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의 산 9
(단장면 계령산389.7m, 가래봉502.2m)
밀양에서 등산을 간다고 하면 대부분 천황산이나 가지산을 떠올리지만 우리가 생활하는 동네 주변에도 모두가 다 산으로 마음먹고 근교산을 밟으려 생각한다면 뜻밖의 보석을 발견할 수가 있다.
단장면 단장리 마을을 감싸고 있는 계령산과 가래봉이 그런 산이다. 전체 거리가 4킬로 남짓에 높이도 계령산이 삼백팔십구에 이어지는 가래봉이 오백여 정도이니 두세 시간이면 산행을 마칠 수 있는 부담없고 아름다운 코스이다.
이 산은 산의 서편 너머는 현재의 선샤인 단지와 미촌 법흥 사지 마을이 있고 북으로는 강을 넘어 금곡마을을 마주하고 동남쪽 산 너머는 무릉리와 국전리로 이어진다. 길 건너에는 경주산이다.
이날도 멤버는 나의 영원한 선배 욕쟁이 형님이다. 이 형님의 장점은 길이 험하여 아무리 욕을 하고 불평을 해도 그 다음 산행에 못 가겠다고 하는 법이 없다.
형님의 끈기가 어느 정도인가 하면 언젠가 석남터널에서 출발하여 능동산 배냇고개 배내봉 무명 고개 간월산 간월재 신불산 신불재 신불평원 영축산 넘어 양산통도사로 하산한 적이 있었다.
형님은 간월산 올라가기 전에 내리막을 내려가면서 눈앞에 보이는 간월산을 또 치올려야 하는 까닭에 걱정과 욕설을 함께 속사포처럼 내뱉었지만 간월재의 아름다운 억새를 보곤 마음이 풀리고 신불산에 올라 이백만 평이 넘는 넓은 억새밭을 보고는 아주 흡족해했다.
통도사를 거쳐 정문앞의 식당에서 형수님에게 픽업을 부탁하고 저녁을 먹고 돌아왔다.
우리는 단장리 마을 안의 개울을 복개한 넓은 주차공간에 주차하고 서쪽으로 토토도요를 찾아 골목을 따라 들어갔고 도요 뒤로 입산하는 길이 있었다.
산행의 초입의 길은 조금 헷갈렸지만 어렵잖게 능선에 올라섰고, 머지 않아 계령산에 올랐다. 따로 정상석은 없지만 그곳이 계령산이라는 표지가 나무에 걸려 있었고, 잠시 쉬다가 다시 길을 나섰다.
거기서부터 바람고개까지는 내리막이고 길이 순탄했다. 바람고개란 이름이 말해주듯 고개에는 어딜 가나 바람이 세다. 남북으로 혹은 동서로 줄지어선 능선을 기류가 넘어가려면 가장 낮은 곳에 바람이 몰려 깔때기 역할을 하니 고개는 어딜 가나 바람이 많은 법.
바람고개에서 땀을 식히고 다시 잠시 동안의 오름길 끝에 나타난 가래봉 정상도 역시 정상석은 없고 표지판이 나무에 걸려있다. 거기엔 해오름산악회의 붉은 리본과 다른 산악회의 리본들이 몇 개 걸려있었다.
영남 일대의 거의 모든 야산의 정상에는 손바닥 크기 사각형의 하얀 아크릴판에 산명과 높이 아래 준.희라는 정상을 알려주는 팻말이 달려있다. 이것은 리본으로 만든 표지기와 함께 야산에서의 등산로를 알려주는데 거의 바다의 항해 도중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한다.
특히 해가 지고 밤이 되어 길을 헤멜 때에 어둠 속의 하얀 리본은 거의 구세주를 만난 기분이 된다.
가래봉은 오백이 미터 높이에 걸맞게 오름길 경사도 만만치 않았지만 동쪽으로 벋은 하산길은 쉬운 길이었다.
하산 길은 동쪽으로 가다가 다시 단장리 마을을 향해 휘어지고 조만간에 마을 골목길로 내려섰다.
삼십 년 전의 단장리 마을 이장님은 체격이 씨름선수와 같은 호걸이었다. 이장님은 마을 안에 작은 댁을 또 두고 있어 큰집과 작은집을 오가며 생활했다.
마을 앞 도로 건너편에는 초록색 입간판에 초원돈까스란 글씨가 붉은 색으로 우릴 부르고 있었다.
이 초원식당의 현재 주인이 삼십 년 전의 그 주인아주머니인지 궁금해 들어서 보니
그 오랜 옛날의 아주머니가 할머니가 되어 우릴 맞았다. 그 시절 돈까스를 잘 한다고 단골로 자주 찾았던 집인데 그녀는 나를 기억하지 못했다.나도 늙어 영감이 다 되었으니 몰라 볼 것은 당연지사.
시내의 많은 돈가스 집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맛이지만 양이 많고 맛도 무난한 편이어서 소개한다 낯선 식당에 가길 두려워하는 것은 지불한 금전 대비 가성비가 떨어질 경우 유쾌하지 않은 기분 때문이다.
최근 표충사 상가에 있는 식당에 거의 한달 내 매주 일요일마다 가서 산채비빔밥을 먹고 지난 주엔 형님이 군침을 흘리던 염소육회도 먹었지만 가성비가 떨어진다고 혹평을 하였다.
어제는 산외면 온천 옆에 있는 소머리국밥집에 갔는데 비빔밥이 나물이든 밥이든 거의 표충상가의 두 배 정도 양이었고 맛도 좋은데다 구수한 소머리국밥 국물까지 제공하고 가격 또한 팔천 원으로 상가의 만이천 원에 비하면 입이 떡 벌어질 지경이었다.
분석결과 표충상가는 관광지이고 그곳 산외면의 소머리국밥집은 농촌일과 근처 삼석공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오니 밥의 양이 많은 것이 자연스런 현상. ~~^^
첫댓글 밀양의 산 9
좋은시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좋은글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