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진 꽃송이
장희자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좁은 거리에 10만 명 이상이 몰려 핼러윈 축제를 즐기다 대형 사고가 일어났다. 이태원은 유명 클럽과 지하철 이태원역 1번 출구가 있는 길목이라 외국인과 젊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다. 이번 사고로 14개국, 외국인 포함 156명이란 사망자와 151명이란 부상자가 나왔다. 3년 만에 실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 해방감과 주말까지 겹쳐 많은 사람이 좁은 골목에 몰려 압사당한 사고다.
엄마와 손잡고 나선 16살의 중학생부터 40대까지 젊은 연령층이지만 대부분 20대와 30대다. 3대 독자, 12년 지기 친구를 잃었고, 딸과 아내, 처형을 한꺼번에 잃고 졸도했다는 가장, 대기업 입사통지서를 받은 아들, 다섯 명의 친구가 나섰다가 세 명이 사망했는데 옆에서 살려달라고 외치는 친구를 보고 옴짝달싹 못 해 바라보고 있었다고 눈물을 쏟는다. 이 순간을 어찌 잊을 수 있겠나! 평생 품고 갈 못이 가슴에 박히는 순간이다.
희생자 모두의 사연에 눈물이 흐르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허둥댄다. 옆집 할머니는 노인들이 죽고 젊은 애들이 살아야 하는데 너무 오래 살아서 미안한 마음이 든다. 하셨다. 나라와 국민이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다. 세계 10위란 경제 대국에서 일어난 사고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이별한 시간도 없이 갑자기 날벼락을 맞은 가족은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일 것이다. 자식이 주검으로 돌아왔는데 아무렇지도 않게, 현장에서 촬영한 영상을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 올리니 얼마나 억울하고 슬플까?
경찰의 대처가 미흡했다 하고, 이태원역 1번 창구를 폐쇄하지 않았다. 하고,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해 사고가 일어났다. 하는 사람까지 남의 탓이 넘친다. 누구의 잘못을 따지기 전에 왜? 출동이 늦었는지, 정확한 진단이 먼저다. 핼러윈 축제는 2010년부터 영어 유치원, 키즈카페, 캠프장에서 영업을 목적으로 어린이가 있는 집 가족을 모아 파티를 열기 시작하였다. 핼러윈은 ‘모든 성인의 날’이란 기독교 축제일이다. 영미권에서는 아이들이 귀신 분장을 하고 이웃집을 돌며 사탕을 받아오며 공동체의 결속을 다졌다. 지금은 세계 청년들이 공유하는 글로벌 대중문화축제로 변했다.
종교적 축제가 한국에 들어와서 청춘들이 열기를 분출하는 축제로 변질하였다. 미국의 어린이들의 귀신 분장 놀이와 일본의 의상 놀이인 코스프레를 결합해 한국 젊은이들이 열광한다. 분장과 군중심리까지 끼어드니 긴장이 풀리고 무질서해졌다. 유치원부터 경험한 M.Z 세대들은 여러 가지 분장이나 화려하게 꾸민 옷을 입고 찍은 사진을 다투어 소셜미디어에 올린다.
유치원에 다니는 손녀가 핼러윈을 손꼽아 기다렸다. 며느리는 호박 속을 파내고 촛불을 켠다며 호박죽을 쑤어 먹으려 보관한 잘 익은 호박을 가져갔다. 핼러윈 행사로 얼굴에는 호랑이 무늬 페인팅을 하고 탈을 쓰고 이상한 옷차림을 한 손녀 사진을 보내왔다. 거실에 켜 놓은 호박 등 사진도 있다. 일회용 옷을 구매하고 탈을 만들었단다. 즐거워하는 손녀를 보니 외국에서 들어 온 정체불명의 축제라고 못마땅하던 마음이 슬그머니 꼬리를 감췄다. 내 자식에게는 해주지 못한 일이 많아 두고두고 후회되는데 손녀는 사진으로 남긴 추억 한 자락이란 생각이 들어 유치원 교사가 고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대통령의 사과 담화와 7일 동안 애도 기간으로 관공서 직원은 검은 리본을 가슴에 달고 가능한 한 축제는 자제하란다. 단풍철이라 행락객이 늘고 지방자치마다 행사가 줄을 이었지만 취소하거나 축소하고 있다. 운동선수들도 검은 리본을 달고 입장했으며 응원을 삼가고 조용히 관전한다.
출, 퇴근마다 떠밀려 한 발 짝씩 안으로 들어가는 버스 안, 키가 작은 사람은 중간에 끼어 숨쉬기조차 버거운 지하철 안, 지하철 계단을 떠밀려 오르며 과밀에 익숙해져서 위험을 감지하지 못 할 수 있다. 소를 잃었어도 외양은 고치야 지만, 꽃이 활짝 피기도 전에 떨어진 그들의 넋을 위로하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 비난이나 분노보다 깊은 애도가 필요한 떼다. 내 피붙이가 사고를 당한 것도 아닌데 방송을 볼 때마다 눈물이 흘러, 일상으로 돌아올 날을 기다린다.
장희자 수필가
한국수필문학가협회 이사. 청계문학회 이사 한국문인협회, 강원문인협회, 강원수필문학회, 춘천문인협회, 춘주수필문학회 회원 적십자봉사원수기 동상, 기본이선나라공모전 최우수상, 강원여성백일장 동상, 경북일보문학대전 입상 수상 수필집 『초록마을』, 『정은 깊어 가는데』, 『머리로 밥 먹기』 제18회 춘천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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