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해민, 신앙 24-3, 함께 교회로 ②
해민 군과 함께 예배에 참석하기로 한 주일 아침,
해민 군이 마음 담아 헌금할 수 있도록 거들었다.
해민 군이 건네받은 얼마간의 지폐를 손에 꼭 쥐고
내가 봉투를 열고 있는 동안 담았다.
다음에는 해민 군이 봉투를 열고 내가 담는 식으로
역할을 바꿔보면 어떨까? 사실 마음이 중요한 거겠지만….
해민 군이 교회에 갈 때 챙겨 메는 가방에
준비한 헌금 봉투를 담아 집을 나선다.
집사님께 출발한다는 문자를 보내고,
중앙교회에 도착해 1층 문에서 잠시 고민을 했다.
집사님이 밑에서 기다렸다가 함께 올라가거나
2층에서 기다려도 된다고 하셨다.
해민 군의 결정에 따르려 문을 열어달라고 부탁하니
부탁을 들어주지 않아 내키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잠시 후 문을 연다.
교회에 와보는 건 중학생 때 이후로 처음이라
긴장된다.
2층으로 올라가 보니
화면을 통해 경쾌한 찬송가 소리와 함께 율동을 하는 교우 분들이 보인다.
한 교우 분이 안내해주시기를 계단을 더 올라야 한단다.
해민 군이 한 손은 계단 난간을 잡고
다른 한 손은 내 손을 잡고 계단을 오르려 하자
그분이 도움이 필요하지 않은지 물어보셨다.
당시에는 웃음 지으며 괜찮다고 말했는데
교회와 해민 군 사이의 교류를 대신해버린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해민 군과 계단을 올라 보니
긴 강당의자들이 4열로 배치되어 있다.
어디에 앉을지 몰라 다소 얼떨떨하여
해민 군이 앞장서서 앉는 대로 따라가 함께 앉았다.
꽤나 뒷자리라서 원래 해민 군이 뒤쪽에 앉는 편인지,
오늘따라 뒤에 앉은 것인지 궁금했다.
예배 시간까지 조금 남아서인지
주변 사람들을 한 눈에 둘러볼 수 있을 만하다.
간간히 눈을 맞추는 교우 분들에게 눈인사를 건넨다.
여전히 어색한 마음이 들지만
해민 군이 옆에 있으니 든든했다.
우직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해민 군 옆에서
나는 두리번두리번하며 동태를 살핀다.
다른 아이들 차량 지원으로 함께 오고 있다는 집사님 문자를 받은 얼마 후
집사님과 만났다.
소개를 드린 후 인사를 주고받고
집사님이 해민 군은 네 번째 열에 앉아야 함을 알려주셨다.
집사님은 “다른 아이들도 있어서 앞뒤로 왔다 갔다 합니다.”
라고 하시며 자연스럽게 해민 군 옆에 앉으신다.
찬송을 드릴 때 해민 군은 간간히
자리에서 일어나 흥을 발산한다.
해민 군이 이렇게 신앙생활을 즐기나 싶다.
그렇다가도 목사님 설교시간에는
차분하게 앉아서 예배에 임한다.
목사님의 설교나 성경 속의 이야기들을 듣고 있자니
아이들 인성교육에 참 유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복되는 늦잠이나 해로운 오락들로
흘려버릴 수 있는 일요일 오전 시간,
함께 모여서 좋은 말씀 듣고 큰 소리로 외쳐보면서
자연스레 바람직한 가치관이나
좋은 생활습관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았다.
때문에 해민 군에게 성경 말씀을 더 잘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평소 해민 군이 집에서 시간을 보낼 때
종종 기도 손을 하고 있는데
오늘 기도 시간엔 정작 손을 모으지 않고 신나서 손을 흔든다.
“해민 군, 기도 해볼까요?” 거듭 권해도 손은 그대로다.
“그냥 두세요. 좋아서 그래요.” 집사님이 말씀하신다.
나보다 해민 군을 잘 아시는 집사님 말이기에
언젠가 나도 해민 군을 더 잘 알게 된다면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해보고 싶다.
물론 해민 군이 직접 표현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예배 중 갑작스레 몸 상태가 나빠진 아이가 있어
집사님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헌금 시간이다.
가방을 열고 봉투를 꺼내
준비한 헌금을 해민 군에게 건넨다.
해민 군 마음을 담아 헌금이 손을 떠난다.
아, 이렇게 헌금하구나… 헌금은 이런 의미구나….
알 수 있었다.
예배를 마치고 교회를 나오자 비가 내린다.
“어떡하지, 우산을 안 들고 왔는데”
혼잣말을 하자 집사님이 집사님 남편 분에게
“우산 좀 빌려드려.” 하신다.
그러다가 직접 우산을 들고 해민 군과 나를 배웅해 주신다.
다른 아이들도 지원해야하기에 집사님이 여유가 많지 않은데
다행히 차가 멀지 않아 신세를 졌다.
해민 군에게 교회는
아마 이 우산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2024년 3월 3일 일요일, 서무결
양해민 군은 교회에서 이렇게 지내는군요. 예배를 아주 잘 드리네요. 공주선 집사님과 교우 분들이 해민 군 5살 때부터 신앙생활을 도왔다죠. 덕분인가 합니다. ‘우산 같은 존재’! 월평
해민 군은 교회가 편안한데 서무결 선생님이 긴장을 많이 했네요. 해민 군 동행한다고 애쓰셨어요. 신아름
양해민, 신앙 24-1, 때에 맞는 명절 인사(1)
양해민, 신앙 24-2, 함께 교회로 ①
첫댓글 누가 봉투를 열고 담는가가 중요해 보입니다. 당사자가 자기 일로 여기도록 돕는가는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 드러나죠. 서무결 선생님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해민 군에게 교회는 이미 우산 같은 존재라고 생각해요. 그런 곳, 사람을 늘리는 게 우리 할 일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