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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숨 쉬는 브로드웨이, 그 모습 그대로
뉴욕은 미국 사람들에게조차 선망의 대상이다. 수많은 인종과 문화,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다양한 방문객과 이야기들로 일 년 내내 잠들지 않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뮤지컬 ‘렌트’를 보면 그래서 뉴욕을 ‘우주의 중심(center of the universe)’이라 노래하는 구절도 등장한다. 누구나 그곳을 여행한 사람이라면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게 되는 문구다.
브로드웨이는 뉴욕의 한 거리 이름이다. 말 그대로 폭이 넓은(Broad) 길을 말하는데, 우리의 여의도 같은 섬인 맨해튼의 북쪽 끝에서 남쪽 끝까지를 관통하는 가장 오래된 거리다. 애비뉴 중에서는 가장 길며, 맨해튼을 위아래로 가로지르는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원래는 네덜란드식 명칭인 브레데 베그(Brede Weg)에서 처음 기인됐다는 설도 있는데, 이름에 관한 역사적 사실이야 어찌 됐든 오늘날 맨해튼의 가장 번화한 거리임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온갖 상점과 차량, 인파로 늘 북적이는 트렌디 한 장소이기도 하다.
공연 애호가들에게 브로드웨이는 또한 세계적인 뮤지컬 공연가로 통한다. 하지만 브로드웨이의 모든 곳이 다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사실 많은 수의 전문 공연장이 밀집되어 있는 곳은 40번가(street)에서 54번가, 그리고 6번가(avenue)에서 8번가의 직사각형 구역이다. 그래서 이곳을 극장 구역(Theater District)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말 그대로 뮤지컬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천국이 따로 없을 만큼 매력적인 장소다. 특히 브로드웨이와 42번가가 만나는 타임스스퀘어는 극장 구역 중에서도 가장 상징적인 핵심이라 부를 만하다. 물론 공연가의 생생한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가 만들어지게 된 결정적인 배경도 바로 이런 사실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활어처럼 펄떡이고, 살아 숨 쉬듯 꿈틀대는 뉴욕의 공연가 이야기를 그 모습 그대로 구현해내겠다는 제작진의 숨의 의도가 뮤지컬의 제목에서부터 고스란히 담겨있는 셈이다.
‘스토리의 힘’ 소설에서 영화로, 영화에서 뮤지컬로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의 영어 원제는 ‘42nd Street’이다. 브래드포드 로페스가 쓴 소설이 원작인데, 바로 그곳 맨해튼 42번가의 또 다른 이름인 ‘그레이트 화이트 웨이(Great White Way)’의 전설적인 히트메이커이자 연출가 줄리안 마쉬가 어떻게 새로운 뮤지컬 작품을 완성해가는가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스토리 자체가 꽤 인기가 높아서 뮤지컬 등장 이전인 1933년 이미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기록도 있는데, 당연히 뮤지컬은 그로부터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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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33년 개봉한 영화 [42번가]의 포스터(좌) 영화 정보 보러가기 2 1980년 [42번가] 초연 포스터(우) <출처: 위키피디아> |
본격적으로 뮤지컬이 만들어져 인기를 누리게 된 것은 영화보다 한참 뒤인 1980년의 일이다. 요즘에는 흔하지만 영화를 무대화한 뮤지컬로는 1974년작 ‘지지(Gigi)’에 이어 두 번째 시도로 초창기 무비컬의 대표적인 사례라 부를 만하다. 훗날 ‘캣츠(Cats)’의 고향이자 ‘맘마미아(Mamma Mia)!’가 상연됐던 것으로 유명한 윈터가든 극장에서 처음 막을 올렸고, 그 후 마제스틱 극장과 세인트 제임스 극장으로 장소를 옮겨가며 자그마치 3,486회 연속 공연이라는 당시로는 획기적인 장기 공연 기록을 수립했다. 그야말로 ‘화려한’ 생명력과 대중적 인기를 동시에 누렸던 보기 드문 흥행작이었다. 관객이 찾지 않으면 언제라도 문을 닫아 버리는 살벌한 시장경제가 살아 숨 쉬는 브로드웨이 공연 가이기에 그 당시 10년에 가까운 연속 공연 기록은 가히 놀랄만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오늘날까지도 끊임없이 리바이벌 무대가 이어지는 근본적인 이유이자 그만큼 재미있고 흥미로운 뮤지컬이라는 의미의 방증이기도 하다.
