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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스타] 04
씬1. 홀 (밤)
최현욱 : (포크로 한 입. 오물오물)
유경 : 하 (긴장으로 절로 나오는 한숨)
선우덕 : 쉿 (손가락을 올리고)
최현욱 : 너,.누구냐?
유경 : (긴장해 노려본다)
선우덕 : (긴장해 침을 꿀떡)
최현욱 : (표정) 내일부터 출근해.
유경 : (표정)
최현욱 : (표정)
유경 : (호흡 가다듬는다)
최현욱 : 내일부터 프라이팬 잡는다.
유경 : (프, 프라이팬?!!!!)
최현욱 : (표정)
유경 : (터질 것 같은 숨. 확 최현욱의 안대를 벗긴다) !!!!!!
최현욱에게 집중되는 모두의 시선.
최현욱 : (꼿꼿하게 눈을 감고 있다가, 서서히 눈을 뜨는데, 시야에 들어오는 응시자.. 서유경이다.) !!!!
유경 :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쉐프?
최현욱 : (노려본다)
유경 : 내일부터, (재촉)
최현욱 : ,. 프라이팬 잡는다.
유경 : 내일부터, (재촉)
최현욱 : ,. 출근해.
유경 : !!!!!!! (흥분)
최현욱 : (자리에서 일어난다)
유경 : (90도 절) 감사합니다. (120도 절) 열심히 하겠습니다. (150도 절) 땡큐 쉐프! 예 쉐프!! (숙이고 있으면)
홀을 빠져 나가는 최현욱. 당황한 기색 스친다. 쉐프룸 쪽으로 성큼 걸어가고.
숨죽이고 지켜보던 라스페라의 모든 직원들 (홀직원, 요리사들), 응시자들. 수군수군 대기 시작.
각자의 표정(설대표, 부주, 선우덕, 필립등..) 나온다.
한쪽에서 짝 짝 들려오기 시작하는 외로운 박수소리. 네모다. 이내 손바닥이 불나도록 쳐준다.
네모 : (눈치 안보고) 축하해 누나!!! (손가락 휘파람) 잘 왔어 누나-!! 최고 서유경-!!
유경 : (믿기지 않는다. 감격..)
씬2. 동-복도 (밤)
성큼 걸어 쉐프룸으로 들어가는 최현욱. 닫히는 문소리. 텅 빈 복도.
씬3. 동-홀 (밤)
지원자들, 홀직원들 우르르 유경의 접시로 몰려들어 저마다 한 포크 씩 맛본다.
‘!! 맛있다.’ 반응, 표정,.들.
유경, 반응 한가운데 서있다.
선우덕 : (도 한 가닥 집어 음미하면서) 식은 뒤에도 맛이 담백하면서 면이 살아있네. 면에 치즈코 팅을 잘했어.
씹을수록 고소하다. 고추의 매콤한 향으로 잘 감싸줬고.
유경 : (꾸벅) 감사합니다.
선우덕 : 알리오 올리오 만큼은,
유경 : (본다)
선우덕 : (쉐프룸쪽 본다)
유경 : (따라 본다)
선우덕 : 손님 테이블에 나가도 되겠다.
유경 : (기쁘다)
-홀 일각. 금석호라인 쪽.
민승재 : 지금쯤 아마 자기 눈을 파버리고 싶을 겁니다. 큭 낄낄낄.
설대표 : (결과가 싫지 않다)
금석호 : (마찬가지)
씬4. 동-쉐프룸 (밤)
최현욱, 전혀 예상 못했다. 인상 쓰며 뒤돌아 문가를 보는 모습.
필립E : (의외다) 여자를 뽑긴, 처음 아냐 형?
씬5. 라스페라 건물 입구 (밤)
이지훈 : 쉐프가 이태리서 수없이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어도 이런 일 한 번도 없었잖아?!!
선우덕 : (그렇다)
선우덕 라인, 우르르 나온다.
네모 : (그 사이에 낑겨서) 세 분도 그럼 이렇게 (눈감는 시늉) 이렇게 해서 뽑히신 분들인 거예요?
이지훈 : 당연하짐마-
정은수 : (선우덕라인들 눈치보며) 유경선배가 프라이팬 잡으면 저,.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보조는 누,누가 해요?!!!
씬6. 홀 / 주방 (밤)
유경 다시 들어오게 된 홀을 둘러본다. 포크랑 나이프도 만져 보고.... 그러다 텅 빈 주방으로 들어간다.
프라이팬, 냄비, 스토브 등도 쓰다듬는다. 감격어린 시선. 돌아 온 것이다.
씬7. 휴게실 (밤)
정든 공간, 휴게실에도 들어가 본다. 썰물처럼 빠져나간 라커룸.
시계 11시가 되간다.
다 간줄 알고 서유경도 (이전 자기의) 락커문 앞에 선다.
앞치마 풀려고 하는데, 최현욱이 들어선다.
긴장하는 유경.
최현욱, 아랑곳 않고 자신의 쉐프 상의 단추를 풀고, 상체 드러내 보인다. 일부러 저러는 거다.
유경 : (그의 행동에서 시선 못 떼고)
최현욱 : (꿈쩍 않는다)
유경 : (자기 락커문 정면으로 고개 돌린다)
최현욱 : (시선도 안주고) 불편하면 나가라.
유경 : (주먹이 불끈 쥐어지면서,. 꾸욱)
최현욱 : (바지도 벗을 기세, 비짓)
유경 : (문 고리 잡고, 꾸욱)
최현욱 : (여유)
유경 : (결국, 나간다)
최현욱 : (표정에서)
씬8. 복도 (밤)
유경, 기다린다. 잠시 후, 다 갈아입은 현욱이 나온다.
최현욱 : (가려다, 마주선다)
유경 : (본다)
최현욱 : (본다)
유경 : 수,고하셨습, 니다.
최현욱 : 서유경씨 여잔가?
유경 : 예?
최현욱 : 여자냐고?
유경 : (표정) 절 뽑은 게 후회되십니까?
최현욱 : (빤히 본다) 따라와.
유경 : ?
씬9. 주방 (밤)
실제 런치타임 같은 분위기. 유경, 스토브 둘 꿰차고 모시조개 그득 담은 봉골레 흔들고 있다.
시계(조리시간) 보며 독일군처럼 서있는 최현욱.
서두르니까 스냅 줄 때마다 프라이팬 밖으로 가출하는 조개들.
다짜고짜 최현욱, 유경 뒤에서 프라이팬 손잡이 잡고, 제대로 흔든다.
더 크~게 흔드는 데도 리듬 있게 보기 좋게 왔다갔다..가출 안하는 조개들.
유경 : (긴장해 부동자세)
최현욱 : 프라이팬 무게, 조개무게, 모시육수, 마늘, 양파, 면 무게까지 1.5킬로, 양손에 들었으니 합이 3킬로,
갓 태어난 애기 역시 3킬로 쯤 되니까, 지금 니가 흔들고 있는 것은 갓난 애기다.
유경 : (헉) 그,그렇네요.
최현욱 : (나지막이) 갓난 애기 데리고 지금,
유경 : (집중하려 중얼) 갓난 애기
최현욱 : (이 악물고) 본때 없이 흔들어 대니까, (버럭 본색) 애가 놀래 멀미하잖아!!
유경 : (툭 밖으로 튀는 조개들)
최현욱 : 봐라 좀?!! (테이블 위 이전 주문지들 코앞으로 흔들어 대고,) 너때매 못 나가고 있는 갓난애가 몇인가?!!!
유경 : 예 쉐프. (죽자고 스냅 주고, 조개 가출. 조개 가출.)
최현욱 : 애 무겁다고 버릴래?
유경 : (잽싸게 옆에 떨어진 조개 몇 주워 담고 흔들지만, 또 가출)
최현욱 : 나와.
유경 : (포기 않고 바닥에 떨어진 조개 주우려는데)
최현욱 : (발로 툭 차버린다)
유경 : (방심했다 벌러덩 옆으로 눕는다)
최현욱 : (그 모습 보고도)
유경 : (바닥에서) !!! (식,. 다 젖은 상체)
최현욱 : (꿈쩍 않고, 프라이팬 흔들고)
양손 스냅으로 능숙하게 ‘면과 조개’를 잡아채 소스를 고루 묻게 해 주는 최현욱. 속도도 예술이다.
