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탕괴담』 - 그러나 감동적인......
안녕하세요. 이 아이디 빌려쓰는 은경이라고 합니다.
그럼 이야기 시작!!!!!
난 목욕탕을 자주 이용하는 편이다. 사건은 며칠 전『xx탕』(여기서 xx란 '목욕'을 뜻하진 않는다. 세상에 누가 목욕탕이름을 '목욕탕'이라고 하겠는가! 에서 일어났다.
2,800을 내고 여탕 문을 열고 락커에 옷들을 가지런히 정리해 넣었다.(실은 벗는 족족
다 뒤집은 채로 쳐박았다......-_-;) 탕 문을 열자 알몸의 여인네들이! (어이..거기....남자분들 침닦아요~) 대충 샤워를 하고 욕조에서 때를 불린 뒤 4,000만 국민들의 애용품 (길표 검은두줄무늬있는 꺼칠꺼칠한 녹색때수건, 낱개판매200원)으로 온 몸을 박박 밀었다.
한참 밀고 있는데 어디선가 고질라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내가 앉은 자리
쪽 (당시 목욕탕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내가 앉은 코너((조금 이상하군..))에는
나 혼자 만이 때를 밀고 있었다...)에 엄청난 거구의 살색 지방 덩어리 아줌마가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그 아줌마를 알고 싶다면 영화 『길버트 그레이프』에 나오는 조니
뎁의 엄마를 유심히 보기 바란다!!) 그 아주머니는 나를 보더니 씨익 웃으셨다. 무서웠다......
아줌마는 쿵쿵대시며 그 하구 많은 빈 자리들 중에 바로 내 뒤에 자리 잡으셨다. 바닥에 앉으실 때 철푸덕 소리와 함께 엄청난 양의 물을 나에게 튀기셨다. 아니, 튀긴게 아니라 끼얹으셨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난 몸을 떨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왜냐!! 난
저런 아줌마들의 의도를 알기 때문이다. 아줌마들은 너무 어린 애나 할머니들, 혹은
또래 아줌마들 곁에 잘 앉으시지 않는다. 왜냐!! 자신의 등을 누군가가 밀어줄려면 만만하게 생긴 나 같은 젊은 처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으아아악!! 저 아즘마의 등을 밀려면!! 아마도 그 날 몸져 누울 것이다!! 난 눈치를 살피며 내 때를 삐질삐질 밀었다. 다리 팔 배 가슴등 앞판을 다. 밀고 뒷판을 밀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혼자 등 미는건 고역이다. 하지만 난 잘 민다. 왜냐, 난 롱파리에 숏허리니깐......-_-; <--다 개뻥이다....
중심을 잃지 않게 한 손으로 허리를, 다른 한 손으론 등을 밀었다. 그 모습이란...... 정말이지 섹시...... 알았어 알았어, 그만할께...... 그 꼴이란...... 간질병 돋은 애 같았다.
등허리 배배꼬면서 닿지도 않는 등을 밀겠다고 발버둥치는데 정말 맹구가 난리 지루박 추는 꼴이었다......-_-;
혼자 그렇게 빛을 발하고 있을 때, 또 다시 고질라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쿵쿵쿵......
"아가씨, 등 밀어줄까?"
끄어어어어억!!! 여자의 음성이 아니었다. 그 뚱땡이 아줌마가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내 쪽으로 다가오시는게 아닌가!!!
아아... 난 저 미소 속에 감추어진 뜻을 안다...... 영어론 "Give & Take" 우리나라 말론
"니 등 밀어줄께 내 등 밀어다오.." 한국사람들의 습성중의 하나가 '거절을 잘 못한다'라는 것인걸 여러분도 잘 아실것이다. 그러나 난 그 순간 한국인이길 포기했다. 난
과감히 "아니요, 괜찮아요..혼자할 수 있어요" 라고 똑똑히! 말한 것이 아니라......-_-;
겁에 질려 그냥 목뼈 없는 사람 마냥 고개만 설레설레 했다.
아줌마는 사오정이신지 내 때수건을 확 뺏으시더니 나를 그녀 앞에 무릎꿇게 만들었다. 눈 앞이 깜깜해졌다. 그러나!!
그러나 앞으로 닥칠 재난은 비단 "등 도로 밀어주기"가 아니었다. 그건 바로 지금 이
순간!! 아줌마는 솥뚜껑만한 왼쪽 손바닥을 내 어깨에 척 걸치시곤 오른손엔 녹색 때수건을 끼셨다 (다 들어갔나 몰라......) 그러곤 내 연약한 등을 미시는데!!!!!!!
그 처참하고도 가혹적인 장면은 18세 미만은 관람할 수 없기에 통신용으로 한 구절로
축약하겠다......
"피 나는 줄 알았다......"
약 1분 간의 졸도에서 깬 나의 눈 가엔 눈물이 베어 있었다. 등이 불에 댄 것처럼 뜨겁고 따갑고 여하튼 무지무지 아팠다. 아픈 몸을 이끌고 난 슬며시 일어나 말했다.
"아주머니, 등 대세요....제가 등 밀어드릴께요."
흑흑흑... 아줌마, 아줌마 등 밀려면 나 정말 최소한 2만원은 받아야돼......
그 날 때는 다 밀었다는 심정으로 아줌마를 쳐다봤다. 그런데 아주머니는 살짝 웃으시면서 이렇게 대답하셨다.
"아니야, 아가씨. 난 싸우나 하러 와서 때는 안 밀어...... 아가씨가 혼자 등 미는거 보니깐 힘들어 보여서 내가 그냥 밀어준 것 뿐이야......"
............감동............
순간 내 자신이 너무 부끄럽고 가증스러웠다. 힘 빼기 싫어서 착한 아주머니를 두고
이 생각 저 생각을 하고...... 아주머니 등 밀어주는게 그렇게 대수인가? 아아...... 난
너무 나쁜 아이였다......
하지만 심금을 울리는 아주머니의 또 다른 명대사!
"아가씨, 담에 보면 내가 등 또 밀어줄께...... 등이 시원하게 밀어져야 목욕한 기분이
들잖아......"
.......우와와와아앙.......
정말 감동했다. 난 바보 같이 한 참 뒤에나 "아주머니 고맙습니다"를 했다. 내 자신이
미웠다. 그러면서 결심했다. '다음부턴 혼자 등 밀기 힘들어 하는 사람을 보면 내가 먼저 달려가 그 사람 등을 밀어줘야지! 깨끗이 등을 다 밀면 기분이 정말 시원하거든~~'
그리고 보실지 안 보실지 모르겠지만 그 아주머니에게 한 마디 해 드리고 싶다.
"아주머니, 아주머닌『길버트 그레이프』엄마보단 덜 뚱뚱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