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가는산 : 백두대간 진고개에서 오대산구간 구로봉까지 2. 가는날 : 2005년 10월 22일(토) 3. 준비물 : 우의, 나머지는 前 과 同 4. 모이는 곳 : 1차 전철동대문운동장역 8번 출구 당일 오전 6 시 00분 ------------2차 잠실종합운동장정문 당일 오전 6시 20분 파나관광 리무진버스
* 백두대간입니다.
나, 원, 참 ! 꼭두새벽에 색시 대간 길 바래다 주는 신랑하구선, 나 같으면 신랑 떼놓고 가는 마누라 쳐다보지도 않았을텐데, 선한 인상만큼이나...(05:20)
토요산행이 아직은 부담스러워. 아직은 토요휴무가 일반적이지 못한 것이다.
오전 영동지방에 비가 내린다고 했고 모이는 시간도 다른 산행 때보다 1시간 일찍 새벽 5시에 집합, 산행거리가 23키로미터가 넘는 산행으로 체력적으로 부담이 간다.
오늘 산행 인원은 15명이다. 내가 좋아하는 대간 인원이다. 골수 대간 꾼끼리 가는 거다.
08 : 08 대관령 기념탑에서 출발 44차 산행시에는 전날 음주 때문에 고생한 기억이 난다. 물론 이번에는 술은 마시지 않았지만 설 잠으로 몸이 무겁게 느껴진다. 산행 전날은 잠이 오지 않는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야 하고, 집을 떠나 먼 길을 간다는 점 등이 부담이 되는 것이다.
긴바지 입기를 잘했다. 기온이 생각보다 낮다. 조금만 더 내려 갔다면 손이 시릴 정도다. 빈지 이슬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 물방울이 수풀에 맺혀 있어 바지가랭이가 금새 젖는다. 지회장이 선두에서 나무가지로 물방울을 털고 가는데도 말이다.
선자령 까지 길이 쭉 잘 나있다. 겨울철 대표적인 산행지로 알려져 많은 사람들이 찾다보니 대간 능선길이 차량이 다닐 정도이고 어느 구간은 실제로 포장이 되어 있는 곳도 있다. 산길이라기보다는 집 근처 산책로에 가깝다.
가까이 삼양목장의 목가적인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삼양목장과 인근 대관령 능선 여기저기 풍력 발전을 위한 풍차가 설치중인데 설치가 끝난것 합하면 수십기가 넘는데도 주변 풍광과 잘 어울린다.
대간은 선자령을 지나고 곤신봉을 지나 동해전망대까지 좌아악 펼쳐져 있다. 대간길은 계속 잘 닦인 길이 이어진다.
참, 전망대 오기 바로 전 일을 빠뜨렸네. 다른 회원들은 대간 마루금을 정식으로 밟고 가는데 나는 왼쪽을 난 큰 길 따라 삼양목장길로 바로 직진했다. 커다란 트레일러 주변에 몇몇 사람들이 웅성대고 있어 무신 일인가 하고 갔더랬는데 조금 가자 팻말에
" 여기는 삼양목장 자연탐방로이오니 입장료를 내야합네다.입장료는 5000원 "
어마 ! 뜨거라. 5000원이라 그 말많은 입장료가 여기 있었네, 다시 후퇴하여 가로질러 대간길로 올라갔다. 대간길은 삼양목장과 국유림이 걸쳐 있는 마루금 정상에서 경계를 이루기 때문에 자칫 한 발 잘못(?) 디디면 '자연탐방로'를 밟게 된다. 사실 우리는 삼양목장 사유지를 경유해서 통과하고 있는 것이다.
왜 갑자기 봉이 김선달이 생각나지, 그런데 어디서 입장료를 받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입장료를 내지 않고 '자연탐방로'를 통과했다.
매봉 점심을 먹기로 한 곳이다. 후미와 많은 차이가 있는줄 알았는데 30분쯤 기다리니 후미 마지막이 나타난다. 산행을 하다보면 선두와 후미가 나누어지는데 기본적인 산행경력이 있는 경우에는 선두와 후미간에 별 차이가 없다고 본다. 후미에서 생각할 때는 큰 차이가 났을거라고 느낄 수 있으나 나중에 시간상으로 볼 때 거기가 거기다.
" 좀 앞섰다고 하시는 선두에 계신 분들, 조금만 기다리시면 됩니다." 아무튼 점심식사를 모두 함께 같은 시간에 하게 됐다. 인원이 적당하여 같은 자리에 얼굴을 맞대고 먹으니 이제야 진짜 대간식구라는 생각이 든다.
