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인에게 맞서지 마라.(마태 5,39)” 가끔은 일희일비하지 말고 기다리는 것이 지혜롭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실 악인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시비를 걸며 빌미를 얻고자 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기다림 속에 주님 앞에 머물러 있는 시간을 늘리다보면 뜨거워지려 했던 감정을 식히며 시시비비에 휘말리지 않고 ‘평화’를 먼저 누리게 됩니다. 그 평화는 하느님의 의로움을 신뢰하는 데에서 오는 평화입니다.
요즘 사람들이 감정과 기분이 절제되지 않아 작은 시비가 큰 폭력과 불행으로 번져가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선인(善人)이 악인의 방식-복수, 증오, 미움, 비난, 폭력 등을 선택하는 순간 그의 선과 의로움은 악과 불의로 바뀌고 맙니다. 진흙탕 싸움에 뛰어드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그것은 참으로 어리석고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저 역시 악에 악으로 대응하는 어리석음을 자주 범하고 있습니다. 하도 분(忿)해서 잠도 오지 않고 하도 서럽고 억울해서 밥맛을 잃어버리는 상황에서 악에 악으로 대응하는 것은 참으로 쉽게 편한 방법입니다. 그러나 거기까지입니다. 마음에는 더 큰 상처와 멍이 생기고 열정과 선한 의지는 더욱 시들어버리고 맙니다. 해결과 치유도 보상도 되지 못한 방법이었음을 매번 경험하면서도 또 매번 그렇게 합니다. 그렇게 반복하면서 분명해지는 것은 악에 맞서는 가장 좋은 방법도, 악의 고리를 끊는 가장 빠른 방법도 선(善), 사랑이라는 것입니다.
오늘도 악은 내 눈에 있습니다. 내 입술에 있습니다. 하느님의 의로움을 신뢰하며 선을 먼저 찾아보려고 노력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