식 식 일어나 유경, 하나라도 놓칠까 곁에 붙어 보려는데
최현욱 : (방향 돌린다) 엄마자격 없으면 갓난애 못 본다.
유경 : 쉐프.
최현욱 : (테이블 위 접시에 담는다) (완성) 주방에선 애도 남자가 더 잘 낳는다.
유경 : (모락모락 접시 본다, 거친 숨소리)
최현욱 : 런치타임? 손님들에게 런치타임은 12시부터 2시까지 2시간이지만 손님들이 우리한테 허락한 런치타임은 단 20분이다.
100프로 예약이고, 정각 12시 손님의 주문이 시작되는데, 주문 후 20분 내로 식전 빵과 샐러드, 파스타가
어김없이 나가야 한다. 12시에 왔는데 12시 반이 되어가도록 파스타를 못 받는다? 손님들에겐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게 1, 2층 (유경의 손목 잡아 앞뒤로 살랑 살랑 흔든다) 200명의 파스타가 20분 내로.
유경 : (맥없이 흔들리는 유경의 손목)
최현욱 : (비짓) 각오는 돼있지?
유경 : (표정) ..(손목에 힘준다)
최현욱 : (표정)
유경 : (맥없이 흔들리던 손목이 차츰 꼿꼿이 선다)
최현욱 : (유경 본다)
유경 : (꿈쩍 않는 유경의 손목. 주먹.) 하필 여자인 제가 뽑혀서 화가 나겠지만, 후회 안하시게 할 겁니다. 가르쳐 주십시오 쉐프.
최현욱 : (손목 풀어준다. 본다)
유경 : (꿋꿋하게 본다) 지금처럼 하나, 하나, 가르쳐 주십시오.
최현욱 : (나간다)
유경 : (남아서,. 아픈 손목) 아,..
씬10. 복도 (밤)
꼿꼿하게 걸어 나가는 최현욱.
씬11. 라스페라 전경 (밤)
김 산, 입구에 3년 전처럼 서있다. 표 안 나게 웃는다. 가고. (차 쪽으로)
씬12. 동-떨어진 일각. 차 안 (밤)
설 대표 타고 있고.
김 산, 걸어와 차문열고 탄다.
김 산 : (운전석. 최현욱 나가는 것 보인다)
설대표 : (장부 펴들고 있다) 매출이 신임 쉐프가 오고 나서 확
김 산 : 올랐습니까?
설대표 : 떨어졌습니다.
김 산 : (본다)
설대표 : (눈치 본다)
김 산 : 아,. 선배는 쫌 이딴 거 들고 만나재지 말고, 컴퓨터 좀 배워요. (장부 위로 툭 건드린다) 뭐야 이게?!
설대표 : (정색하고) 표 그리기가 너무 어,려워서,.
김 산 : (답답하다) 에이 증말. (차문 열고 나가고)
설대표 : (남아서 주눅)
차 밖, 김 산, 저만치 불 켜진 창으로 유경의 서있는 양 지켜본다. 차에 기대선다.
김 산 : 늘겠지 다음 달부턴.
설대표 : (창밖으로 고개 빼고) 예 그럼요. 그럼요. 반드시.
김 산 : (표정에서)
씬13. M오피스텔 1001호 (밤)
희주, 미희, 찬희, 구직란 보고 있다가.
찬희 : 여기 재오픈 하면서 사람 구한다는데?
희주 : (신문에 고개 드밀고) 어디? 어디어디?
찬희 : 근데 홀만 구한다.
미희,찬희 : (실망)
유경, 들어온다.
희주 : (일어나 챙겨준다) 뭐하고 이제 들어와? (시계 본다) 춥지? 저녁은?
유경 : (좋아서) 선배님.
희주 : (본다)
유경 : 저 낼부터 라스페라 다시 나가게 됐어요.
셋 : ?
유경 : (들떠서) 프라이팬 잡으래요.
희주 : (달라진 눈빛) 어떻게?
유경 : 에? 그게, (달라진 눈빛 보이고)
미희 : (냉정해진다) 너만?
유경 : (침 꿀떡)
찬희 : 그러니까 너만 다시 복직됐다 이거지?
유경 : 아(니) 그,게.. (수긍) 예.
셋 : !!!!!! 왜 너만?!!
유경 : (꿈뻑. 좀 미안해 서있는 데서)
씬14. 다음날 아침 아침
햇살 전경.
씬15. 오세영 집 (아침)
바질을 비롯해 (이태리 식재료로 쓰이는) 허브 화분 가득한 오세영의 집.
휘슬러 등의 각종 훌륭한 주방기구들 보인다.
오세영, 아끼는 프라이팬, 냄비 등의 짐을 직접 싸고 있다.
전화벨 울리고.
오세영 : 네. .. (듣다가) 라스페라는 3시부터니까, 저는 직접 그 쪽으로 갈게요. 그리구, 대표하고 얘기는 돼있는데,
주방에서 촬영하는 게 만약,. (망설인다) 아니에요. (듣는다) .. 예.. (끊는다)
짐 가운데, 현욱과 나란히 다정하게 요리사복 입은 채 찍은 사진 (*이태리) 나온다. 본다.
창으로 아침 햇살이 싱그럽다.
씬16. 조용한 라스페라 전경 (아침)
최현욱 : E) 정은수.
씬17. 홀 (아침)
전직원 오전 조례중이다. 홀직원, 주방직원 모두의 조례 대열.
정은수 : (바짝) 예 쉐프.
최현욱 : 오늘부터 주방 보조다.
정은수 : (입 나온다. 위치로 이동하고)
최현욱 : 서유경.
유경 : 예 쉐프.
최현욱 : 프라이팬 잡는다.
유경 : 예 쉐프.
최현욱 : 일주일간 써포트하고 다음 주부턴 직접 해.
유경 : (감격스럽다) 예 쉐프.
최현욱 : 아울러, 앞으로 서유경은 요리사 락커룸 출입 ‘금지’다.
유경 : 예(하려다), 예?!!
최현욱 : 여직원들하고 홀 휴게실 락커룸 써.
유경 : (항의하듯) 쉐프!
최현욱 : (무시하고) 쓰라면 써.
유경 : 싫습니다. 쉐프!
최현욱 : 왜?
유경 : 전 요리사니까요.
최현욱 : (인상)
유경 : 전, 요리사니까요!
최현욱 : (다가선다. 비죽) 그러든지. 그럼. (앞으로)
설대표 복도에서 나와 앞에 선다.
설대표 : 요 며칠 주방이 시끄러웠던 관계로 매출이 눈에 띄게 떨어졌습니다.
이제 주방은 팀웍을 다져서 식당의 매출을 업 시키는 일만 남았습니다.
최현욱 : (표정)
설대표 : (웃는 낯) 쉐프, 기대해도 되겠지요?
최현욱 : 주방의 구조조정은 끝난 게 아닙니다.
설대표 : (못 알아듣고) 예?
일동 : (뭔 소린가?!)
최현욱 : 이제부터가 진짜지요.
설대표 : 해고사태는 일단락 된 거 아니었습니까? 더 짜를 사람이 남았어요?!!
유경 : (표정)
최현욱 : (꿋꿋하다) 해고 명단은 다음과 같습니다.
금석호라인 : (긴장. 정호남, 지레 발 저려) 저요?!
정호남 : 아 이제 남녀상열지사 안한다니까요?!! 할래두 (유경을 힐끗,) 할 껀덕지나 있습니까 쉐프?!!
유경 : (일그러진다)
최현욱 : (시선 안주고) 삼 순위. 푸아그라 해고.
일동 : (정지)
금석호 : 건 우리 매출의 일등공신입니다?!!
최현욱 : (속사포) 거위 주둥이에 깔때기 꽂아두고, 소화될 틈도 없이 음식물 쳐 먹이면서,
콩알만 했던 거위 간을 고구마 만하게 키운 게 푸아그라다. 사람이 할 짓입니까?
정호남 : 그룹 회장님들 단골메뉴라구요?!
최현욱 : (속사포) 정호남씨 주둥이에 깔때기 물리고, 소화될 틈도 없이 음식물 쳐먹이면서 주먹 만했던 당신의 간을
자동차 만하게 키워 꺼낸 뒤, 지글지글 볶아 먹어도 상관없다면 고려해보겠다.