소황병산 까지도 대간 마루금은 삼양목장과 경계를 그리고 있다. 왼쪽 목장 초지 가운데 몇 그루씩 있는 소나무, 신갈나무가 주변 잔디와 잘 어울린 모습에 모두가 탄성이다. 한 그루 한 그루 관리를 한 나무들이었다. 소나무를 가꾸는걸 보긴 했지만 신갈나무도 이렇게 근사한 정원수로 가꿀 수 있다니,
드넓은 초원과 멀리 스카이라인, 차가운 바람과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것 같은 짙은 구름과 구름사이의 파란하늘은 ' 영화 폭풍의 언덕' 이 생각나게 한다. (이글을 읽고 사진을 다시 보면 알 수 있으리)
비극적인 사랑과 우울하고 황량한 요크셔 지방의 날씨와 바람과 초원, 금방이라도고독하고 광적인 히스크리프가 나타날것은 분위기다.
여기서 영화촬영이 많았던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하긴 우리도 이곳에서 사진을 찍는 등 부산을 떨고 있으니 보는 눈은 똑 같다.
금호동 패밀리 여성 회원들이 생각난다. 함께하지 못한 다른 회원님들도... 이렇게 멋있는 구간을 우리만 지나가게 되다니, 다음에 기회가 되면 다시 오고 싶다. 들 꽃이 많이 피는 봄이라면 더욱 좋겠다.
소황병산 오늘 산행중 70%정도 진행된 것이다. 온통 사방팔방에 안개가 자욱해서 동서남북 구분이 안된다. 조금전까지 흐리긴 했지만 멀청한 날씨가 갑자기 안개로 한 치 앞을 볼 수가 없게 됐다. 시계확보가 되지 않아 일단 중간점검을 하기로 했다.
30분을 기다려도 후미가 이어지질 않는다. 다른 산행객 몇 몇은 안개속을 헤매며 여기 저기 소리를 지르며 통화를 헤댄다. 모두 길을 잃고 일부는 오던 길로 되돌아 갔다며 진고개 가는 길이 어디냐 묻는다. 어느 분이 길을 안내하는지 몰라도 쯧쯧!! 그럴 수 밖에, 드넓은 산정상에 보이는건 안개 뿐이니, " 저 길 따라 가면 진고개를 갈 수 있을 겝니다." 짜아식들, 고맙다는 말도 없이, 너무 기다린다 싶어 출발하기로 했다. 후미에 김고문이 있다면 별 일 없을터,
16 : 00 노인봉산장 먼저 도착한 몇 몇이 산장 마당에서 사과를 먹고 있었다. 껍질을 깎지 않았지만 사과맛이 그만이다. 이거 상주사과? 영주사과라 했나. 산장가게 안에 얼굴에 온통 길게 잘란 털로 지저분하게 생긴 주인장처럼 생긴자, 갑자기 나오더니
"어이, 안경, 사과껍질 버리면 안돼" 어이? 안경? 사과껍질? 우리 회원중에 어이, 안경, 하고 하댓말을 들을만큼 어린사람도 없는데? 그리고 사과 껍질은 깎지 않고 그냥 먹었던 건데, (그러나 이건 나중에 복기할 때 생각난거구, 또한 껍질을 버린것이 아니고 사과 씨앗을 버렸다고 한다. 그 때는 그냥 어떤 선입감 때문에 화만 났다)
한결같이 어느 산장지기나 불친절하다고 소문이 나있다. 여기서 불친절하다는 건 친절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아주 불쾌하다는 것이다. 여러사람이 오는 곳이니 만큼 천태만상의 꼴 볼견 산행객들이 있어 그렇기도 하겠지만 왜 꼭 집어 산징지기만 불친절(?)해야 하는지,
아서라 , 더 이상 이야기 말자.
노인봉 산장에서 진고개까지는 4키로미터 , 음, 23키로에서 4키로라? 다왔군, 산다니면서 항상 착각에 빠지게 하는건 하산시 판단이다. 아무리 하산길이지만 산행길 4키로는 간단한 거리가 아니다. 더구나 지금까지 걸은 19키로 정도면 누구라도 어느정도 피로가 오기 시작할 때다.
그러나 오늘 하산길은 그야말로 룰룰랄랄코스다. 아직은 단풍이 절정에 들락말락하는 색깔이지만 절정의 색깔과 다른 맛을 느끼게 한다. 막회장은 절정의 색깔보다 지금의 색깔이 더 좋다고 한다.
17 " 00 진고개 주차장 예의, 오이사님의 꽁치 김치찌게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막회장님의 주재하에 식순에 따라 오늘 산행 마무리 회의를 거행했다. 한 잔. 또 한 잔... . . .
이젠 꽁치는 흔적도 없고, 김치 쪼가리 하나 남지 않고 mj식 국적불문의 국물만 남았구나. 계속 걸치는 탁배기 , 사위는 어둠에 잠기기 시작하니, 내 간은 벌써 동동 떠다니기 시작하고
주님도 동동, 대간신령도 동동, 오대산 단풍도 동동, 우리모두 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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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19년전 산행기, 귀찮은 기색없이 길게 쓴걸 보니 당시 주인장이 술을 마시지않고 쓴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