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동 우체국에 다섯시 쯤에 갔다. 등기 두 개 부치고 에어컨 가까이 앉아
문자 날리고 통화하고 ..놀았다.
그렇게 여섯시 가까이까지 개겼디. 할 일도 별로 없었거니와 너무 더워 할 생
각도 안 났다. 모다덜 일 얼른 보고 나가는데 편안한 의자에 앉아 둥게둥게 놀았
다. 아무도 뭐라 안 그러는데 살금살금 눈치가 좀 보였으나 낯 두껍게 버텼다.
문 닫을 시간인 여섯시를 십분 남겨놓고 일어섰디. '아유, 더 계셔도 되는데...' 직
원인지, 우체국 일꾼인지 마른 걸레로 의자며 집기 등의 먼지를 떨어내던 이가 내
게 말했다. "어니예요. 아조 많이 쉬었어요." 히힛, 그러고 나왔다. 먼제 우체국
장님(남자) 과는 인사를 터서 잘 아는데, 언제 바뀌었는지 새로 오신 우체국장님
(여자)은 '이 동네에 좀 뻔뻔한, 키큰 할머니가 사는군.' 했을지 모른다.
우체국에서 나와 네 집 건너 원골순대국집으로 기어들었다. (그것은 이미 내 계획표
에 짜여 들어가 있었다) 시원한 자리를 골라 앉아 따로 순대국 한 그릇을시킨다.
천천히 먹으면서 일곱시까지 버틸 생각인 거시다. 초등학생일 적 가르친, 과외제자,
사장님이 와서 인사를 한다. "어서 일해, 내 천천히 먹고 갈게."(이 부분에서 어쩐지
내가 고 이재철 선생님스럽단 생각이 고개를 추켜든다><)
일곱 시까지다! 따로순대국 밥값 계산은 사장님이 이미 치뤄주셨단다. (혼자 밥
먹으러 가면 계산은 늘 사장님 몫이다)
이제 오랫만에 집으로 돌아갈 순서다. 귀가 전에 한 곳 더 들를 곳이 잇다. 머리 염색.
염색값 35000원. 이럴 줄 알았으면 미장원 사장 제자도 하나 두는 건데... 참 아쉽다.
첫댓글 저도 순대 사장님 본지가 오래 되었습니다.
그리고
- 어쩐지 내가 고 이재철 선생님스럽단 생각이 고개를 추켜든다
읽으며 ㅋㅋㅋㅋㅋ~~
문득 고 이재철 박사님이 그리웠습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