정호남 : (입 쩍)
최현욱 : 이 순위. 스푼 해고.
일동 : (숨이 멎는다. 이건 또 뭔 소린가?!)
민승재 : 스푼은 왜?!
최현욱 : 파스타에 소스는 절반으로 줄인다. (일동 웅성웅성 대도) 수저가 필요 없을 만큼 면이 소스를 착 빨아 당긴 상태.
즉 흥건한 소스로 후루룩 제대로 씹지도 않고 삼키는 상태가 아닌, 씹을수록 면의 고소함을 음미할 수 있는 파스타가
진짜다. ‘납작’한 접시에 수저‘없이’ 국물‘없이’ 내가도록. 오목한 접시도 해고.
민승재 : 짜장면 같아야 우리나라 사람들은 좋아한단 말에요!!
최현욱 : (꿈쩍않고) 일 순위.
민승재 : 쉐프-!!
최현욱 : 얼마나 많은 양의 설탕이 들어가는지 손님은 모른다. 모르니까 찾는 거고 모르니까 먹는 거다. 설탕 덩어리에 불과하며,
어떤 파스타가 나가든 ‘피클’ 맛으로 먹는 야만적인 식습관, 더 이상은 안 된다. 피클 해고!!!
일동 : (얼어붙는다) !!!!!!!!!!!!!!!!!!!!!!!!!!!!!!!!!!!!!!!!!!!!!!!!!!!
설대표 : (급기야 폭발) 지금 장살 하자는 겁니까 말자는 겁니까? 피클은, (기가 막혀), 주방 말 좀 해봐?! 내 말이 틀려?!
요리사몇 : (쭉 피클 만들어온 유경 보고)
유경 : (시선에 몰려, 쭈뼛) 피클 없으면 느끼해서 이태리 식당 안 옵니다. 쉐프. 피클 없이 파스탈 누가 먹어요?!
설대표 : 미쳤어요 쉐프?!!!
최현욱 : 더 이상, 이 미친 메뉴판대로 주방에서 접시 안 내보냅니다. (요리사쪽으로) 각 담당자는 내 방으로. 이상.
나머지 : (벼락 맞은 듯, 기가 막혀, 벙)
선우덕라인 : (도 예상 못했다) !!!
씬18. 설대표 룸
설대표 앉지도 않고 식 식 서성댄다. 자기 머리 쥐어뜯는다.
씬19. 쉐프룸
금석호, 민승재, 서있다. 유경, 떠밀리듯 들어온다.
최현욱 : (유경 본다) 너는 왜 왔어?
유경 : (다른 요리사들 눈치) 피,클 담당이에요. 가라고 해서,.
최현욱 : 사직서 가져왔나?
셋 : (표정)
최현욱 : 날 설득할 생각으로 들왔으면 (손 벌린다) 내놔들.
금석호 : (눈가 힘준다)
둘 : (기가 막힌다)
최현욱 : (보고)
금석호 : 그럼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매출 떨어지면 책임은 어떻게 지실 겁니까?
최현욱 : (본다)
금석호 : 대체 이곳, 이 주방이 자기 직장이라는 털끝만큼의 애정을 가지고 계신 겁니까?
최현욱 : 계속해봐.
금석호 : 세 가지 메뉴에 내린 해고는 도대체 누굴 위한 것입니까?
유경 : (못 참고) 손님? (공손하게) 손님도 아니지 않습니까 그건? 제가 라스페라에 와서 3년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만든 게
피클이에요. 그때그때 철 따라 유행 따라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고 하는 것 이 메뉴들이지만,
피클은, 피클은 아니에요 쉐프. 손님들은 피클맛으로 먹습니다. 김치 맛으로 라면 먹듯이, 통닭 시킬 때 무,
짜장면에 단무지,
최현욱 : (손든다)
유경 : (멈춘다)
최현욱 : (손바닥 벌린다. 사직서 내놓으라는)
유경 : (식..)
최현욱 : 피클 만드는 순간, 너는 해고다.
유경 : (숨 가빠진다)
금석호 : 만들어.
최현욱 : ?!
유경 : (표정)
금석호 : 만들어. 내가 책임질게.
민승재 : (가운데서 말 한마디도 못하고 있다가, 침 꿀떡) 부,부주 방장님 그럼 소 소 소스도 하던 대로 합니다요,
저도 채,책임 져 주시는 거죠?
금석호 : (최현욱만 보고) 물론이지.
최현욱 : (표정)
금석호 : 푸아그라도 내보내겠습니다. 이번 해고명단 만큼은 얌전히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저희.
최현욱 : (보고) 쉐프가 법이야 주방에선.
금석호 : (보고) 법대로 해 보시죠 그럼.
금석호 나가고.
유경, 최현욱이 이해 안 된다. 둘 따라 나가고.
최현욱 혼자 남는다.
씬20. 복도
선우덕, 필립, 이지훈, 정은수, 서있다. (선우덕 라인)
나오던 금석호 등과 팽팽하게 마주선다.
선우덕 : (무시하고 가려는 금석호를 막아선다)
금석호 : !
선우덕 : 부주. 얘기 좀 합시다.
금석호 : 내가 단지 매출 하나 때매 이러는 줄 알아요? 손님더러 주는 대로 받아먹으라는 고압적인 자세가 싫습니다 저는!!
(쉐프룸에도 들으라는 듯) 손님이 강아집니까? 돼지새끼에요?! 주인이 주는 대로만 먹어야하게?!
공짜로 주는 밥도 아니고! 우리는 이거 없고, 이거 없고, 이거 없으니까, 찾지 말아라, 아예 못준다?!!!
단지 해주는 대로 배 채우러 식당에 온다고 생각들 하시는 모양인데, 선택은 손님 몫이에요.
먹고 싶은 걸, 맛있게 먹는 즐거움은 왜 무시하는 겁니까?!!!
이지훈 : 그럼 손님이 불량식품 찾으면 그것도 주시겠네요?
선우덕 : (제지하고)
필립 : (금석호 옆에 유경 본다)
유경 : (답답한 듯, 혼자 생각에 빠져있다)
이지훈 : (힘없는 유경한테 툭) 같어 니 생각도? (그쪽하고)
유경 : ,.에?! (건 아닌데)
금석호 : (제 편인양) 가자.
유경 : 에?
금석호 : (앞서가고)
유경 : (뒤에서 민승재가 민다. 어물쩡 밀려가고)
남은 선우덕 라인.
이지훈 : 하, 너?! 쟤 형? 쉐프가 복직시켜 줬으면 고마운 줄 알아야지? 다시 기회 준 게 어딘데, 이런 식으로! 일루 안 와?
선우덕 : 그만해라.
필립 : (유경 뒷모습 본다)
유경 : (불안한 듯 돌아보며 간다)
이지훈 : (소리) 줄 잘 서라 너-. 쉐프가 하라면 하는거지-!!
전운이 감돈다.
씬21. 냉장실
들어오는 유경. 담가놓은 피클이 산처럼 쌓여있다. 보고 섰다가,.
유경 : (애정 있게 피클 보따리 안아준다, 불안한 시선) 쉐프님, 얘들은, 대한민국에서 우습게보시면 안 됩니다. (걱정된다)
해고가 아니라 식당 문 닫습니다. 예?!
씬22. 부동산
부동산 주인 나와서 1001호 세 나와 있다는 안내문 A4 뗀다.
핸드폰 누른다.
씬23. 사무실
부동산 : 1001호 들어오겠다는 사람이 있는데요.
김 산 : (통화중이다) 알고 있습니다.
부동산 : 아시는 분인가 봐요?
김 산 : 예.
부동산 : 그럼 이번엔 제가 대행 않고, 직접 나오시겠습니까?
김 산 : (표정에서)
-김 강 나온다.
김 강 : 쉐프 바꼈다면서?
김 산 : 응.
김 강 : 그럼 맛도 바뀌는 거네?
김 산 : 그렇겠지.
김 강 : 먹으러 가봐야겠다.
김 산 : 티내지 말고.
김 강 : (싫다) 으이.
김 산 : 누나 이번엔 좋아할걸?
김 강 : (눈 반짝) 왜?
김 산 : 주방에 슬쩍 가봐.
김 강 : 아 왜-?
김 산 : (딴 짓한다)
김 강 : (궁금하다) 주방에,.?
