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샤우트는 왕궁을 나와서 곧바로 네스타공작가로 향했다. 샤크리나왕
국의 수도인 바콜로드에서 마차로 1시간거리에 떨어져있는 그 곳에는 작
은 숲과 호수가 펼쳐저 있는 아름다운 곳이었다. 네스타공작이 굳이 수도
에서 1시간이나 떨어져있는 곳에 성을 세우고 자신의 영지를 만든 이유
는 단순하다. 그는 우직할 정도로 검술만 좋아하고 사람들이 많은 곳을
싫어하기 때문에 이런 한적하지만 조용한 곳에 자신의 영지를 만든 것이
였다. 비록 사람들은 없지만 주변 숲과 호수들이 있는 이곳에 벽돌로 만
들어진 성이 우뚝 솟아 있는 모습은 장관이였다. 프레샤우트가 성안으로
들어서자 집사가 나와서 마중을 하고 곧바로 성안으로 안내하였다. 프레
샤우트도 처음 온 것이 아니어서 익숙하게 곧 네스타공작의 집무실로 들
어갔다.
"어서 오십시오. 프레샤우트경."
"허허 역시 네스타경이오. 왕궁에서 나오자마자 바로 이곳으로 왔다는 소
식을 듣고 바로 이리로 달려오는 길이오. 다른 귀족들과 친분을 맺는 것
이 그리 껄끄러운 것이요?"
"하하하. 제 성격이 원래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싫어하지 않습니까? 왕
궁에 있으면 여러 귀족들과 마주칠테니 바로 온것이지요."
"앞으로는 성격좀 고쳐보시지요. 한길만 걷는 것도 좋지만 가끔씩은 주변
을 돌아보는 것도 괜찮을 겁니다."
"그렇습니까? 하긴 제 자식놈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병적으로 좋아하
니 자식일은 제 맘대로 안됩니다그려. 허허허"
"사람사귀는 것을 탓하지마십시오. 분별없이 사귀는 것은 금해야겠지만
그래도 그만큼 사교성이 뛰어난 것이니 언젠가는 주변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을것이니 말이죠."
"그건 그렇고 전하와의 독대는 어찌 되었습니까? 곧바로 이리 오신걸보
니 저에게 전할 말이라도..."
"아, 그렇지 않아도 할 말이 있소. 중요한 말이니 주변사람들을 물리쳐주시오."
네스타의 손짖에 집사와 차를 들이던 시종들이 나가고 방문은 굳게 닫혔
다. 그러자 프레샤우트는 그래도 안심이 안되는지 마법을 써서 결계를 쳤
고 이런모습을 본 네스타도 긴장해서 몸에서 항상 놓지않는 검손잡이를
콱 움켜쥐었다.
"하하하. 그리 긴장할 것없소. 이 결계마법은 혹시라도 해서 쳐논것이니
말이오."
"여긴 제 성안인데 설마 무슨일이 있겠습니까?"
"저 바이샤르제국의 마법실력을 무시하면안되죠. 십년전의 브레멘왕국의
일도 나중에 밝혀진 것이 바로 도청마법에 당한 것이 아닙니까? 그것도
브레멘왕궁에서 말이죠"
"...."
