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혼자 있는 시간이 지루하다고 한다
자꾸 눈물이 난다고 한다
그리운 것이 많은 것이다
같이 있고 싶은 것이다
심리학을 공부한 나에게 처방전을 달라고 하신다
― 일기를 써 볼 것
― 감사한 것 적어보기
― 산책하기
― 시장 가보기
의료혜택이 없어서인지 효과가 없다
다시 처방전을 만든다
―꽃가마 타고 시집가던 날 이야기를
노트에 쓰고 읽어주기
화려한 시절 되돌아오는
춤추는 잔칫날이 생겼다
- 시집 『미나리 궁전』
* 전명수 시인
대전 출생
1997년 순수문학 등단
시집『문득 지독한 눈물이』『다가간다는 것은』『미나리 궁전』
호서대학교, 백석대학교 외래교수
현 한국문인협회 천안지부장 및 Y J 평생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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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감, 우울증, 고독사 같은 사회심리학적 문제점이 화두가 되는 고령화 시대, 어떻게 해야 혼자서 잘 살 수 있을까.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타인과 격리되어 소통하지 못할 때 대부분 외로움을 느낀다. 신경과학자 ‘존 카시오포’는 사람들이 외로움을 느끼도록 진화했다고 주장한다. 외로움 때문에 인간이 서로 협력하고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 홀로 사는 법은 “고독감을 고독력”으로 승화시키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외로움과 맞서야 할까.
“소파 위의 낮잠과 새로 갈아 끼운 침대보와 욕조를 채운 거품과 창가에 살랑거리는 오후의 커튼”이 행복이라고 말한 시인이 있었다. 사소한 일상이 행복이듯이 또한 혼자 겪는 작은 일들도 슬픔이 될 것이다. 불이 꺼진 차디찬 방, 바람에 흔들리는 창문 소리, 팔꿈치가 해진 스웨터, 늦은 저녁 물에 말아 찬밥 한술 뜰 때 문득 외로움이 찾아온다. 아무것도 아닌 것들로 가슴이 시리다. 잠깐 소파에서 맛보는 낮잠은 얼마나 꿀맛이었던가. 새로 갈아 끼운 침대보의 새물내, 보송보송한 햇살 냄새, 욕조를 채운 하얀 거품과 바람에 살랑거리는 시스루 커튼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던 때가 있었다.
식탁에 둘러앉아 웃음을 나누던 젊은 시절의 이야기는 퇴색하고 어머니는 돌연 외로움으로 바뀌는 지점에 홀로 서 있다. 해야 할 일들이 사라지고 훌쩍 늙어버린 어머니는 하루하루가 허무하고 지루해서 자꾸 눈물만 난다. 딸이 어머니에게 건넨 처방전은 젊은 시절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기쁘고 설레던 그 기억은 꽃가마와 아리따운 새색시 속에 살고 있었다. 누군가에게 들려줄 옛이야기 속에는 외로움이 보이지 않는다. 행복한 처방전이다.
- 마경덕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