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현이 오빠, 경제는 여흥이 아니야요. 중국보다 기술 수준이 겨우 2~3 년 앞선 한국의 대기업이 붉은 머리띠에 질려 사원들에게 중국보다 10배, 20배의 초고액 연봉을 주는데도, 오빠는 그들이 청계천 평화시장의 하루살이라도 되는 양 경제적 약자라며 사회적 희생자라며 기어코 균형을 맞추겠다는 개혁 일념으로 대기업의 소유주와 경영진을 중죄인 다루듯 공정거래법이다, 출자총액제한이다, 지배구조개선이다, 의결권 제한이다, 사정없이 다그치면 나라 경제가 아픈 만큼 성숙해져서 순식간에 중국을 까마득히 따돌리고 일본을 대번 따라잡고 미국과 금방 어깨를 나란히 하리라고 장밋빛 희망을 품지 말아요.
근태 형, 경제는 여흥이 아니외다. 마르크스도 말했지 않소? 하부구조가 상부구조를 결정한다고. 제발 꿈에서 깨어나오. 먼지와 억지, 민둥산과 천수답, 입과 배밖에 없었던 60년대의 한국에서, 오늘날의 아프리카보다 못하던 한국에서 자유의 꽃이 활짝 피어나고 평등의 열매가 주렁주렁 달릴 수 있었다고 땅을 치며 안타까워하는 30년 환상에서 이제 제발 깨어나오. 꽃이 피어나려면 흙과 거름과 물과 해가 있어야지요. 물도 없고 거름도 없고 해만 내리쬐는 맨땅에 어떻게 꽃이 피어나겠소. 팔다리가 무말랭이처럼 부실하면 얼굴이 절대 귀공자처럼 환해질 수가 없지 않소.
형보다 10배 무식했던 군인 정치가들이 형보다 경제를 10배는 더 잘 알았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도 인정하오. 서울대 경제학과를 내세우지 마오. 중남미에도 아프리카에도 미국이나 유럽의 경제학 박사 출신이 즐비하다오. 그들이 대통령도 되고 국회의원도 되고 정치가도 되었지만, 경제의 꽃이 피어난 적이 없다오. 그들의 정치도 형이 치를 떠는 한국의 70년대의 발끝도 따라오지 못하지 않소. 독재와 포퓰리즘이 번갈아 나라를 아작내고 있을 따름이잖소.
영길이 선배, 경제는 여흥이 아니랍니다. 노동절이라고 비행기 타고 평양에 가서 북한 노동자와 어깨동무하고 통일의 노래를 부르며 줄기줄기 눈물을 흘린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의 대선배, 영길이 선배, 대체 북한 노동자의 월급이 얼마인지 아세요? 선배가 그렇게 부러워하는 평등, 그 평등의 나라 북한이 사실은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한 나라임을 아세요? 하루 1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사람을 UN에서 극빈자로 취급하는데, 북한 노동자는 하루가 아니라 한 달에 1달러밖에 못 받는다는 것을 아세요? 대부분의 공장이 문을 닫아 그마저도 못 받는다는 것을 아세요?
1990년대 중반부터 특수한 계층의 사람들 외에는 배급도 완전히 중단된 걸 아세요? 민주노총 소속 노동귀족 아니 노동왕족이 한 달에 5000달러를 받으면서 한 달에 1달러 받는 노동자와 어깨동무하면 절로 평등해지나요? 통일되면 선배는 전 노동자의 11%밖에 차지하지 못하는 노동조합 가입 노동자에게 한 달에 1달러만 받고 나머지는 모두 구북한 지역의 불우이웃 돕기 성금으로 내놓으라고 피를 토하며 애원할 수 있나요? 북한의 노동자가 우리 대기업 공기업 은행의 노동자보다 노동강도가 약하다고 보세요?
그들이 우리 못지 않게 열심히 일하는데도 왜 훤칠하던 고구려의 후손들이 아프리카의 피그미족처럼 작아졌나요? 악덕 기업가가 노동착취해서 그렇게 되었나요? 정경유착으로 정치인과 자본가만 잘 먹고 잘 살아서 그렇게 되었나요?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에서 가장 혜택을 많이 받는 사람들이 노동생산성을 월등히 능가하는 임금을 받는 노조 소속 노동자임을 모르시나요? 알면서도 시치미떼나요?
