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은시동인을 만납니다.
벌써 12년입니다.
한빛문학동인-문채동인-은시동인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오늘에 이르른 열정을 봅니다.
1995년 박주일 시인의 문하생으로 대구문학아카데미에서 시작되어 오늘에 이르기까지 시단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시인들의 면면만 봐도 이해가 가는 동인입니다.
이명주, 정 숙, 이선영, 정해경, 이규리, 전성미, 변영숙, 정경자 ,류호숙, 남주희, 이순복, 곽미영 안봉태, 정미상 김명희, 문수영, 박숙이, 김기연, 곽홍란, 이명숙, 박미향, 안고을, 김영임, 정세나, 이해리, 여한경, 이경옥, 신서영 등 은시동인을 빛낸 회원이거나 현재 활동 중인 회원입니다.
대구 시단에서 박주일 시인이 배출한 시인들이 전국 또는 대구에서 조명을 받고 있다 함은 문학 수련이 얼마나 치열하였었던가를 엿볼 수 있는 증거라 말할 수 있습니다.
가을이 깊어 겨울로 가는 길목에 은시동인과 함께 즐거운 한때를 가지시기 바랍니다.
현재 활동 중인 동인은 아래와 같습니다.
박곤걸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께서 도움 말씀 주셨습니다.
-소망의 길, 보람찬 걸음걸이
천 년을 하루같이 우러르고 선망했던 저 창밖의 은빛 별이어서 밤이 새면 소망의 아침이 오듯이 우리 모두 행복합니다. 아기 햇살이 머릿결에 반짝이고 고운 한 다발의 빛깔과 한 움큼의 향기를 쥐고 손을 흔드는 꽃으로 피었습니다.
별빛이었던 은빛 詩를 이야기하며, 남은 햇살의 가을 여정에 몸과 혼과 꿈으로 배합하여 숙성시켜 온 빨간 열매가 영글었습니다.
사랑의 첫걸음에서부터 신이 내려 주는 시를 받아쓴 것일까 은시 가족들이 다듬어 내놓은 아름다운 시어들이 최상으로 정직하고 최상으로 투명하여서 이 땅에서 삶을 가꾸는 모든 이들에게 가장 인간적인 따뜻한 체온을 건네줍니다. 시를 통해서 신뢰와 감격으로 모든 이들을 껴안고 화해의 손을 잡아 줍니다.
물질의 주자와 정신의 주자가 장거리 마라톤을 해 왔습니다. 어림없는 일에 뛰어들었습니다. 만인에게 이 지역 어감의 구수한 맛깔로 보리빵의 감동을 구워 나누어 주는 일이었습니다. 이제 소망의 길을 내어다 보며, 한 해 또 한 해 보람찬 걸음걸이를 거듭해 가기를 기대합니다.
- 일시: 11월 16일(금) 오후 7시 30분
- 장소: 대구MBC방송국 맞은편 삼성화재 빌딩 지하 1층 카페 [스타지오]
- 회비: 10,000원 (식사와 음료, 계간 시하늘, 은시동인시집 제공)
- 주차: 3시간 무료
詩하늘 운영위원 일동 올림.
*시편을 감상하시기 바랍니다.
코스모스
-여한경
먼 훗날을 기약하며
내 손 흔들던
그 언덕길 찾아오면
눈물 글썽이며 떠나간 그때의
그 봄 소녀가
코스모스로 돌아와
손을 흔든다.
낙엽 흩날리며
이젠 그대가 떠나야 한다며
갈바람 되어 떠나야 한다며
연분홍 꽃잎이
새하얀 꽃잎이
그때의
그 얼굴빛 번갈아 가며
온몸으로
팔을 젓는다.