씬24. 홀
광태 앞에 까르보나라 놓인다.
네모 : 맛있게 드십시오. (가려면)
광태 : 어이, 피클 좀 갖다 줘.
네모 : (일그러진다)
광태 : 뭐해 피클 갖다 달라니까?
네모 : 예 저기...
손님1 : E) 피클을 못 준다고요?!
-옆 테이블
홀직원1 : 예 손님.
손님1 : 피클 없이 이 느끼한 걸 무슨 맛으로 먹습니까?
홀직원1 : 피클은, 새콤달콤 담백한 게 마치 다이어트 식품같이 보입니다만 설탕 때문에 열량이 얼마나 높은지 아십니까?
건강에도 좋지 않고, 파스타 본연의 맛도 가립니다.
손님1 : 그럼 지난번까지 왜 준거요?! 지난번까진 설탕 덩어리 아니었고, 건강에 좋았습니까?
-앞 테이블
손님2 : 파스타 본래의 맛? (포크 팍 내던진다) 이게 지금 누굴 가르치려 들어?! 웃기고 자빠졌네. 하.
-앞 앞 테이블
손님3 : 뭐야 이게?! (포크로 들어 보인다. 흥건하지 않고, 면에 간신히 붙어 있는 소스들) 소스라도 더 줘 그럼?!!
홀직원3 : (고개 숙인다) 것도 안 됩니다.
여기저기 동시다발 폭풍전야 분위기.
-광태, 보다가
네모 : (원두커피 내려놓는다) 대신, 주방에서 커피는 무료로 드립니다.
드시고 난 뒤 지방도 분해해 주고, 뒷맛도 깔끔하게 해드립니다.
광태 : (커피 마신다. 증말 쓰다)
네모 : (눈치보고)
광태 : (인상 팍) 서유경이 나오라 그래.
네모 : (서유경인 왜?)
씬25. 쓰레기 버리는 곳
유경에게 험하게 얼굴 들이미는 광태.
(요리하다 말고 나온) 유경, 벽에 헉 붙는다.
광태 : 나 생긴 건 이렇게 생겼어도 까르보나라 크림 스파게티 좋아해.
유경 : 지금 바빠요. (가려면)
광태 : (제지) 소스는 왜 갑자기 개미 눈물만큼 주는 거며, 그럼 당연히, 소스재료인 우리 계란의 양이 확 줄겠지?
피클까지 테이블에 안 나가면, 누가 크림스파게틸 시켜 먹냐? 이러다 계란 주문도 개미 눈물만큼 하겠다?
유경 : 아 나도 속상합니다! 홀로 유일하게 나가는 내 접시가 3년간 피클뿐이었다고요. 아세요?
광태 : 이러다 유경씨 눈에서도 눈물 나는 수가 있어.
유경 : (씨... 눈에 힘준다) 나는 분명히 천만원 돌려 드렸습니다.
광태 : 증거 있어? 유경씨가 그 돈 돌려줬다는 증거는 없어도 유경씨가 그 돈 받았다는 증거는 있어. 통장에 찍힌 거 봤지?
유경 : !!!
광태 : (확. 겁준다) 또띠가 이태리로 날르니까 안주고 혼자 그냥 꿀꺽 한 거 아냐-!!
유경 : (미치겠다 증말!!!) 꾸,.꿀 꺽?!!
씬26. 주방
설대표 : 아니, 쉐프 정말 이러깁니까? 나도 생각이 있어요 그럼?!
최현욱 : (피클 보따리 통째로 개수대에 콸콸 버리고 있다) 당장은 반발이 심해도 차츰 손님들도 익숙해집니다. 자신 있습니다.
설대표 : 여기가 이태리도 아니고, 그 잘난 소신은 이태리가서 하세요!! (유경, 허겁지겁 들어와 선다)
대한민국에 왔으면 대한민 국 법을 따라야지. 이건 한식집서 김치 없애겠다는 것보다 더한 만행이에욧-!!
최현욱 : 솔직히 말해서, 손님 모아놓고, 우리가 피클 만드는 현장 공개 할 수 있습니까? 설탕, 포대로 들어 콸콸 쏟아 붓고
만드는 거 보여 줄 수 있냐고요!! 모르니까 먹는 겁니다! 안 봤으니까 찾는 겁니다!! 언제까지 눈 가리고 아웅 할 겁니까?
유경 : (한대 맞은 듯. 정말 그렇다)
설대표 : 단 한군데도 대한민국에 피클 안 나가는 이태리식당은 없습니다!!
최현욱 : (지지 않고 말하려는데)
유경 : 서래마을 가보세요.
설대표 : 거긴 손님들이 죄 외국인이니까 가능한거얏-
최현욱 : (대꾸하려는데)
유경 : (조심스레) 좋은 거 우리나라 사람들한테도 먹게 해주자는 게 나쁜 건 아니잖아요?
최현욱 : (유경 본다)
설대표 : (유경 본다)
유경 : (양측의 뜨거운 시선에) !!!
설대표 : (에잇. 피클들 아까운 듯 마구마구 집어가며) 아 뭐합니까? 뭐해요 안 말리고?!
정호남,민승재,한상식 : (달려와 버려진 피클들 주워 담는다)
필립,이지훈,청년 : (달려와 그 마저도 뺏는다) 쉐프가 안된다지 않습니까?!
금석호 : 대표님이 안 된다지 않습니까?!
선우덕 : 쉐프가 안된다고 하지 않습니까?!
금석호 : 홀에서 손님들이 찾지 않습니까?!
선우덕 : 당신은 홀 직원입니까?!
금석호 : (보고)
↔ 선우덕 : !!
설대표 : (보고)
↔ 최현욱 : !!
금석호 : (유경에게) 만들어!!
선우덕 : (유경에게) 만들지 마!
설대표 : (유경에게) 만들어!!!!!
최현욱 : (표정)
유경 : !!!!!!!!!!!!!!
시선 집중된다. 궁지에 몰린 채.
유경 : (만들 수도 없고, 안만들 수도 없고,. 미치겠다!?! 왜들 나한테?!!)
씬27. [준비시간] 팻말 걸린다.
씬28. 홀 (중앙 정원 있는)
이른 저녁 식사중인 직원들. 한바탕 결전을 치룬 탓에 분위기 냉랭하고 서먹하다.
금석호, 밥 먹다 눈 꼬리 올라간다. 천천히 시선 위로, 카메라 쭈욱 올라가 유리 천장. 누군가 서있다.
금석호, 비짓, 기분 나뿐 시선.
저만치서 눈치 보며, 유경도 금석호의 시선 따라가 본다.
씬29. 계단
계단을 올라 문 열고 나가는 유경.
씬30. 옥상
유리 천장께에 최현욱 서있다. 혼자 서있는 뒷모습. 외로워 보인다.
유경 : 식,사 안하세요 쉐프?
최현욱 : (대답 없고)
유경 : (뒷모습 보다)
최현욱 : (돌아선다. 인상) 내가 싸우자고 여기 온 사람처럼 보이나?
유경 : (우물쭈물, 입 못 떼고 있는데)
최현욱 : 그렇군.
유경 : ,.쉐프가 꿈꾸는 주방은 대체 어떤 거예요?
최현욱 : (밑에 요리사들만 내려다본다)
유경 : ,.저도요.
최현욱 : (‘동그란 곳’에 기대선다)
유경 : (그 앞에 선다. 가둔 느낌) 횡단보도에서 쉐프가 붕어한테 (손우물 내민다) 집지어 주지 않았으면
내가 아무리 여기 이 주방을 좋아한다고 해도, 다시 돌아올 용기 못 냈을 거예요.
최현욱 : (본다)
유경 : 쥐도 잘 잡잖아요.
최현욱 : (본다)
유경 : 다른 사람들은 그 집 못 봤잖아요. 다른 사람들은 쥐 잡는 거 못 봤잖아요.
최현욱 : 위로야 아부야?
유경 : 아부하면 통해요?
최현욱 : (빤히 본다) 안 통해.
유경 : 위로하면 통해요?
최현욱 : 안 통해.
유경 : 그럼 뭐하면 통해요?
최현욱 : 안 통해. (나가고)
유경 : (뒤에 대고) (버럭) 식사 하세요-
최현욱 : (내려가며,. 밉지 않다)
유경 : (꼿꼿한 최현욱 뒷모습) ..
