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년 4 월 23 일 금요일 흐리고 비
방터골을 아시나요 ?
풀천지 카페에서 가끔 한번씩
소개한듯 싶다.
어제 방문한 방터골을 오늘 날짜로 소개해 본다.
원래 이날은 씨지농을 찾아가 보려 했는데 연락이 되지 않아
도인처럼 지내는 후배의 방터골로 행선지를 바꾼 것이다.
처음 풀천지가 산을 좋아하는 재주많은 후배에게
험하기 이를데 없는 방터골을 소개해 줄 적에
괴팍한 후배는 혼자 좋아하였고
모든 사람들은 기겁을 했던 곳이다.
사람은 제각기 열정과 그릇이 다른 법이다.
현대인의 비극은 천차만별인 사람들의 개성을
집단적인 잣대에 몰아 놓고 순서를 정하려는데서부터 시작이 된것이다.
방터골 도인 후배가 지어놓은 투명 하우스를 살펴 보기로 하자.
무슨 하우스가 나무로만 지어져있다.
한쪽면만 비닐일뿐
다른 모든 면들은 FRP 투명 지붕재로 중무장이 되어있다.
게다가 하우스 한쪽 옆에는 황토 온돌방을 만들어 놓았으니
이만하면 제멋대로 사는 삶의 일가를 이룬 셈이다.
풀천지가 귀농 초기에 성급하게 덤벼들다 실패하고
부러워 하는 토종꿀벌 농사도 통수를 늘려가며 성공 시켜 놓았고
풀천지가 자랑하는 잿간 화장실도
후배의 재주 많은 솜씨로 옛날식 통나무집 만드는 방식으로
멋들어지게 호텔처럼 지어 놓았다.
운치있게 만들어진 나무 계단을 내려가면
차 한잔 하고 술한잔 마실수 있는
잿간 화장실 카페가 마련되어 있다...^^
굵은 통나무를 깎아 현대식 좌변기를 놓아
비데를 만들어 놓았다.
볼일을 보고 손잡이를 당기면
자동으로 내려가게 만들어 놓았으니 비데가 틀림없다.
산골에서 썩어가는 재주가 아까운게 아니라
산골에서 묻혀 살기에 온갖 재주를 빛내고 있는것 같다.
산골 화장실의 모든 창에는
값을 매길수 없는 값비싼 동양화들이 걸려있고
문 손잡이 하나하나에도
후배의 재주는 옛사람들의 삶의 지혜를 만나고 있다.
남극 기지를 설계할 만큼 전문가인 후배가
손수 공들여 지은 집이다.
지붕도 시공은 힘들지만
토속적인 맛을 자아내고 40 년은 보장한다는
너와지붕을 해 놓으니 그 또한 멋진 운치를 더한다.
마당 한켠에 유난히 샛노란 생강나무 꽃이
방터골의 지나치리만큼 한적한 외로움을 달래주고
이모저모 아기자기 하게 잘 만들어놓은 집 한켠에
집 지을 때 자연스레 생겨난 축벽을 이용하여
토굴 저장고를 만들어 놓았는데
바윗속이 아니고 흙으로 둘러막아
습기가 심해 곰팡이가 피는 숙제가 남아있지만
겨우내 얼지 않고 여름에 상하지 않으며 일정한 온도로
각종 효소와 식초들이 익어가는 냄새가 향긋하기만 하였다.
후배가 이곳을 자신이 원하는대로 개간하기 위해 장만하였던 포크레인이다.
후배의 마음과 뜻을 따라 얼마나 많은 일을 하였는지
허리가 휘며 늙어 있었다.
작업장도 튼실하게 지어 놓았다.
사진으론 보이지 않지만 중심을 받치는 대들보는 궁궐 용이다.
온갖 과일나무들을 심어 놓았는데
몇년이 지나고 산양 몇마리만 기르면
젖과 꿀이 흐르고 열매가 열리는 낙원이 되어갈 것이다.
장독대도 큰 바위 하나로 해결해 놓았다.
원래 키작은 사람이 통은 큰 법이다...^^
전망이 죽여주는 거실에 앉아
맛깔스런 전을 부쳐
잘 숙성된 돌복숭아 술을 마시며
후배의 7 년 귀농 세월을 자축해 보았다.
