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유진 미시마코산(三島光産)
미시마코산(三島光産)은 1916년에 설립된 후쿠오카 소재 중견기업이다. 연속 주조용 몰드, 반도체 운반용 성형품, MRI용 자기장 캔슬러 등 다수의 틈새 품목에서 일본 내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설립 이래 10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리먼쇼크 시기를 제외하고는 단 한번의 적자도 기록한 일이 없는 우량기업이다. 필자는 KOTRA가 주관하는 취업박람회를 통해 2018년에 이 기업에 취업했다.
미시마코산 신입사원 내정식
나는 일본에서 대학을 나왔고 한국 기업과 일본 기업 취업을 양쪽을 염두에 두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졸업 후에는 한국에서 취업준비를 하며 구인 공고가 올라오는 시즌이 되면 밤새 자소서를 작성해 지원하는 생활을 반복하고 있었고 연이은 불합격 소식에 지쳐갈 즈음에 KOTRA의 해외취업 카페를 보고 일본 기업 취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게 됐다.
처음 취업준비를 하면서 누구나 나름의 기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불합격이 이어지면 점점 그 기준을 낮춰가며 기업에 지원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내 스스로 포기할 수 없었던 하나의 기준은 ‘사람을 위하는 기업인가’라는 점이었고 이것이 내가 미시마코산에 취업을 하게 된 큰 이유 중 하나다.
1차 면접에 임했을 때 느낀 것은 예상했던 면접과는 너무 달랐다는 점이다. 일본 기업은 대개 형식적이고 딱딱한 분위기 속에서 면접이 진행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고 미시마코산은 전통이 있는 제조기업이라 더욱 그렇게 생각을 하고 면접에 임했다. 그런데 막상 면접이 시작되자 지원자가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 성심껏 대해 준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고 내 이야기도 시간을 들여 곰곰이 들어줬다. 오히려 내가 준비해갔던 회사 지원동기, 자격증 등은 중요하지 않게 느껴질 정도였다.
1차 면접 합격 후 최종면접을 위해 기타규슈에 위치한 미시마코산의 본사로 향했다. 숙박과 항공임을 포함한 이동경비는 회사에서 지원을 다 해줘 편하게 참여할 수 있었던 것도 크게 감명을 받았다. 최종면접이 끝난 뒤에는 엔지니어링 사업부와 기공사업부의 공장견학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고 공장견학은 사업부의 부장님과 차장님이 진행하셨다. 공장 안에서 만나는 직원마다 나에게 활기차게 인사를 해주고 부장님과 차장님이 사원들과 허물없이 이야기하며, 사원들의 세세한 사항까지 잘 알고 있는 점이 굉장히 인상 깊었다. 다른 회사에도 내정을 받았지만 나는 망설임 없이 미시마코산에 입사했다. 내 가치관에 부합하는 회사라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월드잡 사이트에 있는 지원 기업에 대한 정보와 모집 직무 관련 설명만을 가지고 면접에 임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에 네이버의 KOTRA 카페를 이용해 상세한 정보를 얻었다. 해외취업 박람회 참가기업 리스트가 확정되면 기업의 인터뷰 내용과 과거 그 기업에 지원을 하거나 면접을 봤던 분들의 후기를 보면서 회사 서류 지원 여부를 결정했다. 이력서 작성에 있어서는 한국 기업 취업 준비와 크게 다른 점은 없었던 것 같다. 다만 자신의 강점을 중점으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면 좀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존에 일본 기업 면접을 경함한 분들의 후기나 일본 사이트를 통해 일본 기업 면접 시에 가장 흔히 나올 수 있는 10가지의 기본 질문을 정리해 거기에 대한 답을 준비했다. 대부분의 일본 기업이 외국인 구직자에 대해 공통적으로 질문하는 것이 ‘일본어는 어떻게 공부했나’, ‘왜 일본에 취업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가’, ’일본 문화와 한국 문화의 다른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이다. 그리고 지원동기, 특히 왜 이 직무에 지원했는가 하는 질문은 흔히 접할 수 있었고 미시마코산 면접 때에도 이러한 질문을 받았다. 자기소개서는 솔직하게 작성하고 그 자소서에 맞게 면접 답변을 준비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일본 기업 면접관은 대체로 자소서와 면접 답변의 일관성을 많이 본다는 인상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
