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허 시험 어려워 시니어들 ‘골머리’
▶ 가주 DMV 문제 변경, 주류사회서도 불만 폭발
▶ “답만 외우는 방식 안돼…교통법규 숙지할 필요”
2023/10/09
LA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73세 김모씨는 최근 운전면허증 갱신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타주에 살고 있는 자녀들을 대신해 몸이 불편한 아내를 데리고 병원에 다니려면 운전을 꼭 해야 하는데 2번이나 필기시험에 떨어진 것이다.
김씨는 컴퓨터를 잘 다루는 주변사람들에게 부탁해 한국어 예상문제를 찾아 공부하고 응시했지만 예상문제지와는 다른 난이도 높은 문제가 출제돼 시험을 치를 때마다 진땀을 흘려야 했다. 게다가 이번 시험에도 떨어지면 4번째에는 실기시험도 다시 봐야 하는지라 김씨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공부에 전념하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난이도가 높아진 운전면허 필기시험으로 인해 면허 갱신에 어려움을 겪는 한인 시니어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운전면허 필기시험 문제는 수시로 조금씩 바뀌어 왔지만 팬데믹 전후로 눈에 띄게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최근에 시험을 본 시니어들은 문제도 어려워진데다가 한국어 번역이 완벽하지 않아 문제 자체를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운전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실제로 운전을 하고 다니는 사람이라면 갱신시험을 다 통과할 수 있는 일반상식수준의 문제를 냈었는데 팬데믹 기간 동안 DMV가 문제를 완전히 바꿔버렸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특별한 것은 없지만 기존 문제들과 완전히 다르게 나와서 특히 노년층이 힘들어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교통법규 숙지가 아닌 답만 외워서 시험을 보는 것이 문제라고 짚었다. 그는 “타인종들은 DMV에 배치된 핸드북으로 공부하고 시험을 본다. 예전부터 답만 달달 외워 시험보고 한번 만에 척척 붙는 한인들을 신기해하는 DMV 관계자들이 많았다”며 “안전운전을 위해서라도 답만 외우는 것이 아닌 교통법규 숙지는 중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조언대로라면 핸드북으로 공부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문제는 또 있다. 2019년 이후 한국어 버전의 핸드북 지원이 끊긴 것이다. 현재 캘리포니아주 DMV 홈페이지에는 영어와 스페인어를 포함해 필리핀어, 베트남어, 러시아어, 페르시아어, 아르메니아어, 펀자브어,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로 핸드북이 지원되고 있지만 한국어는 찾아볼 수 없다.
이에 대해 한 운전학교 관계자는 “한국인들이 핸드북 사용을 안 해서 그렇다. 이러다가 나중에 한국어 시험도 폐지될까 걱정”이라며 “시니어들에게 쉽지는 않겠지만 현재로써는 시중에 나와 있는 한국어 예상문제로 교통법규를 이해하며 광범위하게 공부하는 것 뿐 뾰족한 수가 없다”고 조언했다.
이같은 상황은 비단 한인 시니어들 뿐 아니라 주류사회에서도 마찬가지여서 70세 이상 노인들 사이에서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고 7일 LA타임스가 보도했다.
[미주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