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환은 모니터를 주시했다.
모니터 하단의 시계는 11시 2분을 가리켰다.
그는 지금 몇 개의 채팅 사이트를 돌다가, 한곳의 방제가 눈에 들어오는 것을 느꼈다.
방제 [달빛기억에 대한 이야기 하실분들]
천천히 마우스를 이동시켜 방제를 더블 클릭 했다.
캐릭터를 고르라는 창이 떴고 그는 선글라스를 쓰고 있는 캐릭터를 골랐다.
겉멋이 잔뜩 든 것처럼 보이는 그 캐릭터는 금발의 머리에 커다란 금목걸이와 찢어진 청바지, 커다란 가죽구두를 신고 있다.
성환은 쓴 웃음을 지었다.
닮았다.
다시 창이 떳다. 대화명을 적으라고 마우스의 커서가 깜빡인다.
성환은 잠시 고개를 돌렸다.
지금있는 곳은 피씨방의 구석자리, 그리 크지 않은 피씨방의 사장은 자고 있고 알바생은 몇 안 되는 손님을 보면서 책을 읽고 있다.
대화명으로 달빛성환이라고 쓴 그는 엔터를 치려다가 다시 대화명을 고쳤다.
성환은 달빛의 유령으로 대화명을 고친 뒤 방으로 들어갔다.
2001. 8. 28 11시 2분 18초 [달빛의 유령]님이 들어오셨습니다.
[성환만세] 예 그런 것이군요.
[성환만세] 유령님 방가
[아이스] 유령님아 하이
[가인마루아치] 반갑습니다.
[달빛의 유령] ......
[아이스] 왜 말이 없어요? 유령님아.
[달빛의 유령] 아뇨. 잠시 반갑습니다.
[성환만세] 예
[가인마루아치] 근데님은 어떻게 이방에 들어오시게
[가인마루아치] 됐죠?
[아이스] 맞아요. 비밀번호가 있는데
[성환만세] 음 정말, 궁금
[달빛의 유령] 그냥 들어와지던데요.
[달빛의 유령] 방제가 맘에 들어서요.
[성환만세] 방제라... 그거 제가 들어오기 전에 계시던 여자분이 만들어놓고 나갔다던데요.
[달빛의 유령] 그래요?
[가인마루아치] 예, 한 30분 정도전에 나갔나? 나중에 다시 들어온다더군요. 상당히 다급하신 듯 하던데......
[달빛의 유령] ......
[아이스] 음 일단 유령님 소개 부탁
[가인마루아치] 예 소개 바랍니다. 전 26서울 남
[성환만세] 저는 32인천 남입니다.
[달빛의 유령] 저는, 음 유령입니다.
[아이스] 저는요. 17세 미소녀랍니다. 아잉
[아이스] 네~에, 유령요?
[성환만세] 별로 밝히고 싶지 않으신 모양이시군요.
[달빛의 유령] 하하하 농담입니다. 전 28세이고 부산에 살고 있습니다.
[성환만세] 농담이였군요. 근데
[성환만세] 유령님은 채팅이 낮선 것 같네요.
[달빛의 유령] 예 약간......
[아이스] 그럼 아까 하던 예기마저하죠.
[성환만세] 예
성환은 담배를 한 대 피워 물었다.
어느덧 시계의 숫자는 11시 12분이 됐다.
그는 자신도 모르는 감정들을 조금씩 느끼기 시작했다.
시간이 갈수록 그 느낌은 진하게 다가왔다. 초조감인가. 아님 다른 무엇인가?
사실 뭔가가 두려운 것 일수도 있었다.
어느새 하얗게 재만 남은 담배를 보면서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재떨이메 담배를 비벼 끄면서 모니터를 주시했다.
그리고 그는 키보드에 다시 손을 올렸다.
[달빛의 유령] 들어보니까. 성환만세님은 작가이신 모양이군요.
[성환만세] 그냥 이름없는 글쟁이입니다. 겨우 글써서 입에 풀칠하는, 뭐 그런거죠.
[가인마루아치] 그게 어딘가요. 저도 한때는 소설가가 꿈이였죠.
[가인마루아치] 꿈으로 그쳐서인지 글쓰시는 분들이 부럽더군요.
[아이스] 맞아요. 남들이 뭐라고 해도 염연히 글쓰는 것은 맞잖아요.
[아이스] 그리고 글써서 먹고 살정도라면
[아이스] 그정도 실력이 있다는 것이구요.
[달빛의 유령] .......
[달빛의 유령] 그럼 제 예기를 좀 들어주시겠습니까?
