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 노동부 충주지청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것으로 시작된 일정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공장지대를 돌면서
비정규직의 불합리함과 최저임금 1만원의 타당성을 알리고
이어 점심을 먹고 시장을 돌면서 역시 홍보전을 했습니다.
뜨거운 날씨에 다소 걸음이 느려지기도 했지만
다들 지치지 않고 충주에서의 일정을 소화하고 제천으로 향했습니다.
박달재 휴게소에서 잠시 숨을 돌리며 나누어 먹는 얼음과자는
평소 단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게도
그대로 꿀맛이었고
그렇게 잠시 쉬어 제천의 새로 생긴 공업단지에 가서 역시 거리 홍보전을 진행하고
공단을 조성하면서 만들었다는
거의 사람들이 오지 않는 공원에서 제천의 조합원이 가지고 온 시원한 물로 목을 축였는데
제천의 바람은 참 시원하기도 했습니다.
저녁 먹고 제천에서 매주 목요일 열리는
세월호 집회에 결합하여 문화제를 벌이는 동안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일정을 마친 늦은 시간 비를 맞으며 돌아오는 길
다음 날 일정이 비가 오면 진행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어제 아침 일어나 보니 전 날 내리던 비가 아직도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고
비를 맞으며 행진을 하는 것이 의미 없다는 판단으로
마지막 날 일정은 취소를 하기로 아침에 결정을 하는 것으로
2015 충북 차별철폐대행진은 마무리를 했습니다.
일정이 취소되니 다시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
내가 몸담고 있는 생태교육연구소 터 사람들과 함께
오송으로 맹꽁이 조사를 하러 나갔고
오송초등학교에서 많은 개체수의 맹꽁이들과
게으른 그들이 잠깨어 나와 나눈 사랑의 결정체인 작은 알들
그리고 그들의 노래를 푸짐하게 들을 수 있었고
개발 과정에서 훼손되어가는 자연 속에서
그래도 꿈틀거리며 자신의 걸음을 멈추지 않는
수많은 생명체들을 돌아보는 시간은
안타까움과 아름다움이 교차하는 그런 시간이었는데
점심 먹고 회원이 일하고 있는 일터에 가서 간단히 커피 한 잔 마시고
돌아와 교통사고로 다쳐 병원에 입원해 있는 친지를 문병하고
토요일 일정 때문에 참석하지 못하게 된 결혼식에 갈 지인을 찾아가
부조금을 건네 주면서
한 동안 못 나눈 이야기들을 넉넉하게 나눈 다음
저녁 일정으로 음성에 가서 결 고운 사람들을 만났는데
'나 어제 목사님 봤지요' 하는 지인의 목소리
충주에서 기자회견한 것이 방송에 나갔던 것을 보았다는 얘기였고
2015 충북 차별철폐대행진은 끝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그 사이 들렀던 의료원의 교섭이 원만치 않아
월요일 집회를 한다고 하면서 발언 부탁을 받았으니
가야 할 길이 어디인지를 내다보면서
아무튼 일정을 무사히 마쳤다는 보고를 이렇게 드리면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가야 할 길을 향해 뚜벅뚜벅 걷겠다는
그렇게 걸어갈 수밖에 없다는 약속을 스스로에게 하는데
늦은 시간 돌아와 편지함을 보니
7월 8일 정법영 열사 추모제가 있다고
1979년에 의문사 당한 고 정진동 목사님의 큰 아들 추모제에 오라는 편지가 와 있었습니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1979년의 여름이 2015년에도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절망할 만도 하지만 그렇다고 무릎 꿇을 수 없다는 말까지 하면서
일정 마쳤다는 인사를 드리는 이 아침은
말끔하게 비 걷히고 깨끗한 하늘을 모시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날마다 좋은 날!!!
- 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