브레멘왕국에서는 십년전 왕궁에서 왕과 귀족들이 바이샤르제국의 기밀정
보를 캐려고 논의하였는데 이곳에 침투해있던 바이샤르제국의 마법사가
나뭇잎을 창문에 붙여놓고 거기에 도청마법을 걸어서 회담내용을 모두 들
어서 바이샤르제국에 보고, 한바탕 외교적으로 망신을 당한 사건이 있었
다. 그 당시 그 마법사가 사용했던 방법은 창문에 붙여논 나뭇잎이 방안
에서 나눈 내용들이 공기중에 떠도는 것을 이용, 그 진동을 역이용해서
나뭇잎에 대화내용이 고스란히 스며들게 하는 새로운 마법형태였고 이 사
태로 브레멘왕국에선 외교적으로 무마하려고 바이샤르제국에 사과편지와
공물과 귀족가의 자제한명까지 인질로 보내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따지
고 보면 바이샤르제국에선 이미 브레멘왕국에 스파이로 마법사까지 보낸
상황이였고 브레멘왕국에선 바이샤르제국에 스파이를 보내려고 한거였
다. 즉 먼저 스파이짓을 한건 바이샤르제국이였지만 국력이 약한 브레멘
왕국으로선 따질수도 없었고 당시 그 사태로 인하여 바이샤르제국에선 전
면전까지 치를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부랴부랴 그런식으로 무마하였지만
다른 제국과 왕국에서는 모르체 할 뿐이였다. 이 일이 있고부터 다른 제
국들과 왕국에서는 중요한 회의를 할 때마다 이렇게 방안에 결계를 쳐놓
거나 아예 회의실에 달려있는 모든 유리에 먼지도 달라붙지 못하도록 미
끄럼마법을 걸어놓았고 덕분에 왕궁유리창청소를 담당하는 시종들의 일거
리만 줄어드는 결과가 되었다. 이런걸 원님 덕에 나팔분다고 하던가?
"네스타공작, 잘들으시오. 전하와 이야기를 한 결과, 전하역시 내 의견
에 따라주었소. 더군다나 전권을 내게 위임한다고 하셨소. 이제부턴 네스
타공작이 맡을 임무가 중요하오. 알아듣겠소?"
"맡겨만 주십시오. 전하께서 전권을 경에게 맡긴만큼 경의 말을 따르겠습니다."
"좋소. 우선 경은 지금까지의 강경론을 수정하셔야 하오. 더 이상 그런
제스처는 필요가 없소. 왜냐하면 경이 직접 락사마나왕국으로 가게되는
사신을 맡아야 하니 말이오."
"그렇다면 전쟁이 아니라 외교적으로 해결하자는 뜻입니까?"
"그게 아니라 약간의 절충형식이오. 경은 이 나라의 국방부장관이지 않
소? 일단 락사마나왕국과 맞닿아있는 국경지대에 군대를 보강하시오. 락
사마나왕국에서 경계할 정도로 말이오.
보안은 필요없소. 일부러 드러내보이는 것이 목적이니 말이오."
"그렇다면 일부러 그런 쇼를 한다는 것이군요. 그런 다음엔 어떻게 하는
것이죠?"
"그렇소. 그리되면 락사마나뿐만 아니라 바이샤르제국에서도 우리가 전쟁
을 일으키는줄 알고 관망만 할 것이요. 어차피 우리끼리 싸운다는데 처음
부터 끼어들지는 않을 것이니 그 때 네스타경이 왕의 친서를 가지고 락사
마나로 몰래 들어가야됩니다. 거기서 사태를 살펴본 뒤 슈나이더공작이
없는틈을 이용, 여왕을 알현하시오. 사신으로 왔다고 하면 만나줄 것이요."
"슈나이더공작은 한시도 여왕곁을 안떠난다고 하던데 그건 어떻게 하죠?"
"그건 걱정하지마시오. 이곳에서 다 조치를 취해놓을터이니.. 아무튼 그
렇게 되면 여왕은 사신이니 만나겠지만 경을 경계할 것이오. 그 때 귀족
들을 물리치게 한후 독대를 요청하시오.
여왕도 현명하다고 들었으니 경의 부탁을 뿌리치지는 않을 것이요. 그
때 아무도 없는 보안이 철저한 곳에서 전하의 친서를 전하시면 됩니다.
전하의 친서와 네스타경의 진실된 모습만 보이면 우리 생각대로 잘 풀릴
겁니다. 주변국들의 시선은 우리와 락사마나왕국의 국경지대로 집중시킨
후 우리는 우리의 일을 아무도 모르게 처리하는 거지요. 어차피 외교란
아무도 모르게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흠. 프레샤우트경의 뜻대로만 된다면야 더 이상 바랄것이 없겠지요. 그
런데 혹시라도 여왕이 우리뜻대로 따라주지 않고 슈나이더공작을 통해서
바이샤르제국에 이 일을 알린다면 큰일이 아닙니까?"
