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선택은 기회비용을 수반합니다. 기회비용이 생기는 이유는 '시간과 자원(비용)'의 제약 때문이지요. 대학생이나 신입사원의 프레젠테이션에는 좋은 내용들로 가득찹니다. 무엇을 해야한다는 '당위성'은 충만하지만 대개 '현실성'이 떨어집니다. '시간과 자원의 제약'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난 글에서 국가대표라는 보편적 특징에서 벤투의 선택을 이해해 봤습니다.(https://m.cafe.daum.net/ilovenba/2ljt/98317) 이번에는 월드컵만의 특수한 환경에서 벤투의 선택을 이해해봤습니다.
Q1.친선전에서 조차 새로운 선수와 다양한 전술을 실험하지 않고 매번 정예멤버만 고집하느냐
A1. 현실적 제약 및 벤투의 선택
2018년부터 조추첨 방식이 바뀌었습니다. 대륙별 포트에서 피파랭킹순으로 배분됩니다. 대진운을 조금이라도 높일려면 피파랭킹 올리는게 급선무가 됬습니다. 사소한 친선전에도 정예멤버 돌리고 해외파 불러서 총력전 펼친 것은 벤투 개인의 밥줄때문이 아닌 겁니다. 그 결과 벤투 부임당시 피파랭킹 57위였던 한국은 지난 3월에 28위까지 올랐습니다. 우리는 극적으로 3포트에 배치됬습니다. (이 제도가 처음 적용된 러시아 월드컵에서 우리는 최하위 4포트를 받았습니다.) 조추첨 결과를 알 수 없던 3월 시점으로 생각해보십시오. 일본이 3포트에 있는데 우리나라는 4포트로 지옥의조에 편입되었다면 어땠을지요.
친선전에서 새로운 선수로 실험도 하고 유망주 경험치도 먹이고 전술 테스트하면서 성적도 내라는 바램은 이상적이죠. 근데 현실은 그렇게 녹녹치 않습니다. 벤투는 당연히 선택을 해야만 했습니다.
Q2. 월드컵 직전까지 선수의 폼을 보고 발탁해서 활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
A2. 현실적 제약 및 벤투의 선택
지난 주말에 토트넘-리즈 경기 많이들 보셨을 겁니다. 근데 그 선수들 이번 주말에 다시 보게 될겁니다. 유니폼 바꿔서 국대로요. 카타르 월드컵은 최초로 시즌중에 치뤄지는 월드컵입니다.
예전에는 월드컵 개막 2주전에 전지훈련을 떠나서 약 3주간 합숙훈련을 했습니다. 월드컵 직전에 폼이 올라온 선수를 깜짝 발탁해도 전술에 녹일 충분한 시간이 있었단 얘기죠. 하지만 카타르 월드컵은 개막 1주일전까지 각자 클럽팀에서 경기 뛰고 바로 날아와서 치루는 대회입니다.
이런 특수성을 고려하면 주전을 정하는 D-DAY를 여느 월드컵보다 앞당길 수밖에 없다고 벤투는 생각했을 겁니다. 토트넘의 예를 들어 보죠. 같은 포메, 같은 포지션인데 세세뇽에서 페리시치 한명 바뀌었다고 손흥민의 히트맵이 달라집니다. 축구는 AI가 아니라 사람이 하는 거니까요. 능력치 높은 순으로 뽑아서 돌리면 알아서 팀전력 올라가는 게임이 아닙니다. 사람하나 바꾸면 주변 선수들의 동선도 바뀌는 겁니다. 팀에 +가 될지 -가 될지 평가전 한번 내보낸다고 알 수 없습니다. 매일 같이 훈련하는 토트넘도 몇 달째 선수조합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벤투는 선택을 해야만 했을 겁니다.
Q3. 손흥민이 빠질 경우를 대비한 플랜B를 왜 준비해두지 않았냐
A3. 현실적 제약 및 벤투의 선택
벤투에게 플랜A만 있다는 지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립니다. 433, 4141, 4132등 최근까지 다양한 포메이션을 시도했습니다. 황의조의 폼이 안좋은 요즘, 손흥민을 가운데 두는 투톱형태의 실험을 자주 했습니다. 하지만 손흥민은 어떤 실험에서도 빠지지 않습니다.
물론 에이스를 뺀 전술을 준비하기도 합니다. 근데 그건 연간 60경기를 뛰어야 하는 클럽팀 얘깁니다. 챔스도 결승까지 13경기를 합니다. 월드컵은 챔스 절반수준의 '초단기 토너먼트'입니다. 특히 우리나라에게 월드컵은 '단 3경기' 뛰러 가는 대회입니다. 3경기 하러 가는데 에이스를 뺀 전술까지 준비하는 것은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우승후보인 아르헨티나, 벨기에도 메시, KDB없는 전술은 완성도 있게 준비하지 않았을 겁니다. 30개국 어느팀에 갖다놔도 주전이 가능한 유일한 월드클래스 선수중심으로 플랜을 준비하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라고 봅니다.
축구팬들의 '이상적 바램'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을 겁니다.
다양한 선수를 선발해서 전술 실험을 하고
미래의 유망주에게 경험치도 먹여주되
경우의 수 따지지 않게 최종예선을 통과하고,
매 경기 승점을 쌓아 랭킹을 올려 3포트를 따내고
대진국에 대한 맞춤 전술을 준비할 것.
에이스가 빠질 돌발변수까지 완벽히 대처하되
해외파는 매번 불러선 안되며
불렀으면 반드시 기용해 주되
이 모든 것을 1년에 4번 소집기간에 준비해야 하나
개막 직전 합숙 전지훈련은 없음.
