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석李孝石 (1907~1942)】 「시적인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 작가 이효석」
이효석은 1907년 강원도 평창군 봉평면에서 출생하여 평창보통학교, 경성제일고등보통학교, 경성제국대학에서 공부했다. 대학 재학시절부터 시와 소설 창작활동을 시작하였다.
이효석문학관
경성농업학교 교사, 숭실전문학교 교수, 대동공업전문학교 교수로 재직했다. 초기에는 동반자 작가(1930년대 전후에 프롤레타리아문학에 동조한 작가들. 정식 카프(KAPF :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 회원은 아니었으나 사상적으로 카프의 작가들과 함께 했다는 의미에서 붙인 말.)로서의 면모를 보이나, 이후에는 고향과 자연에 대한 사랑, 이국적인 취향이나 성에 대한 관심이 드러난 작품을 발표한다. 시적인 단편소설을 쓴 작가로 평가된다. 대표작은 「메밀꽃 필 무렵」으로, 이 작품의 공간적 배경이 작가의 고향인 봉평이다.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여러 작품 속에 나타나 「산협」, 「개살구」 등에도 봉평이 등장한다. 봉평에는 「메밀꽃 필 무렵」과 이효석을 기억하기 위한 이효석 문화마을이 조성되어 있다.
이즈러는졌으나 보름을 가제 지난 달은 부드러운 빛을 흐붓이 흘리고 있다. 대화까지는 칠십 리의 밤길 고개를 둘이나 넘고 개울을 하나 건너고 벌판과 산길을 걸어야 된다.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즘생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 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왼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혀 하얬었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길이 좁은 까닭에 세 사람은 나귀를 타고 외줄로 늘어섰다. 방울 소리가 시원스럽게 딸랑딸랑 메밀밭께로 흘러간다.
-「메밀꽃 필 무렵」, 「이효석 전집2」
주인공인 장돌뱅이 허생원이 봉평장을 향해 가는 길을 묘사한 이 장면은 그 아름다움으로 한국 단편소설의 백미로 꼽힌다. 허생원의 옛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달빛과 달빛을 닮은 하얀 메밀꽃, 당나귀 방울 소리와 같은 감각적인 소재들과 어우러지면서 서사의 서정성이 극대화된다. 이 소설은 이효석이 고향 마을의 물레방앗간에 얽힌 소문을 듣고 이를 소설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린 시절 작가가 기억하는 봉평의 모습이 소설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물레방앗간, 충주집, 봉평장터, 대화장터는 어린 이효석의 추억이 담긴 장소다. 「메밀꽃 필 무렵」의 허생원이 달빛을 받으며 걸었던 길은 평창에서 하숙을 했던 이효석이 봉평의 집을 다녀가면서 걸었던 그 길이라고 한다.
이효석문학관 물레방앗간
봉평의 이효석문화마을에는 「메밀꽃 필 무렵」의 실제 배경지인 물레방아간과 이효석 생가, 이효석의 평양집이 복원되어 있으며 이효석 문학관도 건립되어 있다. 매년 평창 효석문화제가 열리고 우수 작가에게 이효석 문학상을 수여한다. 「메밀꽃 필 무렵」의 아름다운 장면을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메밀꽃과 달빛 아래 또 다른 사랑 이야기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