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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문득 동네 친구로부터 이태리여행을 가자는 제안을 받고 너무나 순순히 오케이를 했다.
실은 어딘가 떠나고 싶었는데... 상품이나 가격도 괜찮아보였던 것.
홧수로만 치자면 꽤 많은 여행을 다녔고 일본과 중국 정도라면 다른 사람들을 리드해 다닐 정도지만
유럽여행은 처음이다보니 조금 기대가 되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게다가 회사 다닐때 박람회 전문 여행사들을 통해 다녀온 적은 있지만 순수한 패키지 여행도 처음.
일단 상품부터 분석해 보았다.
1. 코스가 화려하다.
그에 걸맞게 일단 이동 거리가 꽤 되다보니 매일 차 타는 시간이 만만치 않다.
그거야 뭐... 중국 여행도 그에 못지않으니 이동하는 시간을 쉬는 시간으로 치면 되겠지.
2. 호텔이 2급호텔
금액이 저렴한 여행이다보니 크게 기대는 안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인지를 알아야 준비를 하지.
이태리 저가여행으로 검색해보니 몇몇 친절한 블로거들이 상세히 올려놓았다.
음... 기대치를 좀 더 낮춰야겠군.
3. 조식은 컨티넨탈
일단 컨티넨탈 조식과 아메리칸 조식의 차이점부터 체크...
컨티넨탈의 경우 빵과 간단한 음료수와 커피가 전부. 계란과 소세지가 나오면 행복한 거라고...
비상식량용 먹거리를 약간이라도 챙겨야겠다.
결국 이번 여행은 패키지 본연의 성격에 맞춰 많은 곳을 돌아보는데 초점을 맞추고 사진이나 열심히 찍어와야겠다.
마음에 걸리는 건 13시간이라는 비행시간. 생각만해도 괴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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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하는 날... 비가 내린다.
게다가 남편이 정류장까지 데려다주는데 앞 차가 운전 초보인지 계속 길을 막더니 결국 아슬아슬 리무진 버스마저 놓쳤다.
그래도 다음 버스 텀이 길지 않은데다 길도 많이 밀리질 않아 공항에는 비교적 여유있게 도착을 해 그나마 다행.
인터넷으로 미리 신청을 해놓았던 유로화도 찾고 와이파이 도시락도 수령후 친구와의 만남.
친구와는 처음 홋카이도 렌터카여행, 두번째 베트남 남부 카페여행에 이어 함께 떠나는 세번째 해외여행이다.
유쾌하면서도 배려심도 깊은 파트너로 인해 늘 그렇듯 이번에도 즐거운 여행이 될 것같은 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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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을 둘러보는대신 카페에 들어가 간단한 식사와 커피를 마시며 노닥노닥...
비행기 좌석이 한칸 차이의 통로를 가운데 둔 F와 G석이라 따로 앉았다.
밥 주면 밥 먹고, 간식 주면 간식 먹고.... 음악 듣다가 또 자고...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지루한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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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시간은 흐르고... 이태리 로마 레오나드로 다빈치공항 도착.
짐을 찾고 다함께 나와야하는 걸 모르고 아무 생각없이 밖으로 나오니... 아무도 없다.
아차 싶어 인솔자에게 밖에서 기다린다고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하는데 전화기가 꺼져있단다.
사람들은 계속해서 나오는데... 우리 때문에 늦어지는 것 같아 초조.
가까스로 통화가 되고 일행들을 만나는데 어찌나 민망하던지...
저녁은 비행기에서 먹은 간식으로 대체... 숙소까지는 약 40~50분 정도 거리란다.
버스가 비록 리무진 버스는 아니지만 상당히 깨끗하고 괜찮은 편이다.
이번 일행은 모두 15명에 45인승 버스라니... 모두 한자리씩 넉넉하게 차지하고 앉아 호텔까지 이동.
일행들을 돌아보니 부부팀이 두 팀, 모자팀이 두팀, 젊은 자매팀이 한 팀, 우리를 포함 친구팀이 두팀,
그리고 혼자오신 여자분이 한 분... 모두 인상이 좋아보인다.