본선 승률18%, 30전이상 국가중 승률 최하위.
최근 20년간 16강진출 1회인 팀에 기대를 접고 비관하는 것 만큼 쉬운 일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현실적 상황을 고려하고 선택을 존중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합니다. 선택의 문제를 잘잘못의 문제로 인식하면 현실이 빠지고 당위성만 남습니다. 벤투가 전술적 유연성을 갖춘 감독은 아닐 지언정, 몇몇은 불가피한 선택이었으며 좋은 결과물 또한 냈던 감독이라고 봅니다.
'대표팀은 이강인만의 팀이 아니다'
(손흥민)
'아무리 한 선수가 잘 하더라도 그 선수 때문에 팀 전술을 바꿀 수 없다. 이유는 미드필더이기 때문이다'
(안정환)
'1년전에 이강인은 어땠냐라고 하면 할 말은 없다'
(한준희)
첫댓글 결과로 증명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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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벤투를 응원하고 나쁘게 보고 있지 않지만, Q2A2와는 의견이 다릅니다. 여름 월드컵이었어도 벤투는 직전 폼보다는 본인이 선호해왔던 선수위주로 활용했을거라고 생각해요. 그게 벤투의 방식이고 벤투의 고집(?)인것 같아요. 그리고 그게 꼭 틀리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개 동의합니다.
동감되네요 나름 최선의 선택을 해왔다고 생각하고 인정하는 바입니다
결과적으로 성공해서 여기까지 왔기땜에 비난할 생각도 없습니다. 어차피 결과가 안좋으면 욕먹기 딱좋음
저도 말씀하신 이유때문에 이강인을 쓰지않는 벤투가 이해가 됩니다.
글 잘 보았습니다. 전 다만. 이강인을 소집한 해외파 마지막 2차례 평가전에서 죽이되던 밥이되던 벤투 스타일대로 포메이션을 구상하되 이강인 선수를 투입해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폼이 좋은 선수들 중 한명이고 그 폼은 고스란히 이어지게 마련입니다. 황의조 선수가 지금까지 하락세인데 월드컵가서 반등할 수 있을까? 전 부정적으로 봅니다. 그 폼을 활용할 수 있게 최소한의 실험이라도 해봤어야 했는데 결국 못했습니다. 저도 이강인 선수가 월드컵때 특수한 상황 제외하고는 뛸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않습니다. 그냥 아쉬워서 하는 소리입니다.
좋은 인사이트 잘 들었습니다. 조추첨 방식이 바뀐건 말씀하셔서 처음 알았습니다.
수년간 일을 하고 인생을 살면서 느낍니다. 그간 수많은 선택과 의사결정이 남들이 보는 일반적인 기준에서는 납득이 안가지만 결정 당시 상황을 돌이켜보면 나름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다 있었다는걸.
그리고 누가봐도 정답인 것 처럼 보이는 것이 유일한 답이 아니라는 것도 점점 깨닫습니다. 어릴 때는 소위 얘기하는 정답을 잘 따르는것이 중요하다 생각했는데 이제는 다릅니다. 인생사 대부분이 자기만의 답을 만드는 해답이 더 중요하다는걸.
1주일 후면 벤투가 국민들에게 진짜 답을 들려줄 때네요. 국민들의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꿀 수 있을까요? 그간 보여준 벤투호의 행보가 벤투 감독만의 아집이 아닌 해답이 되길 바랍니다.
대부분 의견에 동감하고 친선전으로 랭킹 올려서 포트를 다른데 가는건 몰랐던 사실이네요..
다만 한가지 아쉬운건 이강인인데..이번 국대로 소집했을때 교체라도 하면서 테스트를 해봤어야한다는겁니다..
선발까진 바라지 않습니다..
저번달 첫경기에는 후반 교체, 두번째경기는 후반 시작하자마자 교체를 해서 본선때 경기중 공격수가 부상당하거나 경기가 안풀려서 골이 필요한 시점에서 공격력이 좋은 이강인을 실험했어야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영표가 그랬죠..월드컵은 증명하는 자리라고..증명하기 위해선 리그에서 폼이 좋은 선수를 데리고 활용해야되는데 그렇지 못하니 비판이 가해지는거 아닌가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일부 이견은 있으나 전반적으로 동의되는 말씀이네요.
마지막 친선점 두 경기에서 이강인 선수를 제외한 대비는 이제와서 뭘? 왓? 이런 수준의 아집이었고 그 이전까지는 어느정도 이해가능한 고집이었다고 봅니다. 물론 그 전재가 과연 우리가 기존에 해왔던 성과나 폼에 비해 더 나아졌느냐가 관건이라고 봅니다. 본인이 지킨 신념과 고집은 결과로 말하면 되겠죠.
클럽만봐도 김민재가 왜 이적이 쉽지 않았을까요? 더 높은 클래스에서 경쟁력에 물음표가 계속 붙어있기에 그런거죠 이강인은 어찌됐건 우리가 말하는 더 높은 클래스에서 서서히 인정을 받아가고 있죠 세계 최상위 클래스에서 뛰고있는 선수를 불러놓고 테스트조차 안한다면 감독으로서는 좀 모자란다고 생각듭니다.
전 4년전처럼 쫄지않았으면 합니다.
아쉬움없이 맘껏 부딪히고 결과를 봤으면 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을 적자면
이강인 레벨이 현재 대표팀중에 비교할 선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안쓰는 이유를 찾는건 억지 핑계라 생각합니다. 강인맘해서 뭔가 당연시 할 이유가 훼손되었는데 안쓸수가 없는 상태죠 현 국대는
우르과이 포르투갈같은 강팀인 경우는 저 이유가 충분히 납득이 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