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하고 어두운 등장인물
회색빛 소설
가난과 고난에 대한 단순한 묘사자와 관찰자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어 가난과 민족 수난의 현실에 온몸으로 밀착
언어구사력이 돋보임
비장한 결말
단편이라고 하기엔 복잡
모든 작품의 분위기가 냉담하다
작품 제목을 잘 지었다는 생각
어느 평론가가 김소진의 세상보는 시각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김소진의 세계는 하나의 버스 안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 안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며 아낀다. 다만 그를 혹은 그것을 방해하는 적은 버스밖의 외부일 뿐이다...라고.
김소진의 작품세계에 서서히 맛을 들여가고 있는 시점에서 이 같은 말을 듣고 3/8쯤 공감할 수 있다고 말한다면 성공한게 아닐까 생각해본다.작가의 작품에 대한 흡수율이나 성취도의 분모를 3이나 5로 잡기에는 부족함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려 재빨리 8로 바꿔버린 빤한 눈치또한 성공에 대한 좋은 예감 중 하나이다.
1. 즐거운 나의 집
오랄 곳은 많아도 진정 쉴 곳은 내 집 뿐이라는 노래는 가정과 가족의 화목을 대표하는 노래이다.아무리 천치같은 태생이라도 결국 돌아가서 안길 곳은 나의 가족의 품이다. 이 진리는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뼈가 시리게 깨닫게 되는 말이기도 할 것이다. 원래부터 나이 먹을수록 절감하는 것들은 영락없는 진리이니까.
'김소진 읽기'라는 요즘 유행하는 이 같은우스꽝스러운 주제를 잡고 봤을때, 작가의 테두리에 늘 자리잡고 있는 것은 '가족사'이다. 그렇지만 작가의 문체나 전체적인 소재로 보나, 작가의 가족사는 꽃방석에 올라앉은 것처럼 행복해보이지만은 않는다. 굳이 내 느낌대로 표현하자면 자욱한 회색빛 안개같이 뿌옇고 매캐하다.
아버지는 비굴하고 어머니는 억척스럽다. 내가 작가라고 해도 가족을 떠올리며 즐거운 나의 집을 부르고 싶진 않을 것 같다. 작가 자신도 말했듯이 작가는 소설안에서 아버니를 헐뜯고 비난하고 욕한다. 심지어는 아버지를 팔았다고 까지 한다. 그렇지만 사기꾼이 자신이 사기꾼이라고 말 할 리 없고, 도둑이 나 도둑이오 라고 할 리 없듯이 그의 작품 곳곳에는 그의 위와 같은 고백이 단지 자기반성적이고 지극히 겸손한 말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사랑하는 것보다 미워하는 것이 훨씬 힘든 법이다. 작가는 작품에서는 절실하게 아버지를 승리자로 끌어올리기위해 노력한다. 또한 그를 항상 억누르던 어머니도 자유롭게 풀어놓으려 한다. 사향주머니와 함께...
비록 그의 유년은 웃음이 깔깔 나온다거나 누구누구의 유년처럼 아득한 미소를 떠올리게 하진 않지만 질기고 끈끈한 기억의 끈을 붙들고 놓지 앟는 주인공의, 혹은 작가의 생을 나름대로 소중하게 풀어가고 있는 것이다.
사뭇 정치적이고 딱딱한 느낌으로 다가올 수 있는 단편들도 결국 가정의 실마리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을 읽는 묘미가 아닐까? <열린 사회와 그 적들>의 부제는 [사부곡-사모곡]이라해도 손색이 없을테니까
2.물 흐르듯 보이는
김소진의 작품을 단 하나라도 읽어봤다면 작가와 화자를 구분할 수 없다는 것을 모두 알아차릴 수 있을만큼 뻔한 것이고 하나하나 작품을 늘려갈때마다 더욱 확연해지고 분명해지는 사실이 아닐 수 없다.
개인적으로 100%완벽한 뻥을 진지하게 그린 소설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김소진이 그다지 탐탁지가 않다. 이건 작가적 역량을 배제시키고 말하는 것이다.
이렇게 자전적인 소설을 쓰거나, 자신이 이입되어 있는 소설을쓰는 작가들은 독자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작품을 구상하고 집필하고 인쇄되어 출판되기까지, 심지어는 나온 후까지 전전긍긍해야하며 고통스러워해야한다. 자신이 과거에 구려넣었고 그다지 상기가 꺼려지는 부분까지 끄집어내어 들추고 펼쳐야 무슨무슨이야기가 되기 때문에. 나아가 세상사람들 모두에게 고해성사를 해야하기 때문에.그렇기 때문에 예술하는 사람을 두고 천명(天命)이라고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이런 소설을 읽는 독자의 입장에서도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기란 좀처럼 쉽지않다.
그래서 난 김소진의 여태까지의 작품을 읽는다는 것이 그리 수월치만은 않다. 지나치게 감성적인 글이라고 비난하다면 일부는 수용해야겠지만, 어차피 책을 읽는 행위나 그 전에 책을 선택하는 행위자체부터(평론가가 아닌 이상)감성이 대부분을 작용하는데 감상문이야 오죽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