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 노후 8만 시간, 야생화가 바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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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jy9713
2023.03.28. 03:56조회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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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 노후 8만 시간, 야생화가 바뀌었습니다.
관악산 자연학습탐방장 이후용씨의 인생 2막
"노후 8만 시간, 야생화가 바꿨습니다"
혹시 '은퇴 후 8만 시간'이라는 표현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당신이 60세에 은퇴한다고 가정하고 80세까지 건강하게 살 경우, 8만 시간의 여유 시간이 주어진다는 의미다. 이렇게 은퇴 후 8만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이룬 이가 있다. 관악산 올라가는 길목, 야생화로 가득한 '자연학습탐방장'을 가꾸고 있는 이후용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말콤 글래드웰이 그의 저서『아웃라이어』에서 어떤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1만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며 '1만 시간의 법칙'을 강조했던 것을 떠올려보자.
그러면 은퇴 후에는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적어도 한 가지 분야에서는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닐는지?
75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밝은 안색의 이후용씨는 자신을 따라다니는 병아리 떼에 모이를 주고 있었다. 얼마 전 알에서 나온 병아리들인데, 아침 모이를 줄 때까지 계속 쫓아다닌다며 '할아버지 미소'를 짓는다. 곧 다가올 겨울에 대비해 야생화 종자를 거두는 등 겨울 채비를 하느라 바쁜 그의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봤다.
'야생화 할아버지'가 된 사연
그의 본업은 엉뚱하게도 건축업이다. 농촌 마을에서 태어난 이후용씨는 서울로 상경해 험한 노동일부터 시작해 열심히 노력한 끝에 결국 중년에 되어서는 건축업으로 살만 한 기반을 잡았다. 성공한 다음 고향에 땅을 사면서 귀농도 준비했지만 사업이 어려워지고 주식 투자에 실패하면서 좌절의 시기가 닥쳐왔다.
"젊었을 적에는 '형사' 닮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정의로운 편이었고 그동안 성실하게 일해 왔습니다. 하지만 사업이 어려워지고 보니 세상살이에 염증을 느꼈고 재산을 잃으면서 스트레스 때문에 건강도 해쳤지요. 그러다 철 따라 관악산을 오르면서 자연의 고마움을 알게 되었습니다."
남들이 함부로 버린 등산로의 쓰레기를 주우면서 뭔가 죽기 전에 작은 봉사를 하겠다고 마음먹곤 했는데, 그러다 보니 불안하던 마음도 평온해졌다. 그렇게 산에 오르기를 5년, 자연히 건강도 되찾았다. 병을 고쳐준 관악산을 위해 뭘 할까 하다가, 관악산 입구 구릉지를 개간해 야생화를 심어야겠다고 결심했고, 구청의 승인도 받았다.
"제가 탐방장을 꾸미기 시작한 것이 2000년대 초반인데, 당시에는 외래종 꽃에 밀려서 야생화가 점점 사라져가던 상황이었지요. 이러다간 우리나라 야생화가 사라지겠다는 걱정이 앞섰어요. 그리고 주말마다 사람들이 너도 나도 차를 끌고 멀리 나가지 않습니까. 가까운 곳에서도 자연을 보고 느낄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은행에서 융자를 받아 전국을 돌며 야생화 300여 종을 사다 심고 잡초를 뽑으며 가꾸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잎이 왜 마르는지, 왜 누렇게 변하는지 모를 정도로 서툴러서 심은 모종이 금방 죽기도 했지만, 야생화에 대한 서적을 모두 사서 탐독하고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 보다 보니 점점 자신감이 붙기 시작했고, 그의 말마따나 야생화를 재배하고 이렇게 조성한 꽃밭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면서 '천금을 주고도 못 사는 재미'도 느끼게 됐다.