[성환만세] 어떤 예긴가요?
[달빛의 유령] 다른 분들이 들으셔도 아무 상관 없습니다.
[달빛의 유령] 다만 작가분이시니까
[성환만세] 그게 무슨
[달빛의 유령] 아뇨, 별거 아닙니다.
[아이스] 궁금한데요.
[달빛의 유령] 성환만세님 혹시 본명이십니까?
[성환만세] 음, 본명이라고 해두죠.
[달빛의 유령] 예.
[달빛의 유령] 그럼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달빛의 유령]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약간 막막하군요.
[달빛의 유령]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는 제가 대학교 2학년이고
[달빛의 유령] 그녀는 대학교 1학년 이였죠.
[성환만세] 음...... 그 예기를 제가 들어도 될까요?
[달빛의 유령] 반듯이 들으셔야 합니다.
[성환만세] 이유를 알고 싶은데요.
[달빛의 유령] 이유는 곧 아시게 될겁니다.
[달빛의 유령] 이야기를 계속 하겠습니다.
[아이스] 그 여자분에게 실례가 되지 않을까요?
[달빛의 유령] 그럴 일은 아마도 없을 겁니다.
[달빛의 유령] 그럼 제가 어디까지 말했죠?
[가인마루아치] 첫 만남부터요.
[달빛의 유령] 아예.
인성은 호기심이 생겼다. 자신의 직업상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접하지만 채팅방에서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될 줄은 몰랐다.
요즘에 글도 안 써지고 무언가 답답한 이때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소설가란 직업상 어떤 일이든 여러 방향으로 생각하는 그는 일단 이야기를 들어 보기로 했다.
[달빛의 유령] 그렇게 그녀와 전 만났습니다.
[달빛의 유령] 그 당시는 흔히 말하는 날라리였죠.
[달빛의 유령] 부족함이 없는 집안에 소위 잘나가던 대학에 다녔고
[달빛의 유령] 비슷한 부류의 친구들과 어울려 다녔었죠.
[달빛의 유령] 한달 용돈이 이,삼백만원 정도로
[달빛의 유령] 돈에 대한 절제가 없었고 그만큼 어렸었습니다.
[달빛의 유령] 음. 그리고 그녀는 그 당시 남포동이라고 부산에서 번화가인 동네에서
[달빛의 유령]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어요.
[아이스] 아. 남포동. 예 알아요.
[성환만세] 예, 저도 일 때문에 몇 번 갔습니다. 상당한 번화가죠.
[달빛의 유령] 예, 그때 그녀는 한 로바다야끼에서 서빙 아르바이트를 했고, 친구들과 전 내기를 했습니다.
[달빛의 유령] 단순한 치기에서 나온, 누가 먼저 그녀를 꼬시냐는 그런 것이였죠.
[가인마루아치] 그럴 수도 있을... 그런 나이죠.
[달빛의 유령] 어찌됐든 전 그녀를 꼬실 수 있었죠.
[달빛의 유령] 일주일넘게 찾아간 저의 설득에 우리는 사귀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그때의 내기는 실수였죠..
[달빛의 유령] 그녀는 그때까지도 남자랑 사귀어 본적이 없었던거죠. 정말 순진했습니다.
[달빛의 유령] 하지만 그 당시의 제 입장에서는 상당히 난감했었죠.
[아이스] 왜요?
[달빛의 유령] 말 그대로 저와 제 친구들은 잘 나갔었습니다.
[달빛의 유령] 그런데 친구들의 여자들과 그녀는 수시로 비교되었고,
[달빛의 유령] 첨부터 저는 그녀에게 별로 관심이 없었거든요.
[아이스] 여자분이 많이 힘들었겠네요.
[달빛의 유령] 지금도 전 그때 생각하면 그녀에게 많이 미안해요. 철이 없었다고 얘기하기에는 조금 심했죠.
[성환만세] 그녀는... 어떤 여자였죠?
[달빛의 유령] 아주 착한 여자였어요. 생각도 깊었고, 마음도 넓은, 그리고 상당히 귀여운 그런 여자였죠.
[달빛의 유령] 어쨌든 그때 그녀랑 헤어졌어야 했는데...... 그때의 머뭇거림이 그녀에게 지울 수 없는 일이 된거였죠.
[달빛의 유령] 그렇게 한 4개월 정도 그녀랑 만났어요. 그리고 헤어지자고 했었죠.
[아이스] 그런데 왜......
우희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저런 얘기를 하지 하는 심정으로 올라오는 글을 지켜보았다.
