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칼럼] “부산 엑스포 지지” 일본은 왜 말 못하나
조선일보
박정훈 논설실장
입력 2023.09.02. 03:20
https://www.chosun.com/opinion/column/2023/09/02/H3FQFFBW3NHJFP4IZCFQYBLHH4/
※ 상기 주소를 클릭하면 조선일보 링크되어 화면을 살짝 올리면 상단 오른쪽에 마이크 표시가 있는데 클릭하면 음성으로 읽어줍니다.
읽어주는 칼럼은 별도 재생기가 있습니다.
5년 전 한국은
오사카 엑스포를
공개 지지했다...
이번엔 우리를
도와야 할 일본이
침묵을 지키는 건
무슨 까닭인가
지난 3월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기시다 총리와 긴자의 오무라이스 노포에서 뒤풀이 회동을 가졌다. /대통령실
외교부 내 일본통(通)을 일컫는 ‘재팬 스쿨’ 사이에 트라우마처럼 여겨지는 사건이 있다. 2002년 고이즈미 당시 일본 총리의 북한 방문을 ‘물 먹은’ 일이다. 월드컵 공동 개최로 한일 간 우호 분위기가 무르익던 그해 8월, 고이즈미가 긴급 회견을 갖고 방북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한반도 정세를 요동치게 할 초대형 이벤트였지만 그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철저히 소외당한 사실이 밝혀졌다.
일본이 한국에 통보해 온 것은 발표 몇 시간 전이었다. 일본은 1년에 걸쳐 중국 등에서 북측 밀사와 비밀 협상을 30여 차례 벌였지만 한국엔 알리지 않고 철저히 따돌렸다. 뒤늦은 통보에 주일 한국 대사관이 항의하자 일본 외무성은 “한국도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때 그러지 않았냐”고 받아쳤다고 한다. 남북 관계의 특수성을 존중한다면서도 당사자인 우리 뒤통수를 친 것이었다.
북한과 뭘 해보려는 움직임은 지금 일본도 마찬가지다. 지지율 하락에 허덕이는 기시다 총리는 북에 납치된 일본인 송환에 사활을 걸고 있다. 2002년 김정일과 담판해 납북자 5명을 귀국시킨 고이즈미처럼 이 문제에 성과를 올려 정권을 연장하겠다는 것이다. 외교가에선 일본이 북한과 비밀 교섭에 돌입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싱가포르에서 북·일 당국자가 두 차례 접촉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북한 쪽 반응도 심상치 않다. 지난 5월 기시다가 ‘일·북 고위급 협의’의 운을 떼자 북한 외교부는 즉각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화답했다. 국제 제재에 둘러싸인 북으로선 일본을 통해 활로를 뚫을 속셈일 것이다. 지난주 북한은 정찰위성을 쏘면서 일본에만 사전 통보했다. 석달 전 1차 발사 때도 추진체가 한국 영해 인근에 추락했지만 우리에겐 통보가 없었다. 한국을 배제하고 한·미·일 협력의 약한 고리인 일본을 흔들겠다는 것이다.
일본은 배울 것 많은 대국(大國)이지만 국력에 걸맞은 ‘대국 외교’를 하는 나라는 아니다. 가치·원칙·대의 보다 눈앞의 손익을 따지는 ‘주판알 외교’를 구사한다. 현 기시다 정권도 마찬가지다. 한일 간 화해 무드에도 불구, 일본이 무언가 매듭을 푼다든지 통 크게 양보할 것이라고 과도하게 기대해선 안 된다는 뜻이다.
파탄 직전까지 간 한일 관계를 복원시킨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결단이었다. 그것은 결코 공짜가 아니다. 윤 대통령으로선 국내 여론 반발과 반일 역풍이라는 엄청난 정치적 손해를 감수하고 승부수를 던진 것이었다. 이 구상은 일본의 적극적 호응을 전제로 한다. 기시다 정권이 자국 내 정치 논리에 집착해 ‘가치 연대’의 큰 틀을 보지 못한다면 한일 관계는 언제든지 다시 흔들릴 수 있다.
캠프 데이비드의 한·미·일 정상 회의에서 귀국한 기시다 총리가 가장 먼저 달려간 곳은 후쿠시마였다. 현지 어민과 만난 뒤 바로 각료 회의를 열어 오염수 방류를 결정했다. 한미 정상의 양해를 받은 듯한 모양새를 취한 것이었다. 애초 기시다는 오염수 문제를 캠프 데이비드 의제로 올리려고까지 했다. 그 부담은 압도적인 반대 여론에 시달리는 윤 대통령을 향할 수밖에 없다. 일본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에 자꾸 한국을 엮어 책임을 분담시키려는 행태가 비겁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한일 간 최대 현안이던 강제징용자 이슈에서 윤 정부는 ‘제3자 배상’으로 문제를 풀었다. 우리 기업 돈으로 선(先)배상한 뒤 이른바 ‘전범(戰犯)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는 방안이다. 그런데 6개월이 지나도록 일본 기업들은 한마디 반응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기시다 정부가 자국 내 여론을 의식해 기업 참여를 막고 있다는 추측이 나온다. 일본 측은 자기들 나름대로 애쓰고 있다고 말하나 우리 기대치엔 한참 못 미치는 게 사실이다.
