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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제작에 대한 잡설 그리고 갑찰편의 절단, 투공.
수 년 전에 여러 게시물에서 임시 명칭으로 혁철식찰갑이라고 명명했던 그 갑옷양식입니다.
기원전 20세기~ 기원후 3세기 무렵까지 상당히 오랜기간 쓰였고 실제 유물이 남은 갑주 양식 중 스케일아머와 함께 가장 오래된 종류이며(옴스크에서 해당양식과 스케일아머 둘 다 출토), 한민족 역사 관련하여서도 현재 알려져 있는 가장 오래된 갑옷양식입니다.
(출처: Walrossrippen Museovirasto)
해당 양식의 찰갑은 최초 등장시기로 추정되는 기원전 17~15세기 전후부터 뼈로 만들어지기 시작하여, 기원전 5세기 무렵 아무르지역을 시작으로 철제로 만든 유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며, 주나라 유적인 보도촌 유적과 파지릭문화의 고분(시베리아 중부의 알타이지역)에서는 청동갑편이, 다호리 유적에서는 옻칠(흑칠)한 가죽재질의 갑편이 출토되기도 했습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극소수의 청동과 가죽유물을 제외하면 다수는 뼈 또는 철 입니다.
한반도에서는 기원전 10세기 전후로 추정되는 함경북도 무산시에 있는 호곡유적(범의구석유적) 2기층에서 출토된 뼈로 된 갑찰편2점이있으며, 2세기 무렵인 다호리 2호분에서 출토된 6개의 혁제 갑편 유물과, 3~4세기 무렵 유적인 하남시 미사리 유적의 집터유적(백제) 3곳 과 6세기로 추정되는 전라북도 부안군에 있는 죽막동 제사유적에서 출토된 철제유물이 있습니다.
(출처: 국립전주박물관, 1998 )
다만 죽막동 유물 출토품은 제사유적이라는 특징 상, 훨씬 오래전 부터 내려오던 갑주 유물을 벽사용으로 묻었을 가능성이 높아 실제 6세기에 쓰이던 유물이 아닌, 훨씬 이전 시기에 쓰이다 벽사목적을 위해 대대로 내려오다 묻힌 것으로 추정됩니다.
가장 큰 특징이라면, 횡결방식에 있어서 주로 혁결법으로 엮는 다수의 찰갑양식들과 달리, 오히려 종장판갑에서는 하나(동래 복천동 38호분 출토 종장판갑), 한반도와 일본열도의 방형판갑, 일본열도의 수신판혁결단갑, 그리고 일부 대금식판갑(장방혁결판갑, 삼각혁결판갑)에서 다수 쓰이는 혁철법으로 엮인 찰갑양식입니다.
(출처: 작성자 )
즉, 상하-좌우 갑찰의 연접방식이 모두 혁철법이란 중요한 특징이 있어서 임시 명칭을 혁철식찰갑이라고 했습니다.
임시라고 한 이유는 해당 양식이 학계에서 연구원들에 의해 정식으로 연구된 종류가 아니라, 일부 연구자들이 한반도-연해주-만주지역의 일부 유물을 개별적으로 소개한 정도이고, 연구자들에 의해 계통이나 복원 등 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된 종류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제작계기
해당 양식의 경우, 아직 국내에서 추정재현품(레플리카)을 제작한 경우가 전혀 없고, 다른 찰갑 양식들에 비해 투공 숫자가 적으므로 상대적으로 제작하기 편할 것 으로 판단하여(상대적이지... 절대적이 아닙니다 ㅜㅜ) 제작을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2015년 9월~10월 즈음 현장에 굴러다니던 폭 30mm 두께1mm짜리 철제밴드(파이프 고정용 철띄)_를 주워다 시간나는대로 10cm단위로 제단은 했는데 현장을 옮기고 나서는 이래저래 방치하고 있었습니다.
재료
재질은 강관 다발을 묶어 고정하던 철밴드의 특성상 당연히 연철로 추정됩니다. 초기철기시대인 점을 감안해 열처리 기술이 그다지 좋지 않았던 시기를 상정한 추정재현품 이므로 열처리는 따로 안하려고 합니다..(시간과 예산+장비+제작가능한 장소 그리고 가장중요한 단조와 열처리 기술이 부족한 점도 있습니다.)