사람들에게 제일 말을 듣지 않는 것이
아마 입일 것이다...^^
모처럼 풀천지 형님을 만나 기분좋은 후배가
일찌기 술에 취했고
드나드는 문을 두군데로 만들어 놓은 연유를 설명하는데
크고 높게 만들어 놓은 현관문은 바람을 불러들일때 아니면
결코 열어본적이 없다 한다.
아예 드나드는 문 앞을 앙증스레 만들어진 작은 탁자로 막아놓고
이 집을 드나드는 모든 사람들은
작은 문을 이용하여 고개 숙여 이 집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 한다며
소박한 겸손에 익숙해져야 하는 우리 삶의 도리를 역설해 본다
바람만이 드나들수 있는 현관문을 열어보니
시원한 바람이 가슴을 청량하게 씻어 준다.
어지간한 귀농자들 같으면
이정도 재주로 이만한 성취를 일구어 냈으면
어떡하던 드러내보여 자랑해 보려고 기를 썼을 것이다.
한번씩 올때마다 놀랍도록 달라지고 변화되는
방터골의 변신에 풀천지도 진심으로 칭찬해 주었더니
잘 만들어 놓은 이곳의 짐이
허허롭게 비어가는 자신에게 자꾸만 무거워진다며
가끔은 더욱 깊은 곳으로 떠나고 싶은 충동을 털어놓는다
누군들 떠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떠나가는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이 떠나고 싶은 아름다운 곳을
묵묵히 만들어 가는 일이
가장 소중한 일임을 깨달을수 있어야 할것이다.
풀천지도 후배의 외롭고도 장한 세월에 취해
모처럼 세상시름을 잊어보았다.
올봄의 따뜻함은 왜이리 더디기만 한 것일까 ?
첫댓글 세상에 이런 분이 있다니 참으로 경이롭습니다. 님 덕분에 좋은 공부 합니다. 앞으로 더욱더 저 자신을 채찍질해야 할 것 같습니다. 방터골 정겨워 보입니다.
최대한 흙에 묻혀 살수 있었던 성과랍니다.
세상 욕심도 버리고 말입니다 ~
어렵고도 쉬운 길이겠지요...^^
아, 그러셨군요. 이곳은 핸드폰이 안되거든요.
후배님의 재주가 정말 훌륭하시네요.
폐가 되지 않고, 기회가 된다면 저희도 가보고 싶네요.
저희 집은 지금은 아무것도 보여드릴 것이 없는데```.
언제 또 시간 되시면 연락주십시요.
673- 1365(일년삼백육십오일 로 외우시면 쉽답니다) 고맙습니다.
필요할때 연락이 되면 더욱 좋을텐데요.
만남은 인연따라 흐르는 것이니
정겨운 만남을 기대해 봅니다.
세상에는 맑은 영혼으로 이웃을 행복하게 하는 이들이 참 많은 것 맞네요. 감사합니다.
불모지나 다름없는 곳을
자신의 뜻과 열정으로 묵묵히 가꾸어 온
후배의 맑은 영혼은 칭송받을 자격이 충분한것 같습니다.
멋과 정성........그리고 부지런함이 오롯합니다.
잿간 카페,토굴...지붕..모두 참으로 좋으네요...
곰팡이는 미생물발효액으로 퇴치가 가능하다고 하던데..시험 함 해 보세요.
뭐.....습기가 있는 곳은 피할 수 없는 것이 곰팡이 이기는 하지만...
사업의 성취도 만족을 안겨주겠지만
자신의 삶터를 아름답게 가꾸어 가는 일이야 말로
가장 훌륭한 성취라 할수 있을 것이네.
토굴 저장고는 습기의 차단이 가장 큰 관건인것 같네.
와우!!! 가서 배우고 싶어요.
언제고 풀천지 산그늘을 찾아 주시길 바랍니다.
즐겁고 행복한날이 될것입니다.
우와~키작은 사람이 통은 큰 법이란 말씀에 백번천번 지당한 말씀이라고 공감하면서 방터골의 변신에 부러움과 놀라움이 동시에......
잎새님의 기준에서 키작은 사람은
몇센치 이하의 사람을 말하시는 건가요... ^^
평온한 생활을 실천하고 계시네요, 방터골 주인장이 늘 평온하고 행복하기를 기원해 봅니다
묵묵한 세월을 견디며
이렇게 모든사람들이 부러워하는 곳을 잘 만들어 놓았더군요.
풀뫼들님의 고운마음이 방터골에 이심전심의 비법으로
잘 전해졌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