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천지 남설악의 비경 정말 오랜만에 산행길에 나섰다. 한계령 입구에 들어서니 바스 차창 바깥으로 보이는 단풍 풍광이 남설악과 어울여 그야말로 기막힌 전망이 언듯언듯 지나간다. 드디어 한계령 중턱에 들어 서자 남설악 흘림골 산행길에 나섰다. 여심폭포를 지나 등선대를 오르는 동안 다시 뒤돌아 보면 가까운 듯 칠형제봉의 비경이 형언할 수 없도록 가슴 벅차게 눈에 확 들어온다. 쉬엄쉬엄 등선대까지 오르며 가끔 머리를 들어 풍광을 눈에 담다 보니 드디어 등선대에 올라 섰다. 와 ! 등선대 지붕없는 천상의 정자에서 두 손을 번쩍 쳐들고 하늘에 매달렸더니 하늘이 금방 이마에 와닿는다. 마루 산줄기를 따라 빙 둘러보면 남설악의 풍광이 그야말로 지호지간 가슴 벅차도록 천상에 온 듯 모름지기 탄성을 자아낸다. 고개가 아프도록 흘림골 풍광을 보면서 어느덧 주전골에 들어섰다. 드디어 용소 폭포에 다다랐다. 아! 용소 폭포 보는 순간 하늘에서 옥구슬이 옥쟁반에 마구 솟아붓는 것 같은 천금의 맑은 소리가 심금을 울린다. 어쩌면 천상의 선녀가 하얀 명주 비단을 마구 짜서 내리치는 용소에는 옥빛으로 물들인 비단이 가득했다. 아! 저 고운 비단 옷감을 한 감 가져다 손녀에게 치마저고리를 해주면 얼마나 단아하고 예쁠까? 이러듯 환상의 착각에 빠져 한동안 용소 폭포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며 멍 때리기를 했나보다. 다시 내리막길에 들어서니 양쪽 산마루 줄기를 따리 쳐다보니 하늘길이 강물처럼 흐른다. 깊은 골짜기를 경계로 양쪽에는 까마득한 단애에 큰 바위가 구름에 쌓이는 듯 하늘에 매달려 그 웅장함이 신비를 자아내게 한다. 비경이다. 비경 여기는 천상의 정원 수석 같은 분재들이 산수와 어울려 그야말로 명화 수십 장이 전시되어 있어 혼자 보기에는 너무 아까워 조각조각 카메라에 담아본다. 이 뿐이랴 높이 솟은 단애에 엉겨 붙어 필사적인 생존을 이어가는 나무들의 치열한 자연의 삶을 내 생활에 비춰본다. 잠시 쉬어 머물다 다시 내리막길 따라 선녀탕에 다다르면 비단길 같은 맑은 물이 포말과 비취색 소를 연이어 만들어 흘러내린다. 그 뿐이랴 독주암 같은 단애마다 군데군데 물감을 뿌린듯 피빛으로 토해낸 홍몁에는 산수와 어울려 그야말로 불후의 명작 여러 폭의 수묵화 병풍을 만들어낸다. 이처럼 눈이 시리도록 보는 내내 피곤함도 모르고 내려오다 보니 체력 탓인지 아니 나이 때문인지 독주암부터는 주마간산 격으로 보는 둥 마는 둥 오색 약수터까지 왔다. 아 ! 개울가에 손을 씻는 어느 여인의 손가락이 쏟아지는 햇빛에 비춰 단풍잎처럼 너무 곱다. 섬서옥수가 따로 없다. 괜히 보았나 보다. 다시 뒤돌아 서려니 발걸음이 무겁다. 아무튼 가슴 쓰리고 이팠지만 애써 오색주차장까지 와서야 정신차려 뒤돌아보니 산행길이 찰나의 순간인 듯 어쩌면 사바를 벗어나 피안의 세상에 갔다 온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