한달에 이,삼백만원이라 내 그 돈이면 도대체 내 몇 년치 용돈인가.
한마디로 졸부에 양아치였다는 말이 못내 싫었다. 돈 많다고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서민의 입장을 아는지 저런 말을 쉽게 하는 것이 탐탁치 않았다.
뭐 일단 이야기는 들어보지.
[달빛의 유령] 그녀는 저에게 이렇게 말했죠. 정말 사랑한다고...... 전 우수웠어요. 그렇지만 그녀는 나와 지낸 그 기간을 평생 잊을 수 없다고 하면서 자신의 생에서 가장 행복한 때였다고 했어요.
[달빛의 유령] 그말을 무시하고 한 일주일정도 연락을 하지 않았는데 8일째 그녀에게 연락이 왔었죠. 울면서
[달빛의 유령] 절 잊지 못하게 된 것 같다고...... 그 당시 저도 조금 힘들었었고
[달빛의 유령] 어쨌든 그런 마음에 다시 그녀를 만났죠.
[성환만세] 어쨌든 잘된건가요?
[달빛의 유령] 다시 만나게 된건 그렇죠.
[달빛의 유령] 그리고 1년 넘게 사귀었습니다.
[가인마루아치] 왜 1년인가요?
[달빛의 유령] 1년뒤 IMF 때문에 아버지 회사가 망했죠. 전 혼란스러웠습니다.
[달빛의 유령] 항상 그녀 앞에선 돈이 많았고 잘났으며 남들보다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달빛의 유령] 돈이 없는 저에게 남은 것은 삐뚤어진 자존심과 오기뿐이였어요.
[성환만세] 음.
[아이스] 돈이 없다고 마음까지 바뀌는 건 아니잖아요. 그리고 그 여자분이 돈 때문에 만난거는 아닌 것 같았는데......
[달빛의 유령] 물런 그랬었죠.
[달빛의 유령] 제가 돈이 없었을 때 그리고 집에서 아버지가 겨우 얻어준 작은 셋방에서 생활할 때 알게 되었죠. 그녀의 집안은 저 정도는 우숩게 볼 수 있는 그런 집안이였어요.
[달빛의 유령] 즉 그녀가 보기에는 전 철부지 어린아이였던거죠.
[달빛의 유령] 그녀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저에게는 심한 자괴감은 안겨줬어요.
[달빛의 유령] 그래서 헤어졌죠.
[달빛의 유령] 그후로 연락도 없이 전 입대를 했습니다.
[아이스] 그럼 그 여자분하고 끝난 건가요?
[달빛의 유령] 아뇨. 입대후 휴가를 나왔을 때 친구에게서 들었습니다.
[달빛의 유령] 그녀가. 그녀가 제 아이를 가졌다고요.
승수는 가슴이 아팠다. 자신도 비슷한 경험을 가졌고 그도 자신과 나이 차가 얼마나지 않는 것을 보면서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꼈다.
나는 그녀에게 어떤 짓을 했는지.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는데 아직 하지 못했다. 기회가 없었던 것이 아닌 용기가 없었다는 것이 늘 마음에 걸렸었다.
하지만 이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니, 대단한 용기다. 그렇지만 왠지 결론이 좋지 않을 것 같아 내심 불안했다.
잘 되었다면 이런 이야기 따위는 하지 않으리라.
[가인마루아치] 그래서요.
[달빛의 유령] 만나면 마음이 흔들릴까봐 전화로 얘기를 했습니다.
[달빛의 유령] 그녀의 집안에서는 중절을 원했고, 저 역시 그걸 원했습니다.
[달빛의 유령] 하지만 그녀는 낳길 원했죠.
[달빛의 유령] 그리고 이미 떠나간 이상 상관하지 말라고 저에게 말했습니다.
[아이스] 그치만 여자 혼자 아이를 낳아 키운다는게......
[달빛의 유령] 그녀는 반대하는 집안에서 나왔고 저는 다시 부대에 복귀를 했습니다.
[달빛의 유령] 그리고 매일 그녀에게 편지를 썼죠.
[달빛의 유령] 제대 할때까지 썼으니까 거의 500통에 가깝게 썼습니다.
[달빛의 유령] 미안하다고 사랑한다고요.
[달빛의 유령] 그리고 휴가때 그녀와 전 혼인신고를 했습니다.
[달빛의 유령] 그녀는 기뻐했죠. 그리고 저도 새롭게 살기로 했습니다.
[달빛의 유령] 그리고 제대를 하고 학교를 자퇴를 한뒤에 전 작은 셋방에서 그녀와 아기와 같이 살았습니다. 한 3년정도......