내가 일본 기업 취업에 성공한 요인으로 첫째는 일본어, 둘째는 지원 회사정보와 직무에 관한 이해, 셋째는 자신감이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일본인 신입사원과 동일한 기준으로 한국 청년을 뽑고자 하는 기업의 경우에 서류합격이나 1차 면접 때 일본어를 특히 중시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일본어가 부족하다고 해서 면접에서 떨어뜨리지 않으나 적어도 자신의 생각을 간단하게라도 전달할 수 있는 정도의 레벨은 필요하다고 본다. 또한 취업 후를 생각해도 업무, 생활 모든 면에서 일본어는 잘하면 잘할수록 좋은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회사에 지원을 하기 전에 기본적으로 회사의 홈페이지와 해당 기업 및 업계의 관련 뉴스를 찾아보고 정리를 하는 것이 일본 기업 취업에 도움이 된다. 그리고 회사에서 자신이 지원하고 싶은 직무에 관해 조사하고 최근 어떤 방항으로 흘러가고 있는지를 조사해 내가 가지고 있는 자격증이나 경험이 직무나 회사와 연관성이 있도록 자소서나 면접답변을 작성할 것을 권하고 싶다.
자신감은 면접 과정에서 특히 중요한 것 같다. 나는 면접을 볼 때 ‘회사가 나를 선택하지만 나 또한 회사를 택할 권리가 있다’ 라는 마음가짐으로 면접에 임했는데 이 덕분에 면접이 끝난 후에도 후회 없이 답변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입사를 하고 6개월 정도의 연수생활을 끝내고 발령받은 엔지니어 사업부에 설계팀에 소속돼 로봇의 오프라인 티치를 메인 업무로 맡고 있다. 회사생활은 8시 30분부터 17시 15분까지 근무로 점심시간은 1시간이다. 야근에 관한 규제가 강한 편이고 일이 바쁜 경우에 잔업을 하게 된다면 되도록이면 7시까지만 하도록 룰이 정해져 있다. 인근 전철역까지 통근버스가 오기 때문에 자가용이 없어도 불편없이 출근이 가능하다.
연수기간 동안 설계의 영역이 아닌 전기, 공사, 플랜트 등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시야를 넓히는 기간을 가졌다. 그리고 폴리텍에서 용접, PLC, 설계 툴 다루는 수업 등에 참가해 기본적인 지식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회사 분위기는 수평적이며, 신입의 의견이라도 수용을 해주는 분위기다.
한편, 취업 후의 애로사항도 있었는데 바로 회사 예절이다. 회사 예절과 관련해 첫 번째로 힘들었던 것이 경어 사용으로 회사에서 교육을 시켜주지만 상황에 맞는 경어를 쓰는 것이 힘들었던 적이 많았다. 특히 전화응대나 고객응대가 가장 힘들었다. 명함을 주고 받거나 좌석 앉는 순번 등 비즈니스 매너를 익히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한국에서도 경험이 없었는데 일본에서는 불문율이지만 반드시 지켜야 하는 사항들이 적지 않다. 일본 기업 취업을 희망하는 우리 청년들이 취업 후 빠른 정착을 위해 가볍게 넘기지 말아야 할 사항이라 생각한다.
한국에서 취업 준비를 할 때 내가 여자이기 때문에 엔지니어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적고 나는 취업을 하기엔 부족한 사람이다라는 생각에 자주 사로잡히곤 했다. 아무리 자격증을 취득하고 토익 점수를 높이고 면접을 봐도 저를 원하는 기업은 없었던 시절이 있었기 떄문이다. 하지만 해외 취업으로 눈을 돌리면 회사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지고 나의 장점을 봐주는 사람들도 자연스레 늘어난다고 생각한다. 해외 취업을 준비하는 모든 청년들이 언어와 문화의 장벽에 부딪혀도 해외취업의 꿈을 포기하지 말고 자신감과 철저한 준비를 통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길 기원한다.
※ 해당 원고는 외부 전문가가 작성한 정보로 KOTRA 공식의견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