흥행성과 작품성 갖춘 스테디셀러 뮤지컬
공연이 흥행을 기록하자 여러 인상적인 뒷이야기들도 화제가 됐다. 유명한 일화 중에는 공연이 시작되는 날, 세상을 떠난 연출가 겸 안무가 고어 챔피언(Gower Champion)에 얽힌 내용도 있다. 가히 폭발적인 관객들의 환호로 11번의 커튼콜이 이어진 후 프로듀서인 데이비드 메릭(David Merrick)은 무대에 등장해 막을 올리기 몇 시간 전에 챔피언이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관객들에게 전했다. 쇼의 흥행을 위해 출연자와 기술 스텝, 심지어 챔피언의 애인에게까지 비밀로 하다가 결정적인 순간 모두에게 이 사실을 공표했던 것이다. 순간 무대는 환호에서 정적과 충격으로 뒤바뀌었고, 다음날 뮤지컬의 흥행과 연출가의 극적인 죽음은 모든 언론의 1면을 장식하게 됐다. 결국 작품에서 이야기하고자 했던 비정하고 심지어 냉정하기까지 한 쇼 비즈니스의 세계는 이 사건을 통해 가상이 아닌 현실임을 고스란히 드러낸 셈이 됐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그래서인지 [브로드웨이 42번가]는 고어 챔피언의 유작이자, 데이비드 메릭 최후의 흥행작이 됐다.
초대형 흥행작으로서의 존재감 못지않게 [브로드웨이 42번가]는 예술적 완성도나 작품성에 대한 평가도 높은 것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초연이 됐던 1980년, 이 뮤지컬은 토니상 8개 부문의 후보작으로 올라 최우수 작품상과 안무상을 거머쥐는 개가를 이뤘다. 물론 이 상들은 챔피언의 영정에 바쳐질 승전보이기도 했다. 2001년 리바이벌 무대 역시 큰 인기를 끌었는데, 결국 그 해 8개 부문 후보작으로 선정돼 최우수 리바이벌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20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토니상 무대를 주름잡을 만큼 [브로드웨이 42번가]는 미국 뮤지컬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통하게 됐다.
국내 초연 20주년, 상상 그 이상의 무대가 펼쳐질 2016 브로드웨이 42번가
국내에서 첫 선을 보였던 것은 1996년의 일이다. 당시로서는 드물게 초대형 규모의 대작 뮤지컬로 제작됐는데, 선진화된 공연 제작 시스템을 그대로 적용해 공연을 꾸미는 가히 국내 최초의 실험이자 시도였다는데 큰 의미가 있는 ‘사건’이었다. 그때 화려한 신예로 등장했던 페기 소여 역의 임선애는 이제 중견급 뮤지컬 배우로 활약하고 있을 만큼 세월이 흘렀지만, 무대는 여전히 꿈틀대는 생명력을 보여준다. 이번 2016년 프로덕션에는 송일국과 이종혁이 매력적인 연출자 줄리안 마쉬로, 그리고 최정원과 김선경이 도로시 브록으로 등장해 관록의 무대를 선보인다. 페기 소여로는 예쁜 외모만큼이나 출중한 가창 실력을 보여주고 있는 뮤지컬 배우 임혜영이, 미워할 수 없는 바람둥이 매력남 빌리 로러 역으로는 에녹이 무대에 합류했다. 아이돌을 중심으로 한 스타 캐스팅이 흥행을 좌우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이 요즘 뮤지컬 극장가이지만, 다양한 연령의 배우들이 빚어낼 적절한 무대 위의 조화는 자못 기대를 하게 된다.
특히, 이번 우리말 공연은 앙상블들의 무대에 큰 기대를 갖게 한다. 지금까지의 국내 버전이 초연의 한국적 적용에 비중을 뒀던 다소 낡은(?) 공연이었던데 반해, 올해 올려지는 앙코르 공연은 가장 최근의 리메이크 버전을 차용한 무대적 변화를 그대로 선보일 예정이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브로드웨이에서는 늘씬한 각선미의 아름다운 외모의 무명 코러스들로 이 뮤지컬의 홍보 포스터를 만들고 쇼 뮤지컬로서의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전면에 내세운 홍보 전략을 활용했던 적도 있었는데, 이번 우리말 버전이 바로 그 최신 앙코르 버전의 무대와 이미지를 그대로 차용해 공연을 꾸밀 계획이라는 후문도 들린다. 예전과 사뭇 달라진 2016 우리말 버전의 홍보 포스터 이미지는 그래서 더욱 가슴을 설레게 한다. 화려한 탭댄스의 향연 속으로 관객을 인도할 새로운 ‘브로드웨이 42번가’의 개막을 손꼽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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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즐겁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옐로체인
아~~앙
보고싶어요
그러나 내겐 꿈~~~
감사합니다.~~*
꼬리진달래
아 보고 싶어요....휴가기간 동안 생각좀 해봐야 겟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