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산업화와 부국의 원동력이었던 에너지, 그것은 바로 1970년대 말부터 가동하기 시작한 원자력에너지의 비중이 적지 않았다.
우리나라 최초의 고리원전 1호기(547MW, 약 8% 차지)가 2017년 6월 19일 0시를 기해 40년간의 생명이 영구 정지되는 운명을
맞았다. 앞으로 월성원전 1호기(1982년 가동) 또한 멀지 않아 운명의 날을 맞이할 시점에 와 있다.
이러한 결정은 물론 쉬이 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1986년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기점으로
독일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탈 원전으로 선회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대선을 기점으로 원전에 대한 정책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보수와
진보의 정책공약에서 원전 찬반이 제시되었다. 탈 원전을 주장해온 더불어민주당의 승리로 결국은 원전의 운명이 결정되고 있다.
고리원전 1호기 폐로 행사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삶의 안전과 생명을 최우선 순위에 두는 탈 원전 선언과 함께 탈핵시대를
열어가겠다고 했다. 동시에 원전의 기간연장은 없으며, 신규원전은 전면백지화하고, 1조 5천억의 투입과 건설공정 30%를 넘어선 신고리
5·6호기도 ‘사회적 합의도출’이라는 임시방편적 과제로 남겼다. 이어서 6월27일에는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3개월간 일시 중단,
공론화위원회구성, 시민배심원단을 통해 최종 결정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이 중대한 국책사업을 정부와 국회가 아닌 임시기구를 통해 결정한다는 것은
결코 납득할 수 없다.
원전 에너지와 관련한 문제의 해결에는 여야를 넘어 현실과 미래를 직시한 정부의 정책결정이 필요하다.
첫째는 향후 탈 원전의 방향으로 나아간다 할지라도, 원전 수명연장, 신 원전 증설, 원전해체와 원전종료 등의 로드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아직도 원전이 수십 년간 존재하는 한 지역민의 갈등을 야기하는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신뢰를 국가가 담보해야 한다. 노후화 된
고리원전 1호기 하나 정지시킨다고 해서 원전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둘째로 정부는 앞으로 에너지 정책 및 에너지 수급의 청사진을 제시하여 국민의 불안을 해소시켜야 한다. 막대한 에너지소비량에 대한
대체에너지가 가시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설득력 있는 대안이 없이 안전과 생명만을 앞세우는 것은 결코 현실적이지도 미래지향적이지도 않다.
셋째 현재 원전소재 지역의 탈 원전에 대비한 장기적 지역경제발전정책 또한 중요한 과제로 제시해야 한다. 특히 고리원전 1호기의
정지와 신고리 5·6호기의 결정에 따른 지역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넷째 원전소재 지역으로서, 특히 울산에서는 고리원전 1호기의 영구정지와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문제에 봉착하여 찬반 갈등이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찬성과 반대, 극과 극의 갈등을 극복하고 통합의 지역발전을 위한 결정도 결국 정부의 합리적 정책의 몫이다.
다섯째 지역사회 찬반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는 한수원의 데이터도 신뢰할 수 있도록 공개해야 한다. 민교협(울산대 민주화를 위한
교수협의회)은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백지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한수원은 사업 공정률이 28%에 달하고 매몰비용 등 총 2조
5000억 원이 발생한다고 주장하지만 현재 시공 9.45%에 불과하며, 이미 주문한 부품도 다른 원전에서 사용 가능한 만큼 실제 매몰비용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검증되지 않은 한수원의 수치를 원전 건설을 촉구하는 김기현 시장과 일부 야당 국회의원의 행태는 실망스럽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여섯째, 앞으로 약 10년 이후부터는 전 세계적으로 원전을 해체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울산은 원전해체기술센터
설립을 추진하는 것이 시급하다. 부산과 경주는 이미 많은 혜택을 받고 있지만, 울산은 유일하게 원전 샌드위치 지역으로서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울산시가 지난 23일 발족시킨 원전해체기술연구센터 울산유치 테스크포스(TF)의 성공을 우리 울산시민 모두가 기원해야 할 때이다.
이를 위해 우리는 원전 찬반의 대립과 갈등을 넘어서서 통합된 목소리로 원전해체기술연구센터가 유치되도록 해야 한다.
기사입력: 2017/06/28 [16:40] 최종편집: ⓒ 광역매일 http://www.kyilbo.com/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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