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나물
이정식
콩에 드러있는 풍부한 자양분(滋養分)으로 새싹(豆芽)을 틔우고 줄기와 뿌리를 기른 것이 콩나물이다. 콩은 주성분이 단백질 과 지방인데 새싹이 자라는 순간 비타민C가 풍부한 식품으로 성분변화를 일으키는 신묘(神妙)함을 지니고 있다. 식품학자들은 콩나물200그램이면 어른이 하루에 필요한 비타민c가 충분하다고 한다. 콩나물국이 시원하고 피부미용에 좋고 감기에도 효과가 있음은 그 때문이라 한다.
계절에 관계없이 손쉽게 만들 수 있고 향미(香味)가 있어 맛 도 좋아 예부터 우리 식생활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콩나물이다. 콩을 이용하는 선조들의 지혜가 스며있는 전통식품이요 서민과 아주친숙한 대중음식이 아니던가.
콩나물 모양이 악보(樂譜)같이 생겨서 그것이 풍겨주는 향기는 식생활의 애환(哀歡)을 불러오는 것 같다. 고달픈 삶이 슬프게 들리기도 하고 또는 기쁨을 느끼게 한다. 나는 아침마다 새벽열차로 통근하던 시절 아내가 끓여주는 콩나물국은 추위에 감기몸살을 풀어주고 하루의 새 출발을 하는 발 거름에 힘을 실어 주던 기억을 되돌아본다.
물만 먹고크는것이 콩나물 같지만 그 원동력은 콩의 성분이다. 쥐눈이콩(鼠目太) 기름콩(油太)을 재료로 한다. 미지근한 물에 담아 두 배 정도 불려 시루에 담고 매일 한두 번 물을 주면 성큼 성큼 머리를 들고 큰다. 마치 엄마의 젖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는 아기처럼 꿈과 희망이 서린다. 우리인생도 꿈이 없는 삶은 미래가 없다한다. 콩나물이 자라서 어렵고 살기 힘든 이들에게 용기를 주고 희망을 갖게 하는 아름다운 식품이 되기를 바라고 싶다.
유년시절 나는 콩밭 메는 할머니를 따라다녔다. 할머니는 땀에 젖은 베적삼에 얼굴에 흐르는 땀을 씻으며 콩밭을 잘 가꾸면 밭에서 고기가 나온다고 하셨다. 나는 아무리 콩밭을 둘러보아도 고기가 나오는 것을 볼 수가 없었다. 검푸른 콩 밭이랑 속에서 꿩이 푸드덕하고 날아갈 뿐이다.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콩에는 단백질과 지방의 영양소가 많아 고기와 같다는 것을 과학시간에 배우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콩은 식물성 단백질로 먹고살기 어려운 농민들의 영양을 공급해 주었던 가난한 시절을 생각해본다.
콩은 두부. 된장. 간장. 콩 나물 등 예부터 내려오는 친환경 식품이다, 잘 발효된 된장은 암을 예방하고 심장병. 동맥경화. 고혈압. 노화 방지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구수한 된장국은 우리들 밥상의보약이요, 시원한 콩나물국은 스태미나(stamina)를 높이는 건강식품이 아닐까.
감옥살이 하고 나온 사람을 흔히 콩밥 먹고 왔다 고한다. 감옥생활에 잃기 쉬운 건강을 가장 효과적으로 영양을 공급하는 수단이 콩밥이이기 때문이다. 나는 군인 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이 먹은 것이 콩나물국이었다. 얼마나 많이 먹었으면 콩나물을 한 줄로 이어놓을수만 있다면 그 기리가 고향땅을 가고도 남을 것이다.
콩은 거름을 주지 않아도 잘 자란다. 그것은 뿌리혹박테리아가 콩 뿌리에 붙어있어 양분을 섭취하면서 공중 질소를 고정시켜 주기 때문이다. 콩과 뿌리혹박테리아는 서로 공생(共生)관계에 있다. 양분만을 빨아먹는 기생(寄生)식물과는 다르다. 나도 부모님은덕에 뿌리를 두고 성장하였었다. 콩의 힘을 입어 크는 콩 나물처럼, 뿌리혹박테리아처럼 살아오지 않았던가. 나하나만 잘살면 그만이라는 이기주의 세상이지만 뿌리혹처럼 서로 돕고 나누며 공생하는 세상이 되어가고 있지 않은가.
요즈음 기업경영에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성장헤야 빈부의 양극화를 줄일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세계화 시대에 국가 간에도 공존(共存) 공영(共榮)을 이루고있다.
콩나물은 쉽게 변질된다. 그 변질과 부패를 막고자 유독한 수은제 농약을 사용하는 악덕식품업자가 있어 사회적 지탄을 받고 있다. 한번 콩나물에 흡수된 농약은 씻어도 삶아도 제거되지않는다한다. 만인이 먹는 식품에 기생충 같은 일을 하고도 나 몰라라 해서야 건강한 사회가 될 수는 없다.
콩나물이 물만 먹고 자라지만 싹이트는 그 순간부터 비타민을 만들어내는 오묘한 진리를 멍들게 해서야 되겠는가. 가난하고 헐벗고 어려운 이웃이 즐겨먹는것을 아픔과 슬픔을 주어서는 안 될 것이다. 콩나물에 보다 깨끗한 물을 주어 새생명에 희망과 꿈을 잃지않게해야하리라.
그래서 콩나물처럼 자라나는 어린소년들에게도 공생의 진리가 봄비처럼 내리기를…….
첫댓글 콩나물은 주부들 시장바구니에 담기 가장 친숙한 식품이죠.
콩나물에 대한 좋은글 감상 잘 하였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콩나물 무침입니다.
매일먹어도 질리지 않는 게 신기합니다.
선생님 잘읽었습니다.
제 아들이 제일 좋아하는 국이 콩나물 국인데
그래서 그런지 키가 엄청크더라구요. 185센티미터....
비타민이 많아서 그런지 피부도 아주 좋아요.
세월이 흐르고...시대가 변하여도
주부들 시장바구니에 가장 많이 들려지는 것이 콩나물일겁니다.
저도오늘 아침에는 시원한 콩나물국 끓일까봅니다. 새우젖 한숟가락 떠넣고말입니다.
'콩나물처럼 자라나는 어린소년들에게도 공생의 진리가 봄비처럼 내리기를…….'
말미에서 커다란 명분같은걸 느끼게 됩니다.
선생님의 글이 기대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