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Running p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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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주전자에 커피 올려놓고 그냥 왔어! 집에 불 나면 어떡하지? 그것보다 더 중요한(?) 내 커피 안 돼!!- 어느 평온한(?) 겨울 오후 어딘지 정신없어보이는 백발머리의 한 중년남자가 산책을 중단하고 허둥지둥 거리를 달려가고 있다. 가는 도중 누군가와 조금씩 스쳐갈때마다 남자는 사람들에게 소리를 질러주면서.
베토벤=다들 저리 안 비켜? 확! 알아서 피하지 왜 안비키고 내 앞길을 막고 난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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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악 늦잠잤어! 내가 오늘 모임 연주자인데! 이 바보,낮술을 너무 마셔서 그래!-평온한 어느 겨울 오후, 곱슬머리에 안경을 낀 청년이 허둥지둥 거리를 달려갑니다. 누군가와 스치면 사과하는 것도 잊지 않은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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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야 거기 곱슬머리 안경! 당장 안 비켜 어 부딫힌.....으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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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악 아파라! 이게 무슨 일이지? 내 안경! 어라? 저기 당신? 괜찮으세요? 그것보다 얼굴 좀 치워주실래요? 이상하게 자세가 굉장히 부끄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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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흠....그래 나도 부끄러우니 빨리 일어나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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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을 들은 나는 즉시 일어났지만 말과 달리 청년은 허리를 다쳐 통증이 심한 모양인지 쉽게 일어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참 귀찮게.... 나도 바쁜데 왜 짜증나게하고 난리야! 생각과 달리 나는 나도 모르게 청년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내가 왜 이러는거지? 다른 사람이라면 욕을 한 바가지 날렸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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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손 잡아줄테니 빨리 일어나! 내가 아무한테나 이러는 줄 알아? 내 맘 변하기전에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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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곱슬머리 너 눈을 4개나 달고다니면서 도대체 왜 앞을 못 보는거야? 네 눈은 장식이니? 앞을 잘 보고다녀야 할거 아니야! 에이 재수없게! 크흠....아무튼 몸은 괜찮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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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시력이 심하게 나빠서 앞을 잘 못보거든요.... 도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사과하는 청년을 본 순간, 이상하게 청년이 밉지가 않았다. 오히려 생기있어보이는 모습이 매우 매력적이었다. 내가 사람 얼굴에서 생기와 젊음의 순수함을 본 지 얼마만이더라? 오래 전이라 잘 생각은 나지 않았지만 이 느낌이 매우 색다르고 좋았다는 것은 부정할 수가 없었다.그리고 나는 충동적으로 청년에게 말했다. 자네 이름이 뭐지? 이 마을 사는 사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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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는 프란츠 페터 슈베르트라고 합니다! 이 마을에 살고 있고요! 마을 외곽의 작은 술집에서 주말 밤마다 피아노를 연주합니다! 도와주신 보답으로 언젠가 당신이 술집에 왔을 때 제 피아노 연주를 들려드리고 싶네요!
작곡가라. 마음에 드는군! 그 생각을 한 순간 나는 깨달았다. 저 청년을 본 순간부터 나는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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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루트비히 판 베토벤이다. 별 볼일 없는 작곡가다. 언젠가 자네 연주를 들으러 꼭 가지.
퉁명스럽게 할 말만 하고 가버리는 어딘지 자존심과 고집이 무척 세보이는 중년의 남자(부끄러워서)를 보며 청년은 생각한다.
베토벤! 그 유명한 작곡가라니! 내 우상! 우상이 연주를 보러오겠다니!- 그리고 그 남자의 정체를 알기 전부터 청년은 깨달았다. 자신이 중년의 남자를 첫눈에 사랑하게 되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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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 편지가 배달되었다. 내 돋보기 안경으로도 몹시 해독하기 어려운 끔찍한 글씨체였지만 몇 문장이 내 눈을 사로잡고 놔주지 않는다.
