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月25日을 맞이하는
스물다섯 가지 이야기
8]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로베르 ㆍ글 : 김져니
글 * 그림: 김져니
로베르에게 커피는 쥐약이다. 또한, 그는 커피를 독극물의 하
나로 취급한다. 향긋한 냄새로 유인하지만 입술에 닿는 순간
쓰디쓴 맛으로 들어오는 독극물, 커피를 마시는 날이면 로베
르는 밤을 꼴딱 새우기 일쑤였다.
그런 로베르가 불쌍한 이유를 꼽자면, 대부분의 시간을 카페에
서 보낸다는 것이다. 그가 일하는 사무실은 작고 오래된 건물
4층에 있는데, 그 흔한 엘리베이터조차 없는 건물이어서 사무
실에서 미팅을 한다는 건, 상대편에게 미안한 일이기도 하고,
다 된 계약에 재를 뿌리는 격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외부 업
체와 미팅을 자주 갖는 로베르는 대부분의 근무를 카페에서 한
다. 덕분에 로베르는 커피잔이 특이했던 카페, 의자 위에 자수
가 예쁘게 놓여있던 카페 그리고 테이블 아래 발 받침이 있는
곳까지 대부분 카페의 특징을 꾀고 있으며, 케냐산 원두, 과일
향이 풍부한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원두 그리고 영국 왕실에서
마신다는 자메이카 블루마운틴 원두커피까지 - 비록 커피의
맛은 알지 못하지만 - 다양한 원두의 향을 맛본 경험이 있다.
로베르가 정말 좋아하는 날은 크리스마스가 있는 주에 잡힌
미팅이다. 카페에 앉아 창가를 내다보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기고 있으면, 미팅을 하기로 한 업체에서 길이 너무 막혀 미
팅에 늦는다거나, 혹은 추위에 안진오일이 얼어 오지 못한다
거나, 담당자가 갑작스러운 크리스마스 휴가에 갔다던가 기타
다양한 사유를 대며 미팅을 취소하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로
베르는 느긋이 카페에 앉아 사방에 올려 퍼지는 캐럴을 들으
며 커피향을 맡고는 한다.
그리고 로베르는 이렇게 생각한다.
'참 낭만적인 일을 하고 있어 나란 사람은.'
매일이 크리스마스인 사람들을 위하여
글 한 편 中에서...P46~49
2023年12月18日,月曜日
첫댓글 좋은 글 다녀갑니다
감사합니다
좋은글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