씬31. 라스페라 전경
현관문에 서 누군가 기다리던 설 대표. 눈이 환해진다. 기다렸다는 듯, 현관입구 문 활짝 열어준다.
설대표 : 어서들 오십시오.
오세영 내려선다. 몰려들기 시작하는 방송국 차량.
뒤에 김 강의 차도 들어와 멈춰 선다.
씬32. 복도. 휴게실
정신없이 뛰어 벌컥 휴게실 문 여는 이지훈.
이지훈 : 형! 형! (숨 넘어 간다)
선우덕,필립 : (본다)
이지훈 : 쉐,쉐쉐 쉐프 어딨어?
선우덕 : 와인 들어왔잖아.
필립 : 왜?
이지훈 : (침 꿀떡) 클 났어!!!
선우덕,필립 : ? 또 뭐어-?
씬33. 주방
설대표 : 자 이쪽입니다. 이리로, 이쪽, 들어오세요.
서유경 : (아래에서 접시 정리하다 일어난다) 오, 세영씨?
설대표의 친절한 안내로 주방으로 들어서는 오세영, 방송국 피디, 스탭들.
들고 온 식재료들, 프라이팬 등의 주방기구 척 척 스토브위에, 테이블위에 순식간에 올려놓는다.
어리둥절 서있는 서유경.
세영, 유경에게 살짝 미소 지어준다. 둘러보는 세영의 표정 위로
E) 거친 문소리.
씬34. 2층 와인셀러
최현욱 : (와인 리스트 확인하다, 돌아본다)
긴장해 서있는 선우덕. 필립. 이지훈
씬35. 계단
성큼 성큼 내려가는 최현욱 뒤로, 선우덕 무리 따른다.
씬36. 홀
거침없이 지나쳐 주방 쪽으로 가는 최현욱(..무리)
김 강도 주방 쪽으로 가려다, 지나쳐 가는 무리 중에 필립과 시선 부딪는다.
김 강 : !
필립 : (싹 무시하고)
김 강 : (시선 못 떼고)
씬37. 주방
금석호 무리까지 어느새 들어와 서있다.
주방이 조명이며 카메라 등으로 들썩들썩 화기애애하다.
설대표 : (피디에게) 식당 홍보도 좀, 잘 부탁합니다. 헤헤.
순간, 들어오는 최현욱 무리.
오세영 : (들어서는 최현욱 본다)
최현욱 : (오세영 본다)
유경 : (그런 둘 본다)
오세영 : (웃어 보인다. 메인테이블 앞에 선다) 여기가 라스페라 ‘쉐프의 테이블’ 이군요?
최현욱 : (오세영 쪽으로 와 선다. 시선은 오세영에게, 말은 설대표에게) 한마디 상의 없이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오세영 : (표정 위로)
설대표 : E) 상의 없이 일 벌이는 거야 쉐프가 한 수 위 아니었습니까? 장소 좀 쓰는 게 쉐프한테 허락까지 받을 일이에요??
저녁시간 전까지 끝낸답니다. (금석호 보고 씨익 웃는다)
금석호 : (받아주고)
최현욱 : (설대표에게) 아예 이번 기회에 쉐프를 바꾸고 싶으신 건 아닙니까?
오세영 : 그럴 리가요. 쉐프님. 저도 여기 단골이고. 다른 어떤 레스토랑보다 긴장되고 설레는 마음으로 왔어요.
나중에 제가 만든 파스타 시식까지 부탁 좀 드릴게요. 맛보고는, 거짓말 못하는 분이시잖아요.
최현욱 : (표정)
플래시백> # 헬스클럽 복도 (3부)
오세영 : 나하고도 그럼 경합 한번 해 볼까?
최현욱 : (본다)
오세영 : 내 파스타도 먹어 보고 싶지 않아?
최현욱 : 됐다. 니 파스타 구역질나거든.
최현욱 : 안 먹어봐도 당신 파스타 훌륭한 거 알거든?
오세영 : 설마 피하는 거에요?
최현욱 : (표정)
오세영 : 자신 없나보죠?
수군, 웅성대는 사람들. 유경도 눈을 떼지 못한다.
최현욱 : (빤히 본다) ..(세영 앞으로 다가선다. 웃음이 난다) 그래. 맘대로 해봐 그럼.
오세영 : (지지 않고) 고마워요. (시선은 최현욱 향한 채) 자 시작해 볼까요.
스탭들 움직이기 시작하고, 어물쩡 하나, 둘씩 나가는 주방 요리사들.
설대표 : 아 빨랑들 나가요. 나갑시다. 이러다 저녁시간 되겠네. (승자의 눈빛, 사람들 몰아가며 나가고)
유경 : (최현욱에게 다가와서, 조심스레, 나가자는) 쉐,프님.
최현욱 : (꿈쩍 않고)
오세영 : (진심이다) 시식해줘요 꼭.
최현욱 : 놀랍게도, 요리에는 요리사 자신이 고스란히 담기는 법이라 오세영 쉐프의 파스타는 맛보고 싶지 않네요. (나가고)
유경 : (따라 나간다)
오세영 : (나가는 뒷모습 보고)
설대표 : (어느새 다가와 속닥) 아니 두 분 서로 친하신 거 아니었어요?! 그래서 추천한 거 아니었습니까?!!
오세영 : (대답 않고)
씬38. 홀 카운터복도
성큼성큼 걸어 나오는 최현욱. 현관 입구 문 열고 나간다.
유경, 따라 나가려다 창으로 눈치 본다.
현욱, 세워놓은 자기 차 몰고 거칠게 주차장 빠져 나간다.
유경 : 여자가, 것도 여자 쉐프가 메인테이블에 섰으니,. (조금 고소하기도 하다),. (힐끔 주방 쪽도 보고)
씬39. 최현욱 차 안
핸드폰 든다.
최현욱 : (모르는 번호다) 여보세요?
오세영 : 나야.
최현욱 : 쉐프 테이블을 차지한 김에 아주 저녁 디너까지 책임지지 그래. (정말 화났다. 버럭) 지금 뭐하자는 짓이야-!!!
씬40. 주방
오세영 : (핸드폰 들고 있다. 분주한 스탭들 뒤로 하고) 당신이 이렇게 화내주니까 5년간 나를 잊어버리지도 않고,
내내 미워하고 있었던 것 같아서, 좋은데 난?
씬41. 최현욱 차 안
최현욱 : (거칠게 운전하며) 나한테 대체 왜 이러는데?! 왜 내 주방까지 야금야금 들어오는데?! 오 세 영-!!
씬42. 주방
오세영 : 나를 완전히 잊어버린 건 아닌가, 나 그게 제일 무서웠거든. 싫고. 아,. 좋다. 옛날 생각나고.
우리 이태리 때도 파스타수업 시간에는 자주 싸웠잖아.
씬43. 최현욱 차 안
최현욱 : 아직도 나한테서 가져갈 게 있는 거야? 뭘 또 훔치려고?
씬44. 주방
오세영 : 천천히 더 많이 화내도 돼 나한테. 각오 돼있다.
씬45. 최현욱 차 안
최현욱 : 그때 최현욱은 너란 여자 때문에 죽었다. 죽은 남자한테 다시 찾아오지 마.
씬46. 주방
오세영 : (표정),. 같이, 살자 우리.
씬47. 최현욱 차 안
최현욱 : (표정)
씬48. 주방
오세영 : (표정)
씬49. 최현욱 차 안
최현욱 : (거친 숨소리. 확 끊어버린다)
씬50. 주방
오세영 : (끊는 소리 듣는다).. (예상했단 듯, 편해지는 얼굴)
스탭E : 들어갈까요?
오세영 : (표정 밝아진다) 예.
씬51. 도로
급하게 정차해 서는 현욱의 차.
최현욱 : ,.(운전대 친다) 뭐든, 지 맘대로야 ! ! !
씬52. 홀
불편한 얼굴로 서있는 선우덕 무리. 일각. 테이블.
김 강 : (앉아 필립을 주시하고 있는데)
설대표 : E) 경황이 없어 인사도 못 드렸습니다.
김 강 : (여전히 시선 필립한테)
설대표 : 저 사모님.
김 강 : (발끈) 사,사모님?!은 무슨! 다시 싱글인거 몰라요?!