(출처: 작성자 )
크기
미사리 유적의 갑찰편 크기(약 3*9cm)를 참고하되, 3*10cm로 약간 크게 만들고(9cm보다는 10cm 단위로 재단하는게 더 편하니;), 투공 숫자는 미사리 유적 출토품 보다 죽막동 유물을 참고해 제작이 편한 6개로 정했습니다. 완벽한 재현이 어려운 제작 여건상, 완벽한 고증은 힘든 관계로 제작이 편한 방법으로 타협했습니다.;;;
갑찰 배치와 수량
갑찰끼리 겹치는 부분을 감안하고, 혹시나 싶어 예비 갑찰까지 포함하여 약 190개 정도를 만들어 배치하려고 합니다.
한줄에 약 44개씩 5줄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팔부분 2줄은 팔이 지날갈 정도로 뺀다고 가정했을때 한줄에 26개 정도 들어 갈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따라서 약 184개 정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아래 그림처럼 배치하게 됩니다.
(출처: 작성자 )
투공
투공이 안된 갑찰편 200여개를 작업합니다.
연결용 투공은 망치로 정을 쳐서 뚫거나 용접기로 뚫을 계획을 세웠습니다만...
일단, 망치로 쳐서 뚫는 방식으로 시제품을 만들어보니 나무에 갑찰을 얹어놓고 못을 쳐서 뚫는게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 이유가 못을 망치로 살살 여러번 쳐야 안정적으로 제대로 된 위치에 투공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망치로 치다보면 평평한 나무위에 놓고 쳤음에도 어느정도 갑찰이 우그러 지는 것을 다시 망치로 때려 평평하게 다듬어주고, 정으로 뚫은 곳의 반대편이 날카롭게 많이 튀어나오기에 그만큼 표면을 더 많이 갈아줘야 합니다.
결국 10개정도 만들고 포기했습니다. -_-
각목에 갑찰과 못을 대고 망치로 때려 박습니다.
투공한곳에 거스러미(=burr=이바리)가 보입니다. 그리고 울퉁불퉁한 표면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 작성자 )
그라인더나 고속 절단기 등에 갈아 표면을 다듬습니다.
(출처: 작성자 )
우그러진 갑찰을 튼튼하고 평평한 철제품(찬넬=C형강 이나 H빔 등)위에 넣고 쳐서 확실히 펴줍니다.
(출처: 작성자)
그에 비하면 아크용접기(전기용접기)로 투공하는게 더 나을 것 같았습니다. 갑찰을 전기가 통하는 철판위에 놓고 용접봉만 가져다 되면 아크발생과 동시에 아크발생한 곳이 녹으면서 끝납니다. 물론, 강한 빛이 발생하지만, 흑유리 넣은 용접면을 안껴도 용접장갑을 끼고 작업하니 빛이 발생하는 쪽을 홀더를 잡지 않는 손으로 가리고 눈을 순간적으로 감으면 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한대로 안됩니다.
용접봉을 제 위치에 찍기도 어렵고, 찍는다고 아크가 발생하지 않거나 모루역할을 하는 찬넬(C형강)에 붙어버릴을 때도 있고, 아크 불빛도 문제고(타이밍 맞춰 정확히 눈감는게 생각처럼 안됩니다). 제 위치를 잡아도 너무 크게 뚫리는등등;;; 이래저래 계획대로 되지 않았습니다.(현장이 보안때문에 카메라 반입도 안되는 곳이라 핸드폰도 못가져가 사진도 찍지 못했습니다.)
다른 방법을 찾던 중 혹시나 하여 집에 있는 전동드릴에 금속가공용 고속도강 드릴날(하이스강)을 끼워 보니 잘 뚫립니다. 그냥 이게 제일 나을 것 같습니다. 다만 고속도강보다 코발트강이 금속판을 투공하기좋다는 이야기가 생각나 가격을 비교해보니 약 2배 정도 차이가 납니다. 그렇지만, 나중에 스테인리스로 된 부속을 가공할 수 도 있기에 코발트드릴날(SKH-59)을 구입했습니다.
확실히 망치로 치고 그라인딩 하는 것 보다는 빠르고 용접기 보다 훨씬 안정적이라 그냥 드릴로 투공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물론, 고증대로 하려면, 가열한 상태에서 정으로 쪼아 뚫고 모루에 놓고 망치로쳐서 거스러미(이바리 Burr)를 없애는 것 이 맞으나. 관련 설비를 설치-운용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되니 그냥 드릴로 투공합니다.
드릴로 뚫는 방법은, 집에 적당한 바이스달린 작업대를 놓을 공간이 없어 그냥 갑찰을 각목위에 놓고 안전화를 신은 발로 밟아 고정한다음 자리표시용 견본 옆에 두어 투공위치를 확인할 수 있게한 채로 갑찰을 2~3개정도 겹쳐놓고 투공했습니다.
