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알러지가 내게 제 열통을 터트린다 여리고 예민한 부위에만 유독 발진한다 손대면 멈출 수 없는 엑스터시 뒷맛 같다
잎마다 반점 박힌 마당의 모과나무 겨우내 몸을 긁어 등걸마다 흠집이다 제 생의 겨드랑이에 그늘 한 채 들였다
아픔도 오래 만지면 생기로 반짝이나 터진 내 표피에선 분홍 새살이 돋고 나무도 꽃 피우느라 온 집이 왁자하다
-강정숙.「위험한 동거」전문 (문학의 오늘 2016년 겨울호)
세 수로 된 연시조이다. 각 수를 한 연으로 잡고 초장,중장을 합쳐 한 행으로 잡고 종장은 따로 한 행으로 잡았다. 얼른 보면 산문시 형태 를 취하고 있으나 종장을 별 행 처리해 매 수 기승전결이란 시조 구성 미학을 드러내고 있는 시이다 만물이 꽃 피우고 생동하는 봄을 맞아 그 만물과 함께 생동하는 시 인의 심경도 에민하게 드러낸 시이다. "멈출 수 없는 엑스터시" 같은 봄 풍경 따라 왁자한 시인의 마음은 물론 봄의 그늘, 생의 그늘까지 만 물과 온전한 한 몸이 되어 드러내고 있는 시이다 시상을 끊이지 않게 전개시키려고, 부산하게 행과 연을 나누지 않고 산문시형을 택했을 것이다. 문맥도 툭, 툭 부러뜨리지 않고 그냥 산문 으로 나가기 위해, 그러나 셋째 수 초장에서 ' 아픔도 오래 만지면 생기 로 반짝이나"에 와서 그만 시조의 그 피하고픈 상투성에 걸려들어 아 쉽다. 그냥 평범한 진술로 나가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