이렇게 일군 관악산 자연학습탐방장은 온갖 야생화로 가득하다. 키우기 어렵다는 개불알꽃부터 쑥부쟁이, 들국화, 심지어 보송보송한 씨앗이 맺힌 목화까지 자라고 있다. 관악산을 찾은 등산객들이 손뼉을 치고 감탄하며 카메라에 담기 바쁘고, 요즘은 외국인도 자주 찾는다고 한다. 그가 직접 만든 옛 사람 모형과 공룡 설치물도 곳곳에 자리하고 있어 아이들도 좋아한다.
"얼마 전에는 이곳을 찾은 어느 등산객이 나라에서 돈을 지원해주느냐고 묻더군요. 자비로 가꾼다고 했더니 놀라면서 계좌 번호를 알려달라고 하더군요. 나중에 보니 10만원을 입금해주셨더라고요. 사람들의 관심이 정말 마음을 따뜻하게 한답니다."
요즘은 삼성증권, 삼성생명, 기아자동차, CJ 등 기업체에서 야생화 탐방장을 위한 지원도 받고 있다. 조만간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공사가 끝나면 우리네 옛 물건들을 모은 작은 박물관을 함께 운영할 생각이다.
"은퇴하고 일을 그만뒀다고 집에 가만히 앉아만 있으면 시간이 정말 아깝습니다. 집에서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그저 눕고 싶고, 눕다 보면 자고 싶지 않습니까. 이러다 보면 하루가 허무하게 지나고, 건강도 나빠집니다.
은퇴한 후에도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부지런히 하되, 그것이 남에게도 도움이 된다면 그보다 더 좋은 것이 없겠지요. 보람 있게 하루하루 살아가는 지금의 삶이 저는 참 행복합니다."
이후용씨의 노후 준비 4계명
1. 나이 들수록 건강이 중요하다.
이후용씨는 젊었을 때 사업하면서 술자리가 잦았고, 그 때문에 위장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야생화를 가꾸기 시작하면서 운동량이 늘어나고 자연스레 술도 끊으면서 지금은 젊었을 때보다 안색이 밝아지고 건강도 되찾게 됐다. 하루 8시간씩 숙면을 취하고, 밥맛도 좋다고 한다.
2. 노후에도 계속 할 수 있는 일을 준비하라.
미리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은퇴 후 할일이 없어 집에서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낼 염려가 있다. 이후용씨는 야생화에 관심을 가지면서 인터넷과 서적을 통해 재배 방법을 연구하고, 직접 전국을 돌며 모종과 종자를 사러 다니며 인생 2막을 시작했다. 내년쯤에는 우리의 옛날 삶의 모습을 담은 박물관도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다.
3. 사람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라.
자연학습탐방장을 운영하면서 이후용씨는 서너 살 어린이부터 70~80대 등산객까지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게 됐다. 탐방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야생화에 대해 설명하고 기르는 법을 알려주다 보니 활력이 넘치는 삶을 살고 있는 것.
4. 함께 한 배우자를 아껴라.
당신의 노후, 안녕하신가요?
1. 50? 60대인 나, 누구를 위해 살아왔나?
(브라보마이라이프, '한국의 50?60대 생활 의식' 설문 조사)
91.3% : 가족이나 주변의 그 누군가를 위해 살아왔다
8.7% : 나 자신을 위해 살아왔다
2. 당신의 노후 준비는?
44.9% : 노후를 위해 전혀 준비하지 않았다(대한상공회의소, 서울지역 직장인 1000명 대상 조사)
80% : 은퇴 후에도 일자리를 갖고 싶다(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은퇴백서 2014')
3. 행복한 노후 생활 준비의 걸림돌은?
(KB경영연구소, 2014 한국 비은퇴 가구의 노후 준비 실태 조사)
35.6% : 물가 상승에 대한 생활비 부족
27.7% : 빠른 정년 시기
27.3% : 자녀 결혼ㆍ사업 자금 지원
26.1% : 과도한 자녀 양육비 및 교육비
기획_김유리 | 사진_이상규(cao studio)
여성중앙 2014 12월호
60세가 넘어서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배우자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이후용씨. 이후용씨의 부인은 매일 자연학습탐방장을 찾아 야생화 가꾸는 일을 돕는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운동도 되고 부부 금슬이 더욱 좋아지니 일석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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