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르드 동굴 위에 한글 성모송이 새겨진 까닭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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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8일은 한국교회 수호자 원죄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
세계적 성모발현성지인 프랑스 루르드의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마리아성당 왼쪽 내벽에 '성모송'이 한글로 새겨진 석판이 붙어 있다.
1876년 성당 봉헌식을 거행할 때 인각(印刻)해 부착한 것이다.
▲ 루르드 성지에서 안내봉사를 하는 이 마리 스텔라(예수성심시녀회) 수녀가
한글 성모송(점선 안, 아래 확대사진)이 새겨진 석판의 부착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성총을 가득히 입으신 마리아여, 네게 하례하나이다."
옛 성모송 첫 구절이다. 석판 좌우 양 옆에 붉은색으로 새겨져 있다.
중앙에는 같은 구절이 라틴어와 한문(申爾福瑪利亞)으로 적혀 있다.
성모 마리아가 18회에 걸쳐 발현(1858년)한 마사비엘 동굴 위에 세워진 기념비적 성당 벽면에
누가, 왜 한글 기도문을 새겨넣었을까.
#'박해의 땅' 조선에 도착한 것 감사
석판 본문에 궁금증을 풀어줄 실마리가 있다.
"결백하신 동정녀 마리아의 도우심으로 험한 항해의 위험에서 보호를 받은 조선반도 선교사들은
루르드 성전 내벽면에 돌을 부착하고, 돌 위에 글자를 새겨 이렇듯이 큰 은혜를 기념하고자 하는 바이다."
이 석판을 봉헌한 사람은 파리외방전교회 소속 리델 주교, 리샤르 신부, 블랑 신부다.
리델 주교는 박해가 한창이던 1861년 조선에 입국, 충청도에서 복음을 전하다 병인박해로 쓰러져가는 조선교회 사정을 알리기 위해 중국으로 탈출했다.
이후 일본과 만주 일대에서 재입국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그러는 사이에 제6대 조선교구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1876년 재입국에 성공했으나 만주로 보내는 편지가 발각돼 5개월간 옥고를 치르다 풀려나기도 했다.
블랑 신부는 훗날 제7대 조선교구장이 됐다.
이 석판은 파리외방전교회 선교사들이 박해 위험이 상존하는 조선에 잠입해 복음의 씨앗을 뿌리기 시작한 것에 감사하는 취지로 봉헌했다.
선교사들에게 조선 선교는 곧 순교로 인식되던 시절이다.
▲ "성총을 가득히 입으신
마리아여,
네게 하례하나이다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 마음 닮길 바라며
이 석판은 한국교회 수호자가 성 요셉과 원죄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대축일 12월 8일)로 정해진 배경을 파악할 수 있는 단서이기도 하다.
조선대목구 설정(1831년) 당시 조선교회는 북경교구에 속해 있는 관계로 북경교구 수호성인인 성요셉을 수호자로 모셨다.
그러나 제2대 조선교구장 앵베르 주교가 교황청에 청원, 1841년 무염시잉모태성모(無染始孕母胎聖母,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도 수호자로 모실 수 있는 허락을 받아냈다.
선교사들이 그런 청원을 한 이유는 박해받는 조선교회를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께서 지켜주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선교사들은 김대건 신부가 라파엘호를 타고 조선에 입국할 때, '바다의 별' 성모 마리아에게 의지해 험한 바닷길을 무사히 건너온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다.
게다가 당시 무염시태 신학논쟁이 끝나지 않았지만 서구사회, 특히 프랑스 파리에서 무염시태 신심운동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었다.
누구보다 성모신심이 강했던 선교사들은 그 신심을 조선에 전파하고 싶어했다.
조선 신자들이 거룩하고 티없이 깨끗한 성모의 마음을 공경하고 닮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래서 선교사들은 성모께 대한 감사와 기원을 석판에 새겨 봉헌한 것이다.
김원철 기자 wckim@pbc.co.kr
▨원죄없이 잉태되신 동정 마리아
성모 마리아가 잉태 순간부터 원죄의 모든 흔적을 받지 않았다는 교리.
초대교회 교부들은 마리아를 거룩하다고 여겼으나 죄의 흔적이 없다고 보지는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마리아의 성덕에 대한 신심이 깊어져서
마리아는 잉태될 때부터 원죄에 물들지 않았다는 신심으로 발전했다.
이 신심은 동방교회와 달리 서방교회에서는 느리게 전파되면서 신학적 논쟁을 불러왔다.
1830년 파리 뤼드박 성 빈첸시오 아 바오로 사랑의 딸회 수련자였던 가타리나 라보레 수녀에게 일어난 성모발현,
즉 '기적의 메달' 사건이 이 교리 선포에 결정적 영향을 줬다.
1854년 교황 비오 9세가 원죄없이 잉태되신 성모 교의를 선포했고,
4년 뒤 루르드 성모발현이 이 사실을 확인시켜주었다.
당시 성모 마리아는 14살 소녀 베르나데타에게 나타나 "나는 원죄없는 잉태"라고 말했다.
첫댓글 [가톨릭 자료실]게시판으로 옮겨도 좋겠군요.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