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 떼
서수찬(1963~)
해변에 갈매기 떼가
내려앉아 있다
사람이 다가오자
일제히 날아오른다
수많은 갈매기 떼가 서로
부딪칠 만도 한데
바닥에는 부딪쳐
떨어져 내린 갈매기가
한 마리도 없다
오밀조밀 틈도 없이 모여 있었는데
사람들이 보기에는
날개를 펼 공간조차 보이지 않았었는데
실상은 갈매기들은
옆 갈매기가 날개를 펼
공간을 몸에다
항상 숨기고 있었다
~~~~~
너와 나의 거리
시/정환웅
너와 나에게는 거리가 필요하다.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
너무 멀어지면 잊혀진다.
너무 가까워도 부딪친다.
너무 멀어지면 아득하여 잘 보이지 않고
너무 가까워지면 너와 나의 얼굴에 난
여드름 자국, 조그만 주근깨까지 보여
서로 밉게 보인다.
너무 멀지 않은, 적당한 거리에 있는
별들이 유난히 반짝이듯이...
너를 아름답게 볼 수만 있다면
너의 호흡을 느낄 수 없는 거리라 할지라도
너의 향기를 맡을 수 없는 거리라 할지라도
나는 너로부터 적당한 거리에서
안타깝게 서 있을 수 있다.
너와 나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
너무 길면 지루함 속에 망각의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너무 짧으면 아쉬움 속에 애간장만 녹는다.
끝없는 시간이 약속되어 있다고 믿기보다는
제한된, 그러나 짧지 않은 시간이 있다는 믿음 속에서
우리의 시간을 한갓 돌멩이가 아닌
보석처럼 갈고 닦아 간직하고 싶다.
너를 소중하게 간직할 수만 있다면
너와 나의 시간이 영원하지 않을지라도
시간이 세월이 되어 귀밑머리에
하얀 연기 하나 둘 피어오를지라도
너와 내가 공유할 수 있는 적당한 시간만큼
나는 너의 아름다움을 가꾸어 가겠다.
2004.7.16
囕盈에서
마로니에
from Cafe 마로니에 그늘아래서
大草原 降央卓玛.mp3
첫댓글 사랑의 거리 두기...
누구에게나
애증과 애정을 결정하는 한뼘의 거리가 필요하다.