발로 꽉 밟아주지 않으면 흔들릴 우려가 있고 실제 일부 흔들리긴 하지만, 일일이 바이스에 조이고 푸는 것 보다는 작업속도면에서 오히려 나을것 같습니다.
사실, 이러한 작업의 경우 고정형 드릴링머신(현장용어 보루방)이 더 낫겠으나, 그냥 있는 장비 가지고 최소 비용으로 하다보니 이렇게 됐습니다. 드릴링머신 사려고 알아보니 대략 20만원 정도 비용을 들여야 해서 그냥 포기했습니다. 그래서 2천원 주고 그냥 코발트드릴비트(현장용어 코발트기리)만 사서 집에 있던 전동드릴(400w짜리 가정용)에 끼워 사용했습니다.
(출처: 작성자)
다만, 드릴을 사용하니 언제나 끼임 사고 등 안전에 주의해야 합니다.
그래서 시간나고 생각날때 틈틈히 만든 결과 약 190개 정도되는 갑찰에 대한 투공작업을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출처: 작성자 )
다듬기
갑찰을 자를때 고속절단기로 잘라냈기에 끝부분에 거스러미(=이바리=Burr)가 일어나 있어 다듬어 줘야 합니다. 16년 3월 말 즈음에 설비일을 그만뒀으니 그라인더를 하나 사서 다듬었습니다.
이번에 사용한 장비는 핸드그라인더(앵글그라인더)입니다.
방진마스크와 보안경을 쓰고 한손엔 그라인더 한손엔 갑찰을 들고 작업했습니다. 회전 방향에 맞게 잘 잡고 다듬어야 몸쪽으로 튀는 사고를 방지 할 수 있습니다. -_-;;;;;;;;;
그렇게 표면과 모서리 부분을 다듬은 갑찰들입니다.
(출처: 작성자 )
요약
1. 이번에 만든 찰갑양식(가칭 혁철식 찰갑)은 기원전 20세기 중순 전후한 시기에 시베리아 중부~동북부 에서 뼈로 만들어 지기 시작함, 철제는 기원전 3세기 전후 아무르강 유역(뽈체문화)부터 등장한 것으로 추정.
2. 한반도의 경우 골제유물은 기원전 10세기 전후시기인 무산 호곡유적 출토품, 철제유물은 4세기 무렵 미사리유적의 백제 시대 수혈유적과, 6세기 제사유적인 죽막동 유적에서 출토됨. 다만 죽막동유적 연대는 오래된 갑주를 벽사용이나 위세품 용으로 나눠주던 백제의 전통에 미뤄볼때에 더 이전 시기일 가능성이 높아보임.
3. 미사리유적의 갑편크기와 죽막동 유적출토품의 투공 구조 외에 여러 유물들을 참고하여 추정재현품 제작.
4. 제작여건상 건설현장내에 굴러다니던 폐자재(연철재질 중량물 고정용 철제밴드)와 전동공구로 만듬.
ps. 이래저래 미루다보니 시간을 오래 끌어버렸지만, 실제 제작에 쓴 시간은 얼마 안되네요-_-
절단에 1~3일(열심히 자르고 나니 갑옷 두벌 정도 분량;), 투공에 2~3주정도, 모서리와 투공부분 다듬는데 1주일정도, 양면 칠하고 건조하는데 2주정도, 엮는데 2주일 정도이니 아무리 천천히 만들었어도 2~3달을 넘기지 않는 게 맞네요.
ps.2 이게 다 게임때문입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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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및 출처
서적, 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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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
인터넷
북극권 원주민 뼈찰갑, 핀란드 헬싱키 발로스리펜 고대유물 국립위원회, ( http://lidemesta.cz/index.php?id=780)
첫댓글 기원전 20세기...ㅎㄷㄷㄷㄷ서양 양식이랑도 무관하진 않겠는데요?
옵강유역(옴스크)의 경우 스케일아머랑 같이 발굴되었습니다.
보기만 해도 엄청나네요 ㄷㄷㄷ
사실 전에 만든 찰갑보단 방어 범위도 적고, 갑찰 수량도 적습니다.
재질은 바뀌었을지언정 그 스타일은 크게 차이가 없나보네요 그것도 나름 신기..ㅎ
네 구조 자체는 기원전 16세기 무렵 골제갑옷이나 기원 전후의 철제 갑옷이나 차이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