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효율성을 그리워하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대학들은 지난 학기에 이어 이번 학기에도 비대면 수업을 지속하고 있다. 교수와 학생 대부분이 정상적인 수업에서 누리던 인간적인 유대감을 그리워한다. 대학 강의실은 지식 전수의 장을 넘어 교수와 학생이 보이지 않는 어떤 유대와 공감을 체험하며 같은 주제에 대한 다른 사고를 공유하는 공간이다.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물리적 공간에서 조성되던 유대감을 가상공간으로 이전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며칠 전 오랜만에 만난 제자에게 지난 학기 비대면 수업에 대한 소감을 물었더니 “너무 편리해서 너무 싫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자연스럽게 ‘대학 교육의 본질이란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떠올랐다.
실험실습 실기 과목을 논외로 치면 사실 온라인 강의에는 편리한 점이 꽤 있다. 내 경우만 해도 원격 강의 솔루션을 처음 접했을 때 맨 먼저 든 생각은 ‘걱정했던 것보다 나쁘지 않네’였다. 때로는 기술의 ‘섬세함’에 놀라기도 했다. 실제 강의실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사이버 공간이 제공하는 ‘손들기’ 기능에는 미소가 지어졌다. 일부 학생들은 시공의 제약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 녹화 강의의 경우 어려운 대목이나 놓친 대목은 다시 듣기로 보충할 수 있다는 점, 심지어 ‘빨리 감기’로 후딱 들을 수 있다는 점 등을 비대면 수업의 장점으로 꼽는다.
아이러니하게 들리지만, 비대면 강의에서 소통이 더 활성화되었다는 지적도 있다. 강의실에서는 소심해서 발언을 꺼리던 학생들이 온라인 채팅창에서는 오히려 활발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는 것이다. 강의 짜임새가 향상되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잡담이나 일시적인 침묵이나 곁가지 얘기가 어딘지 어색할 수밖에 없는 온라인 공간에서는 교수가 오로지 강의로만 시간을 꽉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장점은 ‘효율’이라는 개념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와 비교하면 과거의 강의는 확실히 비효율적이다. 교수는 가끔 주제와 별 상관없는 얘기나 썰렁한 농담으로 학생들을 지루하게 한다. 그냥 묵묵히 강의실 안을 휙 둘러보는 것만으로 해야 할 말을 대신하기도 한다. 학생들은 동문서답이나 지나치게 어려운 질문으로 수업 진행을 방해한다.
그러나 이 모든 비효율적인 상황은 배움의 한 국면이다. 눈빛, 제스처, 침묵, 약간의 횡설수설을 거치며 교수도 학생도 소통을 경험한다. 인생에는 말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따지거나 분석해서는 도달할 수 없는 진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배운다. 인간은 합리성의 잣대만으로는 재단할 수 없다는 것도 배운다. 어쩌면 수업 시간에 딴청을 부리는 학생에게 엄청난 상상력의 선물이 주어질 수도 있다.
비대면 수업은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다. 일각에서는 교육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 내다본다. 그러나 나는 대학이 존재하는 한, 그리고 인간이 인간이기를 멈추지 않는 한, 대면 수업의 본질은 남을 것으로 생각한다. 역사책을 들춰보았지만 팬데믹이 인간의 본성까지 근본적으로 바꿔놓았다는 사례는 발견하지 못했다.
우리는 결국 코로나를 거치며 사람과 사람 간의 대면이 갖는 소중함을 더 절실히 깨달을 것이고 대면 수업과 비대면 수업, 효율성과 비효율성 간의 균형을 찾아낼 것이다.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콘텐츠 공급자와 소비자의 관계로 축소될 때 대학은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