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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주보 제1901호 연중 제17주일(2020.7.26) 「찬미받으소서」 2장 창조의 기쁜 소식 “하느님 아버지께서 창조하신 모든 피조물이 서로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어, 함께 보편 가정”을 이룹니다(『찬미받으소서』 89항). 창세기의 창조 설화(창세기 1-2장)는 하느님과 사람을 비롯한 모든 피조물의 관계를 묘사합니다. 하느님의 모습, 곧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된 사람은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존재이며, 모든 사람은 존엄하고 평등합니다. 하느님은 모든 피조물을 보시며 ‘좋다.’고 하셨고, 모든 생명체에게 번성하라고 축복하셨습니다. 하느님은 사람이 에덴동산을 “일구고 돌보게” 하셨습니다. 하느님이 사람에게 부여하신 책무는 모든 피조물을 존중하고 돌보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사람에게 에덴동산에 있는 것은 무엇이든 먹어도 되지만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만은 먹지 말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사람에게는 반드시 지켜야 할 ‘한계’가 있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하느님과 사람, 사람과 사람, 사람과 다른 피조물의 관계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하나의 창조질서를 이룹니다(66항). 평화는 “정의의 작품”입니다(이사 32,17). 평화는 또한 “인간 사회의 창설자이신 하느님께서 심어놓으신 그 질서의 열매”, 곧 창조질서의 열매입니다(『기쁨과 희망』 78항). 따라서 정의는 창조질서의 보전이며, 그럴 때 평화가 옵니다. 이렇게 정의와 평화와 창조질서 보전은 하나로 통합됩니다(92항). 여기서 세 가지 중요한 의미가 발견됩니다. 첫째,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보전하는 정의는 우리 신앙의 핵심입니다. 둘째, 창조질서 훼손을 지속하는 것은 불의한 사회 구조이므로 우리 신앙은 “사적인 영역에 국한”될 수 없습니다(『복음의 기쁨』 182항). 사회정의와 생태정의는 창조질서 보전이라는 하나의 정의의 두 측면입니다. 생태정의가 훼손되면 사회적 약자가 먼저 피해를 보고, 사회정의가 훼손되면 생태환경이 악화합니다(49항, 82항; 호세 2,4). 에너지를 덜 쓸 수밖에 없는 가난한 나라와 사람들이 기후변화의 피해를 더 많이 입습니다. 코로나19 재난이 보여주듯이, 무분별한 개발과 채굴로 자연생태계가 파괴되어 바이러스 감염이 촉진되면 사회적 약자들이 먼저 재난의 희생자가 됩니다. 성경은 땅에 대한 인간의 절대적 소유권을 거부합니다(67항). “땅은 나의 것이다. 너희는 … 거류민일 따름이다”(레위 25,23). 땅의 소유권에 대한 성경의 시각은 오늘날 자연에 대해 주인 행세를 하는 인간의 오만한 태도와 자의적 행태를 엄중히 경고합니다. 자연이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라면, 그것은 하느님께서 우리 ‘모두’의 필요를 위해 마련해 주신 것입니다. 우리가 자연에서 우선시해야 할 가치는 지속가능성과 분배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글 | 조현철 프란치스코 신부(예수회, 서강대 교수, 녹색연합 상임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