수다의 힘으로
-정경자
빨간 모자챙이 짧은 여자
삼각 수건으로 묶은 긴 머리 등 너덧 명
부선식당 좁은 방으로 우아하게 들어가더니
앉기도 전에 당장 콩타작이다
누가 먼저인지 탈곡기를 밟기 시작한다
금방 콩다발 다다다
한꺼번에 깍지 터지며 콩 튀는 소리
한참 뒤, 덜 떨어진 것들까지
도리깨로 토닥이더니
콩 까시래기만 상 위에 펼쳐 놓고
알맹이는 다 거두어 어디로 갔는지
귀청 찢어 놓던 탈곡기 소리들만
그 방을 빙빙 맴돌고 있다
여자 셋 모이면
동네 솥뚜껑이 들썩거린다더니
그 힘으로 한 집안 대들보를
받들고 키우는 게지
하모니카 소리 따라―바람 불다 38
-정 숙
지하도에서 어깨 오그라든 한 할머니의 빈 깡통에
바람이 몇 줄기 햇빛을 내려놓는다
연푸른 햇잎이 돋아나고 꽃을 피워야 할 때는 짜그락짜그락 수저 부딪히는 소리가 햇살이고 곧 날개라고 생각했건만
이제 그 날개 잃은 천사가 누더기에 작은 괴나리봇짐 지고 나의 살던 고향에 살구꽃만 흩날리고 있다
육신의 뼈대 무너지거나 말거나 또르륵 똑똑 빈 깡통 울리는 동전 소리 기다리면서 한 생애 시든 개살구 빛으로 저물어 간다
칭찬을 하면
-변영숙
칭찬을 하면
덤덤했던 情도 해바라기 씨앗처럼 움트고
산소 같은 낭랑한 목소리
맑고 정직한 눈빛 그윽해
반나절만 뜸해도 애 말라 궁금한
이 칭찬 한마디에
아롱아롱 무지개 피어나고
돈 한 닢 없이도 진심 하나면
겹으로 쌓인 맘의 빙벽
굳은 세포마저 삭일 백만 불짜리
금싸라기 이 한마디
만리포 연가
-김영임
은비늘 반짝이며 만 리를 달려온 파도야
꽃구름 앞세우고 뒤세우고 오는
갈매기들의 연가 곱구나
노을 한 자락 잡아서 가는 이들
구름 나그네 되어 오늘도 해 저무는
바닷가 쌍쌍이 마주 보는 그 눈 속에
서해의 깊은 정이 그대들 가슴에 안기네
수평선 아득히 영원같이 섰는 등대야
서쪽 하늘가
노을 한 자락 안고 황혼의 바다는
갈매기 날개 불러오는
만리포 연가
내일을 안고 오늘도 만 리를 달려온 파도가
부른다 부른다
만리포 연가
임종
-류호숙
시골 장날의 하루가
터덜거리는 버스 안에서 저문다
장꾼도 짐도 다 덜어 내고 가벼워진 자리에
쥐꼬리만큼 남은 해
힘 잃고 떨어지기 직전이다
허한 속 채우듯 라디오의 소리는
꺼질 줄 모르고 잡음이다
덜그렁거리며 숨을 고르던 고갯길에서 컥컥
골다공증에 시달리듯 탈골되어 삐걱거린다
덕지덕지 먼지 붙은 창살
다 헐어 아픔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녹슬어 휘어져 어설프다
골골거리다 끝내 꺼지는 시동
다시 걸리지 않고 가던 길 멈춰 서서
어둠을 맞이한다
폐차장은 멀리 있는데
그 골골거리던 소리 환청으로 들으며
숨 고르기 하는 할머니
오일장 난전에 남겨 둔 젊음과
갈쿠리 같은 손에 꼭 쥐어져 있는
삶의 끈으로 한참 동안
별을 잡으려다 허공을 휘젓는다
핑계
-남주희
태화강을 지나
벚꽃 살 내리는 유한의 시간에 붙들린다
겨우 달린 꽃잎 몇 장
화륵 화륵 지는 지금
옷매무새 고치며 화전 부치던 엄마는
자꾸만 눈이 시리다 했다
꽃잎 따라 가물가물 져 내리는 마음 무지를
깃 동 속에 꼬깃 접어 넣으며
다발째로 묶인 생의 걸음걸이는
부실한 한철살이 탓이라며 쿨렁댔다
울컥, 비어져 나오는 마른 날의 더께를 가리며
어쩌랴
눈물 한소끔 몰래 뿌릴 수 없는 눈꺼풀 사이로
깊숙하니 패인 한숨 핑계 삼아
엄마는 자꾸 눈부신 고것 땜에
눈물이 난다 했다
타는 듯, 이글거리던 8월의 태양도
그 뜨거운 가슴의 사랑도
여울져 흐르는 옥계천에
모두 띄워 보내고
꽃상여 타고 가신 임의 그림자 드리운
강물에
백일홍 붉은 꽃잎이 무수히 떨어지고
있었다
풀잎도
바람도
석양에 흔들리는데
혼자
천 리 길 흐느끼며 달려가는 강은
어느 세월에
그 넓은 임의 품에 안길 수 있을까…
목젖이 젖는다
-이순복
TV 화면에
늙은 노모를 등 뒤에서 끌어안는
어느 딸의 모습이 보였다
순간
엄마가 보고 싶었다
백골이 진토 되었을
엄마의 얼굴이 떠올랐다
베란다 창문을 타고 들어오는 누구네 집 된장 냄새가
왼종일 내리는 가랑비 속에 들깨 모종하다 말고
누룽지 새참 가지러 들어왔던
엄마 냄새다
엄마의 몸에서 나는 땀 냄새, 바로 그 맛이다
난산(難産) 끝에 딸을 낳은
딸의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다가
울컥, 엄마가 보고 싶었다
땀으로 범벅이 된 딸의 몸에서 엄마 냄새가 났다
힘들게 할머니가 되던 그 순간
물먹은 솜이 되어 울컥, 목젖이 뜨거워지는데
정말로
정말로 엄마가 보고 싶었다
간고등어
-곽미영
아침 식탁에 올릴
냉장고 속 간고등어 두 마리
밤새 무슨 일로 토라졌는지
등 돌리고 누운 놈을
다른 한 놈이 가만히 안아 주고 있다
쓸개 창자 파 내고
굵고 짠 소금에 생살 절이는
쓰라림 경험하지 않고는
등 뒤에서 다 감싸 안아 줄 수 없다며
떨어질 줄 모르는 간고등어
그 쫀득한 살
뚝뚝, 발라 먹는 아침
입 안 가득 출렁이는 짜고 비린 바다
멋진 피서
-안봉태
삼복더위를 피해 청도 가는 길옆
산 밑 외진 오리식당
멋진 등나무 아래서
예향회 해설가 교수님이 준비해 온
피셔 합창단의 뛰어난 곡들 중
12곡의 고운 음악을 듣는다.
