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영월의 한 단지형 전원주택 분양 현장.
이곳에 들어서면 일반 전원주택단지 개발 현장과는 약간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분주히 오가는 공사 차량 대신 말끔하게 단장된 통나무주택 26가구가 방문객을 맞는다.
도로·텃밭·인공폭포·실개천 등의 기반시설과 조경도 완벽히 갖춰진 상태다.
최근 완공된 이 단지는 분양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지만 벌써 절반 가까이 주인을 찾았다. 1년에 서너 필지 팔릴까 말까하는 임의 분양방식(땅만 먼저 분양하는 방식) 전원주택단지와는 차이가 있다.
이 단지는 방문객이 원할 경우 직접 전원생활을 무료로 체험할 수 있는 '1박2일 체험 코스'를 제공한다.
개발업체인 영월전원주택개발 남상진 대표는 "계약을 망설이던 고객도 1박2일 체험 코스를 통해 완성된 통나무집에서 하룻밤 자고나면 마음이 바뀐다"며 "바로 이런 점이 바로 선시공 후분양 방식 전원주택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 주택이 모두 완공된 상태에서 분양하는 '선시공 후분양' 방식의 전원주택이 인기다. 사진은 지난해 핀란드식 통나무주택 26가구를 완공한 뒤 분양을 시작한 강원도 영월 산이실전원마을 전경이다.
#아파트식 전원주택 분양 인기
요즘 전원주택시장에 아파트식(式) '선시공 후분양' 바람이 불고 있다. 먼저 집을 완공한 뒤 분양을 시작하는 단지형 전원주택이 수요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는 것.
지금까지 전원주택은 선시공 후분양이 흔한 아파트와 달리 대지만 조성된 상태에서 땅을 먼저 분양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러다 보니 땅 분양이 잘 안될 경우 업체 부도 등으로 사업이 중단돼 수요자들이 피해를 입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땅 투자 위주로 접근하던 기존의 전원주택 수요가 주택 품질 중심으로 바뀌면서 상황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조감도만 걸어놓고 땅을 먼저 분양하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주택을 지어 놓고 대지와 건축물을 패키지로 묶어 분양하는 전원주택 단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전원주택 컨설팅업체 OK시골 김경래 대표는 "최근 전원주택 수요가 투자가 아닌 실수요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나타나기 시작한 현상"이라면서 "수요자들 입장에선 주택 품질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뒤 분양받을 수 있고 투자 안전성이 높아 선호도가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선시공 후분양 전원주택이 점차 확산되는 것은 수요자들이 기존 아파트 분양방식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잔금 지불과 동시에 입주하는 아파트식 분양절차와 대금납부 방식을 요구하는 수요자들이 점차 늘면서 집을 지어놓고 분양하는 업체가 늘고 있는 것이다.
전원주택업체 광개토개발 오세윤 대표는 "업체 부도 등에 따른 사업 지연·중단을 우려한 수요자들이 투자 안전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선시공 후분양 전원주택을 많이 찾는다"며 “초기 비용이 다소 들지만 업체들이 단지를 먼저 완공한 뒤 분양을 시작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 '선시공 후분양' 방식의 전원형 타운하우스 '북한강 에스엠루빌'.
#높아진 수요자 안목 등이 이유
소비자들의 높아진 안목도 이유다. 최근 전원주택을 찾는 수요자 가운데 고급 주상복합아파트 등에 거주 경험이 있는 사람이 늘면서 전원주택 업체들이 이전처럼 조감도나 도면만으로는 소비자의 높은 안목을 따라가기가 어려워졌다.
때문에 적어도 주택을 한 두 채라도 지어놓고 분양하는 전원주택 업체가 늘고 있는 것이다.
전원주택 수요가 투자 중심에서 실수요 위주로 바뀐 것도 선시공 후분양 전원주택 확산 배경의 하나다. 과거에는 소비자들이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전원주택을 많이 찾았다.
하지만 최근 토지시장이 불투명해지면서 땅의 투자가치보다는 주택의 품질을 보고 전원주택을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계약 즉시 입주 가능
입주가 빠르다는 점도 선시공 후분양 전원주택의 장점이다. 현행 규정상 단지형 전원주택 준공 허가 기준은 '전 가구가 100% 건축을 완료했을 때'로 돼 있다.
이 때문에 집을 한꺼번에 다 짓고 분양하는 선시공 후분양 전원주택은 잔금 납부 즉시 소유권 이전이 가능하다.
강원도 원주 이땅개발의 이원철 사장은 "전원주택은 준공 허가가 떨어져야 대지로 지목을 바꾸고 소유권 이전등기가 가능한 것도 수요자들이 선시공 후분양을 선호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전원주택 시공업체 정일품송 강석찬 사장은 "선시공 후분양 방식은 시행업체 입장에서 선투자가 선행돼야 한다는 에서 부담이 큰 게 단점”이라면서 "그래서 모델 표준화, 일괄 동시 시공 등을 통해 비용절감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조인스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