[달빛의 유령] 전 공장에서 일했고, 고됐지만 행복했었습니다.
[성환만세] 그렇다면 지금은......
[달빛의 유령] 지금은, 지금은 같이 살고 있지 않고 있습니다.
[아이스] 어째서요?
성환은 잠시 한숨을 내쉬었다. 시계는 어느새 11시 42분을 가르치고 있었고, 아직 할말이 많이 남아있었다.
그는 다시 피씨방을 둘러보고는 서둘러 자판을 쳤다.
[달빛의 유령] 그녀의 집에서 그녀를 데려갔습니다.
[달빛의 유령] 전 아이를 안고 그녀의 집에 찾아갔지만 그녀의 아버님은 절 용서하지 않으셨죠.
[달빛의 유령] 그후로 한동안 저는 술만 마셨습니다.
[달빛의 유령] 정말 그녀를 사랑했습니다. 그만큼 힘들었죠.
[달빛의 유령] 한 그렇게 6개월정도 늦게 일어나고 새벽까지 술마시는 그런 생활을 했었습니다.
[달빛의 유령] 술을 마시지 않으면 정말 미칠 것 같은 그런 기분에 전 조금씩 폐인이 되어 갔었죠.
[달빛의 유령] 그런데 아이가 병이 난 겁니다.
[달빛의 유령] 다 제 잘못이죠.
[아이스] 아이는 괜찮은가요?
[달빛의 유령] 지금은 괜찮습니다.
[달빛의 유령] 어쨌든 아이를 병원에 대려갔더니 심장이 안좋다는 겁니다. 당장 큰 수술은 해야한다는 것이죠.
[달빛의 유령] 그리고 저도......
[달빛의 유령] 초기암 판정을 받았죠. 하지만 그렇게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달빛의 유령] 아니 아이가 더 걱정이 되었기에......
[달빛의 유령] 그리고 그때 그녀의 집안에서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달빛의 유령] 아이의 수술비를 해결해 줄 수 있으니 그녀와 이혼해 달라고요.
[아이스] 어떻게 그런
[달빛의 유령] 전 거절했습니다. 그녀를 다시 한번 보고 싶었고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게 되면 진짜 그녀와는 끝인 것 같았으니까요
[성환만세] 여자분과는 만나 보셨습니까?
[달빛의 유령] 아뇨.
[달빛의 유령] 어쨌든 거절했죠. 그리고 다시 일을 시작했습니다.
[달빛의 유령] 수술비가 필요했으니까요.
[달빛의 유령] 하지만 수술비는 터무니 없이 비쌌죠. 겨우 겨우 입원비 마련하고 나면
[달빛의 유령] 한달 생활비로 겨우 사,오만원이 남았습니다.
[달빛의 유령] 그리고 그녀의 집안에서도 집요하게 요구를 했죠.
[달빛의 유령] 그래도 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3개월정도가 지났나.
[달빛의 유령] 제 몸에도 한계가 온것이죠.
[달빛의 유령] 그래서 직장을 관두었습니다.
[달빛의 유령] 정말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달빛의 유령] 싫었지만 죽기보다 싫었지만 할 수 없이 도장을 찍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달빛의 유령] 제 오기가 아이를 살릴수는 없기에 그렇게 했습니다.
[달빛의 유령] 아이는 수술을 받기로 했죠. 그리고 운이 좋게 수술이 성공했습니다.
[아이스] 다행이군요.
인성은 흥미로 왔다. 과연 그가 마지막에 할말은 무엇인가.
지금까지의 이야기조차 믿을 수 있을까. 많은 상념이 교차한 가운데 그가 빨리 이야기를 마무리 짓길 바랬다.
그는 지금 무엇을 원하는가
[달빛의 유령] 전 그녀의 집안에 연락을 했습니다. 도장을 찍어 줄테니까 대신 한번만이라도 그녀를 볼 수 있게 해달라고요. 당연히 반대를 했었죠.
[달빛의 유령] 어떻게든 그녀를 보고 싶었습니다. 저에게 남겨진 시간은 많지 안았거든요.
[달빛의 유령] 그녀의 친구 통해 겨우 그녀의 소식을 들었습니다.
[달빛의 유령] 그녀는 집안에 감금되어 있다는군요.
[달빛의 유령] 가슴이 아팠습니다. 도대체 그녀와 난 왜 이렇게 힘들어야하는지......