너의 연주가 정말 환상적이었다. 사실 처음 본 순간 너를 사랑하게 되었다. 시간이 괜찮다면, 그리고 너가 원한다면 내 손을 잡고 나와 산책을 가지 않겠는가? 사람들은 이걸 데이트라고 부른다지? 뭐라고 생각하든 상관은 없다. 그저 자네와 함께 있고싶을 뿐이니. 대답은 봉투에 적힌 주소로 보내주도록. (베토벤)
나는 답장을 적어서 보내주었다.- 저도 당신을 사랑하게 되었으니 대답은 물론입니다.
2.Hello? po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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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범하고 별 볼일없는 가난한 청년이다. 귀족이 아니므로 좋은 일자리를 구하지는 못했지만 간신히 술집의 연주자로 삶을 살게 되었다. 힘들지만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연주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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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나에게 정체불명의 편지 한 통이 배달되었다. 무도회 초대장. 무도회라니. 술집에서 몇몇 사람들이 이야기 하는 걸 들었다. 잘생긴 금발머리의 왕자가 무도회를 좋아해 수시로 열고있는데 수 많은 남녀가 그의 애인이 되고싶어 열을 올리지만 모두 실패했다고. 무도회라니.... 가고 싶었지만 나는 깨달았다. 나는 보잘것 없는 평민이며 무도회에 입고 갈 옷 한 벌 없는 가난뱅이 연주자라는 사실을! 이 때 정체불명의 목소리가 내게 말을 건다.
무도회에 가고 싶나요? 당신을 도와드리지요! 저는 요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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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는 요정이란다! 너 무도회에 가고 싶다고? 그럼 내가 도와줄께! 널 최고의 멋진 남자로 만들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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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누구죠? 그리고 여긴 어디야! 왜 절 도와주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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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요정의 세계, 널 도와주려는 이유? 그것은 내가 너의 운명을 볼 수 있기 때문이지. 그 운명은 신의 뜻이기도 하고!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요정이 이윽고 나에게 지팡이를 휘두르며 주문을 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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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이게 정말 저에요? 요정이 주문을 외우자 내 모습은 어느 새 근사한 귀족 청년같은 모습으로 변했다. 이 화려한 비단 옷에 구두! 꿈을 꾸엇지만 한 번도 입어보지 못한 옷에 홀려 정신이 멍해진 나에게 요정이 속삭인다. 정말 근사하구나! 이 세상 어떤 귀족 못지않은 아름다움이야! 이정도면 왕자 앞에 나가도 부끄럽지 않을거란다. 그런데 주의사항이 한 가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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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회에서 무엇을 하든 자유지만 24시간이 지나기 전에는 꼭 돌아와야해! 그렇지 않으면 마법이 풀려버리거든! 비웃음을 당하고 싶지는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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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귀족들이 모여있는 무도회. 이 사이에 내가 낄 수 있을까? 날 이상하게 보는건 아니겠지?
하지만 무도회의 사람들 생각은 달랐다-저 근사하고 멋진 청년은 누구지? 처음보는데. 다른 나라의 왕족임에 틀림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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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말을 붙이지만 어색하기만 해 미치겠다. 일단 술이나 한 잔 해야지. 귀족들이 마시는 술이라 매우 맛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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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마신 후 사람들과의 사교가 꽤나 피곤해 잠시 쉬기로 한다. 수 많은 귀족 남녀가 서로 어울려 즐겁게 웃으며 음악에 맞춰 춤을 추지만 춤을 잘 모르는 자신은 낄 수가 없다. 그저 구경만 할뿐. 이 때 누군가 다가와 자신에게 웃으며 말을 건넨다. 저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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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발의 정체불명 미남. 아마 어느 귀족집 자제려나. 그가 웃으며 말한다. 이런 곳에 처음 오셨죠? 어색해 보이는거 티나요. 하지만 그 모습이 꽤나 귀엽네요! 저랑 대화를 나눠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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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작된 금발남자와의 대화. 그는 나의 어색함을 풀어주기 위해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주제로 말을 건넨다. 자신도 취미로 피아노를 연주한다면서.... 하지만 이 남자, 음악뿐 만이 아니다! 미술, 요리, 춤, 노래까지 모르는 분야가 없는 듯 했다. 게다가 사람을 홀리는 저 매력적 외모와 달콤한 목소리까지! 나는 첫눈에 그 남자에게 반해버렸다. 그리고 그가 말한다. 우리 사람들 없는 곳으로 갈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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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그렇게 서 있어요? 