설대표 : 예?! ,.아 예. (하면서 김 강의 시선 따라가 본다)
김 강 : 저 친구 새로 왔죠?
설대표 : 예 이번에
김 강 : (0L) 머리 봐라 저거 저거 남자가,. (내심 좋은)
E. 김 산) : 누나 이번엔 좋아할 걸. 주방에 슬쩍 가봐.
김 강 : 주방에서 일하죠?
설대표 : 옛 (꾸벅, 주방인데 머리 길다 뭐라 그러는 줄 알고) 죄송합니다. 당장 자르라고 하겠습니다.
김 강 : (꿈쩍 않자)
설대표 : 아예 빡 빡 밀라고 하겠습니다.
김 강 : (손가락 까닥까닥)
설대표 : (가까이 얼굴 댄다)
김 강 : 저 친구 머리 자르게 했다가는 설사장도 잘릴 줄 알아요.
설대표 : (귀 댄 채) ?!!?
씬53. 주방 (저녁. 디너 시작 전)
메인테이블 위.
정은수 : 오세영씨가 쉐프님 꼭 드리라고 남겨두고 갔습니다.
최현욱 : (오세영의 파스타 본다)
정은수 : (긴 장)
최현욱 : (힘도 안주고 툭 밀어 떨어뜨린다)
정은수 : (놀래)?!!
유경 : (저만치서 보다 입 쩍!!)
최현욱 : 치워. 독 들었다. 먹으면 죽는다.
정은수 : 예?!,.
최현욱 : (유경 옆 지나가며 나즈막이) 입 다물어.
유경 : (입 다문다)
정은수 : (치운다)
씬54. M오피스텔 (저녁)
밤이 내려앉는 M오피스텔 전경.
씬55. 동-1001호 (밤)
짐 싸는 해직 여자요리사들.
찬희 : (짐 싸가며) 그럼 유경이는 어떻게 되는거야 언니?
미희 : (짐만 싼다)
희주 : 걔 아무래도 수상해.
미희,찬희 : (돌아본다)
희주 : 그챦아- 아무리 블라인드 테스트로 통과했대도 뭐가, 있어 둘이..
미희,찬희 : 무슨 소리야? (귀 쫑긋)
씬56. 라스페라 전경 (밤)
하나 둘씩 불이 꺼져가고. 정리 분위기.
씬57. 동-대표룸 (밤)
네모, 하루 매출서류 내민다.
설대표, 받아보고 기겁한다.
설대표 : 이,이이이이게 다,..야?
네모 : 딱 반으로 줄었습니다. 계속 이러고 피클, 소스, 푸아그랄 주방에서 안 내보내면,
설대표 : (계속 들여다봐도 믿기지 않는다)
네모 : 전체 매출의 80%가 줄 것 같습니다. 대표님, 이러다 저도 딴 일자리 알아봐야하는 거 아닙니까?
설대표 : (벌떡 일어난다) 낼부터 주문 받아!
네모 : 예?!
설대표 : 주문 받으라고!!! 홀이 무슨 주방 보조도 아니고, 언제까지 우리가 걔들이 하라는 대로 해야 하냐?!
네모 : 피클은요? 당장 누가 만듭니까? 한 내끼도 없습니다 현재!!
설대표 : (나지막이) 서유경이 어딨냐?
씬58. 주방 (밤)
식 식 거칠게 주방으로 들어오는 설대표. 텅 비어있다.
식 식 나가려다, 냉장실 쪽으로.
씬59. 냉장실 (밤)
문 연다. 역시 아무도 없다.
씬60. 냉동실 (밤)
문 연다. 서유경, 쭈그리고 재료 쌓는 중이다.
뒤에서 다가서는 설대표. 빤히 유경의 등 본다.
유경 : (모르고 고기만 세다가)
설대표 : (문 꾹 단단히 닫는다)
유경 : (인기척에 돌아보면)
설대표 : (서있다) 피클 만들어.
유경 : (일어선다) 전 쉐프님이 하라고 할 때까지는 안 만듭니다.
설대표 : (울그락) 만들어 좋게 말할 때.
유경 : 쉐프님의 주문만 받
설대표 : (0L) 너 광태네서 돈 받았지?
유경 : !!!!! (허 걱)
설대표 : (쪼그리고 앉아 올리브유에 얼려놓은 바질도 본다) 걔가 우리한테 바질도 대고, 식재료를 꽤 대지?
유경 : (나가려면)
설대표 : (뒤에 대고) 보기보다 통 크다 너.
유경 : 아닙니다. 저는 돌려드렸습니다. 또띠쉐프가 떠나기 직전에 부,분명히 돌려 드렸는데!!
설대표 : (꿈쩍 않고) 나두 너 짜를 수 있어.
유경 : (부들부들)
설대표 : (씨익) 나두 너 짜를 수 있다고. (어깨에 손 얹는다) 피클 만들어서 주방에 두지 말고 홀에 둬. 홀에도 냉장고 있잖아.
거기 두면, 서빙은 홀에서 한다. (나가고)
유경 : (남아서, 숨이 멎는 듯) !!!!!!
씬61. 주방 입구 (밤)
서있는 설 대표.
플래시백> # 대표 룸
설 대표 앞에 “천만 원” 턱 내려놓는 또띠. 식식 대고 나가고.
남아서 돈 보는 설 대표 모습.
설 대표, 지키듯 꿈쩍 않는다.
씬62. 가락시장 (새벽 1시경)
최현욱, 필립 데리고 시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둘러본다.
가락시장을 완전히 한 바퀴 돌며 물건상태와 가격 등을 비교해 본다.
-# 생선가게 (나이 좀 든 상인)
최현욱 : 오징어 어떻게 해요?
상인 : 세 마리 오천 원.
최현욱 : (먹색 오징어 보며) 이걸로 주세요.
상인 : (그 옆의 흰색 오징어 보며) 허연 것이 더 맛있어.
최현욱 : (먹색 고집한다) 이게 더 맛있어요.
상인, 담을 봉투 가지러 간 사이.
최현욱 : 먹색이 더 신선한 거야. 기 싸움에서 상인한테 지면 안 돼.
필립 : 예 쉐프.
최현욱 : 단골가게들도 새로 정한다.
필립 : 예 쉐프.
상인 : (비닐봉지 가져오더니 먹색 오징어 아래쪽에 있던 흰색 오징어 스윽 담는다)
최현욱 : (먹색 집으며) 이걸로 줘요 이걸로.
상인 : (그래도 계속) 이것도 나쁜 것이 아니야.
최현욱 : 아니에요. 이걸로 주세요.
상인 : (속상한) 젊은이들이 왜 그래. 이제 장사 어떻게 하라고. 하나씩 끼어서 가져가야지. (최현욱 고집대로 먹색 담는다)
오징어가 그냥 공기가 닿으면 하얘지는 건데. 다 똑같은 거지. (무지하게 속상해 함)
/상인은 상자 위쪽에 있는 (전시용) 신선한 오징어와 아래쪽에 있는 덜 신선한 오징어를 섞어 팔려고 하는데
최현욱이 모두 전시용 오징어를 고집... 승강이 상황이다/
씬63. 유경 냉장실 (밤)
벙하니 어쩔 줄 모르고 서있다. 서둘러 핸드폰 누른다.
유경 : (울상) 제발! 좀 받아요오 또띠--!!!! (다시 꾹) 받으라고요- (다시 꾹 꾹) 어딨어요 또,. 띠..
씬64. 가락시장 (밤)
# 광태네 계란 가게
최현욱, 필립 들어선다.
광태 : 어서 오십시오. 어서 오세요. 어느? (눈이 번쩍) 아, (힐끔 두 사람을 주시) 라스페라서 오셨군요?
최현욱 : (계란들 둘러본다)
광태 : 바질도 저희가 대고 있습니다.
최현욱 : (계란 든 채) 그래요?
광태 : 서유경씨한테서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최현욱 : (본다)
광태 : (본다. 웃어 보인다)
씬65. 1001호 (밤)
똑 똑 똑 똑.. 비밀번호 눌리는 소리.
녹초가 돼 들어서는 유경, 불 탁 켠다. 짐 대충 싸져있다.
유경 : (이사도 가야는데?!!) 아,.. (철푸덕 주저앉는다)
씬66. 유경반점 전경 (다음날 아침)
날이 밝아온다.