마당에는
산나리 상사화도 귀를 열어
멜로디에 흥겨워 한들거린다.
시끄럽게 울어대던 매미 소리도 멈추었다.
콩밭 들깨밭 위로
고추잠자리 무리 지어 날으며
지칠 줄 모르는 한낮
불볕 도시를 떠나온
우리는 멋진 피서를 즐긴다.
시원한 대자연 에어컨 가동 중
좋은 벗과 음악, 맛있는 음식이 있으니까.
*예향회(藝香會) : 클래식 음악을 사랑하는 모임
그리움의 끝은 어디쯤일까
-정미상
아련히 꿈 부풀리던 유년의 고향
뒷개울 앞개울 동리 어귀에서 마주 손잡고
흐르는 물비늘이 내 마음 아늑히 꽃잎으로
내려 눕힌다
성긴 창살에 기댄 달빛 온갖 상념을
피워올리고 살아 꿈틀대던 지난날이
주마등으로 희미한 잔영만 어른거린다
한평생 울안 하늘만 바라보며
자식에게 철저히 엄하셨던 어머니,모든 것 내려놓고 훨훨 날아가신 그 새벽
하늘의 그믐달이 아직도 허공에 걸려 있는가
적막이 감도는 공간
서슬 푸른 법도 앞에 자신의 그림자마저 지우며
참을 인자로 가문의 기둥 지키던 여인들,한여름 진눈깨비로 내리게 한다
채석장에서
-김명희
넓은 돌밭
서로 걸치고 누운 넓적한 화강암에
부처님 들어 계신다
사람들 발에 밟히던 돌이었다가
정으로 망치로 쪼이고 깨져
수십 수천 번의 다듬이질 견디고
비로소 자비 가득한
부처, 얼굴 나타내신다
그 얼굴, 업을 안고 태어난 내 어미와 겹쳐진다
살아내느라 바람의 망치
온몸으로 껴안으며 달려오신다
이제는 물러앉으신 줄 알았더니
젖은 손 비비며 스치는 바람에
꺼칠꺼칠한 얼굴 내밀고 계신다
아직 깎여질 작은 턱 귀퉁이 남아 있다며
첫댓글 가까이 계시는 시하늘 회원 님, 오십시오. 오랜만에 반가운 모습 나눕시다. 그리고 은시 동인을 아시는 분들도 잊지 마시고 곡 오십시오. 열심히 하신 모습을 축하해드려야죠.
은시 동인 님들의 모습이 한 분 한 분 떠오릅니다. 또 한 해의 알찬 열매를 맺으셨군요. 그 날을 기다립니다. 많이 오셔서 축하해드렸으면 좋?어요.
깊어가는 만추에 쌓여가는 낙엽보다 짙게 은시 동인 님들의 시가 가슴으로 젖어듭니다.~~ 그날, 옥계천 시린 물에 발을 씻고/정해경 님의 글을 시낭송 해드리겠습니다.
초겨울의 문턱에서 님들을 만나는 날.........그리움의 끝은 어디쯤일까/정미상 님의 시를 낭송해드리고 싶습니다. 은시 동인님들을 기다리는 마음의 끝자락은 어디쯤일까요?~~
낭송 준비를 하시는 분들이 많아 이번 낭송회는 더욱 알차고 풍성할 것 같습니다
뵙고 싶은 은시동인 선생님들과 만나는 날~~ 기다립니다.^^
안개비님을 몇 시간 후면 다시 보겠네요 ㅎㅎ
낭송하고 싶은 시를 선택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사화자께 그날 바로 알려 주십시오. 제가 기억하고 있겟습니다.
가우님 시집은 그날 구입할수있습니까? 모처럼 시간이 날것 같습니다
시집은 오시기만 하면 그냥 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