"그렇게 된다면 그 때 네스타경이 할 일이 있소. 만약 경의 말처럼 여왕
이 그 친서와 경이 왔었다는 사실을 슈나이더공작에게 알리는 낌새를 눈
치채면 바로 그 자리에서 여왕을 없애시오. 그게 힘들다면 최소한 슈나이
더공작이라도 처치하여야 하오."
"........................."
충격을 받은 네스타가 잠시 할말을 잃고 프레샤우트를 쳐다보자 프레샤우
트는 단호한 표정으로 계속 말을 이었다.
"지금까지의 정황으로 보았을 때 경의 말대로 될 확률도 무시는 못하오.
현재 샤크리나왕국의 여왕인 이라이자는 나이가 이제 겨우 23살 밖에 되
지않았소. 그렇기에 외척인 슈나이더공작이 정권을 마구 휘두르고 있는
현실이요. 하지만 첩보에 의하면 이라이자여왕이 요즘 슈나이더공작을 멀
리하고 독립국가로서의 태도를 견지하려고 하고 있다는 소식도 있소. 그
런 만큼 나이가 비롯 어린 여왕이지만 경의 말대로 슈나이더공작에게 곧
이곧대로 밝히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나의 판단이오. 아까 한 말은 정말
최악의 경우인 경우니 그리 신경쓸 필요는 없을 겁니다."
"후후.. 그 만큼 이번 일이 굉장한 일인 만큼은 확실한 것 같군요."
"그렇습니다. 정말 최악의 경우에는 일이 그렇게 될 것이고 그렇게되면
우리 두 나라는 전쟁으로 치닫게 되겠지요. 그리된다면 어떤 한 나라가
승리하더라도 얼마 못가 주변국들이나 바이샤르제국에게 먹히게 될 것은
자명한 것이지요. 그렇게 때문에 이렇게 보안을 철저히 하는 것이고 다
른 사람도 아닌 네스타경에게 부탁하는 것이지요."
"알겠습니다. 이 일의 사안이 사안인 만큼 지금 왕궁으로 가서 전하께 알
현을 한후 바로 떠나도록 하겠습니다."
"참, 그러기 전에 물어볼 말이 있습니다. 한달 후에 카이렌제국에서 왕족
들과 귀족들이 모여 무도회 겸 파티를 연다고 전국에 초대장을 보냈더군
요. 그래서 우리왕국에선 다른 귀족자제들과 더불어 경의 아들인 스벤손
을 보낼까 하는데 경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저의 아들인 스벤손을 말입니까? 흠.. 워낙에 밖에 돌아다니길 좋아하
니 좋습니다. 이번 기회에 바깥세상도 구경도 할겸 주변국의 상황도 공부
시킬 겸 보내는 것이 좋을 듯 하군요."
"역시 그렇지요? 그럴줄 알고 이미 전하께 말씀드렸습니다."
"하하하. 역시 프레샤우트경입니다. 제가 전에 말씀드린 것이 효과가 있
었군요. 그건 그렇고 귀족들의 자제들까지 가는거라면 호위는 어떻게?"
"그거야 경이 국방부장관이니 경의 소관이 아니겠습니까? 경이 알아서 보
내시는게 나을 듯 하군요."
"알겠습니다. 왕궁에 가서 그일까지 마무리하고 곧바로 락사마나왕국으
로 떠나겠습니다."
"고맙소. 역시 경은 우리 왕국의 충신입니다. 꼭 일을 잘 마치시고 돌아
오시길 빌겠습니다."
"걱정마십시오. 절대 전하와 경을 실망시키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네스타가 말을 마치고 일어서자 결계는 풀렸고 프레샤우트와 함께 성 밖
으로 나온 네스타는 말을 타고 몇 명의 호위기사들과 함께 왕궁이 있는
수도로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