씬67. 동-안 (아침)
보글보글 맛있게 끓고 있는 짬뽕 국물. 수타로 열심히 면 뽑고 있는 유경부.
유식, 방에서 나온다.
유경부 : 왜 더 자지 않고? 춥다 들어가.
유식 : (눈 비빈다) 아버지.
유경부 : ?
유식 : 누나한테 문자 왔어.
유경부 : 잉? (유식에게로 나온다) 뭐라고?
유식 : (보여준다) ⌧ 너 가출해라. 나 있을 데 없다.
유경부 : 이게이게 뒤질라고 벨 짓을 다 한다 이제?!
유식 : 누나 뭔 일 있는 거 아냐?
유경부 : 지깐 게 일은 뭔 일?! 있어 봤자지!! (국물 떠 바친다) 시원- 하다. (먹이고)
유식 : (애처럼 받아먹는데)
또 문자오는 소리. 둘, 함께 확인한다.
⌧ 내 문자 씹냐 너? 이 아부지만도 못한 놈!! 이 아부지 같은 놈!!!
꾹 버튼 누르는 유경부.
씬68. 1001호 거실 (아침)
받는 유경. (유경부, 유식, 붙어 같이 핸드폰에 귀대고 있다)
유경 : (득달같이) 너는 의대 기숙사에 있으면 되잖아-
유경부,유식 : (숨만 쉰다)
유경 : 아님, 병원 인턴들 숙직실 그런데 있든가-
유경부,유식 : (숨만 쉰다)
유경 : 환자들하고 항상 가까운 곳에 있는 의사가 좋은 의사 아니냐?
유식 : (아무렇지 않게) 그럼 너는 손님들하고 가까운 곳 주방에서 먹고 자면 되겠네?
유경 : (성질) 이게 근데 점점?!! 너 언제까지 아부지 뼈꼴 빼 먹고 빌붙어 있을래 어?!!
유경부 : (휙 차지한다 핸드폰) 어디 꼭두새벽부터 여자가 재수 없게스리, 남자한테 전화해서 새새대노 새새대길?!!
의사선생 정신머리 사납다. 끊어!!
유경 : (폭발) 의사보다 좋은 요리사가 낫다는 말도 몰라? 똑같이 ‘사’자 들어가는 직업이야! 왜케 무시하는데?!
또 오세요, 소리 의사가 하면 기분 좋냐 아부지?! 좋은 요리사는 의사를 필요 없게 만든다고!! ‘사’자 들어 가는 직업 중에
나는 요리사가 최고라고 본다!! (부서질 듯 끊는다.) (식 식)
E) 여러 명의 리듬감 있는 도마 위 칼질 소리.
씬69. 라스페라 주방
선우덕 라인이다. 주로 고기류, 야채류, 다양하게 다진다.
반대편. 역시 스윽 스윽 칼 가는 소리. 금석호 라인이다. 같은 자세로 날렵하게 칼 갈고 있다.
양측 팽팽한 긴장 속에 여유가 있다.
그런 사이를 가로질러 은수와 냉장실로 들어가는 최현욱.
씬70. 동-냉장실
정은수 : 피클은 한 톨도 남은 게 없습니다. 흔적조차 없습니다 피클은.
최현욱 : (흡족한 듯)
씬71. 홀, 2층 계단
네모 : 어서 오십시오.
홀직원일동 : (고개 숙인다)
우르르 몰려들기 시작하는 손님들.
씬72. 주방
일사분란 움직이는 주방.
유경, 열심히 프라이팬 흔든다. 프라이팬에 집중하지 못하고, 자꾸 최현욱 눈치 보게 된다.
소스통에서 소스 한 국자 넣고, 한 국자 더 넣으려는데.
최현욱 : (리듬 있게) 자장면 만드냐?
유경 : (두 국자 째 소스 넣으려다, 국자 소스 통으로) 예,예 쉐프,
최현욱 : 소스가 반으로 주니까, 프라이팬 스냅은 두 배로 더 빨리 해줘야 한다. (왔다갔다 힘있게)
소스에 풍덩 면을 빠트리지 말고, 면이 소스를 쫙 먹게끔. 빨리! 더 빨리! 오케이!! 요리사에게 최고의 찬사는 ‘빈 접시’다.
“맛있게 먹었다”는 그 어떤 말보다 정직하고 힘 있다. 나를 믿어라. 곧, 빈 접시만 돌아올 것이다.
설 대표 직접 들어온다.
설대표 : 테이블 넘버7, 푸아그라 런치코스 5인, 푸아그라 맑은 슾, 송로버섯 야생체리소스로 푸아그라 테린,
올리브 가미한 푸아그라 라 비올리로 마무리. 부탁합니다.
최현욱 : (주문지 빼앗는다) 뭐하시는 겁니까?
설대표 : 3일전에 받은 예약주문입니다. 손님과 한 약속을 어깁니까 그럼?
최현욱 : (몰아쉬는 숨,)
설대표 : 이 테이블 하나만 얼만지 알아요? 파스타 열 테이블 팔아도 이 테이블 하나 값만 못합니다. 아시죠?!!
금석호 : (잽싸게) 푸아그라 5인 런치셑 OK! 상식이 송로버섯 야생체리 내오고, 승재 소스 들어가,
(호남에게) 라비올리 준비하고 (각기 “예” 대답하고 일사분란). 은수! 푸아그라 내와!
정은수 : (주저) 에? ,.(쉐프 눈치 보는데)
최현욱 : 내와.
정은수 : (그제야) 예. (냉장실서 캔 내오고)
캔 따서 금석호에게 건네려는데.
최현욱 : (캔 빼앗아, 거꾸로 쓰레기통에) 제가 직접, 홀에 설명 하겠습니다.
다시 시작된 전쟁.
안 되겠다. 금석호도 하던 거 놔두고 나간다.
씬73. 홀
꽉 들어찬 테이블, 손님들.
7번 테이블로 성큼 성큼 다가가는 최현욱.
남자 손님 다섯, 화기애애 대화하다 최현욱 본다.
남자손님들 : ?
최현욱 : (정중하게 고개 숙여 보이고는) 죄송합니다. 저희 주방은 이제 푸아그라 요리를 안 합니다. 사전 양해 구하지 못한 점
사과드립니다. 대신 이제껏 선보인 적이 없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코스로 선보이겠습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남자손님1 : (빤히 보다) 싫은데?
최현욱 : (표정)
남자손님2 : 뭔 소리야 이거 설사장?! 방금까진 된댔잖아?
설대표 : 물론입니다. 됩니다.
금석호 : 해드리겠습니다.
남자손님1 : 우리 여기 이 금부주방장 푸아그라 팬이요. 좀 먹읍시다.
최현욱 : (표정)
남자손님2 : 동물학대 뭐 그런 소리 우리도 아는데, 일류식당 소리 들을라문 푸아그라 정돈 해야지.
어렵게 사장님들 모시고 왔다고~ (낄낄 웃어들 대고)
최현욱 : (여전히 굳어있자)
남자손님2 : 아 돈 내고 우리가 왜 이렇게 사정해야 돼 설사장? 부주?!
금석호 : (정중히 꾸벅) 문제없습니다. 기대해 주십시오.
최현욱, 천천히 돌아선다.
그러다, 휙 시선 360도로 돌려보는데 테이블 마다 버젓이 놓인 피클 접시.
앞에도, 옆에도, 뒤에도, 모든 테이블에 버젓이 놓인 피클, 피클, 피클 접시들!!!!
어떻게 된 일인가?
저만치 홀 냉장고에서 피클 꺼내고 있는 네모 시야에 들어온다. 서둘러 네모 쪽으로.
-홀 냉장고 앞 확 문 열어 피클 확인하는 최현욱, 네모, 얼어붙어 서있다.
손님 몇 : (쉐프복의 남자가 왜 저러나 싶어, 최현욱 보고 있다)
설대표,금석호 : (그런 최현욱 보고도) ... (여유)
최현욱 : (바르르 눈가에 경련이) !!!
씬74. 주방
입 꾹 다물고 무섭게 들어와 다짜고짜 유경 쪽으로 가는 최현욱.
돌려세워 유경의 멱살, 다잡는다.