인솔자는 오랜만에 나온다는 젊은 총각(?)인데 인상도 좋고 목소리도 차분해 믿음이 간다.
하지만 알고봤더니 애기 아빠에 나이도 마흔이 넘는다고 해 깜짝 놀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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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크호텔 지네브라 (Park Hotel Ginevra) ★★★
로마 외곽 아우렐리오의 첫날 숙소는 좁지만 깔끔한 편이다.
미리 인솔자에게 전화를 해 확인한 결과 2급호텔(3성급)은 대부분 커피포트가 없다는 정보를 입수
출발 하루 전 구입한 전기포트에 한국에서부터 싸온 물을 끓여 룸메와 막 컵라면을 먹기 시작했는데
인솔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호텔 측에서 룸 안에서는 냄새나는 음식은 먹지말라고 특별히 요청을 했다는데 어쩌나...
이미 먹기 시작한 거 그냥 맛있게 먹고 창문을 열고 잤다.
혹시나 라면 냄새가 날까봐 컵라면 용기도 깨끗이 씻어 비닐 봉투에 넣어 싸들고 나왔다는 전설이....
미리 앞당겨 이야기하자면... 유럽 저가 패키지의 기준으로
이번 여행에서 정말 유용했던 것 3가지 : 커피포트, 실내 슬리퍼, 멀티플러그와 보조배터리 등
* 커피포트 - 커피와 차는 물론, 룸메와 누룽지나 컵라면도 끓여먹고 심지어는 마트에서 계란을 사다가 삶아 먹기도 했다.
* 실내 슬리퍼 - 유럽 저가 호텔의 경우 슬리퍼가 없다. 중국 호텔에서 챙겨온 슬리퍼를 가져가 아주 유용하게 잘 쓰다가
마지막날 호텔에 두고 왔다.
* 멀티 플러그는 여행사에서도 룸당 하나씩 주었고 와이파이 도시락에도 들어있고 챙겨온 것도 있다보니 넉넉한 편이었다.
멀티플러그 하나에 핸드폰 충전이나 보조배터리 충전등 여러 코드를 꽂을 수있는 멀티탭이 있음 좋을 듯하다.
보조 배터리는 필수. 사진을 많이 찍고 음악을 듣다보니 배터리가 금새 닳는다.
그냥 유용했던 것 3가지 : 전기 매트, 전자 모기향, 비상식량 (누룽지와 컵라면 등)
* 전기 매트 - 그다지 추위를 타는 편이 아니라 끝까지 고민했던 것. 신형으로 전선이 없어 착착 접을 수 있어 부피가 크지않기에
챙겨갔는데 마지막날 밤 비가 와 너무 추웠는데 유용하게 사용했다. 전기콘센트가 먼 경우 사용을 못할 수도 있음
* 전자 모기향 - 일반적으로 둥그런 형태가 아닌 매트만 들어가는 슬림한 것을 챙겨갔는데
일부 호텔에선 모기가 있기에 잘 사용했다.
* 약간의 음식들 - 컵라면 4개, 누룽지 한봉지, 봉지에 넣어 파는 납작한 반찬들 두어개를 챙겨갔는데 딱 알맞았던 것같다.
햇반 등도 넣어가려다가 전자렌지가 없을 것같아 빼놓고 누룽지를 챙기기를 잘 했다.
컵라면 용기와 내용물을 분리해 싸가 용기는 누룽지를 덜어먹는 그릇으로도 함께 사용했다. 더불어 젓가락과 수저도 필수.
그 외에 유용했던 것들이라면 당연히 챙겨가는 칫솔 치약과 접는 우산 정도...
필요없었던 것은 인솔자가 날씨가 저녁에 꽤 춥다고해 얇은 옷들을 꺼내고 두꺼운 겉옷을 비롯 가을 옷들을 몇개 챙겼는데
거의 입지를 않았다. 한국에서부터 무겁게 챙겨간 물들도 패키지 여행에서는 오버인 듯.
차 안에서 1유로에 한병씩 파는데 크게 비싸지도 않으니 기사 팁 대신 사서 마시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