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 지나고, 불볕더위 내리쬐고
철 지난 폭우 휘몰아친 날
입추(立秋) 지난여름은, 그 여름은
너불떼기* 주둥이를 너불거리며
끈질기게도 8월의 옷자락을 붙들고 섰다
더워도 너무 덥다고
윗도리를 벗어젖힌 어물전 김씨에게
'에이, 육시럴 할 놈 같으니!'
보기 싫다고, 꼴도 보기 싫다고
가판에 놓아둔 다랑이를 내던지는 할매
하단(下端) 오거리* 오일장이 서는 날
구불구불 골목과 골목 사이
여름은, 이 지독한 여름은
순박한 재래시장 상인들에게까지
까칠한 스트레스로 파고들었다
* 너불떼기 : '꽃뱀(花蛇)'을 따로 부르는 경북 안동지방의 방언
* 하단(下端) 오거리 : 부산 사하구 하단동 재래시장 길
비린내가 진동하는 어물전 가판대
'이 할망구가 욕은 왜 하고 지랄이고?'
씩씩거리며 불만을 토하는 김씨
오가는 행인들에겐 심심찮은 구경거리다
쪼글쪼글해진 채소와 자반고등어 위에
부지런히 물기를 끼얹는 할미의 손
파장 시간, 어스름 땅거미가 깔릴 즈음
'만 원짜리 고등어 한 무더기에 5천 원…!'
땍땍거리던 목소리에 구수한 인심이 담긴다
잽싸게 한 무더기 받아들고
골목을 지나 집으로 향하는데
문득 아버님의 구릿빛 얼굴이 떠오른다
시장길, 탁배기 한 잔 잡수시고
동구 밖 장타령으로 돌아오시던….
오늘도 그날처럼
길섶 가득 여름 코스모스 일렁이는데.(120824)
첫댓글 재래시장 할망구에 구수한 욕
넘 정겨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