전용 주차면은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의 이동권을 위한 최소한의 권리 보장선”이라고 짚었다.
이어 “기존에 확보된 최소 법정 장애인 주차면 내에 충전기를 설치하게 되면, 휠체어 이용 동선 등 안전 문제가 생길 뿐 아니라 전기차를 타지 않는 일반 장애인의 주차 권리가 박탈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취지는 공감하지만, 추가 주차면 확보 없이 기존 면수에 중복 설치하는 것은 명백한 상위법 충돌이자 입법기관으로서 용인하기 어려운 행정적 혼란”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에 김 의원은 “기존 면수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보조금과 지원 사업을 통해 추가 시설을 유도하고 양쪽 주차면 사이에 걸쳐 설치하는 등 다양한 대안이 있다”며 “일반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기를 넣는다고 일반인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듯, 장애인 구역에 충전기를 확충하는 것 역시 복지 권리의 확장”이라고 맞섰다.
정신화 의원 중재 및 정회 후 ‘원안 가결’… 실제 현장 적용 시 진통 예고
설전이 격화되자 정신화 의원은 “전기차를 운행하는 장애인도 장애인인 만큼 동일한 법정 면수 범주에서 볼 여지도 있다”면서도 “법적 충돌 방지를 위해 면수 산정 기준과 설치 방식에 대해 집행부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중재에 나섰다.
의원 간 의견 대립이 좁혀지지 않자 위원회는 결국 심사를 중단하고 10분간 ‘정회’를 선포하며 물밑 의견 조율에 들어갔다.
속개된 회의에서 위원회는 추가 질의나 토론 없이 개정안을 ‘원안 가결’ 처리하며 심사를 마무리했다.
우여곡절 끝에 조례안은 상임위 문턱을 넘었지만, 향후 이천시 관내 공공·민간 주차장에 실제 적용되는 과정에서 풀어야 할 숙제는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
충전 방해금지법 위반에 따른 과태료 단속 권한 충돌, 법정 주차구획 산정 문제, 일반 장애인 차주의 반발 등 중앙정부의 명확한 지침이 없는 상태에서 ‘현장 혼선’을 막기 위한 이천시 관련 부서의 정교한 집행 기준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