유경 : (프라이팬 떨어뜨리고, 멱살 잡힌 채, 긴장)
최현욱 : (칠 듯, 손까지 허공으로 올라갔다)
유경 : (예상한 듯, 떨기만)
선우덕 : (잽싸게 최현욱 손 막는다) 쉐프!!
최현욱 : 니 짓이지?!
유경 : (고개 푹)
최현욱 : 우스워?! 내말이 우스워?!!!
유경 : 아닙니다 쉐프.
최현욱 : 이럴 거면서 내 주방에 있으려는 이유가 뭐야?! 일부러 이래?! 이러려고, 내 뒤통수 치려고?!! 그래?!!
유경 : (입이 있어도 할 말이 없다. 무릎 꿇는다) 쉐프.
일동 : (시선)
최현욱 : (본다)
유경 : 쉐프한테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어서 그랬습니다. 쉐프 밑에서 더 있고 싶어서 그랬습니다. 배우고 싶은 스승이 생겼는데,
닮고 싶은 사부를 만났는데, 쫓아내지만 말아주십쇼. 죽으라면 죽을 거고, 바닥이 되라면 바닥이 될 거고,
최현욱 : (미친다, 0L) 그게 말이 되냐고----오!!!
씬75. 홀
홀 냉장고 앞에 서있는 설 대표. 평화로운 홀을 유유자적 돌아본다.
씬76. 복도
모두 들어가고. 유경, 최현욱만 남는다.
최현욱 : (마주선다)
유경 : (본다)
최현욱 : 변명 해 봐.
유경 : (입 꾹)
최현욱 : 또 만들 거야?
유경 : (대답 없다)
최현욱 : (본다)
유경 : (본다) 예.
최현욱 : (기가 찬다) 도전이야?
유경 : 아닙니다.
최현욱 : (하.) 변명도 않고. 또 하겠다. 도전은 아니다? (생각한다)
유경 : (죽고 싶다)
최현욱 : (그 어느 때보다 차갑다) 너랑 오세영이랑 참 닮았다.
유경 : (무슨 소린가)
최현욱 : (돌아선다) 어디 한번 해 보자 그럼. (차갑게 웃고 나가고)
유경 : (시선 떼지 못한다. 텅 빈 복도) ,. .. 쉐프가 옳습니다. 저도 쉐프의 뜻을 따르고 싶습니다. (충혈 되는 눈)
씬77. 한밤중 라스페라 외경
외롭게 켜진 가로등. 그 아래 높이 쌓인 쓰레기 더미. 외로운 고양이 한 마리.
씬78. 홀 (밤)
텅 빈 홀 한 켠, 음료 냉장고 불빛. 피클이 찔끔 아주 조금 비닐 봉다리에 남은 모습.
씬79. 사장실 (밤)
설대표 여유 있게 콧노래를 부른다.
씬80. 주방 (밤)
이미 주방입구, 냉장실 앞을 지키고 선 금석호 라인들(4명).
선우덕, 이지훈, 정은수 들이 닥친다.
이지훈 : (↔ 민승재) 뭐하시는 겁니까 이 시각에?!
민승재 : (버팅긴다) 내일 식재료 밑 작업 중입니다.
정은수 : (그 틈에 쏙 입구를 뚫고 들어가, 냉장실 쪽으로)
냉장실 앞. 이미 한상식, 정호남, 기세 등등 가로막고 서있다.
씬81. 냉장실 안 (밤)
유경 등 뒤로, 과일을 비롯한 온갖 식재료들 보이는 냉장실 모습.
유경, 산더미 같은 오이 앞에 놓고, 괴로워한다. 밖에 소리 다 들린다. 추워 죽겠다.
(말은 젊잖게 들려도, 못 열게 몸싸움 치열한 듯.)
정호남 : E) 아유 이런 허접한 밑 작업은 저희 국내파가 하겠습니다. 어디 귀하신 이태리 직수입 요리사들께서,
(힘준다) 집에 드,들어들 가세요.
이지훈 : E) 춥지? 얼른 나와! 쉐프의 레시피를 무시하고, 니가 이러면 안 되지.
한상식 : E) 막내야 얼른 끝내고 같이 퇴근하자.
정은수 : (거든다. E) 나와요 제발-- 거기서 얼어 죽을 거예요?!!
씬82. 주방 일각 (밤)
선우덕 : (버럭) 대체 언제까지 한 주방에서 요리사들끼리 이러고 나뉘어서 싸워야 됩니까?
금석호 : (지지 않고) 무 자르 듯, 오자마자 있던 사람들 해고하고, 자기 사람으로 바꾸고, 니편 내편, 누구 라인 누구 라인,
먼저 편 가르기 하신 게 누굽니까? 주방은 팀웍의 예술입니다! 무협지의 주인공처럼 혼자 칼을 잘 쓴다고 해서
훌륭한 요리가 완성되는 게 아니라고요!! 쉐프로서 대접을 받고 싶으면 제대로 된 리더쉽을 보여 달란 말입니다!! 예-!!?
씬83. 냉장실 안 (밤)
유경의 핸드폰이 지잉-- 울린다.
유경 : (설 대표다) ...!!!! (미치겠다!!)
설탕 포대를 보며 대야에 쏟을지 말지, 결정 못하고 있는 모습.
씬84. 사장실 (밤)
설대표 핸드폰 보더니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다시 흥얼거린다.
씬85. 냉장실 (밤)
유경, 여전히 고민에 빠져 냉장실을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그러다 불현듯 생각이 떠오른 표정.
씬86. 라스페라 현관 입구 (밤)
차 멈춰 선다. 최현욱이다.
필립, 계란 판 내리고.
씬87. 주방 (밤)
요리사들 실랑이 중에 피클 보올(스테인레스라 안이 보이지 않는)을 들고 나오는 유경.
일제히 유경을 주목한다.
금석호 라인은 득의의 표정, 선우덕라인은 ‘너 결국’ ‘각오해’ 등 격앙된 표정...
유경 비장한 표정으로 홀로 나간다. 뒤따르는 요리사들.
씬88. 사장실 (밤)
급히 뛰어 들어오는 한상식.
설대표 : 다 됐어?
한상식 : 네...근데 그게 좀...
설대표 : ?
씬89. 홀 (밤)
모든 요리사들에 둘러싸여 중앙에 선 유경. 급하게 하느라 상의 다 젖어 서있다.
덩그마니 내려놓는 유경의 피클 보올.
일동 : 이게 뭐야?! (오이는 하나도 안 보인다)
유경 : (각오 다진다)
정호남 : 피클야 이게?
민승재 : 오이는 어디가고? 유사품이야? 짝퉁이야?
유경 : (긴장해) 설탕은 하나도 안 넣었습니다.
선우덕,이지훈 : 그래?
유경 : (오들 오들 떤다) 과일의 단맛으로 설탕이 필요 없었습니다. 소화도 잘 되게 해,(주고)
설대표 : (급하게 들어와 헤집고 선다. 유경의 피클 보고 눈이 돌아간다) 야--- 너 미쳤어?!
(통째로 들고) 이,이이이게 얼마짜리야 어?!!
금석호 : (재료들 들춰보고) 배, 감, 파인애플, (거칠게 던지듯 내려놓는다. 기가 막힌 듯)
설대표 : 백오이 한 박스에 2만원이고! 200개씩 다섯 개! 천개! 10만원이면 하루 피클양이 다 나오는데,
배 감 파인애플 천개로 하루치?!! 피클값만 백만 원이야?! 피클도 돈 받을까?! 땅 파서 장사 하냐?
이 철철 무식이 답답아!!! 어?!! (잡아먹을 듯) 하루 피클 값만 니 월급이야?! 말이 되냐고-?!!
유경 : (잡아먹힐 듯)
순간, 최현욱 들어선다. 일동 시선,
최현욱 : (굶주림과 구박, 추위에 떠는 유경에게 마주선다)
유경 : (본다.)
최현욱 : (본다)
유경 : (떤다) 쉐,프.
최현욱 : (유경을 안아준다) 너,
유경 : !! (따뜻하다)
일동 : (놀래 보고)
최현욱 : 니 담당이지? (비짓)
유경 : (불안해지고)
최현욱 : (꼭 안아준다) 계란. 니 담당이지?
유경 : !!!!!!!!!!!!!!!!!! (안긴 채, 눈 번쩍)
4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