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4일 MBC ESPN의 축구 게시판은 축구팬들의 항의로 후끈 달아올랐다. 26일로 예정됐었던 리버풀-레알 마드리드의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생중계 일정을 사전에 아무런 공지도 없이 첼시-유벤투스로 급작스레 변경했기 때문이다.
성난 축구팬들은 곧바로 MBC ESPN을 찾아가 항의글을 올리며 방송사를 비난하기 시작했고, 국내의 축구 관련 커뮤니티에서도 이와 관련된 이야기들이 전해지며 본격적인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후에 MBC ESPN은 게시판을 통한 해명에서 "첼시전 반응이 좋아서 내린 결정이다. 내부적으로도 많은 고민이 있었다"는 말로 축구팬들의 분노를 달래려 했지만 적절한 대처라고 할 수는 없을 그런 궁색한 수준의 변명에 불과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일부 축구팬들은 "방송사는 땅파서 장사하느냐. 시청률 조금이라도 더 나오는 쪽을 생중계 하는게 당연한 일 아니냐"면서 MBC ESPN의 결정을 두둔하기도 했다. 리버풀-레알전이 유럽축구팬들에게는 다른 그 어느 경기보다도 관심있을 빅 매치일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반 시청자들을 생각하면 지난 2002 한일 월드컵의 영웅인 히딩크 감독이 속한 첼시가 더욱 유명한 것 아니겠느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 대한 정답은 아니다.
MBC ESPN의 급작스런 편성 변경이 불편한 이유는 그들의 아마추어리즘에 있다. 첼시전 반응이 좋아 편성을 바꿨다는 그들의 설명. 그러나 이것은 '설명'이 아닌 '해명'이었다. 시청자들의 분노 섞인 항의를 접하고서야 내놓은 해명 말이다. MBC ESPN에는 편성 변경을 공지하는 별도의 게시판이 마련되어 있다. 그들이 시청자들과의 약속인 편성표를 마음대로 고치기 전에 이곳을 통해 한 번이라도 제대로 된 공지를 내놨다면 이번과도 같은 논란은 없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이들은 MBC ESPN은 사전에 아무런 공지도 없이 자신들의 편성표를 뜯어고치는 우를 범했고, 이것이 논란이 되자 그제서야 부랴부랴 해명글을 내놓는 것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국내서 프리미어리그와 함께 UEFA 챔피언스리그, FA 컵을 생중계하고 있는 방송국이 보일 태도라고 보기에는 뭔가 좀 허술하고 어설프다. "너네는 우리가 그냥 해주는대로 봐라"는 그들의 오만함으로까지 느껴져 살짝 불편할 정도다. 결코 유쾌한 일은 아니다.
방송국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과 웨스트 브롬위치의 김두현에 주목하며 그들의 경기를 우선적으로 생중계 해주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방송도 TV 중계권 확보도 결국 돈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그 방법이 옳지 못했다. MBC ESPN 스스로가 비난을 자초했다. 국내서 프리미어리그와 FA 컵, 챔피언스리그 등을 거의 독점적으로 생중계하고 있는 그들이기에 아쉬움이 더한다. 축구팬들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또한 뭔가 얘기가 통할 것 같았던 그들의 이미지도 이번 사태로 한순간에 무너져버렸다.
"미친 것 아닙니까. 어떻게 아무런 말도 없이 편성을 당신들 마음대로 바꿀 수 있습니까?"라는 어느 시청자의 항의글에 '운영자'라는 아이디로 달린 "미친 건 아니구요. 내부적으로도 많은 고민이 있었습니다. 위에 해명글 적어놨으니 참고하세요"라는 내용의 댓글이 자꾸 눈에 밟힌다. 불쾌한 일이다.
첫댓글 아오 ㅅㅂ 생방못봤잖아
공지안한건 문제지만...그래도 espn에서 해주는게 어딘데... sbs스포츠는 주구장창 골프 중계만 해대고..
근데 espn 이 독점한건가요? 다른곳에서 그냥 안하는게 아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