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게 빚지다
전 민 정
몇 시간 한자리에 매달린 노동
초점 흐려지고 어깨 무겁다
지난해보다 멀어져 있는 마디와 마디
저녁 종소리가 타고 든다
강 건너 흐릿한 불빛이 출렁인다
어린 새들 둥지에서 입을 벌리고
맨발로 걸어온 저녁이 허리를 펼칠 동안
나무들도 서둘러 문을 닫는다
어제와 오늘이 이어져 붙는
수척한 밤이, 또다시 나를 들여다 본다
초라한 것들 등을 구부리고
불안정한 시간들이 펴지는 야(夜)
수직으로 바닥에 닿아
아직도 발밑까지 단단히 딛고 선 등뼈 홀로
돈도 내지 않고 몸에게
저당을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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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시
몸에게 빚지다
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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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6
23.06.10 10:08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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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고운글 보고 갑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