너무 부끄러워 하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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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해맑게 웃으며 자신에게 인사를 건네지만 나는 내 모습이 부끄러워 그저 말도 못한채 손만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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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부끄러워 하지 말고 내 품으로 와요! 당신에게 오늘 하루 인생 최고의 선물을 주고 싶어서 불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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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요? 당신 품으로? 순간 내 머릿속 뭔가가 끊어진 느낌이었다. 저 남자는 어떻게 저런 말을 당당하게 내뱉는 거지?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다. 그것이 저 남자의 매력이라면 나는 이미 빠져나올 수 없는 덫에 걸린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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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오시지 않으면 내가 먼저 갑니다. 나는 사랑에 있어서는 인내심 많은 사람이 아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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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스럽다. 그가 점점 나를 가로막고 벽으로 몰아붙힌다. 이럴때는 어떻게 해야하지? 아무도 나에게 가르쳐 준 적이 없는데! 난 사랑도 처음 해보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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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처음 본 순간부터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당신은 제가 지금껏 만난 사람들 보다 가장 아름다운 존재입니다. 그래요 마치 메꽃같군요. 부드럽고 연약하지만 동시에 사랑스럽기도 한 당신의 옷깃에 달린 흰 꽃 말입니다. 그의 사랑고백과 달콤한 입맞춤은 나에게 아무 생각도 저항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처음 느끼는 이 감정....절대 놓치고 싶지 않았다. 놓치면 후회하려나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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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함께 음악에 맞추어 부드럽게 춤을 추고 나는 그에게 물었다. 당신은 누구죠? 그러자 금발머리의 남자가 말한다. 나는 프란츠요. 사람들은 나를 이 나라의 왕자라고 부르죠. 당신은요? 나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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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즐겁고 황홀한 날이었다. 이대로 죽어도 매우 행복하고 의미잇는 삶이었노라 신 앞에 말 할수 있을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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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하룻밤 나의 몸을 가져간 다음날. 아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 이제 돌아가야 한다. 마법이 풀리면 그는 나를 봐주지 않을테니까. 내 이름은 알려주지 않는게 낫겠지, 생각해보니 나 같은 평민이 감히 왕자를 사랑하다니.... 잊어버리자. 그냥 즐거웠던 추억이자 하룻밤의 일탈로. 그거면 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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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어젯 밤 진정한 사랑을 알려준 수수께끼의 남자가 사라졌다. 이름이라도 알려주지. 이제 다시는 못보는건가? 슬픔에 잠긴 내 눈에 문뜩 리본으로 묶인 종이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이건 악보? 이름이 프레데릭? 주소도 적혀있네? 바보. 정체를 숨기려면 잘 좀 숨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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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편지를 받았다. 나를 다시 보고싶다면 무도회장으로 와요. 당신을 언제든지 기다립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왕자로서가 아닌 한 남자.(프란츠)
내 주소는 어떻게 알아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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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마법없이 무도회장에 왔으나 사람들의 비웃는 시선이 느껴진다. 너 같은 평민이 왜 여기에 왔냐는 비웃음의 시선. 역시 못 만나겠어. 눈물을 머금고 무도회장을 빠져나가려는 그때 낯익은 목소리가 나를 부른다. 거기 서! 프레데릭 프랑수아 쇼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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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도망갈겁니까? 비겁하게 당신 마음을 숨기고 말이야! 당신은 마치 구두 신은 신데렐라 같군요. 당신이 어떤 차림이든 어떤 계급이든 난 상관안합니다. 당신은 그저 내 사랑으로서 내 옆에 있어주기만 하면 됩니다. 감히 이런 날 의심하고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니 심히 기분이 나쁘군요! 그 댓가로 먼저 벌 부터 받아야 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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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것이 저의 벌 입니다. 당신은 이제 함부로 도망 못가요. 죽을 때까지 제 옆에 있어주셔야겠어요.
이제 너에게 자유는 없어! 하는 말이지만 무섭지 않았고 오히려 행복했다. 신이 왜 나를 왕자와 맺어주엇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굳이 알고 싶지도 않다. 그저 신이 주신 이 순간을 즐기면 되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