어제까지 서울에서 열렸던 ‘한일 포럼’에서 일본 정부가 ‘2030 부산 엑스포’를 공개 지지해야 한다는 전문가 제안이 나왔다. 그 말을 듣고 사실 좀 놀랐다. 아니, 일본의 지지 표명이 없었단 말인가. 5년 전 ‘2025 오사카 엑스포’ 유치전 때 한국은 당시 이낙연 총리가 공개 발언을 하며 일본을 밀어주었다. 이번엔 일본이 도와줄 차례라고 기대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러나 엑스포 개최지 결정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지금까지 일본은 아무런 말이 없다. 물밑에선 사우디를 밀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윤 정부가 ‘일본 대변인’ 소리까지 들어가며 도와주었는데 일본이 딴 나라 편을 든다면 도의가 아니다. 한국으로선 뒤통수 맞았다고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한일 화해 국면이 재개된 이후 양국의 반응은 ‘불안’과 ‘불만’으로 요약될 만하다. 일본은 한국이 또 바뀔까 봐 불안하다 하지만 한국은 일본의 호응이 뜨뜻미지근한 게 영 불만이다. ‘엑스포 상호 지원’ 같은 기본 중의 기본적 협력조차 주저한다면 일본의 진심은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동방삭
2023.09.02 04:41:57
윤대통령 위험감수 통큰결단 했는데도 // 일본이 눈치보며 이속만 채운다면 // 기시다 쪼잔하단말 들어야만 하겠지
답글작성
29
3
산천어
2023.09.02 05:18:24
일본도 통 크게 나와라!
답글작성
26
1
밥좀도
2023.09.02 06:01:47
자유 민주 체제의 나라 한국과 일본은 과거의 앙금은 털고 공동 번영과 동반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이웃 사촌의 경사가 나의 경사임을 인식할 때이다.
답글작성
22
4
토오루
2023.09.02 07:11:28
한국의 정치색깔이 바뀔 때 마다 그들은 냉온풍을 번갈아 맞는다. 거기다 본심(本音)을 잘 드러내지 않는 만큼 그들의 불신을 완전 불식 시키기는 어렵다고 본다. 요는 현재의 우호적 정권이 굳건히 유지된다는 믿음을 주게 되면 그들도 본심을 바꿔 주리라 믿는다. 반드시,,,
답글작성
7
0
초류향
2023.09.02 07:33:21
이 기사가 일본의 적극적 지지를 이끌어 내는 기폭제가 되길 기대해 봅니다
답글작성
5
0
Sweeper999
2023.09.02 07:25:37
기시다는 인상만 딱 봐도 전형적인 참모형 2인자형이지 윤대통령처럼 자기결단으로 자기주도로 일을 처리할 인물이 아니며 일본의 세계최악의 고질적인 파벌정치,세습정치로인해 아베의 후계자인 기시다는 당연히 자기정치적목숨연명을 위해 통크게 나올 수 없다..그리고 최근 한국에 대한 시기 질투 부러움과 자신들의 식민지였다는 우월감등이 뒤섞여서 크게양보하고 같이 함께 나아가자는 마인드자체가 원초적으로 형성되기어려운 나라다
답글작성
4
0
sagong05
2023.09.02 06:48:43
인종도,사회체제도,사고방식도 한국인과 가장 비슷한 일본.친절,깨끗하고 배울점 많고 좌경역사를 파헤칠수록 그래도 일본측이어서 다소 나았다라는 분위기..그러나 한국의 이런 대승적 결단에 일본측에서 상응하는 움직임이 없다면 이런 화해와 동류의식은 순식간에 사라질지 모른다.진정성이 없으면 아주 쉽게 깨어지기 쉬운 것이 한일간이다.
답글작성
4
0
viviyun
2023.09.02 07:36:30
아니 무슨 침묵을 한다는거지?! 오사카엑스포 지지한다고 말했으면 그쪽에서도 공식적으로 그렇게 말해야 하눈거예요? 그럼 사회생활에서도 우리가 술사줬으니까 너희가 안사면 진짜 섭섭하니까 꼭 사라! 안사면 삐진다! 이런식인가?! 철없는 중2병같은 칼럼제목보고 또 쓸때없는 반일 선동에 이끌려고 하는 조선일보를 보고 놀랬습니다! 보수신문이면 보수답게 반일선동에 반대하는 기사를 실으시길! 답답하다!대한민국 사람들!!
답글작성
2
3
코리언맨앤맨
2023.09.02 07:50:42
윤석열이 괜히 다 퍼주기만 한다는 소리 듣게 생겼네 ㅉ
답글작성
1
0
system
2023.09.02 08:14:52
일본은 집단적 소아집착증이 한계다. 윤대통령이 통 크게 결단하고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며 관계를 복원했으면 손을 내밀어 호응해 줘야 정상이다. 진정성 있는 사과 한 마디면 되는데도 자존심이 뭐길래 있던 사실도 부정하며 사과에 그리도 인색한 것을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진정한 반성과 사과가 나라의 국격을 깎는게 아니라 높여준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우매한 사람들이다. 일본인들이 신주단지 처럼 여기는 자존심은 야스쿠니 사원같은 허구일 뿐이다. 21세기를 19세기 처럼 사는 이웃이 불쌍할 뿐이다.
답글작성
0
0
대전구독자
2023.09.02 08:14:34
기시다가 쪼잔? ㅋㅋ. 일본놈들 태생 자체가 그리 생겨먹었다. 잊지 말고 장부에 기록해 둬라. 얼마나 쪼잔하고 신의가 없는 놈들인지 스스로 알수있게. 부끄러움을 아는 놈이 한 놈은 있겠지.
답글작성
0
0
Freedom36
2023.09.02 08:11:22
칼럼의 취지가 한일관계의 앞날을 걱정하는 차원이라고 이해된다. 그러나 부산 엑스포를 놓고 한일간에 이해관계가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한 칼럼이다.
답글작성
0
0
이바호 2
2023.09.02 08:02:03
왜구를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자체가 이미 틀려먹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