[달빛의 유령] 겨우 살아가게 되었는데,
[달빛의 유령] 전 그녀의 친구를 통해 이 시간에 이 사이트에서 만나기로 했었죠.
[아이스] 그럼 아까 그 여자분이......
[달빛의 유령] 제 아내일 겁니다.
[달빛의 유령] 지금쯤 그녀도 들었을겁니다.
[가인마루아치] 근데 어떻게 그걸 알았죠?
[달빛의 유령] 달빛 기억에 대한 이야기......
[성환만세] 그게 왜.
[달빛의 유령] 그녀가 좋아하던 찻집이였죠.
[달빛의 유령] 저는 그리 좋아하지 않았지만, 어쨌든 상당히 자주 갔었죠.
[달빛의 유령]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우희는 슬펐다. 좋은 결말은 아닌 것이다. 자신의 입으로 그런 생활을 했다고 하는 사람이니만큼 어떤 이야기 일까 궁금했었다. 하지만 이런 안타까운 이야기일 줄은 몰랐었다.
아까의 그 여자 분이 치던 글에서 오타가 많이 나온 것이 이해가 됐다.
그 여자도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달빛의 유령] 어쨌든 운이 없군요
[달빛의 유령]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아이스] 있다가 다시 들어온다고 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보시죠?
[달빛의 유령] 아쉽게도 저에게 남은 시간은 이제 다 되었습니다.
[달빛의 유령]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지만
[달빛의 유령] 말을 전할 수는 없는 것이죠.
[성환만세] 그게 무슨.
[달빛의 유령] 저는 지금 수술대에 있습니다.
[달빛의 유령] 정확히 말하면 저의 육체가요.
[달빛의 유령] 그리고 수술결과는 절망적이죠.
[달빛의 유령] 지금 제가 이렇게 여기 들어올 수 있는 것도
[달빛의 유령] 운이 좋았던 겁니다.
[달빛의 유령] 비록 육체가 없는 몸이지만
[달빛의 유령] 그녀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었기에......
[성환만세] 그럼 당신은 이미
[달빛의 유령] 아마 잠시 뒤 자정이 넘어가면 전 사라지겠죠.
[달빛의 유령] 그러니 그녀가 들어오면 제 말을 전해 주시겠습니까?
[성환만세] 예, 하나도 빠짐없이 전해 드리겠습니다.
[아이스] 저도요. 유령님의 마음을 잘 알았어요.
[가인마루아치]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달빛의 유령]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달빛의 유령] 그럼
승수는 자신이 해야 될 일을 알았다. 그의 말을 전하는 것 그게 바로 오늘 자신이 이 채팅방에 들어온 이유일 것이다.
아울러 그의 말을 전할 수만 있다면 자신도 그녀에게 말할 수 있으리라.
[달빛의 유령] 미안하다. 정아야. 비록 너는 날 볼 수 없겠지만, 내가 널 볼 수 있다는 것을 믿어다오.
[달빛의 유령] 지금 내가 전하는 이 말도 믿지 못하겠지만 이해해주길 바래.
[달빛의 유령] 그리고 우리의 아이, 평생 너와 나의 업보를 지고 갈 우리 연성이를 부탁한다.
[달빛의 유령] 마지막으로
[달빛의 유령] 널 사랑해.
2001. 8. 29. 0시 정각 [달빛의 유령]님이 나가셨습니다.
인성은 자신의 생각이 잘못된 것을 알았다.
직업상이라지만 그는 모든 이야기들을 호기심으로 들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자신의 그런 마음으로 들을 이야기가 아니였다.
내가 왜 그런 마음이 들었을까.
역시 난 이기적인 사람일까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겠다.
어쩌면 고식적인 내 생각이 내 일에 장애가 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우희는 감정을 정리할 수 없었다.
왜일까. 선입견을 가지고 들어서일까.
분명 슬픈 이야기다. 그 사람이 꾸며낸 이야기일수도 있지만 거짓인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런데 이 느낌은 내가 너무 생각이 짧았다.
처음의 얘기만 듣고 서툰 결론을 내린 것이다.
아직 어려서 그렇다는 말로 도피하기는 잘못된 것 같다.
한번쯤 물러나는 것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승수는 기다리기로 했다.
몇 시간이 되든지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그에게는 그녀를 기다릴 의무가 생긴 것이리라.
그리고 나 역시 속이여 살지는 안겠다.
나는 그녀에게 잊지 못할 상처를 주었다.
그리고 아직 용서를 빌지 못했다.
아니 용서를 비는 것은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다시 그녀를 만날 수 있는 용기를 가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리라.
그는 하염없이 모니터를 응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