동영이 언니, 하리수보다 예쁜 동영이 언니, 경제는 여흥이 아니야요. 동영이 언니는 어느 여고에 가서 특강을 했다지요? 꿈은 이루어진다고. 꿈? 열린우리당의 의장이 된 것이 꿈을 이룬 것인가요? 알겠군요. 서울대 국사학과에 간 것도, MBC 아나운서가 된 것도 결국 정치가가 되기 위한 발판이었군요. 어릴 때부터 정치가에 대한 원대한 꿈을 꾸고 학벌을 내세울 서울대에 들어가고 얼굴을 알릴 방송국에 들어갔군요. 과거의 죽은 역사는 배우되 현재의 산 역사는 배우지 않았나요?
2%의 양반관료가 전국의 땅을 다 차지한 조선, 0.1%의 일본인이 조선 전체를 지배한 일제시대, 거기에 민초가 발붙일 데가 어디 있었지요? 더군다나 6·25의 폐허 속에 민초가 갈 곳은 어디였지요? 잿더미 속에서 장미를 피우고 먼지 속에서 무궁화를 피운 한국의 산업화가 동영이 언니가 꿈을 이루는 것보다 쉬웠다고 생각하나요?
산지가 70%인 나라에서, 인구밀도가 세계 3위인 나라에서, 자원도 자본도 기술도 없는 나라에서, 권력을 잡고자 국민학생까지 나서서 ´민주´ 데모를 하는 나라에서, 상공업 천시하길 서울의 숫처녀가 맨발로 물컹 쇠똥 밟듯 끔찍해 하는 나라에서, 전세계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힐 산업시설을 갖춘 것이 군사독재와 정경유착과 노동착취로 가능했다고 생각하나요?
너나 나나 산업화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르는 나라에서 정부가 앞장서 배우면서 가르치고, 하늘보다 높은 ´나라님´이 ´장돌뱅이 공돌이´를 태산같이 높은 국회의원이나 바다같이 넓은 박사나 지당한 말만 골라하는 애국지사보다 더 우대해 주는 것이 너무 고마워 마냥 신바람이 난 우리 기업들이 맨주먹으로 5대양 6대주를 겁도 없이 누비고 다니며 달러를 벌어오고, ´군바리´는 전쟁터에서 달러를 벌어오고, ´노가다´는 사막에서 달러를 벌어온 것이 유럽과 미국이 총칼을 앞세우고 식민지를 경영하면서 200년에 걸쳐 이룩한 산업화보다 쉬웠다고 생각하나요?
그까짓 것 정치만 잘했으면; 고향사람끼리, 동문끼리, 동지끼리 갈라 먹기 하는 짓거리를 거룩하게 민주화라 이름 붙인 후에 국회의사당에서 발버둥을 치며 아무거나 닥치는 대로 집어던지고 눈물을 흘리며 통곡하고 애국가를 불렀으면, 지난 10여년처럼 산업화 세력과 정적을 줄기차게 욕을 했으면, 산업화 따위야, 1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야, 덤으로 덤으로 절로 이루어졌을 거라고 생각하나요?
무현이 오빠, 근태 형, 영길이 선배, 동영이 언니, 왜 우리가 일인당 국민소득 1만 달러에서 10년간이나 맴돌고 있을까요? 기업가들이 잘못해서 그런가요? 이전에 정치를 잘못해서 그런가요? 어느 나라나 경제를 살리는 것이 최고의 정치야요. 경제를 정치 위에 두어야 경제가 꽃 피는 거야요. 공산 실험 70년이 알려 주잖아요. 거기는 철저히 정치가 경제 위에 있었어요. 북한은 지금도 그래요. 쿠바도 그래요. 공산주의는 아니지만, 정치가 경제에 가시 면류관을 씌우고 개 목걸이를 걸고 쇠코뚜레를 꿰어 잡아당기는 중남미도 그래요. 아프리카도 그래요. 중동도 그래요. 거긴 경제가 살아날 수 없어요. 살아났던 경제도 다 죽어요.
3류 정치로 1류나 2류 경제를 가르치려 들지 말아요. 그러면 다 죽어요. 1만 달러가 5천 달러로 5천 달러가 1천 달러로 곤두박질쳐요. 그러면 모택동의 문화혁명이 일어나요. 폴 포트의 대학살이 일어나요. 스탈린의 대숙청이 일어나요. 김씨 부자의 악몽이 펼쳐져요. 나라 경제에 페론의 저주가 걸려 30년이 지나도 풀리지 않아요.
무현이 오빠, 근태 형, 영길이 선배, 동영이 언니, 경제는 여흥이 아니야요.
(2004. 5. 25.)
첫댓글 ㅋㅋㅋ 이거 저번에도 봤는데 넘 잘썻어요^^ㅋㅋ 재치있게..
참 정확하게 지적하셨네요. 사람들은 진실한 말보다 궤변에 잘 넘어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